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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108화 (108/153)

# 108

기적의 스킬 자판기 108화

촥!

"……컥!"

외마디 비명과 함께 강국현의 목이 잘려나갔다. 성검 벨도렌엔 빛의 검도 오러 블레이드도 둘러져 있지 않았지만, 오러가 사용되지 않아도 성검 벨도렌의 공격력은 충분히 높았다.

그러니 리볼버(+4)의 총알에 맞은 순간 강기가 풀린 강국현의 목을 베는 건 쉬웠다.

목이 완전히 잘려나가자, 몸에서 떨어진 머리가 옆으로 날아가 바닥을 구르고, 머리를 잃은 몸은 그 자리에 무너졌다.

직후 용후의 눈앞에 아이템 획득 알림창이 떠올랐다. 강국현이 입고 있던, 한 차례 강화까지 이루어진 에픽 등급의 판금 갑옷이었다.

용후가 그 판금 갑옷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바닥에 툭 떨어뜨리곤, 벨도렌으로 바꾸기 전까지 썼던 무아지경의 검과 마법 인형 리리스를 꺼냈다.

"갑옷 입고 검 쥐어."

리리스가 용후의 명령대로 했다. 그리고 무아지경의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둘렀다.

"사제 먼저 잡고, 그 이후엔 약한 자들부터 잡아."

한 명 남은 사제를 청룡 길드원 셋이 지키고 있었다. 그러니 리리스가 사제를 잡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잡지 못해도 상관없다.

사제를 잡으려 들면 사제를 지키고 있는 자들은 물론, 몇 명이 더 사제 쪽으로 가 리리스를 잡으려 들 테고, 그럼 훨씬 적은 수를 상대할 수 있게 되니.

리리스가 빠르게 달렸다. 뭘 하려는지 눈치챈 청룡 길드원 몇 명이 리리스의 앞을 막아서거나 뒤를 쫓았다.

등을 보인 자들을 그냥 둘 리 만무, 용후가 리볼버(+4)의 방아쇠를 연달아 당겼다.

"컥!"

"크윽!"

등에 총을 맞은 청룡 길드원 둘이 앞으로 쓰러져 바닥을 굴렀다.

"아직 총알이 있어!"

"쫓지 마!"

"100레벨 초반이야. 셋으로도 사제 지킬 수 있어!"

그런 외침에 길드원들이 다시 전부 용후를 향해 달렸다.

"거리 좁히려면 또 총에 맞아서 네다섯은 죽을 거 아냐!

"이거…… 이길 수 있는 거야?"

욕이 나오고 회의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김용후의 권총만 해도 사기가 확 꺾이는데, 홍민우의 말에 따르면 저 갈색 머리 여자는 오러 블레이드를 쓰는 마도 마법 인형, 주위는 온통 언데드, 심지어 아직도 오브는 언데드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어어!"

"궁수! 궁수 뭐해!"

개처럼 혀를 길게 빼고 비정상적으로 긴 팔을 좌우로 흔들어대며 돌진해오는 폭탄 구울들을 향해 몇몇 길드원들이 외쳤다.

길드장 강국현의 항마력은 상당하다. 그런데도 구울이 터지며 만들어낸 검은 불꽃에 삼켜지자 피부가 줄줄 녹아내렸었다.

한두 마리가 달라붙어 폭발한다 해서 즉사하진 않겠지만, 용후를 향해 달려가던 길드원들은 강국현의 모습이 떠오르며 위축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였다.

투앙!

"……컥!"

폭탄 구울에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여지없이 총알이 날아와 또 한 명의 길드원이 쓰러졌다.

보니, 정확히 머리 한가운데! 총알이 계속해서 날아왔다. 그리고 그때, 김용후의 검에 새하얀 빛줄기가 휘감겼다.

빛의 검의 쿨타임이 끝나자 바로 다시 시전한 것이었다. 거리를 다 좁혔기에 그나마 안도하던 청룡 길드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카앙!

"……큭! X발!"

스킬을 써서 날린 검이 빗겨 막기 기술에 걸리자 몸이 앞으로 꼬꾸라질 듯 휘청였다.

게다가 오러 블레이드의 형체가 무너지더니 검날에 쩍 금이 갔다. 그러나 그걸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촥!

검과 함께 허리가 절단된 청룡 길드원이 피와 내장을 쏟으며 바닥에 쓰러져, 나눠진 상체와 하체가 비탈진 길을 굴러 내려갔다.

"……히익!"

"못 이겨! 못 이긴다고!"

결국, 용후를 둘러쌌음에도 청룡 길드원들이 주춤거리거나 아예 몸을 돌려 비탈길을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청룡 길드원들을 언데드들이 우르르 뒤쫓았다. 그 중엔 용후에게 죽었던 청룡 길드원들도 섞여 있었다.

오브가 만들어낸 언데드 필드에 의해, 죽자마자 언데드로 변한 것이었다.

벨베른의 오브는 암흑마력을 저장하고 있는데, 그 양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오브 속의 암흑마력이 다 떨어지면 오브는 언데드들을 뱉지도 담지도 못하게 되고, 언데드 필드도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유저로 만든 언데드들은 언데드 상태가 풀려 부활이 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오브를 사용하지 않으면 암흑마력은 거의 소모되지 않는다. 아주 오래, 언데드가 된 청룡 길드원들을 오브 속에 가둬둘 수 있는 것이다.

가까운 거리에 있던 청룡 길드원들을 빛의 검으로 다 잡은 용후는, 리볼버(+4)의 탄창을 열어 총알을 채워 넣고 꽤 멀리까지 도망가 있는 청룡 길드원들을 조준해 차분히 한 발 한 발을 쐈다.

사제를 지키고 있던 청룡 길드원들도 도망을 가고 있기에 그 셋도 리볼버(+4)로 잡았다. 한 명은 리리스의 오러 블레이드에 등을 찔려 쓰러졌다.

"리리스, 사제 죽이지 말고 잡아서 데려와."

그 즉시 오러 블레이드를 푼 리리스가 검 손잡이 끝에 달린 폼멜로 사제의 뒷덜미를 후려쳤다.

사제가 악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사제를 어깨에 들쳐 멘 리리스가 용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사이, 용후는 벨베른의 오브를 주워 작동을 중지시켰다. 그러자 언데드들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다시 바닥에 놓자 밖으로 나온 언데드들이 다시 오브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엔 언데드가 된 청룡 길드원들도 있었다. 그때 용후 앞에 도착한 리리스가 사제를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쓰다듬으면 다 고쳐."

등을 쓰다듬자 사제의 기절 상태가 바로 풀렸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 평생 언데드로 살고 싶지 않으면. 청룡 길드 위치 말해."

잔당이 있다면 전부 처리하고, 금고가 있다면 금고도 털기로 했다.

날 털려고 왔으니 나도 털어줘야지.

초고렙 유저들이 모이고 상단이 뒤를 봐주는 거대 길드니 금고가 꽤나 두둑할 것이다. 고대 유물이나 아티팩트가 있을 수도 있고.

"다 말할게요. 죽이지만 마세요, 제발. 부르간 성 동쪽 상점가……."

사제가 길드 건물의 위치를 아주 자세히 설명했다.

"다음, 시켄들 상단 노예 경매장 어딨어?"

"부르간 성 지하요."

"어떻게 들어가?"

"그것까진 저도 잘…… 진짜예요!"

거짓말 같진 않았다. 그래도 살려줄 이유는 없었다. 오브의 마법진이 사라지고 있었다.

경매장 외에도 몇 개 더 묻고 싶은 게 있었지만, 시켄들 상단의 상인들을 잡아 묻는 게 더 확실할 것이다.

용후가 빛의 검을 사제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숨이 끊어진 사제가 언데드로 변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빛이 꺼져 들어가는 오브를 향해 달려갔다.

오브를 주운 용후가 다시 드워프 동굴로 향했다.

* * *

"성공했군."

드워프 마을로 돌아온 용후가 가장 먼저 들린 곳은 장로 호델던의 집이었다.

엘프 마을로 들어갈 수 있도록 소개장을 써줬으니, 생명의 나무를 살려내고 범인들까지 잡아낸 이야길 전하는 게 도리다 싶었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아직 이야길 제대로 꺼내지도 않았는데…….

"왜긴. 자네의 몸에서 엘프들의 기운이 강하게 풍겨 나오니 그러지. 그저 엘프 마을에 들어갔다 나온다 해서 그런 기운을 풍길 순 없어."

"아아……."

하긴 그렇다. 생명의 열매를 엄청 많이 먹었고, 정령 계약까지 맺고 돌아왔으니.

그러나 호델던의 표정이 딱딱해지거나 말투가 차가워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드워프 마을을 떠나기 전보다 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군. 설마 정말 생명의 나무를 살려낼 줄이야…… 자네가 손을 대는 것마다 기적이 일어나는군. 생명의 나무를 살려낸 것도 그 기적의 스킬 덕분인가?"

"……예. 하지만 운도 따라줬기 때문입니다."

"하하! 겸손한 건 여전하군. 용후 자네가 참 마음에 들어."

호델던이 어깨까지 팡팡 치며 웃었다.

잠시 대화가 더 오갔고…….

"가보게. 마룡의 뼈갑옷은 이미 완성이 돼 있으니."

세간에 알려진 이미지와 달리 드워프들은 술을 손에 달고 사는 자들이 아니었다.

일 중독자들. 그랬기에 목적 없는 대화를 나누는 건 오히려 상대에게 실례란 생각들을 갖고 있었다.

"언제든 또 들르게. 용후 자네는 언제든 환영이니."

그 말과 함께 용후의 눈앞에 호델던의 호감도가 100 올랐단 알림창이 떠올랐다.

생명의 나무를 소생시켜 엘프 마을의 문제를 해결한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게 봐서일 것이다.

"건강하십시오. 또 들르겠습니다."

"하하! 인간들의 표현은 재밌어. 자네의 건강이나 신경 쓰게. 우리 드워프들은 인간들과 달리 500년을 넘게 사는 종족이니."

호탕하게 웃으며 배웅하는 호델던을 뒤로 하고, 용후는 젠프의 대장간으로 갔다.

호델던의 말 대로 마룡의 뼈갑옷은 완성이 되어 대장간 한쪽에 세워져 있었다.

"정말 멋지군요. 감사합니다."

드워프들이 만드는 물건들은 디자인도 훌륭했다.

'상태창이 다 보여.'

용후가 마룡의 뼈갑옷의 상태창을 열었다.

"레전드리……!"

등급이 무려 레전드리였다. 최고의 대장장이가 최고의 재료를 써 만든 만큼 내심 기대를 했지만, 눈으로 직접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갑옷의 기능에 아주 충실했다. 내구력과 방어력이 지금 입고 있는 갑옷보다 0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그리고 옵션도 놀라웠다.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고, 그 옵션들의 수치는 다 100이 넘고 200, 300이 넘는 것도 있었다.

"제대로 된 값을 치르고 싶습니다."

"마룡의 등뼈로 뼈갑옷을 만든 건 내게 아주 귀한 경험이 됐네. 또한, 상당한 양의 마룡의 뼈가 남았어. 자네가 남은 뼈를 내게 준다 했으니, 그걸로도 충분한 값이 되었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장담한 대로 역작. 이보다 더 좋은 갑옷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드래곤이라도 잡지 않는 한은.

젠프의 대장간을 나온 용후는 마지막으로 마이만을 만나 작별 인사를 했다. 가장 친해진 드워프고, 또 집에서 신세를 졌으니 작별 인사를 꼭 하고 싶었다.

"역시 성공하셨군요. 생명의 나무를 살려내는 스킬이라니, 놀랍군요. 그 기적의 스킬들을 좋은 일에 쓰고 계시니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용후 님, 언제든 또 오십시오."

"마이만 씨도 혹 인간들의 세상이 궁금해지면 제 영지로, 팔켄 마을로 언제든 오세요."

"용후 님의 영지라면 믿고 갈 수 있습니다. 인간들이 만든 맥주와 요리가 그렇게 맛있다던데…….기회가 되면 정말 한 번 찾아가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마이만이 인간 식으로 손을 내밀었고, 용후가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용후는 드워프 마을을 뒤로하고 부르간 성으로 향했다.

어차피 비리마 영지로 가려면 지나야 되는 성, 엘프 장로 카헨이 준 퀘스트까지 클리어하고 팔켄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 * *

"알바 안 할래요?"

청룡 길드의 길드 건물로 가는 길에 있는 광장. 돗자리를 펴고 앉아 물건을 팔고 있는 자 중 마법사로 보이는 자에게 다가간 용후가 대뜸 그런 말을 했다.

"알바?"

마법사 유저가 코웃음을 치고 미간을 팍 구겼다.

날 뭘로 보고란 표정. 그때, 용후가 마법사 유저의 돗자리 위에 금화 주머니 하나를 떨어뜨렸다.

쿵 하는 큰 소리를 내며 옆으로 묵직하게 뉘어지는 금화 주머니에 마법사 유저의 표정이 바뀌었다.

입구를 열어보니 전부 금화! 못해도 30~40골드 정도 될 듯했다. 그렇게까지 큰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액수도 아니었다.

"……어떤? 근데 오래 걸리는 거면 안 돼요. 이 액수를 매일 준다면 또 몰라도."

"한 30분 정도면 돼요. 마법 한 방 써줘요."

"어떤?"

"사운드 블라인드."

자주 드랍 되는 마법 스킬템이고, 그리 비싸지도 않으니 70~80레벨 정도 돼 보이는 이 마법사라면 갖고 있을 것이다.

"좋아요."

마법사 유저가 금화 주머니를 챙기고, 돗자리를 정리해 인벤토리에 넣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후가 앞장을 섰고, 마법사 유저가 그 뒤를 따랐다. 잠시 뒤…….

"여긴……."

부르간 성에서 활동하는 유저 중 청룡 길드의 길드 건물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그냥 사운드 블라인드 마법만 저 건물에 쓰고 가면 돼요."

"……."

"당신이 엮일 일은 없어요. 고민할 거 있어요?"

마법 한 방에 30골드…… 잠시 생각하던 마법사 유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습니다."

건물 사이의 골목이라 보는 사람도 없고, 길드 건물이나 청룡 길드의 길드원에게 공격 마법을 날린 것도 아니니 문제가 생길 여지는 없었다.

훙!

마법사 유저가 사운드 블라인드 마법을 썼다. 그러곤 청룡 길드의 길드 건물에 마법이 걸리자 그 즉시 몸을 돌려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씩 웃은 용후가 벨베른의 오브를 꺼내 작동시키곤 건물 정문으로 돌아갔다.

그러곤 오브가 작동되도록 시간을 좀 끈 뒤, 열려 있는 문 안으로 벨베른의 오브를 던져 넣고, 문을 쾅! 닫았다.

"절대 안 열려."

용후가 오른손으로 말아 쥔 문손잡이에서부터 시작된 빛이 건물 전체를 뒤덮었다.

그러나 용후의 눈에만 보이는 빛이었다.

절대 안 열려 스킬은 1레벨이었을 땐 문 하나에만 스킬 효과를 적용시킬 수 있었지만, 왜인지 드워프 마을과 엘프 마을에 있는 동안 뜬금없이 스킬 레벨이 4레벨이나 올라 현재 5레벨이 되어 있었다.

아마 집에 도둑이 들려 했고, 그 도둑을 막아내면서 스킬 레벨이 오른 것일 터다.

그렇게 스킬 레벨이 오르자, 집에 달린 모든 문과 창문까지도 절대 안 열리게 만들 수 있었다.

단 이렇게 스킬을 쓰면 유지 시간이 짧아지지만, 그렇다고 5분 10분은 아니었다. 최소 1시간 동안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청룡 길드의 건물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지만, 지금쯤 오브에서 쏟아져 나온 언데드들로 난리가 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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