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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101화 (101/153)

# 101

기적의 스킬 자판기 101화

호델던이 알려준 퍼플 마석을 드랍하는 몬스터는 딱 한 마리였다.

트윈 헤드 오우거.

소로브 산맥의 엘프들이 활동하는 영역 안에서만 서식하며, 레벨은 150~170 정도, 무지막지한 괴물이다.

게다가 오우거는 머리가 좋아 단순히 포악한 몬스터로만 볼 수 없었다.

모든 오우거가 그런 건 아니지만, 심지어 마법을 쓸 수 있는 오우거도 있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는 오우거들보다 좀 더 머리가 좋고 마법을 쓸 수 있는 개체 수도 더 많았다.

복잡한 설계도도 척척 그려낸 만큼 호델던이 그려준 약도는 거의 지도 수준이었고, 특징 있는 나무나 바위, 지형들까지 표시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용후는 어렵지 않게 엘프의 영역으로 들어섰고, 그곳에서 가장 먼저 만나 몬스터가 트윈 헤드 오우거, 그리고 그 트윈 헤드 오우거는 마법도 썼다.

"크허어어어엉!"

오우거가 용후를 향해 입을 쩍 벌려 입안의 단검 같고 창날 같은 이빨들을 훤히 드러내며 포효를 터뜨렸다. 그러곤 오른손에서 불꽃 덩어리를 만들어냈다.

오우거의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말을 할 수 있을 리는 만무, 그저 포효만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 불꽃이 점점 커져 사람 머리보다 더 커져 오우거의 머리만큼이나 커진 직후, 트윈 헤드 오우거가 그 불꽃 덩어리를 용후를 향해 던졌다.

그러곤 동시에 바닥을 주저앉히며 엄청난 기세로 돌진해 왔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바닥이 크레이터 모양으로 꺼지고 사람이 양팔로 둘러도 둘리지 않을 정도로 굵은 거목들이 폭발하듯 터져나가거나 뿌리째 뽑혀 줄줄이 쓰러졌다.

그러나 용후는 침착했다. 정확히는 자동 사냥이. 일단 날아오는 화염구를 피해 가속을 쓰며 옆으로 내달렸다.

콰아앙!

화르르르륵!

화살 같은 속도로 날아와 폭발했고 그 범위도 50m가 넘었지만, 용후의 몸은 그을림조차 없이 폭발을 피한 뒤 돌진해오는 트윈 헤드 오우거를 향해 리볼버(+4)를 겨눴다.

심장 부위였다. 그 상태로 트윈 헤드 오우거가 50m 내로 거리를 좁힐 때까지 기다렸다.

오우거의 방어력과 생명력은 다른 몬스터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았다. 게다가 트롤 정도는 아니지만 재생력도 갖고 있었다.

아무리 900이 넘는 공격력을 가진 총알이지만 그저 몸에 명중시키는 정도론 저 트윈 헤드 오우거를 잡지 못할 테고, 멈춰 세우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가슴에 명중시키면 한 발에 가죽과 뼈가 뚫리진 않겠지만, 2~3발을 연달아 맞추면 즉사시킬 수 있다.

용후의 몸이 방아쇠를 당겼다.

투앙!

"……커허어어엉!"

명중이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가 휘청였다. 용후의 몸이 곧바로 방아쇠를 또 당겼다.

투앙!

이번에도 트윈 헤드 오우거의 입에서 비명이 섞인 포효가 터졌다. 그러나 용후의 몸은 리볼버(+4)를 내리고 오른손에 쥐고 있는 성검 벨도렌을 가슴 앞으로 치켜들었다.

2번째 총알도 가슴에 명중시키긴 했지만 트윈 헤드 오우거의 손바닥을 뚫고서 명중이 됐다.

날아오는 총알을 보고 막은 것이다. 당연히 900의 공격력이 아닌 공격력이 반 토막 난 상태로 가슴에 박혔고, 그러니 트윈 헤드 오우거는 쓰러지지 않고 속도도 거의 줄지 않은 상태로 방향을 틀어 용후의 측면으로 돌았다.

쩡! 쩌엉!

쿠구궁!

트윈 헤드 오우거가 일부로 나무를 들이받아 용후 쪽으로 쓰러지게 했다. 용후의 몸이 리볼버(+4)를 쏘는 걸 포기한 이유였다.

시야도 가렸고 피해야 되는 상황, 머리나 심장에 총알을 연달아 명중시키긴 힘들었다. 그러니 빛의 검을 사용해 근접 전투를 하는 게 나았다.

이미 자동 사냥 스킬을 쓰기 전 성검 벨도른에 빛의 검을 두른 상태, 용후의 몸이 트윈 헤드 오우거가 10m까지 거리를 좁혔을 때 지면을 박차며 마주 달렸다.

자신 쪽으로 쓰러지고 있는 나무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달리던 용후의 몸이 지면을 박차 대각선 위로 솟구쳤다. 트윈 헤드 오우거가 계속 돌진하며 눈으로 용후를 쫓았다.

그러나 자신이 쓰러트린 거목에 시야가 가려졌고, 직후 용후는 그 거목을 밟으며 더 높이 튀어 올랐다.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쿠웅!

거목이 바닥에 쓰러졌지만 어디에도 인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트윈 헤드 오우거의 두 머리가 당황한 표정을 짓고 눈을 희번덕거리며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그럼에도 인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두 머리가 동시에 콧김을 킁 내뱉곤 몸을 홱 뒤로 돌렸다. 그러나 이미 트윈 헤드 오우거의 등 뒤에 내려선 용후의 몸은 빛의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크허어어어어엉!"

트윈 헤드 오우거가 자지러지는 비명을 터뜨렸다. 허리가 잘려나갔기 때문이었다.

척추까지 절단이 됐다. 엄청난 양의 피를 쏟아낸 트윈 헤드 오우거가 무너지듯 그 자리에 쓰러졌다.

쿠우웅!

"……크허어어…… 어어."

트윈 헤드 오우거가 입에서도 피를 쏟으며 두 얼굴에 당혹감과 믿을 수 없단 표정이 퍼졌다.

영리한 만큼 자신의 강함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뼈가 인간의 검에, 그것도 단 일격에 잘려나갈 순 없었다.

이 트윈 헤드 오우거는 오러를 쓰는 인간과도 싸워본 적이 있었다. 자신의 가죽과 살은 갈랐지만 뼈는 자르지 못했다.

가죽뿐만이 아니라 뼈는 더 높은 물리 방어력과 항마력을 갖고 있어서였다.

그런데 지금, 목이 잘리는 것도 단 일격이었다. 피를 흩뿌리며 핑글핑글 돌며 날아간 머리 두 개가 바닥에 쓰러져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머리 2개를 다 잃은 트윈 헤드 오우거가 앞으로 쓰러졌다.

쿠우웅!

-레벨이 1 오릅니다

-트윈 헤드 오우거 가죽을 얻었습니다

-트윈 헤드 오우거의 심장을 얻었습니다

-트윈 헤드 오우거의 눈알을 얻었습니다

-트윈 헤드 오우거의 검지 손가락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퍼플 마석을 얻었습니다

* * *

트윈 헤드 오우거는 경험치를 엄청 주고 어느 부위든 고가의 마법 재료로 팔리지만, 드랍율은 극악했다.

그랬기에 가죽이나 손가락, 발가락만 드랍이 돼도 대박이란 말이 있을 정도.

그러나 용후는 행운 스탯이 높은 만큼 무려 4개가 드랍이 됐고, 원래대로라면 10마리 이상 잡아도 나올까 말까 한 퍼플 마석까지 그 템 내 거 스킬을 써 첫 사냥부터 얻어낼 수 있었다.

1레벨이었을 땐 쿨타임이 일주일이나 됐었지만 지금은 1시간이 지나면 스킬을 쓸 수 있었다. 게다가…….

"이쪽."

트윈 헤드 오우거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이쪽 스킬을 쓰자 방향이 잡혔다.

북서쪽 방향이었다.

"일단……."

오러를 쓸 수 있는 마도 마법 인형을 정말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소세토 유적지에 있던 그 마법 인형 정도의 수준이 될지 무척 궁금했다.

용후가 인벤토리에서 퍼플 마석을 꺼냈다.

"뭐든 다 만들어."

스킬을 쓰자 퍼플 마석이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흐물흐물하게 변하며 녹아내렸다.

잠시 뒤 크기가 커지기 시작했다. 마치 찰흙을 주무르듯 형태가 변해 갔고, 이윽고 사람 같은 모양이 돼 빛이 불티처럼 벗겨졌다.

빛이 전부 사라지자 나타난 건, 용후가 마음속에서 떠올린 모습 그대로였다.

맨 처음 만든 마도 마법 인형 로라처럼 갈색 머리와 푸른 눈동자를 가진 지극히 평범한 외모의 여성형 인형.

"네 이름은 리리스다."

용후가 마도 마법 인형에게 적당히 이름을 붙였다. 이름을 부여하자 마도 마법 인형의 심장에 주인 각인이 새겨졌고, 리리스의 푸른 눈동자가 움직였다.

"상태창이 다 보여."

용후가 리리스의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상태창을 위에서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레벨은 105, 스탯은 딱 그 레벨 정도 수치였다. 스킬은 딱 하나. 오러. 그 단어뿐이었다. 검강이나 강기를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상관없다.

써보게 하면 알 일.

"리리스."

"예, 주인님."

"오러 블레이드를 쓸 수 있어?"

"쓸 수 있습니다."

"써봐."

용후가 인벤토리에서 검 한 자루를 꺼내 리리스에게 건넸다. 리리스가 검을 쥐었고, 몇 초 뒤 검날에 푸른빛이 맺히기 시작했다.

빛은 빛줄기로 변했고, 빛줄기들이 서로 휘감기며 검날 형태가 됐다.

"소드레귤러 정도인가."

일단, 오러 블레이드의 수준은 그랬다.

"오러를 몸에 둘러 몸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

"할 수 있습니다."

"해봐."

용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리리스의 몸에서 푸른빛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역시 익스퍼트 기사 정도의 강기는 아니었다.

"검술을 쓸 수 있어?"

소세토 유적지에서 싸웠던 마법 인형은 검술도 썼다. 그 마법 인형의 설계도를 보고 만들었으니 리리스도 검술을 쓸 수 있을 테고, 더구나 똑같은 검술을 구사할 것이다.

"쓸 수 있습니다."

거기까지.

용후는 리리스에게 검술까지 구사하게 하진 않았다. 이 정도면 소세토 유적지에서 싸운 마법 인형 정돈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낼 수 있을 터다. 마도 대인 병기 셀터를 입히면 분명 그 이상을 해줄 테고.

퍼플 마석이 있으면 몇 기든 리리스 같은 마도 마법 인형을 만들 수 있다.

용후는 소로브 산맥에 있는 트윈 헤드 오우거를 전부 잡고 엘프들의 마을로 가기로 했다.

리리스를 인벤토리에 넣고 용후가 다시 이쪽 스킬이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2시간 뒤…….

오우거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하자 용후는 탐색 마법도 썼다.

훙!

용후의 몸에서 빛의 고리가 생겨나 사방으로 퍼졌고, 오우거의 위치가 잡혔다. 20~3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용후가 다시 걸음을 뗐다. 그 직후였다.

피잉!

푹!

"……!"

화살이 날아와 용후의 옆 나무에 박혔다. 고개를 든 용후가 상태창이 다 보여 스킬을 썼다. 그러나 상태창이 보이지 않았다.

뒤에서 날아왔을 리 없지만, 용후는 뒤까지 돌아봤다. 물론 뒤에도 상태창은 없었다. 그렇다면…….

고개를 들자 그제야 상태창이 보였다. 나무 위였다. 70m 정도 높이의 나뭇가지 위에 엘프 한 명이 서 있었다.

손엔 장궁이 쥐어져 있고, 그 장궁엔 화살에 걸려 시위가 팽팽히 당겨져 있었다.

"유저! 돌아가라!"

가늘고 높은 음성. 그러나 강인한 힘이 담겨 있었다.

"더 들어오지 마라! 이 이상 우리들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죽는다!"

"호델던 님의 이야길 듣고 왔습니다. 여러분을 돕고 싶습니다. 이건 호델던 님이 써주신 소개장입니다."

용후가 인벤토리에서 호델던의 소개장을 꺼냈다. 그리고 염력 스킬을 썼다.

소개장에서 손을 떼자 소개장이 허공에 둥실둥실 떠 나뭇가지 위에 있는 엘프를 향해 날아갔다.

엘프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엘프의 활 시위가 느슨해졌다. 호델던이 누군지 알고 있단 뜻이었다.

엘프가 소개장을 받아 펼쳤다. 충분한 시간을 준 뒤 용후가 다시 외쳤다. 엘프들의 마을로 먼저 갔다가 트윈 헤드 오우거들을 마저 잡기로 하고.

"퀘스트를 주십시오! 생명의 나무를 소생시킬 수 있습니다!"

"드워프의 말만 믿고 유저를 마을로 들일 순 없다! 우리 마을은 더 이상 유저를 들이지 않는다!"

"생명의 나무가 죽어가는 건 사이한 술법을 쓰는 연금술사가 만든 독 때문입니다. 생명의 나무를 살릴 가능성이 있다면 해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정령의 힘으로도 사제의 권능으로도 치유하지 못한 생명의 나무를 무슨 수로 치료한단 말인가! 돌아가라!"

"제겐 특별한 스킬이 있습니다!"

무럭무럭 자라라 스킬은 식물이 잘 자라게 하는 효과뿐 아니라 죽은 식물을 살려낼 수도 있었다.

용후가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대각선 방향을 손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저 죽은 나무를 소생시키면 믿겠습니까?"

"……좋다. 저 나무를 완전히 소생시킨다면…… 믿겠다."

"저 나무를 살려내는 퀘스트를 주십시오."

즉, 생명의 나무 퀘스트가 보상으로 주어지는 퀘스트를 만들어 달란 말이었다.

이렇게 하면 퀘스트 클리어 후 저 엘프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때 용후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씩 웃은 용후가 죽은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모습을 엘프가 의심 가득한 눈으로 좇았다. 될 리가 없다 생각하면서도,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서. 그때, 나무가 빛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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