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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98화 (98/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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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98화

'내 스킬이 막히고 반격까지 당했다?'

통증도 느껴지고 허리의 상처도 보이는 데도 한성태는 지금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 유저의 레벨은 100은커녕 90도 되지 않았다.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기운은 더 잘 느껴지고, 그랬기에 더 정확히 레벨을 가늠해낼 수 있었다.

스킬을 쓰기 직전, 한성태가 가늠한 유저의 레벨은 90 이하였다. 자신과 40레벨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유저가 쓴 스킬이 자신의 스킬보다 더 좋은 스킬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래 봐야 레벨이 100이 안 되는 유저가 레전드리 등급의 스킬을 익힐 순 없으니 같은 에픽 등급.

그러니 아무리 자신보다 더 좋은 에픽 등급 스킬이었다 해도 자신보다 레벨이 40이나 낮은 유저가 자신의 스킬을 파훼하고 반격까지 명중시킬 순 절대 없었다.

스킬의 위력도 스탯의 영향을 받기 때문.

그러나…… 자신의 허리가 베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때, 한성태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허리의 출혈이 멎고 상처들이 조금씩 달라붙기 시작했다.

대사제로 전직한 파티원이 힐을 쓴 것이었다. 한성태가 몸을 돌렸다. 그러나 한성태의 허리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에 추가 공격이 날아왔다.

게다가 유저의 검날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새하얀 빛을 휘감고 있었다.

'막을 수 없다!'

본능적으로 그걸 느꼈다. 재빨리 뒷걸음질 친 한성태가 스킬을 시전했다.

훙!

한성태의 모습이 사라졌다. 쉐도우 어쌔신만 쓸 수 있는 그림자 도약이란 스킬이었다.

빛의 검이 허공을 갈랐고, 한성태는 그곳에서 10m 정도 떨어진 한 나무의 그림자 속에서 솟아올랐다.

일종에 블링크 계열의 스킬로, 그림자를 통해 공간도약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쿨타임이 길었다. 그랬기에 사실상 전투 중에 쓸 수 있는 횟수는 한 번뿐.

"전부 이쪽으로 붙어!"

한성태가 외쳤다.

드워프를 잡는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죽느니, 돈을 크게 벌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고 시켄들 상단의 신뢰를 잃게 되는 쪽이 나았다.

한성태만이 아니었다. 전부 100레벨이 넘는 유저들, 온갖 산전수전을 겪으며 올린 레벨인 만큼 한두 번씩, 또는 그 이상 죽지 않은 자가 없었다. 더 죽어선 안 되었다.

"진짜 포기하는 거야? 저 드워프 잡으면 대박인데."

"레벨이 100도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된 거야?"

"저 유저 새끼 총질하면서 싸우는 거 못 봤어? 성태 형도 죽을 뻔했어. 빨리 가!"

결국 마이만을 둘러싸고 있던 파티원들이 전부 몸을 돌려 한성태가 있는 쪽으로 내달렸다.

그러나 마이만은 그들을 쫓지 못했다. 5개나 되는 디버프에 걸려 있기 때문.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결국, 정신까지 혼미해지기 시작했고, 마이만은 더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이런……."

김용후가 유저 몇을 잡는 건 봤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유저가 남아 있고, 김용후도 이 디버프에 걸린다면 혼자 저 많은 유저를 잡는 건 불가능할 것이었다.

그러나 육체개조 비약으로 강인해진 용후의 몸은 상태 이상에도 강했고, 레벨과 스탯이 오를 때마다 꾸준히 강해져 온 재생력은 상태 이상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게다가 템빨이 되기에 높은 항마력까지. 용후의 몸에 제대로 걸린 디버프는 3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3개조차도 쓰다듬으면 다 고쳐 스킬을 쓰자 바로 몸속에서 사라졌다.

쓰다듬으면 가 고쳐 스킬을 바로바로 쓰진 못하지만, 디버프를 쓴 마법사 유저들에게도 쿨타임이 있는 건 마찬가지.

다시 디버프가 들어오기 전에 전멸시켜 버리면 된다. 또, 그 전에 디버프가 들어온다 해도 몸빨과 템빨이 되는 용후의 몸은 쓰다듬으면 다 고쳐 스킬의 쿨타임이 끝날 때까지 충분히 버텨줄 터였다.

자동사냥 스킬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선 더욱.

"뭐야 이거! 디버프가 안 먹히는데!"

"상관없어! 전부 한꺼번에 달려들어! 포위해서 잡는다!"

파티원들이 우르르 용후를 향해 달렸다. 동시에 용후가 리볼버(+4)의 방아쇠를 연달아 당겼다.

투앙! 투앙투앙!

"으악!"

"……큭!"

"컥……!"

큰 거목을 엄폐물 삼는다 해도 이동하려면 노출이 안 될 수 없기에, 총알을 피해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한 유저는 다섯 명뿐이었다.

용후를 에워싼 다섯 명이 눈짓을 주고받으며 일제히 가장 강력한 스킬을 썼다.

그러나…….

"어엇!"

어떤 공격 스킬도 통하지 않았다. 1급 성검의 신성력이 더해져 더욱 무시무시한 절삭력을 갖게 된 빛의 검(+1)에 무기가 절단됐기 때문이었다.

급기야 무기가 절반 가까이 잘려나가면서 스킬을 구사할 수 없게 되자, 스킬의 움직임 보정이 도중에 멈췄다.

그 탓에 전부 중심을 잃곤 허우적댔다. 용후의 몸이 가속하며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꺅!"

"으악!"

"컥!"

목이 잘리거나 팔이 잘리거나 허리가 잘린 청룡 길드의 파티원들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피를 분수처럼 쏟으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목이 잘린 자들뿐 아니라 팔만 잘린 자들도 즉사였다.

"그 템 내 거!"

용후가 한성태의 인벤토리 속 에픽 등급 부츠를 찍곤 한성태를 향해 빛의 검(+1)을 휘둘렀다.

검은 잘린 상태, 한성태가 보조 무기인 단검을 뽑아 들었지만 오러 블레이드라도 두르지 않는 한 막을 수 있을 리 만무.

촥!

"커헉!"

단검과 함께 한성태의 가슴이 잘렸다. 둘로 나뉜 한성태의 몸이 피를 쏟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직후 용후의 눈앞에 신속의 부츠를 얻었단 알림창이 떠올랐다. 당연히 그 외에도 드랍된 아이템들이 있었다.

워낙 높은 행운 스탯을 갖고 있기에, 눈으로 대충 봐도 서른 개가 넘었다.

용후가 그 드랍템들을 주우며 마이만에게 갔다. 그리고 쿨타임이 끝난 쓰다듬으면 다 고쳐 스킬을 써 마이만의 등을 쓰다듬었다. 마이만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 * *

"어떻게 됐어? 잡았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늦은 보고, 롤브는 마음이 달았다. 그런데 보고를 하러 들어온 상인의 얼굴이 무척 어두웠다.

그래도 롤브는 실패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청룡 길드가 자신의 편지를 받고 추격자로 보낸 자들은 3파티였다. 2파티와 거의 전력 차이가 없고, 다양한 직업의 유저들이 있는 팀. 절대 놓쳤을 리 없다.

"……놓쳤습니다."

"뭐?!"

"3파티장 한성태에게 직접 들은 말입니다."

롤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제대로 설명해!"

"그 유저에게 전부 죽었습니다. 죽어서, 전부 마을 광장에서 부활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그 유저와 드워프는 말 네 필이 끄는 마차를 타고 성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말들은 전부 최상급 말들이라 했고, 유저가 말들에 마법까지 걸었다 했다.

리커버리로 추정되는. 그랬으니 한성태 파티가 그 둘을 따라잡은 곳은 소로브 산맥의 중턱이었을 터. 그러니 3파티가 벌써 성으로 돌아올 순 없었다.

보고가 올라오는 건 한참 더 시간이 지난 뒤여야 맞다.

혹 산맥 초입에서 따라잡았다 해도, 그렇다 해도 역시 성으로 돌아오기엔 시간이 빨랐다. 드워프를 잡자마자 텔레포트라도 쓰지 않는 이상에야 불가능한 일.

'이런 미X…….'

청룡 길드 3파티가 한두 명도 아니고 전멸을 하다니.

"대체 정체가 뭐야!"

"그건 저도 잘……."

대체 어디서 굴러먹다 갑자기 나타난 놈일까. 시켄들 상단의 비밀은 어떻게 아는 거고, 그 드워프가 드워프란 건 어떻게 안 걸까? 목적이 뭘까? 짐작 가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 유저가 권총을, 그것도 강화 권총을 썼다 합니다."

"권총?"

하!

그랬군!

그렇다면 좀 납득이 됐다. 그냥 권총도 아닌 강화 권총이라면 3파티와의 전투에서 이길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았다.

드워프도 분명 유저를 도와 싸웠을 테니. 그러나 그렇다 해도 3파티가 전멸까지 당한 건 이상하지만…….

"권총이라……."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권총을 산다 해도 쓰려면 총알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권총을 무기로 쓰는 자를 보는 건 정말 어렵다. 그것도 강화 권총이라면 더욱.

"혹시, 비리마의 영웅, 김용후 그자가 아닐까요."

눈치를 보던 부하 상인이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그 말레 롤브가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다.

롤브도 비리마의 영웅에 대한 이야길 들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유저가 권총을 무기로 쓴다는 이야기도. 그러나 그 권총이 강화 권총인지 아닌지 까진 알지 못했다.

'김용후는 최근 얻게 된 빌로도 영지를 정비하는 데 정신이 없을 텐데.'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이 부르간 성에 나타난다? 시켄들 상단의 비밀을 알고 있는 건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이젠 영지를 거느리는 귀족씩이나 된 자가 혼자 다니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아니, 김용후일 리 없어."

"죄송합니다……."

그러나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게 김용후긴 했다.

권총을 갖고 있는 것도, 드워프를 알아채거나 시켄들 상단의 비밀을 알아낸 것도 상식을 깨는 기적의 스킬을 쓰는 김용후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김용후와 자신은, 그리고 시켄들 상단은 전혀 접점이 없다.

'제길…….'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일단 그 유저가 누구인지부터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 다음 행동이 가능하다.

그 유저가 시켄들 상단의 비밀을 알고 있으니 드워프를 잡는 걸 포기한다 해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유저니 한 번 죽인다고 끝나지도 않는다. 죽이고 죽여 기억을 싹 없애 버려야만 된다.

그래서 부르간 성의 부활 장소인 광장 분수대 주위에 청룡 길드의 4파티와 시켄들 상단의 상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던 거고, 그랬기에 3파티가 부활을 하자마자 바로 롤브에게 보고가 올라온 것이었다.

한참 만에야 다시 롤브가 입을 열었다.

"잭슨 정보 길드에 의뢰 넣어.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어. 그 유저 놈이 누군지 알아내!"

파티도 동료도 없이 혼자 부르간 성으로 들어온 유저니 부르간 성으로 들어오자마자 잭슨 정보 길드의 길드원들이 그 유저에게 붙었을 터다.

그 유저가 누군지 알 수 있는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부하 상인이 바로 방을 나갔고, 롤브는 미간을 깊게 구기며 손등에 턱을 괬다.

"김용후라……."

김용후에 대한 소문들이 많이 과장됐을 거란 생각을 하는 한편, 불길한 예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롤브의 미간이 점점 깊어져 갔다.

* * *

"대단하시네요…… 그 많은 유저를 혼자 다 잡다니요."

치료에 대한 고마움보다, 놀란 기색이 더 많이 담긴 얼굴로 마이만이 말했다.

"마이만 씨가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유저들이 저한테 더 많이 몰려왔다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겸손하시군요. 전 한 게 없습니다."

그 말과 함께 용후의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마이만의 호감도가 300 올랐단 알림창이었다.

아무리 도움을 받았다 해도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높고 자존심과 자존감이 높은 만큼 성안에선 호감도 알림창이 뜨지 않았지만, 본인은 무력하게 당한 상대를 혼자 잡아낸 용후의 강함에 큰 호감을 느낀 듯했다.

"가시죠. 이제 금방입니다."

30분 정도를 이동하자 나무와 풀들이 더 우거지기 시작했고, 출몰하는 몬스터들의 수가 갑자기 늘어났다.

그 몬스터들을 잡으며 1시간을 더 가자 입구가 크게 뚫려 있는 동굴이 보였다.

"저 동굴입니다."

뭔가에 가려져 있지도 경비를 서는 드워프도 없었지만, 드워프 동굴이 이곳에 있단 걸 알아도 누구도 쉽게 오지 못할 듯했다.

거의 산맥 꼭대기에 있고, 특히 이 일대는 몬스터들이 바글거린다. 그것도 100레벨이 넘고, 150레벨이 넘는 몬스터들이.

부르간 성에서 마이만과 만나지 않고 혼자 소로브 산맥에서 드워프나 드워프 동굴을 찾으려 했다면, 아무리 이쪽 스킬과 탐색 마법을 쓰며 찾아다녀도 이 동굴까지 쉽게 오지 못했을 것이다.

용후가 마이만을 따라 동굴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들어가지 않아 용후의 눈앞에 알림창이 줄줄이 떴다.

-드워프 광산을 찾은 자 칭호를 얻었습니다

-드워프의 손님 칭호를 얻었습니다

-근력이 100 오릅니다

-체력이 100 오릅니다

-손재주가 50 오릅니다

-병장기 제작 시 완성도가 20% 오릅니다

-수리 성공 확률이 20% 오릅니다

-수리 시 옵션 효과가 20% 오릅니다

-광산을 소지하고 있을 시 매장량이 25% 증가합니다

생각지 않은 칭호 획득에, 두 칭호에 붙은 엄청난 효과들에 용후의 얼굴에 미소가 환하게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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