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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93화 (9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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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93화

루물 마탑은 멀지 않았다. 비리마 영지에서 헨슬런 백작령으로 들어가 반나절 정도 마차를 타고 달리면 도착할 수 있었다.

헨슬런 백작령 안에 위치해 있으나 루물 마탑은 헨슬런 백작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루물 마탑이 세워진 땅은 루물 마탑의 것이고, 왕조차도 마탑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마탑이 가진 힘은 왕과 세히브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막강했다.

이 시대의 건축술로는 절대 쌓아 올릴 수 없는, 30층 높이의 거대한 검은 탑. 그 탑으로 들어간 용후는 안내판을 따라 접수처로 향했다.

"그린 마석과 블루 마석을 가능한 많이 사고 싶습니다."

마법 상점에선 신분 확인을 하기 힘들기에 소량만을 판매하지만, 마탑에서 신분 확인을 하면 대량 구매가 가능했다.

"흑마법 재료들도 매각하고 싶습니다. 또, 아티팩트 경매에도 참가하고 싶습니다."

용후는 일단 흑마법 재료들이 든 아공간 가방을 꺼내 락을 풀고 접수처의 마법사에게 건넸다. 마법사가 안에 든 마법 재료들을 확인했다.

비리마 성의 마법 상점에선 반도 팔지 못한, 손까지 내저은 흑마법 재료들이지만 과연 마탑은 달랐다.

용후로선 듣도 보도 못한, 책까지 찾아봐도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재료들까지 마법사는 전부 매각을 했다.

그 액수가 5천 골드가 넘었고, 마법사는 그 자리에서 1천 골드가 든 금화 주머니 5개를 꺼내놓았다.

용후가 5천 골드를 인벤토리에 다 담자, 마법사가 말했다.

"구매 가능한 그린 마석의 최대양은 1천 개, 블루 마석은 200개입니다. 1년을 기준으로 합니다. 단, 신분이 확실한 자에 한해서입니다."

"작위와 땅을 갖고 있습니다. 팔켄 마을의 김용후 준남작입니다."

용후가 인벤토리에서 작위증을 꺼내 보여줬다.

이번 영지 전쟁으로 얻은 땅들은 소유권 이전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 팔켄 마을을 대는 게 확인 절차가 더 빨리 끝날 것이었다.

"확인됐습니다."

"그린 마석 1천 개와 블루 마석 200개를 다 사겠습니다."

벨베른의 지하 통로에서 그린 마석과 블루 마석을 상당히 많이 얻었지만, 특히 블루 마석은 마탑이 아니면 구하기 힘드니 이왕 루물 마탑에 온 거 최대한 많이 사두는 게 좋았다.

"신분이 확실하시니, 2,000골드 이상의 소지금이 있는 것만 확인이 되면 오늘 있는 경매에도 참가할 수 있습니다."

빌로도 영지를 통째로 먹으면서 금화만 해도 20만 골드 넘게 인벤토리에 갖고 있는 용후였다. 2천 골드를 꺼내 보여 주자, 마법사가 그 자리에서 아티팩트 경매 참가증을 만들어 건넸다.

목걸이 형태의 아티팩트 경매증을 목에 건 용후가 마법사가 알려준 텔레포트 게이트로 향했다.

마법진에 마석을 갈아 끼워 넣는 식으로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텔레포트 게이트진이라든가.

월간 모험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마탑은 이 시대 마법사들이 만든 게 아닌 고대의 유물, 원래부터 마탑에 설치되어 있던 장치였다.

잠시 뒤, 텔레포트 게이트 앞에 도착한 용후가 목에 걸고 있는 경매 참가증을 마법진 옆에 서 있는 마법사에게 보였다.

"7층으로 가겠습니다."

"게이트진 위로 올라가셔서 가고자 하는 층을 마음속으로 생각하거나 말씀하시면 됩니다."

마법사가 말한 대로 용후가 텔레포트 게이트진 위로 올라가 마음 속으로 7층을 말했다. 직후, 훙! 용후의 모습이 사라졌다.

* * *

"그자로군."

"오오! 맞아, 맞아. 비리마의 영웅, 그자야!"

"빌로도 남작과의 영지 전쟁에서 승리했다지?"

"그 영지 전쟁이 벌써 끝났단 말인가?"

"빌로도 영지가 통째로 저자의 손에 들어가고, 홀더러스 남작령과 베킨 남작령 일부도 손에 넣었다더군."

"……허! 무슨 병력이 있어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런 대승을 거둔단 말인가! 유저이니 제대로 된 전술도 펼치지 못했을 텐데."

"사실이라면 당돌하고 위험한 자가 아닌가."

"하지만 저자를 어찌 비난하겠나. 비리마 남작에게 파칼 숲을 보상으로 받자, 기다렸다는 듯 빌로도 남작이 그걸 노리고 달려들었던 모양이더군. 그런데 빌로도 남작의 자식들은 모두 살려 보내주었네. 그리고 홀더러스 남작의 그 저주받은 딸을 고쳤다더군."

"상식 밖의 스킬들을 쓰고, 머리까지 비상하게 쓸 줄 아니 위험하단 것이 아닌가."

"기적의 스킬을 쓴단 소문은 들었지만, 루물 마탑의 마탑주도 풀지 못하는 저주를 무슨 수로……."

용후가 아티팩트 경매장에 들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들려온 대화 소리였다.

그러나 용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S등급 퀘스트들을 수행할 때부터 기적의 스킬에 대한 이야긴 퍼지고 있었고, 이번 영지 전쟁을 통해 자신이 미지의 스킬을 쓴단 소문은 더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숨기긴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 누구도 자신을 쉽게 넘볼 수 없고, 비밀을 대놓고 캐려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캐낸다 해도 스킬 자판기를 빼앗을 수도, 스킬을 살 수도 없다. 자신이 스킬 자판기를 더 쓰지 못하게 하려면 영지 전쟁을 걸어 팔켄 마을을 빼앗아야만 한다.

그러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번 전쟁으로, 그 누구도 자신의 땅을 쉽게 넘보려 들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다. 나는 강해졌다. 더욱, 아주 많이.

그때 경매가 시작되었다. 용후는 첫 경매부터 손을 들며 앞서 불린 가격보다 2배 더 높은 가격을 말했다.

행운 스탯이 붙은 아이템이 첫 경매부터 나온 것. 액세서리템이었고, 행운 스탯 말고도 신체 스탯은 아니나 3개의 특수 스탯을 20 이상씩 올려주기에 꼭 사고 싶었다.

"920골드."

"330골드."

"940골드."

행운 액세서리템은 흔치 않고, 카드놀이나 체스를 하는 데도 효과를 발휘하기에 귀족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용후가 또 손을 들었다.

"1,000골드."

곳곳에서 탄성이 나오며,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용후에게 쏠렸다.

금화만 해도 20만 골드가 넘게 있고, 무럭무럭 자라라 스킬로 영지의 곡식 수확률을 두 배 세 배 이상 올릴 수 있는 데다, 아직 개발을 시작하진 않았으나 광산까지 갖고 있는데 1천 골드쯤이야.

게다가 드워프들과 거래까지 튼다면 그 거래를 통해 얻는 수익도 상당할 것이다. 용후는 드워프만 찾아낸다면 그들과 거래를 틀 자신이 있었다. 기적의 스킬들을 사용해. 어떻게든.

"1,120골드! 더 없으십니까? 달빛 호수의 눈물이 김용후 준남작님께 낙찰됩니다!"

그렇게, 반지 형태의 행운템이 용후의 손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직후, 용후의 눈앞에 명성 알림창이 떴다.

생각지 못한, 150이 넘는 높은 수치였다.

경매는 계속됐다. 그리고 용후는 검과 방패, 갑옷, 액세서리 가리지 않고 계속 손을 들며 돈을 썼다.

지금 만들 수 있는 마도 마법 인형의 전투력은 하급 병사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템빨이 된다면 중급 병사 정도까지 전투력을 올릴 수 있을 터였다.

용후가 또 손을 들어 가격을 훅 올렸다. 또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그리고 낙찰이 되자 이번에도 명성 알림창이 떠올랐다.

* * *

루물 마탑에서 아티팩트 경매가 끝나면 용후는 계속 버거튼과 드워프를 찾아 이동하고, 박정석만 팔켄 마을로 보낼 생각이었다.

마도 마법 인형은 어디서든 만들 수 있고, 인형이기에 아공간 가방에 넣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마탑 밖에서 마도 마법 인형들을 만들고 경매로 얻은 장비들을 무장시켜 아공간 가방에 넣으면, 박정석 혼자 팔켄 마을에 돌아가 마을에 풀어놓으면 되었다.

그러나 경매가 끝난 뒤 용후의 생각이 바뀐 것. 생각지 못한 상당한 수치의 명성이 올랐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스킬 자판기 버튼을 또 누를 수 있어."

한 번 더에 당첨되어 버튼을 두 번이나 눌렀지만, 영지 전쟁으로 워낙 많은 명성을 얻었기에 그러고도 상당한 명성 수치가 남아 있었다.

거기에 경매장에서 얻은 명성이 더해져 한 번 더 누르는 게 가능했다. 다시 루물 마탑까지 오려면 5~6일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버거튼을 빨리 잡는 것보다 스킬 자판기의 스킬을 하나라도 더 얻는 게 훨씬 더 중요했다.

또, 자신이 직접 팔켄 마을로 가면 마도 마법 인형들을 집 안에도 넣을 수 있다.

혹 누군가 집에 들어온다면 스킬 자판기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유니크와 에픽템으로 무장한 마도 마법 인형 떼에 잡히거나 죽게 될 것이다.

팔켄 마을의 주인이 된 용후는 팔켄 마을에 걸려 있는 세이브존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용후의 소유물인 마도 마법 인형들도 그랬다. 그러니 팔켄 마을 안에선 훨씬 강한 자들도 잡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용후는 루물 마탑을 나오며 탐색 마법과 리커버리 마법 스킬을 사 익혔다.

둘 다 노멀 등급. 대단한 효과를 가지진 않았지만, 탐색 마법은 이쪽 스킬과 함께 쓰기 위해서였고, 노멀 등급이라 해도 리커버리를 받은 말들은 훨씬 더 빠르게 달렸고 그러면서도 훨씬 오래 달렸다.

그렇게 용후는 이틀 만에 다시 팔켄 마을로 돌아왔다.

"이전 소세토 유적지에서 얻은 마도 시대의 인형들입니다. 이 인형들을 영지의 치안 유지에 함께 쓰세요. 기본적인 명령은 수행할 수 있고, 중급 병사 정도의 전투력을 낼 수 있습니다."

용후가 집사로 고용한 제이번에게 말했다. 견문이 넓고 여러 경험을 한 자라 집사만이 아니라 행정관으로도 쓸 수 있었다.

치안과 함께, 흡수한 빌로도 영지와 두 남작에게 받은 땅을 안정화하는 작업을 맡긴 상태, 200기의 마도 마법 인형들이 큰 도움이 돼줄 것이다.

제이번과 헤어진 용후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 남은 마도 마법 인형 20기를 방 안에 꺼냈다.

"방으로 침입한 자들을 생포해. 생포가 힘들면 죽여도 좋아."

이 세계에선 집으로 침입한 자나 도둑을 죽이는 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은 귀족. 귀족의 집을 털려 한 도둑의 죄는 더 무거웠다.

이어 용후는 스킬 자판기에서 랜덤 버튼을 눌러 스킬을 하나 더 샀다. 두 번 더나 한 번 더는 당첨되지 않았다.

아무리 루물 마탑에서 산 행운템 3개로 행운 스탯이 더 오르고 대축복 효과가 아직 유지되고 있어도, 백 프로 당첨이 될 순 없었다.

-절대 안 열려 스킬을 얻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절대 열리지 않게 하는 락 스킬이었다. 그러나 상태창을 열어보니 자물쇠 정도가 아니었다.

문 자체가 절대 열리지도 부서지지도 않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방 안에 둔 20기의 마도 마법 인형들은 그대로 뒀다. 창문은 어린아이도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폭도 높이도 작지만, 그래도 혹 모르는 일이었다.

"절대 안 열려."

문에 스킬을 쓴 용후가 집 바로 앞에 세워둔 박정석의 마차에 탔다. 그리고 다시 팔켄 마을을 떠났다.

이쪽 스킬을 쓰자 버거튼의 방향이 조금 바뀌어 있었다. 드워프가 있는 방향과 비슷했다.

"북동쪽 방향으로 갑시다."

잘 됐다 생각하며 용후가 말했다. 박정석이 마차의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빠르게 달렸다.

며칠 뒤 박정석의 마차는 비리마 남작령을 벗어나 부르간 자작령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틀을 더 달려 부르간 성에 도착했다.

용후가 탐색 마법을 썼다. 직후 용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말했잖아. 도망가 봤자 반드시 찾아낸다고."

3개 더 늘린 행운템 덕분일까. 운이 좋았다. 버거튼만이 아니라, 어떤 드워프인진 알 길이 없지만, 드워프 한 명이 부르간 성안에 있었다.

"근데 용케 비리마 영지에서 빠져나갔군."

그러니 현상수배를 걸었어도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확실히 보통은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이쪽 스킬과 탐색 마법이 있는 한 놓칠 일은 절대 없고, 잡아서 감옥에 가두지도 않는다.

'직접, 확실히 숨통을 끊는다.'

탐색 마법을 새로 쓴 용후가 먼저 버거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점으로 들어가는 버거튼의 모습이 용후의 눈에 들어왔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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