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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87화 (87/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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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87화

"버러지 같은 놈…… 감히 날 뭘로 보고."

빌로도 남작의 성. 베킨 남작령과 홀더로스 남작령으로 전령이 달려가고, 공성전 준비가 시작된 성을 가장 높은 첨탑에서 내려다보며 빌로도 남작이 이를 뿌득 갈았다.

김용후의 병력은 생각지도 못한 많은 수가 됐지만, 그렇다 해도 성이 함락당할 일은 절대 없다.

90% 이상이 유저 용병들로, 검술을 쓰지도 않고 훈련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오합지졸들이니. 스킬의 힘은 무시할 수 없으나, 100레벨이 넘는 초고렙 유저들의 스킬이라면 몰라도 100레벨이 안 되는 유저들의 스킬에 당할 기사는 없다.

기사단을 잘 활용해 버티고 있으면 베킨 남작과 홀더러스 남작의 병력이 올 테고, 그럼 김용후의 1,200명 정도로 추정되는 병력을 잡는 건 일도 아니다.

'그래, 차라리 잘 되었다.'

전쟁이 일어난 이상 이보다 더한 명분은 없다. 파칼 숲만이 아니라 마을도 재산도, 아이템도 전부 빼앗아주마!

"……기사단을 반으로 나눠, 성을 공격하는 김용후의 용병 부대의 좌우를 치겠습니다."

기사단장 트린이 말했다. 빌로도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술이랄 게 없이 병력 수로 밀어붙이려 드는 상대에게 쓰기에 딱 좋은 전술이었다.

김용후는 이 기본적인 전술에 대한 방비조차 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공성전에 해박한 책사를 구할 시간적인 여유는 없었으니. 또, 비리마 남작의 수하가 팔켄 마을로 들어갔단 보고도 없었다.

혹, 그 많은 용병을 그 짧은 시간에 끌어모은 것처럼, 전술에 능한 자를 구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마구잡이로 끌어들인 용병 부대가 제대로 된 전술을 구사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다만 하나, 걱정되는 게 있었다.

"김용후가 쓴다는 권총은 어쩔 생각인가? 방법이 있을 테지? 기사들을 잃어선 안 될 것이야."

"물론입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김용후는 70m 내에 있는 상대에게만 권총을 쐈습니다. 그 이상 거리가 멀어지면 공격력과 명중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그 이상 거리를 유지하며 용병 부대의 좌우를 유린한다면 권총에 맞는 기사는 없을 겁니다."

"흐음…… 하나 김용후가 거리를 좁혀 잡으려 든다면?"

"김용후의 승마 기술은 대단치 않습니다. 그리고 좋은 군마를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김용후는 절대 거리를 좁혀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 말에 빌로도 남작이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창문 밖을 내려다봤다.

멀리 김용후의 용병 부대가 성을 향해 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성벽 위엔 병사들이 빽빽이 서 있고, 기사단도 성문 앞에 도열해 기사단장 트린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그 작전대로 하라."

기사단장 트린이 고개를 숙이곤 몸을 돌려 첨탑을 내려갔다.

* * *

"화살 쏴!"

"마법사들은 뭐하는 거야!"

"소용없어! 화살도 마법도 안 통해!"

용병 부대의 좌우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레벨이 100이 넘고 말의 기동력을 기가 막히게 사용하는 데다 오러 블레이드까지 쓰는 기사들의 공격에 유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화살을 쏴도 방패와 갑옷에 막혔고, 심지어 검과 창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자르거나 쳐내버리는 기사들도 있었다.

마법도 다르지 않았다. 기사들의 갑옷과 방패엔 항마력 효과가 깃들어 있었고, 마법사 유저들이 쓰는 마법의 수준이 그리 높지 못해 데미지가 들어가도 하급 포션만 마셔도 금방 치료가 이루어졌다.

"이게 기사……!"

"너무 강해! 잡을 수 없어!"

"기마술에 검술에, 완전 괴물이야! 100레벨 유저가 와도 못 잡아!"

"김용후는 뭘 하고 있는 거야!"

NPC 기사의 강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유저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NPC 기사들은 레벨이 100이 넘기에 레벨만으로도 충분히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지만, 기마술을 쓰고 전술을 구사하며 싸우는 기사들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스킬을 건 화살도, 여러 마법사가 동시에 날린 마법도 통하지 않자 결국 유저 용병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좌우 외곽만이 아니라 가운데 있는 유저들도 그 영향을 받았다. 또한, 성문을 뚫는 것도 수가 두 배가 더 많음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과연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병사들은 달라……."

"이거 정말 가능한 거야? 김용후가 완전히 말린 거 같은데."

"아무리 김용후가 대단해도, 우리하고 같은 유저야. 공성전을 잘 알고 있을 리 없어. 숫자만 믿고 온 게 틀림없어."

그렇게, 유저 용병들의 머릿속에 도망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생겨나기 시작했을 때였다. 마법이 폭발하는 소리완 다른 굉음이 울렸다.

"총성! 총성이다!"

누군가 외쳤다. 그리고 그때였다. 군마를 타고 치고 빠지는 공격을 반복하며 유저들을 도륙하던 기사 중 한 명이 갑자기 말 위에서 휘청이는가 싶더니 말에서 낙마해 바닥을 굴렀다.

구를 때마다 핏줄기가 흩뿌려지며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잠시 뒤 구르는 걸 멈춘 기사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러곤 움직이지 않았다. 기사의 몸이 피 웅덩이에 잠겨 들었다.

"주, 죽었어!"

"잡았다! 잡았어!"

"김용후가 기사를 잡았다!"

"하하!"

왼쪽 외곽에 있던 유저들이 와 하는 함성을 지르며 소리쳐댔다. 과연 김용후! 유저들의 사기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김용후는 기사들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흑마법사 벨베른을 잡고 악마까지 잡은 게 김용후! 그런 김용후가 기사를 잡지 못할 리 없다.

한편, 기사들의 표졍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김용후는 지금 100m 정도의 먼 거리에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걸까? 70m 내로만 들어가지 않으면 총에 맞지 않고, 맞는다 해도 즉사 당할 일은 없다 했는데.

"……70m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90m 이상이었습니다!"

"즉사입니다. 레이커가 죽었습니다!"

기사들의 외침에도 기사단장 트린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가 가장 당황하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 첫발에 바로 명중, 게다가 즉사라니!

'우연인가?'

우연이 아니었다. 지금 용후의 사격 스킬의 스킬 레벨은 8, 스킬 레벨이 오를 때마다 사거리와 공격력, 총알 속도, 그리고 명중률까지도 계속 퍼센티지가 오른다.

그 수치가 8레벨이 된 지금 상당했다. 그뿐 아니라, 그동안 전투 때마다 권총을 썼기에 용후의 사격 실력 자체도 올라 있었다.

70m 내라면 백발백중, 100m가 넘는 거리라 해도 백발백중까진 아니더라도 높은 명중률 보정을 받아 높은 확률로 맞출 수 있었다.

"운이 좋았을 뿐이야!"

트린이 외쳤다. 그리고 말머리를 옆으로 돌려 박차를 가했다.

"계속 작전대로 한다! 김용후와 90~100m 정도까지 거리 벌리면서 유저들 계속 잡아!"

기사들도 말머리를 돌려 트린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불안한지 고개는 계속 뒤로 돌아갔다.

그때, 김용후도 유저 용병들 속에서 달렸다. 그러나 부대 속에서 빠져나와 말을 타고 달린다 해도 절대 70m 내로 거리를 좁힐 순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또 총성이 울렸다. 기사들의 심장이 서늘해졌다. 그러나 비명을 지르며 낙마하는 기사는 없었다. 기다렸다는 듯 기사단장 트린이 외쳤다.

"하하! 봐라! 그저 운이 좋았을……!"

투앙!

또 한 번 총성이 울렸다.

투앙!

또 한 번.

직후 한 기사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러곤 말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조금 전 죽은 기사와 똑같이 피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구르다 바위에 부딪혀 솟구치더니 바닥으로 떨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바위에 부딪혀서가 아니라, 바위에 부딪히기 전에 이미 죽었던 것이다!

"……허!"

기사단장 트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황당했다. 이건 운이 아니다. 백발백중은 아니라 해도 세 발을 쏘면 한 발은 맞는 것이다! 이 거리에서도!

이 작전을 계속할 순 없었다. 기사들의 갑옷은 전부 에픽 등급, 그런데 그 갑옷을 뚫고도 100레벨이 넘는 기사들을 즉사시켜버리는 총알이라니, 자신이라 해도 맞으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트린이 작전을 변경했다.

[파므리엘, 네가 직접 가서 김용후를 잡아라.]

기사들의 몸엔 마법사가 걸어준 텔레파시 마법이 걸려 있었다. 부기사단장 파므리엘은 정반대에 있지만 김용후의 병력 수는 현재 1천여 명 남짓, 충분히 텔레파시가 닿을 터였다. 그때였다.

[알겠습니다!]

부기사단장 파므리엘도 반대편에 있는 기사들에게 일어난 일을 봐서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기사단장 트린의 지시를 바로 이해했다.

파므리엘이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유저 용병들 속으로 파고들어 유저들을 베어 넘기며 김용후를 향해 달렸다.

접근해오는 자신들을 본다면 총을 쏘겠지만, 엄폐물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총알에 맞지 않고 거리를 좁혀 근접전으로 몰고 갈 수 있다. 그러면 김용후를 잡는 건 일도 아니었다.

* * *

'그 사거리에 그 공격력이면…… 두세 명을 뚫고도 공격력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한 명만 앞에 있어도 즉사를 당하진 않겠지만, 총이라는 건 마법이나 화살과 달리 1초 간격으로 계속 공격을 할 수 있는 무기.

부기사단장 파므리엘은 그런 생각을 하며 신중히 용후에게 접근을 해갔다.

모든 권총엔 탄창이란 게 있다. 그 탄창에 채워 넣을 수 있는 총알의 수에 한계가 있고 대개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넣을 수 있는 총알의 수는 줄어든다.

정보원의 보고에 따르면 김용후의 권총에 들어가는 총알은 6발, 6발을 다 쏘게 만든 뒤 재빨리 거리를 좁혀 근접전투로 몰고 가면 된다.

탄창에 총알이 장전된 상태에선 1초 간격의 공격이 가능하지만, 탄창에 총알을 채우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니.

1발에 1초, 아니, 6발을 다 채우는데 3~4초밖에 걸리지 않아도 괜찮다. 파므리엘은 이제 막 벽을 뚫었다 해도 소드 익스퍼트 기사.

검과 방패뿐만이 아니라 몸에도 오러를 둘러쓸 수 있었다. 50m 정도 거리라면 그 시간 안에 거리를 좁히는 게 가능하다.

거리를 좁히고 나면 아무리 권총에 총알이 다 채워졌다 해도 권총 공격을 피하는 게 가능하다.

총알을 피하는 건 어렵지만, 총구를 피하는 건 가능하니.

'흥, 역시 유저로군.'

파므리엘이 거리를 좁혀가며 코웃음을 쳤다. 김용후의 행동은 전형적인 유저였다.

주위의 아군들 때문에, 기사들이 접근해오고 있는 걸 알아챘음에도 권총을 쏘지 못하고 있었다. 전쟁이다.

지휘관이라면 승리를 위해서라면 아군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유저들은 악인들과 악당들조차도 유저 특유의 무른 행동들을 하곤 했다.

파므리엘의 그 생각대로였다. 용후는 악인과 적에겐 피도 눈물도 없이 할 수 있지만 선량한 자들, 그리고 자신의 편에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접근해오는 기사와 근접전을 펼치게 된다 해도 이길 자신이 있기에 도망가지도 않고 기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총을 쏠까 말까 갈등하는 연기까지 하면서.

저 기사는 근접전으로 몰고 가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방심하고 있겠지. 그러니 더욱이 잡기 쉽다. 자동사냥과 빛의 검을 사용해.

그리고 근접전투라 해서 리볼버(+4)를 쓰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근접전에선 물론 쓰기가 어렵고 주변에 아군들도 있으니 더욱 어렵지만, 작은 틈만 내보여도 빛의 검이 아닌 리볼버(+4)로 쏴 죽이는 게 가능하다.

저 기사의 갑옷과 몸을 뚫으면 총알의 공격력은 확 줄어들 테니, 아군의 머리나 심장에 맞지만 않으면 즉사하지 않을 테고, 즉사만 당하지 않으면 쓰다듬으면 다 고쳐 스킬로 바로 치료할 수 있다.

그때였다.

일부러 용후가 날아오는 화살에 한눈을 파는 척을 하자, 기사 파므리엘이 검과 방패, 전신에 오러를 두르며 용후의 측면을 향해 돌진해 왔다.

빨랐다. 역시 파빈 이상의 실력자다! 몸에도 오러를 두를 수 있는 것만 봐도 소드 익스퍼트급!

"빛의 검(+1)! 자동사냥(+3)!"

성검 벨도렌에 눈이 시릴 정도로 새하얀 빛줄기들이 휘감기며 빛으로 이루어진 검강이 둘리고, 용후의 몸이 순간적으로 검술을 펼쳐 기사 파므리엘의 오러 블레이드 공격을 막아냈다.

카앙!

굉음이 터지며 푸른 오러 블레이드와 새하얀 빛의 검의 파편들이 튀어 올라 불티처럼 흩어졌다.

기사 파므리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드 익스퍼트 기사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낼 수 있는 건 똑같은 소드 익스퍼트 기사의 오러 블레이드뿐이다. 대체 어떻게!

몇 번 더 검과 검이 부딪쳤지만…….

'버틴다?!'

김용후의 새하얀 빛을 내는 오러 블레이드는 깨져 흩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움직임은 뭐란 말인가!

자신의 검술에 뒤지지 않는 고강한 검술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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