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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83화 (8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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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83화

"대단하십니다."

"모두가 물러서지 않고 싸운 덕분입니다."

그러나 용후의 그 말에 발렌티는 동의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용후가 결계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후퇴하자 발렌티를 설득하고 외쳐댔기 때문.

발렌티가 아니었다면, 그녀를 빼곤 누구도 지금 이곳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분위기를 읽은 용후가,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지 대충 짐작을 했다. 그러나 이들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상대는 중급 악마였다.

본래 힘을 갖고 소환되진 못했다 해도, 그럼에도 악마의 힘은 인간의 힘으론 어쩌기 힘든 재앙이었다.

어떤 상황이 펼쳐졌건, 어쨌든 도망가지 않고 결계 안에 남아 있었으니 격려와 퀘스트 클리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벨베른과 악마를 잡아냈습니다. 여러분은 영웅입니다. 벨베른과 악마를 잡은 보상은, 퀘스트의 활약도에 따라 확실히 주어질 겁니다."

파티원들의 얼굴이 조금씩 풀어졌다. 후퇴하자 외쳐대긴 했지만, 그래도 그 전까진 악마와 맞서 싸웠기에 다들 활약도 수치가 높았다.

그때 용후의 눈앞에 호감도 알림창들이 줄줄이 떴다.

다들 인정하고 있었다. 김용후가 아니었다면 벨베른을 잡지도, 더욱이 악마를 잡지 못했을 거라는 걸.

게다가 어떤 상황이 펼쳐졌는지 대충 짐작을 했을 텐데도, 추켜 세워주는 대인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듣던 소문 그대로, 아니 그 이상이었다.

"결계 밖도 거의 정리가 됐을 겁니다."

토벌대가 잘 싸워서가 아니라 언데드 오브를 작동시켜놨기 때문.

결계로 오는 길에 본 언데드들은 빠른 속도로 동굴 쪽으로 달려가고들 있었다.

지금쯤이면 대부분의 언데드들이 언데드 오브 속으로 들어갔을 터다. 그러니 이들이 결계 밖으로 나가 또 전투를 할 필요는 없었다.

할 수 있다 해도 용후는 그런 지시를 내릴 생각이 없었다.

언데드 오브는 아티팩트. 벨베른이 아니더라도, 흑마법을 다루지 못해도 쓸 수 있다.

금지된 술법인 언데드를 비리마의 영웅이자 세히브교의 신실한 신도인 자신이 대놓고 부릴 순 없지만, 그래도 갖고 있으면 쓸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때…….

쿠구궁!

결계가 흔들렸다. 벨베른이 죽고 악마가 소멸하자 제단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위험하니 나가죠. 부상자들도 있으니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 산맥을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용후가 결계를 열었고, 토벌대들이 결계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결계의 문 앞에 멈춰선 발렌티가 용후의 옆구리 쪽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상처는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퀘스트 클리어로 암흑마력 저항력이 더 높아진 덕분입니다."

발렌티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아무리 암흑마력 저항력을 갖고 있다 해도, 자신이 힐을 두 번이나 줬다 해도, 재생력 스탯이나 스킬을 갖고 있다 해도 이렇게 빨리 상처가 아물 순 없다.

악마의 팔에 옆구리를 관통당했으니.

암흑마력 저항력이 워낙 높기도 했지만, 육체개조 비약으로 강인해진 몸과 그로 인해 얻게 된 재생력 덕분이었다.

재생력 스탯이나 스킬과 달리, 육체가 가진 재생력이기에 신체 스탯이 올라 몸이 강해지면 그만큼 재생력도 강해져 갔다.

발렌티는 상식을 넘는 능력들을 너무 많이 갖고 있는 용후가 이상함을 넘어 수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발렌티는 용후를 추궁하지 않았다. 지금 발렌티가 용후에게 갖고 있는 호감도는 1,000이 넘었다.

그 높은 호감도까지 더해져, 발렌티는 용후에게 존경의 감정마저 느꼈다.

그리고…….

'김용후가 금단의 술법에 손을 댄 게 아닌 건 확실해. 김용후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신성력에 가까워.'

이건 확실했다.

일단은, 모른 척하기로 했다. 김용후의 비밀을 찾아 밝혀내지 않기로 했다. 그래야 한단 생각이 마치 계시처럼 강하게 들었다.

발렌티가 결계 밖으로 나갔고, 용후는 발렌티의 뒤를 따라가는 척하다가 제단 쪽으로 갔다.

"이쯤일 텐데."

벨베른의 상태창이 바닥에 달라붙듯 내려간 곳이 제단의 뒤, 이쯤이었다.

용후가 손으로 바닥을 더듬었다. 그때 바닥에 마법진이 새겨졌다. 그리고 바닥이 저절로 열렸다. 그 밑에 계단이 있었다. 용후가 밑으로 내려갔다.

이 비밀통로를 통해 결계를 나갈 순 없었다. 그러나 계단을 내려가 결계의 경계 부분까진 갈 수 있었다.

석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길을 조금 걷자 좌우로 방이 몇 개 있었다. 문은 달려 있지 않았다.

용후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하하!"

방 안 한쪽 구석에 그린 마석과 블루 마석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수백 개.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용후가 아공간 가방을 꺼내 그린 마석과 블루 마석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맞은편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엔 큼지막한 상자가 7개 정도 놓여 있고, 그 안에 금화가 가득가득 들어 있었다.

공간이 부족해 바닥에 흘러내려 쌓여 있을 정도. 금화도 전부 아공간 가방에 쓸어 담았다.

-30,273골드를 얻었습니다

다른 방엔 마법 재료들이 쌓여 있었다.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진 건진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결코 작은 액수는 아닐 것이다.

마법 재료들도 아공간 가방 안에 전부 넣었다. 마탑에 가면 팔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벨베른을 잡는 퀘스트를 한 걸 알 테니, 흑마법에 사용되는 재료라 해도 팔 수 있다.

다른 방들에도 마법 재료들이 쌓여 있었다. 다 챙긴 용후가 서둘러 지하 통로를 빠져나와 무너지기 시작한 결계를 빠져나갔다.

* * *

언데드들은 전부 언데드 오브 속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췄고, 제단이 붕괴되고 악마를 잃어 암흑마력을 쓸 수 없게 된 악마교의 신도들은 간단히 제압됐다.

그리고 몇 명을 생포하는 데도 성공했다.

발렌티가 생포한 자들을 심문해 단 2시간여 만에 악마교의 본거지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전투가 불가능할 정도로 부상을 입은 부상자들은 비리마 성으로 후송됐고, 병력이 1/3로 줄었지만 그럼에도 결코 적지 않은 병력이었기에 토벌대는 바로 악마교의 본거지가 있는 고엘 마을이란 곳으로 향했다.

바트리칸 산맥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마을로, 그 마을의 주민 전원이 악마교 신도들이었고, 마을 지하엔 교단과 제단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본거지의 신도들도 전부 암흑마력을 쓸 수 없게 된 상태, 게다가 기습 공격을 했기에 소탕은 간단히 끝이 났다.

그리고 악마교의 교주를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비리마 성의 교회로 끌려간 뒤 교황청으로 압송, 왕도의 중앙 광장에서 공개적인 참수가 행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악마교 소탕의 일등공신인 용후의 이름이 왕도에도 퍼지게 될 것이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전 스탯이 5 오릅니다

-2,000골드를 얻었습니다

-파칼 숲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비리마 성으로 복귀하는 길, 용후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성검의 스펙이 어마어마했다. 공격력은 최상급의 에픽 등급 수준이고, 암흑마력과 신성력 스탯을 200씩 증가시키는 옵션이 붙어 있었다.

스킬 자판기에서 신성술 스킬을 얻게 되면, 그 신성술 스킬의 효과가 더욱 대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파칼 숲에 광산이 있다."

용후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게 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파칼 숲을 얻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리젠이 되는 몬스터들로 가득 차 있어, 개간은 힘들지만, 땅은 권력이 된다.

사람이 살 순 없는 숲이라 해도 땅이 커지면 커질수록 권력도 그만큼 늘어난다. 그런데 광산까지 있는 숲! 웬만한 귀족에 버금가는 재화를 손에 넣게 된 셈이다.

하지만 그 광산을 개발하기 전에 해결해야 될 일들이 있다. 세 귀족이 파칼 숲의 광산을 포기하게 만들어야 하고, 비리마 남작이 과연 파칼 숲에 광산이 있었다는 걸 알고도 그냥 넘어갈 줄지도 걱정.

'더 힘을 길러야 돼.'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일단은…….'

광산은 그대로 두고 세 귀족을 막고 포기시키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비리마 남작이나 헨슬런 백작에 비하면 재력도 병력도 별거 아니지만, 그래도 기사단과 수백의 병사를 거느린 자들.

그것도 세 귀족이 연합까지 하고 있다.

용후는 비리마 성으로 돌아가는 내내 어떻게 맞설 것인지 방법을 강구했다.

나흘 뒤.

토벌대가 비리마 성에 도착했다.

먼저 소식을 전해 들은 비리마 성의 병사들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토벌대를 환영했다.

토벌대가 그 환대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도록 토벌대의 맨 선두에 선 용후는 말을 천천히 몰았다.

꽤 긴 시간에 걸쳐 대로를 따라 이동, 내성에 들어간 뒤엔 좀 더 속도를 내 연병장으로 들어갔다.

병력이 전부 연병장에 들어오자, 용후가 말에서 내려 강단에 올랐다.

"다들 수고가 많았습니다. 악마를 소환하려 한 흑마법사를 잡고, 소환된 악마를 신으로 세워 세상을 악으로 뒤덮으려 한 이교를 물리쳤습니다. 여러분은 영웅입니다! 이제 여러분이 해낸 업적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또한, 부상을 입은 분들에겐 완치가 될 때까지 교회 차원의 치료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약속드립니다. 부상을 당한 분들은 반드시 치료가 될 겁니다."

부상자들의 얼굴이 풀어졌다.

'김용후의 말이라면…….'

그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또 한 번 전설을 만들었다. 중급 악마를 혼자 잡아냈단 말도 들렸다. 교황청도 잡지 못해 애를 먹던 악마교까지 뿌리 뽑았다.

그리고, 성으로 복귀하는 내내 토벌대의 장비를 수리해 줬다. 봐도 봐도 기적이라고 밖엔 할 수 없는 스킬! 김용후에겐 뭔가가 더 있다.

그가 완치가 될 거라 말했으니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근거 없는, 자신 없는 말을 함부로 하는 자가 아니었다.

용후에게 매달리는 자 없이 토벌대가 해산됐고, 용후는 대기하고 있던 행정관을 따라 영주의 집무실로 향했다.

잠시 뒤.

집무실로 들어가자 비리마 남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을 벌리며 다가와 용후를 안기까지 하며 반겼다.

"어서 오게, 비리마의 영웅이여!"

* * *

"약속한 대로 파칼 숲을 팔겠네."

벨베른과 악마교 토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비리마 남작이 먼저 파칼 숲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퀘스트에 보상으로 올리고, 용후가 퀘스트를 클리어한 순간 비리마 남작은 파칼 숲을 팔지 않을 수 없었다.

팔고 싶지 않다거나, 팔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 같은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었다.

마법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힘.

퀘스트의 힘에 엮이면, 그 힘에 거부할 수 없었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비리마 남작은 약속을 어기는 자가 아니었다.

"살 수 있겠나?"

"살 수 있습니다."

퀘스트에 파칼 숲을 보상으로 올릴 때 비리마 남작이 설정한 파칼 숲의 가격은 팔켄 마을의 10배가 훌쩍 넘었다.

그러나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었다. 숲의 면적이 팔켄 마을의 5배가 넘고, 숲에서 나오는 약초와 마법 재료로 쓰이는 식물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도 비리마 남작의 입장에선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겠지만 결코 적지 않았다.

평생 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돈을 얼마를 더 준다 해도 팔지 않을 숲.

그러나 비리마 남작이 벨베른과 악마교 토벌을 통해 얻은 이득도 상당한 만큼 비리마 남작은 팔켄 숲을 파는 걸 전혀 아깝게 느끼지 않았다.

곧 그토록 바라던 승작을 할 수 있게 될 테니. 헨슬런 백작을 넘어, 남부의 패자도 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파칼 숲에 광산이 있단 걸 알게 된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피차 서로를 이용하는 사이, 용후는 그 사실을 말할 생각이 없었다.

-파칼 숲을 얻었습니다

-파칼 숲의 주인이 됩니다

"사귀는 사람은 있는가?"

계약서 작성이 끝나자, 갑자기 비리마 남작이 화제를 확 바꿨다.

"유저들은 연애에 관심이 많고 열정적이라 들었네. 자네도 좋은 나이가 아닌가. 능력도 있고, 연인이 있을 법도 한데…… 어떤가?"

"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어 용후가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아직 혼약을 하지 않은 딱 좋은 나이의 딸이 있네. 용후 자네와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생각해 보니 그리 놀랄 만한 제안은 아니었다. 비리마 남작에겐 자식들이 많았다.

그 많은 자식 중 한 명, 그러나 자신의 가치를 아주 높게 보고 있단 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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