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스킬 자판기-81화 (81/153)

# 81

기적의 스킬 자판기 081화

빛의 검에 구울과 스켈레톤들뿐 아니라 듀라한과 데스나이트들도 무 썰리 듯 썰려 나갔다.

핵을 파괴하지 않으면 듀라한과 데스나이트들은 금방 복구가 돼버리지만, 용후의 목적은 벨베른을 따라잡는 것, 앞을 막는 언데드들을 뚫고 나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랬기에 듀라한과 데스나이트들이 몸을 복구했을 땐, 용후는 이미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멀리 가 있었다.

그렇게 용후는 금방 벨베른의 상태창을 따라잡았다. 그런데 걱정되는 게 있었다.

벨베른이 지상으로 올라오지 않을 경우였다. 지하의 비밀 공간에서 악마가 결계로 들어온 토벌대를 처리할 때까지 기다리려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 지하 공간을 지금 찾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아공간에 든 현자의 돌의 파편에 락이 걸려 있는 걸 보면, 절대 그 비밀 공간에 있진 못해.'

벨베른 정도 되는 마법사가 자신의 아공간에 이질적인 기운이 침투했단 걸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현자의 돌의 파편에 걸린 락을 보며 온갖 생각과 추측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불안해질 것이다. 비밀 공간을 통해 이동하던 중 아공간에 외부의 힘이 침투해 마법 또는 스킬이 걸렸다는 건, 비밀 공간이 비밀 공간이 아니게 됐다는 뜻이 되니.

절대 그 비밀 공간에 계속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때였다.

바닥에 붙어 이동하던 벨베른의 상태창이 위로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단 뜻이었다. 그때, 용후의 눈에 동굴이 보였다.

결계에 만들어둔 비밀 통로가 저 동굴과 이어져 있는 게 틀림없다. 용후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동굴, 그러나 빛까지 내고 있는 벨베른의 상태창은 똑똑히 보였다.

용후도 벨베른도 계속 이동하고 있기에 벨베른의 상태창과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100m 정도까지 거리가 좁혀졌을 때 용후가 리볼버(+4)를 꺼냈다. 그리고 더 들어가지 않고 멈춰 섰다.

상태창은 유저도 NPC도 정수리 위에 떠오른다. 그러니 상태창을 통해 어디쯤이 머리고 어디쯤이 심장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거기다 용후는 벨베른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러니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머리도 심장도 정확히 겨눌 수 있었다.

'단 일격에 잡아주마.'

실드를 몸에 둘렀다 해도 실드도 박살 내는 게 리볼버(+4)다. 혹 벨베른을 총알 한 발에 잡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

그럼 두 발 세 발을 쏘면 된다. 제아무리 대단한 마법사라 해도 마법을 쓰는 속도가 총알보다 빠를 순 없으니.

몸을 움직여 피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70m 내로 들어오면 그땐 절대 피할 수 없다.

벨베른의 상태창이 70m 거리 내로 들어왔다. 용후가 벨베른의 머리가 있다 추정되는 곳을 겨눴다.

'좀 더.'

벨베른은 자신을 눈치챈 기미가 없었다. 좀 더 참았다. 거리가 50m까지 좁혀졌다. 용후가 리볼버(+4)의 방아쇠를 당겼다.

투앙!

쩡!

"……컥!"

실드가 깨지는 소리에 이어 벨베른의 외마디 비명이 터졌다. 그리고 이어 힘이 완전히 풀린 사람이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직후 벨베른의 상태창이 사라졌다. 한 발을 더 쏘려던 용후가 손을 멈췄다. 상태창엔 절대 속임수를 부릴 수 없었다. 확실히 죽은 것이다.

-현자의 돌의 파편을 얻었습니다

-그 템 내 거 스킬이 4LV이 됩니다

-사격 스킬이 8LV이 됩니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

갑자기 벨베른의 상태창이 다시 생겨났다. 뭐야! 용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태창이 다시 생겨났다는 건, 벨베른이 살아났단 뜻이었다. 사실은 죽지 않았던 게 아니다. 상태창은 확실히 사라졌으니. 죽었다가 부활한 것이다.

뭐지?

* * *

'유저였나?!'

그러나, 유저라 해도 정해진 부활 장소에서 부활하지, 죽은 장소에서 부활이 되진 않는다. 그 누구도.

'아아…… 그런가.'

벨베른은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 언젠가 본 어떤 책에서 악마와 계약한 자는 악마에게 목숨을 몇 개 더 얻게 된단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믿지 않았다. 악마는 초월자지만, 신은 아니니, 목숨을 2개 3개를 주진 못할 거라 생각했다.

또 혹 살려낸다 해도 산 자가 아닌 언데드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벨베른의 상태창엔 변화가 없었다. 언데드가 아니었다. 정말 부활한 것이다.

벨베른이 소환한 악마는 중급 악마 중에서 최상위에 속한 악마일 것이다.

그러니 벨베른은 악마의 힘이 반 토막이 났음에도, 자신이 돕지 않아도 악마의 힘만으로도 토벌대를 잡아낼 수 있다 확신한 것이다.

'빨리 돌아가야 돼.'

결계에 있는 자들은 절대 오래 버티지 못한다. 10분도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

전부 교회와 비리마 남작에게 중요한 전력들, 그들이 전멸하면 벨베른을 잡아도 그건 퀘스트가 클리어됐다 할 수 없게 된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을 믿어준 그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다. 다 같이 살아서 이 퀘스트를 클리어한다! 용후가 되살아난 벨베른의 머리를 겨냥해 리볼버(+4)를 쐈다.

투앙!

그런데 그때, 벨베른의 상태창이 사라졌다. 벨베른의 몸이 사라졌단 뜻이었다.

'순간이동!'

그러나 텔레포트일 리는 없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블링크일 것이다.

용후가 눈을 빠르게 주위로 돌렸다. 직후, 벨베른의 상태창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벨베른의 상태창 앞에서 막대한 기운이 소용돌이치는 게 느껴졌다.

고농도의 암흑마력이었다. 그 암흑마력들이 긴 창으로 변했다. 그리고 앞으로 쏘아졌다.

용후가 옆으로 몸을 던졌다.

쩡! 쩌엉! 쩡!

바닥에서 한 바퀴를 구르며 몸을 일으킨 용후가 앞에 보이는 바위로 내달렸다.

머릿속이 조금 전보다 맑아졌다. 진정하자. 아무리 대단한 악마와 계약을 맺었어도 무한히 부활하진 못한다.

앞으로 한 번, 많아야 두 번 더 부활할 수 있을 뿐. 리볼버와 자동사냥, 빛의 검을 쓰면 몇 번 더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

일단…….

"그 템 내 거!"

그 템 내 거의 스킬 레벨이 레벨업 되며 쿨타임이 복구된 상태, 용후가 벨베른의 인벤토리 속 '언데드 오브'란 아이템을 찍었다.

순전히 감. 이 아이템이 가장 쓸모 있게 쓰이게 될 거라는.

"빌어먹을 놈! 무슨 개수작이냐!"

아공간으로 침투해 들어온 미지의 힘을 느꼈는지 벨베른이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그 목소리엔 떨림도 섞여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정체조차 파악되지 않는 스킬에 계속 당하니 열이 뻗치는 것뿐 아니라 두려움이 들 수밖에.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그때, 용후의 머리 위에서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검은 연기를 뿌리는 검은 창들이 쏟아졌다.

화살보다 더 빠른 속도! 그러나 80레벨대의 스탯 수치를 가진 용후가 피하지 못할 정돈 아니었다. 창 몇 개가 도중에 방향을 꺾어 바닥과 수평으로 날며 날아들었지만…….

"빛의 검!"

검날에 빛의 검을 두르며 휘둘렀다.

쩌엉!

반으로 잘린 다크 스피어가 암흑마력을 사방으로 흩뿌리며 사라졌다. 이어 뒤따라 날아온 다크 스피어들도 잘라 흩어낸 용후가, 벨베른을 향해 리볼버(+4)의 방아쇠를 연달아 당겼다.

투앙! 투앙투앙! 투앙!

그러나 벨베른은 블링크를 쓰며 총알을 전부 피해냈다. 용후가 벨베른을 향해 달리며 자동사냥 스킬을 썼다. 달리는 속도가 훅 빨라졌다.

벨베른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리고 다시 블링크를 썼다. 용후가 휘두른 빛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그 즉시 방향을 틀어 벨베른이 이동한 곳을 향해 다시 달렸다. 그러면서…….

'염력!'

인벤토리창 안에서 총알을 꺼냈다. 그리고 왼손에 쥐고 있는 리볼버(+4)의 탄창을 열고 총알을 탄창 안에 채워 넣었다.

그때 언데드들이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구울과 스켈레톤, 폭탄 구울들이었다.

그러나 숲의 언데드들과 비교해 움직임이 훨씬 둔했다. 용후가 금방 조준을 끝났다.

투앙!

콰아앙!

폭탄 구울의 머리가 터지며 퍼진 불꽃이 주위에 있던 언데드들을 전부 집어삼켰다.

용후가 계속 달렸다. 조금 옅어지기 시작한 불꽃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더 가속, 단숨에 불꽃을 뚫고 나와 벨베른에게 빛의 검을 휘둘렀다.

훙!

블링크를 또 쓸 수 없는 상태인지 벨베른이 실드를 만들어냈지만, 빛의 검에 간단히 뚫렸다.

쩌엉!

"……크아악!"

팔이 잘려나간 벨베른이 비명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때, 블링크의 쿨타임이 끝났는지 벨베른의 모습이 사라졌다.

용후의 몸이 다시 홱 몸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직후 용후의 눈이 커졌다.

벨베른의 몸이 갑자기 팽창하고 몸속의 암흑마력이 폭주하듯 날뛰는 게 느껴졌다.

'마인환?!'

벨베른이 마인환을 먹은 듯했다. 그렇다면 여분의 목숨은 더 없단 뜻, 그러나 벨베른의 기운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전 강영재가 마인환을 먹었을 때와 달랐다. 몸속에 암흑마력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고, 잘 다룰 수도 있기 때문일 터였다.

-크허어어어엉!

벨베른이 몬스터 같은 모습이 되어 몬스터 같은 포효를 터뜨렸다.

* * *

순식간이었다.

몸집이 두 배 이상 커진 벨베른이 팔을 허공에 휘둘렀다.

순식간에 암흑마력들이 뭉쳐 들며, 무수히 많은 다크 스피어들이 용후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동시에 벨베른이 벽으로 튀어 올라, 벽을 타고 짐승처럼 발과 손을 다 써 용후를 향해 내달렸다.

투앙! 투앙투앙!

용후의 몸이 벨베른을 향해 리볼버(+4)를 연달아 쐈다. 가까운 거리, 그리고 덩치가 더 커진 만큼 맞추는 건 쉬웠다. 그러나 벨베른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반대쪽 벽!

용후의 몸이 재빨리 그쪽으로 리볼버(+4)의 총구를 돌려 남은 총알을 다 쐈다. 그러나 이번에도 벨베른의 모습은 사라졌다.

-크허어어엉!

천장이었다.

벨베른이 천장을 박차며 용후를 향해 쇄도했다. 용후의 몸이 몸을 바짝 낮췄다. 그리고 옆으로 달리며 빛의 검을 휘둘렀다.

캉!

손끝이 창처럼 변하고 암흑마력을 강기처럼 두른 벨베른의 팔 공격을 쳐낸 용후의 몸이, 빛의 검을 더 빠르게 휘두르며 다크 스피어들을 자르고 쳐냈다.

그러나 조금 전의 다크 스피어와 달랐다. 빛의 검에 잘린 다크 스피어들이 폭발을 일으켰다.

쾅! 콰콰쾅! 콰쾅! 쾅!

서로 휘감기며 일대를 꽉 뒤덮은 검은 불꽃이 용후의 몸을 집어삼켰다. 그러나 그때, 용후의 몸이 검은 불꽃 속에서 튀어나왔다.

거의 동시에 허공에서 중급 포션과 총알들이 빠져나왔다.

중급 포션의 코르크 마개가 따지고 용후의 몸 곳곳에 난 상처들에 부어졌다.

총알들은 리볼버(+4)의 탄창으로 속속 들어갔다. 그리고 장전! 이 모든 게 3~4초 만에 이루어졌다.

용후의 몸이 다시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불꽃을 향해 달렸다. 벨베른이 불꽃 속에서 튀어나왔다.

용후의 몸이 더 가속했다. 그러면서 리볼버(+4)의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 6발을 전부 쐈다. 용후가 컨트롤을 한 게 아니었다. 자동사냥 스킬의 판단이었다.

투아아아앙!

리볼버(+4)의 총구에서 불꽃과 굉음이 터졌다. 벨베른이 비명을 터뜨렸다.

그러나 비명은 중간에 뚝 끊겼다. 벨베른의 머리와 상체 일부가 터져나갔기 때문이었다.

-키헤에에에엑!

바로 재생이 이루어지며 벨베른의 입에서 괴성이 터졌다. 그러나 인중 위로는 재생이 되지 않은 상황, 벨베른이 허공으로 아무렇게나 팔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마법 시전 없이 암흑마력들이 뭉쳐져 수십 개의 다크 스피어들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용후는 벨베른의 앞에 없었다.

뒤로 돌아 들어간 용후의 몸이 벨베른의 허리로 빛의 검을 휘둘렀다. 직후 벨베른이 사라졌다.

그러나 바닥과 벽에 검은 피가 쏟아지고 튀었다. 허리를 양단하진 못했지만, 베는 데 성공한 것이다!

철컥!

용후가 염력을 써 총알을 넣다 말고 탄창을 장전했다. 3발. 그러나 3발이면 충분하다.

용후의 몸이 리볼버(+4)를 50m 앞에서 나타난 벨베른을 향해 쏘며 앞으로 달렸다.

-……크허어어엉!

가슴과 복부가 뚫린 벨베른이 대량의 피를 쏟으며 포효를 터뜨렸다. 그 사이 거리를 좁힌 용후의 몸이 아까 벤 허리의 반대편으로 빛의 검을 휘둘렀다.

촤악!

허리가 완전히 잘린 벨베른의 몸이 둘로 나뉘어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어 빛의 검이 벨베른의 가슴을 찔렀다.

암흑마력이 한순간에 구심점을 잃고 빠르게 흩어져갔다.

-키헤에에에에엑!

용후의 몸이 한 번 더 빛의 검을 휘둘렀다. 목이었다. 목이 잘리자 벨베른의 비명이 뚝 그치며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죽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엔 부활하지 않았다.

-언데드 오브를 얻었습니다

-벨베른의 로브를 얻었습니다

언데드 오브는 그 템 내 거 스킬로 드랍된 것이고, 벨베른의 로브는 그냥 드랍된 거였다. 용후가 언데드 오브를 꺼내 상태창을 열었다.

"역시."

추측했던 대로였다. 악마가 만든 듀라한과 데스나이트들까진 아니지만, 바트리칸 산맥에 있는 언데드들은 이 오브에서 나왔고, 또 반은 이 오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용후가 언데드 오브를 들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오브를 작동시켜 바닥에 놨다.

이대로 두면 바트리칸 산맥에 퍼져 있는 언데드들이 전부 이 오브 안으로 스스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언데드들을 다 잡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럼 토벌대의 피해가 훨씬 줄어들 게 된다.

그럼…….

"남은 건 결계 속의 악마."

용후가 벨베른의 결계를 향해 달렸다. 달리며 현자의 돌의 파편을 꺼내 뭐든 다 만들어 스킬을 썼다.

현자의 돌의 파편이 빛을 내며 현자의 강화석으로 변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