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스킬 자판기-80화 (80/153)

# 80

기적의 스킬 자판기 080화

주변의 언데드들을 다 정리한 기사들과 성기사들이 용후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원래는 다른 곳에서 싸우고 있어야 할 자들, 용후가 데려온 것이었다.

기사 둘은 오러 블레이드를 쓸 수 있는 소드 레귤러였고, 성기사들도 검과 방패에 신성술을 두를 수 있었다.

그리고 사제들은 셋, 셋 다 중급 사제였다. 거기에 파빈과 이단 심문관 발렌티, 그리고 자신, 용후는 이렇게 파티를 짜 결계로 들어가 악마와 벨베른을 잡을 생각이었다.

발렌티와 똑같이, 토벌대를 전부 이끌고 결계로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판단해서였다.

그렇게 하다간 토벌대 병력을 절반 이상 잃게 될 수도 있었다. 퀘스트 클리어도 중요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했다.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교회와 비리마 남작의 병력이니.

"이 파티로 벨베른의 결계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 수로 잡을 수 있겠습니까?"

파빈이었다.

용후가 가진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가 그였다. 그리고 이단 심문관 발렌티와 같은 분대에서 행동하며 발렌티가 가진 힘도 잘 알게 됐다.

바트리칸 산맥에 가득찬 암흑마력 때문에 본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그녀지만, 그럼에도 권능 하나하나의 위력은 대단했다.

메이스와 방패를 사용한 전투술 또한 경지가 높았다.

그리고 다른 기사와 성기사들도 오러 블레이드를 쓰고, 공격과 방어에 신성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자들.

막강한 전력이다.

그래도 상대는 중급 악마. 본래의 힘을 절반밖에 발휘하지 못한다 해도, 그럼에도 초월적인 존재다.

잡으려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소드마스터나 4서클 5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의 힘이 필요하다.

발렌티의 권능도, 성기사들의 신성력 공격도, 기사들의 오러 블레이드도 통하긴 하겠지만, 과연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지 파빈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김용후도 마찬가지. 빛의 검이란 오러 블레이드 같은 스킬을 갖고 있지만, 딱 자신의 오러 블레이드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했다.

"단지 토벌대의 피해가 너무 커지는 걸 우려해 바꾼 작전이 아닙니다. 악마는 제가 잡습니다. 여러분은 절 보조해 주는 역할이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김용후의 얼굴에 확신이 담겨 있었다. 김용후와 처음 함께 하는 퀘스트였다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파빈은 용후가 어떤 자인지 충분히 겪었고, 큰 성공도 경험했다. 그리고 큰 보상도 받았다.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뭔가 믿는 게 있단 거였다.

"용후 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파빈의 그 말에 다른 기사들도 조금 주저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총지휘관의 명령, 그리고 상급자인 파빈도 따르겠다는데 반대를 할 순 없었다.

발렌티도 동의했다. 그 영향인지 사제와 성기사 중에도 반대하는 자는 없었다. 발렌티가 그들의 상급자는 아니지만, 악마를 잡는 일에서 물러선다면 그건 이단 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기사 넷, 성기사 셋, 사제 셋, 이단 심문관 발렌티와 용후로 이루어진 파티가 벨베른의 결계를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 * *

결계가 가까워지고 암흑마력의 농도가 더욱 짙어지자 파티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눈에 공포심이 담기는 자들도 있었다.

유저들과 달리 한 번 죽으면 끝인 NPC들. 게다가 작은 상처만 입어도 치료가 되지 않으니 두려움이 들 수밖에. 그건 죽어도 부활하는 유저인 용후도 마찬가지였다.

기억을 잃는 것도 두려운데, 자칫 잘못되면 자신이란 존재가 영원히 사라져버린다는 공포는 얼마나 두려울까.

용후는 충분히 이해가 됐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그들의 사정을 생각해줄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더 강해지고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면, 그래서 더 안전해질 수 있다면 용후는 다른 자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죽도록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누구 한 명 죽지 않고 벨베른과 악마를 잡는 게 훨씬 더 많은 명성과 이득을 얻을 수 있으니.

용후는 누구 한 명 죽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과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자신에겐 기적의 스킬들이 있다. 또, 그 스킬들을 열심히 써 스킬업을 통해 강화시켰고, 현자의 돌의 파편까지 사용해 스킬의 본질마저도 강화했다.

그리고 그 스킬들로 지금까지 많은 걸 이겨내고 해결하고 성공시켰다.

이번에도 해낸다.

"데스나이트입니다!"

"폭탄 구울들도 몰려옵니다!"

벨베른의 결계가 보이기 시작한 지점이었다. 전신에 암흑마력을 휘감고 있는 데스나이트가 수많은 언데드와 폭탄 구울들을 이끌고 달려왔다.

"폭탄 구울들부터 잡으세요!"

용후가 외치며 리볼버(+4)를 정면에서 달려오는 데스나이트를 향해 겨눴다.

콰쾅!

번개가 치며 사람 몸통만 한 낙뢰가 한 폭탄 구울의 머리로 떨어졌다. 발렌티의 권능이었다.

폭탄 구울의 몸이 반으로 잘리며 폭발했고, 불꽃과 뇌전 줄기들이 사방으로 퍼져 주변에 있던 언데드들을 태우고 녹였다.

다른 곳에서도 발렌티의 낙뢰 정도 크긴 아니지만, 뇌전이 떨어지면 폭탄 구울들을 폭발시켰다.

성기사들이 쓴 권능이었다. 발렌티의 여신의 신벌에 비할 위력은 아니지만, 폭탄 구울들을 폭발시키기엔 충분했다.

그때, 용후가 리볼버(+4)의 방아쇠를 연달아 당겼다. 데스나이트가 50m 내로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

투앙! 투앙!

-키헥, 킥!

한 발 한 발 900이 넘는 공격력을 가진 총알! 데스나이트의 갑옷과 뼈가 퍽퍽 터져나갔다.

그러나 그 정도로 움직임을 멈추진 않았다. 뼈가 부서지고 있으니 데미지가 들어가진 했지만, 속이 텅 비어 있어 900의 공격력이 다 들어가진 못했다.

용후는 리볼버(+4)를 계속 쐈다. 세 발을 더 쐈을 때였다. 데스나이트의 갑옷과 뼈가 전부 조각조각 터져나가며 암흑마력이 사방으로 화악 퍼져 흩어졌다.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진 뼛조각들이 타들어 가며 재로 변해갔다. 리볼버(+4)의 총알이 핵에 명중해서였다.

투앙!

콰아앙!

남은 한 발을 폭탄 구울에게 쏜 용후가 바로 탄창을 열어 탄피를 쏟아내고 총알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폭탄 구울들만 찾아 다시 리볼버(+4)를 쐈다.

폭탄 구울들을 터뜨리는 것만으로도 언데드들의 수가 확확 줄어들었다.

"발렌티 님, 성역화를 부탁드립니다."

결계 앞에서 용후가 말했다.

발렌티가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용후를 봤다. 성역 권능은 일정 구역을 성역화시켜 부정한 존재들을 막는 권능. 이곳에 성역을 만들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식사를 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예?"

던전밥 스킬을 사용, 삼각 미노타우로스의 고기로 스튜를 만들 생각이었다.

20분 내로 만들 수 있고, 먹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30분 정도라면, 듀라한과 데스나이트들까지 몰려와도 발렌티의 성역은 그 정도 시간은 충분히 버텨줄 것이다.

"아주 뛰어난 버프 효과를 가진 요리 스킬입니다.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나 용후의 그 말에도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단 표정들이었다.

요리 스킬의 스킬 레벨이 높으면 제법 상당한 버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래봐야 전투력이 2배 3배가 오르는 건 아니다. 1.5배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랬기에 벨베른과 악마에게 준비할 시간을 더 주느니, 당장 들어가는 게 맞다 싶었다.

그러나 김용후는 기어이 요리를 하겠단 기세였다.

"알겠습니다."

발렌티가 성역화 권능을 썼다. 다른 자의 이야기였다면 무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용후는 기적의 스킬을 쓰는 자, 요리 스킬도 특별한 스킬일 것이다.

"모닥불."

불을 지핀 용후가 물을 채운 솥단지를 모닥불에 올리고 미노타우로스의 고기와 식재료를 꺼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파티원들이 여전히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바라봤다. 그리고, 벨베른은 그들보다 더 황당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

"요리를…… 몬스터 고기로?"

처음엔 요리를 하고 있다 믿지 않았다. 뭔가 수작을 부리고 있다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정말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뒤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말도 안 되는!"

누구 한 명 독에 중독되지 않았고, 심지어 버프 효과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정확히 어떤 스탯이 얼마나 올랐는지까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느껴지는 기운이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어떻게 이런 스킬들을 갖고 있는 거지……."

김용후가 방금 만든 요리에 사용한 스킬은 절대 그저 스킬 등급이 높은 수준이 아니다.

요리 스킬의 형태를 취하고 있을 뿐, 요리 스킬이 아니었다. 어떤 요리 스킬이든, 몬스터 고기로는 절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요리는 만들어낼 수 없다.

"김용후 넌 반드시 내 손에 넣는다."

다른 유저들과는 다른 특별한 뭔가가 있었다. 뭔가 비밀이 있다.

김용후를 산 채로 잡기만 하면, 마룡의 등뼈를 내놓게 하는 것도, 이 특별한 스킬들을 어디서 어떻게 얻었는지도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지옥을 보여주는 건 그 뒤였다.

"유저 김용후는 반드시 목숨이 붙어 있는 상태로 잡아야 합니다."

벨베른이 악마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영혼의 계약을 맺은 사이. 벨베른은 이 악마를 역소환시키고자 하면 언제든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벨베른이 죽으면, 바로 역소환이 되는 건 아니지만, 악마에게도 타격이 가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중간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또 본래의 힘을 다 가지고 오지 못한 악마는 자의식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때 김용후가 결계의 열쇠로 문을 만들어냈다. 벨베른이 얼른 제단 뒤로 돌아가 바닥에 손바닥을 댔다. 바닥에 마법진이 새겨지며 바닥이 열렸다. 그 밑에 계단이 있었다.

이 지하 통로를 따라가면 결계의 문을 통하지 않고도 결계를 나갈 수 있고, 이곳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동굴로 갈 수 있었다.

오직 벨베른만이 쓸 수 있는 통로였다. 다른 자가 이 지하 통로로 들어가 봐야 결계에선 나갈 수 없었다.

결계를 떠나지 않고 악마와 함께 싸운다면, 결계 안으로 들어온 토벌대를 더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집중공격을 당할 수 있었다. 토벌대를 전멸시킨다 해도 자신이 죽으면 무슨 소용인가.

그리고 자신이 없는 쪽이 악마가 맘껏 싸울 수 있을 터였다.

그때 용후가 결계로 들어왔다. 직후, 용후의 눈에 벨베른의 상태창이 결계 밖으로 나가는 게 보였다.

"……?"

벨베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상태창만 바닥에 바짝 붙어 움직이고 있었다. 지하에서 이동하고 있단 뜻이었다.

용후가 파티원들을 돌아봤다.

"벨베른이 도망갔습니다. 어디로 갔을지 알 것 같습니다. 벨베른을 잡고 오겠습니다. 벨베른을 잡으면 악마의 힘이 약화될 겁니다. 조금만 버텨주세요.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악마만 잡아봐야 소용이 없다. 퀘스트를 클리어하려면 벨베른을 잡아야 했다.

이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스킬 자판기의 신성술 버튼도 누를 수 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아이템이 담긴 벨베른의 아공간 속엔 현자의 돌의 파편도 들어 있었다.

이들은 강하다. 토벌대에서 가장 강한 자들, 절대 쉽게 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죽지만 않는다면, 목숨만 붙어 있다면, 스킬 자판기에서 산 치료 스킬로 치료할 수 있다.

"용후 님, 하지만……!"

"기다리세요! 벨베른이 어디로 간 줄 알고 쫓는단 말입니까!"

"용후 님이 없으면 10분도 버티기 힘들 겁니다!"

"그럼 10분!"

용후가 말을 끊었다.

"벨베른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습니다. 10분 안엔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몸을 돌린 용후가 결계에서 뛰쳐나갔다. 그러면서 벨베른의 인벤토리 속을 향해 스킬을 걸었다.

"그 템 내 거."

그 템 내 거 스킬의 스킬 레벨은 3. 쿨타임이 짧아졌고, 벨베른의 결계까지 오는 동안 쿨타임이 끝나 있었다.

훙!

현자의 돌의 파편에 락이 걸렸다. 빛의 검으로 언데드들을 베어 넘기며 용후가 더 속도를 냈다.

한편.

결계 안에선 거미와 인간을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을 한 악마가 8개의 다리를 활짝 펼치며 허공에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그 마법진들에서 암흑마력이 소용돌이치는 마법들이 토벌대를 향해 쏟아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