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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74화 (74/153)

# 74

기적의 스킬 자판기 074화

아무리 하나같이 비범한 자들이 모인 원정대라 해도 10명도 안 되는 수로 100명이 넘는 자들과 싸우는 게 쉬울 리 없었다.

그래도 초반엔 전혀 밀리지 않았다. 용후는 자동사냥과 빛의 검으로, 이단 심문관 발렌티는 온갖 권능으로, 마법사 일레그는 광범위 마법으로, 파빈은 오러 블레이드로, 다른 자들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이며 악마교 신도들뿐 아니라 마인들도 죽여 없앴다.

"……너무 많습니다!"

"트롤보다 더한 재생력이라니!"

권능도 마법도, 오러 블레이드도 계속 쓸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체력도 점점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아무리 마법 버프와 권능 버프를 받아가며 싸운다 해도.

그렇게 일레그와 발렌티의 쿨타임이 점점 길어지자, 이번엔 마인들과 악마교 신도들의 공격이 거세졌다.

용후도 다르지 않았다. 자동사냥 스킬의 유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움직임이 초반에 비해 느려져 있었고, 빛의 검은 진작에 풀린 상태.

그런데 마인들은 아직 4명이 더 남아 있었고, 악마교 신도들은 서른 명이 넘게 남아 있었다.

'풀까.'

차라리 지금 자동사냥 스킬을 풀고 리볼버(+4)에 총알을 장전해 넣어 리볼버로 잡는 게 나을 듯했다.

그때였다.

-크허어어엉!

"으아악!"

마인의 괴성이 크게 터지고, 일레그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비명이 터졌다.

한쪽 팔이 날아가고 없는 마인이, 잘려나간 팔의 절단면에 불꽃을 단 채로 일레그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일레그의 마법이 빗나간 것이었다.

체력이 떨어진 만큼 명중률이 떨어졌고, 또 서클링 속의 마력이 줄어든 만큼 마법의 공격력도 줄어든 것.

일레그의 앞을 막아줄 수 있는 NPC는 없었다. 전부 자신들을 공격해오는 마인과 악마교 신도들을 잡기도 벅찼다.

용후도 다르지 않았다. 초반에 비해 움직임이 둔해진 상태고 거리도 꽤 있었다.

저 마인보다 먼저 일레그 앞에 도착할 수 있단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런…….'

그래도 해야 했다. 지금 일레그를 구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었다. 자신이 끌어들인 자, 죽게 할 순 없었다.

'가속! 일레그에게 가는 마인 제거!'

용후가 마음속으로 외쳤다.

자동사냥 스킬이 바로 반응했다. 홱 몸을 틀어 지면이 꺼질 정도로 세게 땅을 박차며 일레그가 있는 방향으로 질주했다.

스킬 유지 시간이 5분 이하가 되면서 몸이 초반에 비해 둔해졌지만 그럼에도 초인적으로 빨랐다.

그러나 문제는 거리!

'더 빨리! 더 빨리!'

용후가 계속 자동사냥 스킬에 컨트롤을 걸었다.

용후의 몸이 더 빨라졌다. 다리에서 쩍쩍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일단 일레그를 살리고 봐야 했다.

자신이 전투 불능이 된다 해도 전부 100레벨이 넘는 강자들, 충분히 남은 마인들과 악마교 신도들을 처리할 수 있다. 또 다리가 부러져도 리볼버(+4)는 쏠 수 있으니.

'됐다!'

뼈에 금이 갈 정도로 유지한 가속 덕분에 마인보다 먼저 일레그의 앞에 도착할 수 있을 듯했다.

'자동사냥 도중에도 리볼버(+4)에 총알을 장전할 수 있었다면, 간단히 마인의 질주를 막고 일레그를 피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해보려 해도 자동사냥 스킬은 리볼버에 총알을 채워 넣는 동작은 수행하지 못했다.

캉!

무아지경의 검과 마인 유저가 내찌른 창날이 충돌했다.

빛의 검을 두르고 있지 않아 무아지경의 검에 쩍 금이 갔다. 그나마 에픽 등급의 검이기에 고농도의 암흑 마력을 오러 블레이드처럼 두르고 있는 창날과 부딪쳤어도 금이 가는데 그친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파빈의 오러 블레이드와 수십 차례 부딪치며 창날 곳곳에 금이 가 있었던 터라, 마인의 창날이 용후의 검을 깨지 못한 충격을 일부 돌려받으며 깨져 나갔다.

부러진 창날이 핑글핑글 돌며 날아가 도망가는 일레그의 옆구리에 꽂혔다.

"아악!"

비명을 질렀지만 일레그는 쓰러지지 않고 달려 안전한 곳으로 피했다. 그러나 창날 파편을 옆구리에서 뽑아내 포션을 마시고 발렌티의 힐을 받아도 상처는 다 아물지 않았다.

암흑마력이 흩어져 사라지기 전에 창날 파편이 옆구리에 박혔기 때문이었다.

일레그의 옆구리 상처가 검게 변하며 아물어가던 상처를 다시 벌렸다.

창을 잃은 마인을 용후의 몸은 가볍게 제압했다. 남은 팔을 절단해 무방비 상태로 만든 마인의 배꼽 아래, 암흑마력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단전 부위에 무아지경의 검을 찔러 넣었다.

-크허어어어엉!

빛의 검이 둘려 있지 않아도, 그 부위를 관통하자 마인의 몸을 두르고 있던 암흑마력들이 한순간에 흩어졌고, 마인 유저는 그 즉시 힘을 잃고 무릎을 꿇으며 뒤로 넘어갔다.

그 사이 발렌티와 파빈, 다른 NPC들이 남은 마인들과 이교도 신도들을 처리했다.

그런데 부상자는 일레그 한 명이 아니었다. 발렌티와 파빈은 괜찮았지만 다른 NPC들은 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있었고, 똑같이 상처가 검게 변해 치료가 되지 않았다.

마인들뿐만 아니라 악마교 신도 중에도 암흑마력을 쓰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처는 깊지 않지만, 암흑마력의 농도가 너무 짙습니다."

발렌티가 일레그의 상처를 살피며 말했다. 일레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곤란하군요…… 통증은 그리 심하지 않지만, 서클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용후도 곤란했다. 벨베른 토벌대의 주요 전력 하나를 잃게 된 셈이니.

또, 호감도가 떨어졌단 알림창은 뜨지 않았지만, 계속 치료가 되지 않는다면 일레그의 원망을 사게 될 터였다.

마법사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게 서클링이니.

그러나…….

'반드시 고쳐낸다.'

고칠 수 있다.

"일레그 님, 조금만 참고 견뎌 주십시오. 제가 반드시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용후가 일레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일레그의 눈이 커졌다. 그저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하는 말로 느껴지지 않아서였다.

눈에 확신이 담겨 있었다.

1급 이단 심문관도 치료하지 못하는 상처다. 신성력이 높다고 힐의 치료 효과가 무한정 올라가는 건 아니었다.

한계가 있었다. 1급 이단 심문관이 치료하지 못하는 외상이라면 더 고위 사제라 해도 치료하지 못한다 봐야 했다.

그런데 저 확신에 찬 눈은 뭘까.

허튼 말을 하는 자가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벨베른 토벌에 도움을 드리지 못할 거 같아 너무 아쉽습니다."

"일레그 님 덕분에 결계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충분히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벨베른은 반드시 토벌될 겁니다. 또한, 악마교도요. 일레그 님이 세운 공은 그 보상을 확실히 받게 될 겁니다."

일레그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리고 그때, 용후의 눈앞에 일레그의 호감도가 300 올랐다는 알림창이 떴다.

"돌아갑시다."

부상을 입지 않은 자들이 말을 몰고, 부상자들은 뒤에 탔다. 용후는 원정대의 다른 자들에 비하면 말을 잘 몰지 못하지만, 그래도 승마 스킬은 갖고 있다.

전력 질주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사람을 뒤에 태우고도 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용후와 발렌티, 파빈이 부상자들을 뒤에 태우고 비리마 성으로 향했다.

* * *

"일레그의 부상은 안타깝게 됐군."

"……죄송합니다."

"아니."

비리마 남작이 손을 가볍게 들었다.

"오히려 용후 자네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들었네. 또한, 그 열쇠로 벨베른의 결계를 여는 데도 성공했다지. 정말 대단한 활약상이 아닌가."

말 그대로였다. 비리마 남작의 얼굴에서 실망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감에 차 있었다.

그럴 것이다.

아직 계약 기간이 한참 남아 있는 3서클 마법사가 무용지물이 된 건 아쉽겠지만, 마법사야 돈은 많이 들겠지만 마탑에서 새로 빌려오면 그만, 흑마법사에 더해 악마교를 잡는 데도 크게 발을 걸칠 수 있게 됐으니, 성공만 하면 마법사가 다쳐 돌아온 정도야 신경 쓸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악마교와 벨베른이 관계가 있다면 병력을 더 지원해줘야겠군."

"그래 주셨으면 합니다. 지원해 주신 병력의 2배, 가능하다면 3배 이상의 병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유저들도 퀘스트를 통해 모으고 싶습니다."

즉 병력 증원과 함께 자신에게 퀘스트도 달란 말.

비슷한 퀘스트를 여러 NPC들에게 중첩되게 받을 순 없었다. 그러나 발렌티가 준 퀘스트엔 악마교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니 비리마 남작은 악마교를 잡는 퀘스트는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악마교와 벨베른은 깊이 관계되어 있으니, 악마교를 잡으려면 벨베른도 반드시 잡아야 했다.

그러니 두 퀘스트를 함께 수행할 수 있다. 퀘스트에 참가한 유저들도 벨베른 토벌에 동원되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없었다.

물론 비리마 남작이 아니라, 발렌티나 대주교에게 악마교 퀘스트를 받을 수도 있다.

더구나 비리마 남작이 주는 퀘스트보다 더 높은 등급의 퀘스트가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벨베른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이미 1급 성물을 주기로 한 상황, 1급 성물을 2개나 요구하면 절대 간단히 퀘스트를 주진 못할 것이다. 분명 시일이 오래 걸리게 될 터.

그게 아니더라도, 용후가 비리마 남작에게 퀘스트를 받으려 하는 데는 또 하나 이유가 있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한다면 파칼 숲을 사고 싶습니다."

자신의 땅을 더 넓히고 싶었다.

비리마 남작이 손으로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큰 숲이 아니고, 광산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돈이 전혀 안 되는 숲은 아니었다.

또 빌로도 영지와 베킨 영지, 홀더러스 영지와 붙어 있기에 가볍게 여길 수 있는 땅이 아니었다.

하지만…….

'파칼 숲까지라면…….'

김용후가 아무리 앞으로 더 자신에게 득이 되는 일들을 해준다 해도, 김용후가 원하는 걸 계속 들어줄 생각은 없다.

땅은 권력이 된다.

김용후가 보다 더 레벨을 올리고 보다 더 명성을 올리고 재화를 모으는 걸 막을 생각은 없지만, 남부의 권력을 나눠줄 생각은 없었다.

유저가 아무리 명성을 올린다 해도 땅이 없는 한 대단한 귀족이 될 순 없고, 또 아무리 돈을 많이 모은다 해도 광활하고 풍부한 자원이 넘치는 영지를 가진 자신의 재화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팔켄 마을과 파칼 숲은 비리마 영지의 1/100도 되지 않는다.

파칼 숲까지라면…….

"좋네. 팔 수는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을 걸세."

비리마 남작이 지금 가장 원하는 건 승작이었다. 아무리 광활한 영지와 넘치는 재화를 갖고 있어도, 남작 작위로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었다.

악마의 소환식을 하고 있는 흑마법사와 악마교를 잡는 데 크게 일조한다면, 자신의 명성이 대륙에 퍼지고 왕의 귀에도 들어가게 될 터.

승작을 위해 지금 더 필요한 건 명분, 충분히 그 명분이 되어줄 것이었다.

"살 수 있습니다."

드래곤의 레어 못지않은 재화와 금은보화가 담긴 곳이 흑마법사와 교회의 금고였다.

그리고 발베른이 차고 있던 장비들은 하나같이 에픽에 레전드리 등급의 장비들.

한두 개만 떨어져도 그것만 팔아도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부족하면 부르는 게 값인 백금화를 파는 방법도 있었다.

"좋네. 용후 자네를 총지휘관으로 하는 악마교 토벌 퀘스트를 주겠네."

악마교는 온 대륙에서 신도들을 모아들이고, 사람을 산 채로 제물로 바치는 악의 집단. 그러니 영주 정도라면 충분히 퀘스트를 줄 수 있었다.

용후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S등급이었다.

"반드시 퀘스트를 클리어해 돌아오겠습니다."

"믿네. 건투를 빌겠네."

용후가 비리마 남작의 집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일단 박정석의 마차를 타고 팔켄 마을로 갔다. 스킬 자판기에서 새 스킬을 사기 위해.

* * *

용후의 집.

스킬 자판기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신성술 버튼을 빼곤 다 누를 수 있었다.

심문실에서 마인 유저로부터 얻은 금화에, 자신들을 추격해 온 악마교 신도들과 싸울 때도 계속 나 2골드만 스킬을 써 얻은 금화도 상당했고, 거기에 원래 갖고 있던 금화도 있었다.

명성도 마인들과 악마교 신도들을 잡아 얻은 명성뿐 아니라, 벨베른이 만든 언데드들을 잡았을 때도 올랐고, 벨베른의 결계를 찾아 열었을 때도 상당한 수치가 올랐다.

그리고, 스킬 버튼들의 가격이 이전과 비교해 그리 큰 폭으로 올라 있지도 않았다.

이전 가격과 비교해 누른 적이 없는 버튼들은 아예 가격 상승이 없었고, 누른 적이 있는 버튼들도 금화도 명성도 1.5배도 채 올라 있지 않았다.

아마 스킬 자판기를 강화한 효과가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었다.

촤르르르륵!

용후가 금화 투입구에 금화를 쏟아부었다. 신성술 버튼을 뺀 버튼들에 전부 불이 들어왔다.

덜컹덜컹!

마법 버튼을 눌렀고, 스킬 캡슐이 배출구로 굴러떨어졌다. 용후가 배출구로 손을 넣어 스킬 캡슐을 꺼냈다. 그리고 바로 돌려 열었다.

-염력(超念力) 스킬을 얻었습니다

"……염력?"

4서클 마법이었다.

간단한 마법 같지만, 정신계 마법에 속해 고위 마법사 중에도 자유자재로 다루는 자들은 손에 꼽았다.

그러나 용후는 내심 실망감을 느꼈다. 4서클급 마법 스킬템을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스킬 자판기가 아니더라도 구할 수 있는 마법이기에. 가격도 훨씬 쌀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염력 마법일 리 없어."

스킬 자판기에서 나온 스킬이 말이다.

처음은 그저 물건을 옮기는 염력 정도만 쓸 수 있을지 몰라도, 스킬 레벨이 오르고 강화를 하면 사기적인 효과들이 더 생겨날 것이다.

또, 그게 아니더라도 스킬 자판기에서 산 염력 마법은 연습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바로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게 가능할 터.

그리고 용후가 가장 갖고 싶었던 게, 자동사냥 중에 리볼버(+4)에 총알을 장전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염력 스킬이라면, 그것도 사기적인 염력 스킬이라면 할 수 있다.

"인벤토리."

용후가 인벤토리를 열고 염력 스킬을 시전했다.

'된다!'

역시 바로 자유롭게 컨트롤이 가능했다.

손을 대지 않았는데 인벤토리 안에서 리볼버(+4)와 총알이 빠져나왔다. 허공에 리볼버와 총알들이 둥둥 떠올랐다. 이어 탄창이 열리고, 총알들이 탄창을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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