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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73화 (7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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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73화

'빠르다!'

발렌티, 일레그, 파빈,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전부 같은 생각을 했다. 달리는 속도가 100레벨 이상이라 봐야 했다.

그러나 김용후가 세상에 알려지며 활약을 하기 시작한 건 최근, 벌써 그 정도 레벨까지 될 수는 없었다.

물론 파빈도 발렌티도 용후가 전투를 하는 걸 봤다. 파빈은 대련까지도 했다. 그랬기에 신체 능력 수치가 상당하단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 김용후는 빨라도 너무 빨랐다.

용후가 자동사냥에 건 컨트롤이 결계가 있는 곳까지 최대한 빨리 가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용후의 몸은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를, 가속까지 쓰며 내고 있었다.

그러나 언데드들이 너무 많았다.

계속 달릴 순 없었다.

김용후의 속도가 느려졌다.

그러나 그때, 원정대 NPC들의 입에서 다시 탄성이 나왔다.

김용후는 사방에서 몰려들고 앞을 막아서는 언데드들과 싸우지 않았다. 돌파하는데 딱 필요한 만큼만 검을 휘둘렀다.

휘둘러지는 팔을 잘라 절단하고, 정확히 아킬레스건 부위를 베 쓰러트리고, 언데드들의 허벅지나 무릎, 어깨를 밟고 튀어 올라 수십 마리의 언데드들을 뛰어넘기도 했다.

게다가 딱 폭발하는 구울들만, 그것도 달리며 리볼버를 쏴 정확히 맞췄다.

콰앙!

화르르륵!

폭탄 구울이 터지며 주변에 있던 언데드 수십 마리를 태워 쓰러트렸고, 용후는 방향을 틀어 그곳으로 달렸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해서는 뻥 뚫린 길을 다시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허!"

"대단하군요……."

"우리도 서두릅시다!"

용후가 앞에서 활약한 덕분에 NPC들도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저 용후를 따라만 간 건 아니었다. 용후가 달려가고 있는 방향에서 번개가 치며 뇌전이 떨어져 트롤 언데드를 반 토막 내고, 그 주위에 있는 다른 언데드들의 다리를 녹이고 태워 쓰러뜨렸다. 일레그의 마법도 터지며 용후의 질주를 도왔다.

그때 용후가 속도를 줄였다. 결계 앞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NPC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탐색 마법을 사용한 일레그의 눈엔 보였다.

물론 결계를 볼 수 있다 해서, 그 결계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또, 결계 속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결계의 바깥 부분은 전부 보였다. 그랬기에 결계의 문도 보였다.

훙!

일레그가 스태프를 앞으로 뻗으며 마법을 시전했다.

스태프 끝에 박혀 있는 레드 마석이 빛을 냈다. 그리고 레드 마석 안에서 반딧불 같은 불티들이 흘러나와 용후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 근처의 허공에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았다.

약속된 마법이었다.

혹 결계 근처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결계의 문을 마법을 사용해 알려 달라 했던 것.

상태창이 다 보여 스킬을 쓰면 결계 안에 있다 해도 벨베른과 그의 수하들의 상태창은 전부 보이지만, 그들의 모습과 결계의 모습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때 용후가 자동사냥 스킬을 풀었다. 그리고 불티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 * *

"흥, 허튼 짓을."

결계의 위치가 발각 됐어도 벨베른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절대 뚫리지 않을 결계기 때문이었다.

1서클 마법사가 만든 결계만 돼도, 훨씬 더 경지가 높은 마법사들, 3서클 4서클 마법사라 해도 쉽게 뚫을 수 없다.

결계를 부수는 마법진을 만들고 그 마법진들에 마석을 박아 넣는 등 결계를 만든 자 못지않은 공을 들여야 했다.

그런데 4서클의 흑마법사가 만든 결계다. 게다가 결계 안에는 중급 악마를 소환하기 위한 제단까지 있다.

그 제단은 이 결계를 구성하는 기둥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동안 제단에 제물을 바쳐온 만큼 제단의 힘은 강해졌고, 그런 만큼 결계의 기둥으로서도 더욱 강해져 있었다.

그러니 어디 마탑의 마탑주가 온다 해도 마법만 써서는 절대 뚫리지 않는다.

'뚫고자 한다면 수개월이 걸릴 터!'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중급 악마가 소환된다. 그럼 이 결계는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뚫리지 않는 요새가 된다.

물론, 아직 조금 더 영혼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고, 특히 마룡의 등뼈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벨베른은 누가 갖고 있는지 알고 있는 한, 마룡의 등뼈를 얻지 못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제 조금만 더 제물을 넣고 나면 결계를 벗어날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이 직접 저 유저를 잡는 방법도 있었다.

"날 잡겠다?"

벨베른이 웃었다. 이 결계조차 뚫지 못할 텐데 무슨 수로?

뭔가 결계를 뚫어낼 준비를 해서 왔겠지만, 절대, 절대로 이 결계는 뚫리지 않는다. 고작 이단 심문관과 3서클 마법사 따위로는 말이다.

혹 결계가 뚫린다 해도, 자신이 잡히는 일은 없다. 암흑마력으로 가득 찬 이 결계 안에선 누구도 제힘을 발휘할 수 없다. 오히려 덫에 걸린 꼴이 되고 말 터.

그때였다.

갑자기 벨베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

용후의 손에 쥐어진 열쇠를 봤기 때문이었다. 틀림없었다. 자신이 강영재에게 준 결계의 열쇠였다.

마인환을 쥐여 보낸 유저 몇 명이 결계로 돌아왔기에, 강영재가 실패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강영재가 돌아오지 않은 건 기억 소실로 인한 후유증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래도 결계의 열쇠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절대 버릴 수도 넘길 수도 없도록 머릿속에 각인을 새겨 넣었으니.

그러니 기억을 전부 잃는다 해도 결계의 열쇠만큼은 절대 인벤토리에서 버릴 수 없었다.

또, 이미 수하들을 시켜 강영재를 결계로 데려오도록 했기에, 벨베른의 머릿속엔 강영재도 결계의 열쇠에 대한 생각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

"저게 왜 저 유저 놈한테……!"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다 나오지 못했다.

'대체 뭘 어떻게 한 거지?'

저 허접한 3서클 마법사가 자신이 새긴 각인을 깨고 강영재로부터 결계의 열쇠를 꺼내게 할 순 없다.

이단 심문관도 마찬가지.

강영재가 아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불게 할 순 있어도 인벤토리에 있는 물건을 빼낼 순 없다.

그런데 빼내졌다!

그때, 유저가 결계의 열쇠를 결계의 문에 꽂았다. 그리고 결계의 열쇠를 돌려 문을 열었다.

벨베른과 용후의 눈이 마주쳤다. 유저, 용후가 씩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 템 내 거."

"……뭐?"

벨베른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이해가 전혀 안 가는 말! 알아들을 수 있는 건 '내 거'란 말 뿐이었다.

뭐가 내 거라는 건가?

그때였다.

"나 2골드만."

"……뭐?!"

무슨 헛소릴!

벨베른의 머릿속이 엉켜들었다.

결계 안으론 들어오지 않고 결계 문 앞에서 그 두 마디만 한 유저가 뒤로 물러났다. 그 직후 결계의 문이 닫혔다.

유저 놈이, 그리고 함께 온 자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결계의 반대편으로 달렸다. 산맥을 내려가려는 것이었다.

"……."

어처구니가 없는 모습.

행동은 이해가 갔다. 토벌대로 본격적인 토벌 작전을 하기에 앞서 결계의 열쇠가 진짜인지를 확인하러 온 것이다. 그러나 그 두 말은 뭐였을까?

벨베른은 촉이 좋았다.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공간을 열었다.

직후 벨베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리고 입에선 비명과 고함이 반씩 섞인 소리가 튀어나왔다.

"마, 말도 안 돼! 어째서! 어째서 마룡의 눈이……!"

용후의 촉은 더 좋았다. 마룡의 눈, 뭔가 있는 아이템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템을 찍었다.

아주아주 귀한 재료였다. 마룡의 눈 3개를 제물로 바쳐야만 소환된 악마는 본래의 힘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이 결계 밖으론 나가선 오래 중간계에 머물 수 없지만, 그래도 결계 안에선 본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껏 던전과 유적지, 유저와 마법사들, 흑마법사들까지 잡아가며 악착같이 모은 마룡의 눈 3개 중 1개를 꺼낼 수가 없었다.

듣도 보도 못한 형태의 푸른빛을 내는 마법진에 갇혀 있는 마룡의 눈 1개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템 내 거 스킬로 찍은 아이템은 그 아이템을 가진 자가 죽어야 드랍이 된다.

그러나 일단 스킬을 써 찍어두면 락이 걸려 그 템의 주인도 꺼내 쓸 수가 없었다.

물론 계속 그런 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템 내 거 스킬의 효과는 사라지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락이 풀리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벨베른이 그걸 알 순 없었다.

벨베른의 얼굴이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마법에 두려움을 느낀 것. 스킬이라 해도 말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뭐지 이게……? 뭐야 이게……!"

어떤 마법을 써도 락은 풀리지 않았다. 풀리지 않으면, 마룡의 눈을 3개 다 쓰지 않으면 소환된 악마는 반쪽짜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하급 악마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한 힘을 발휘하겠지만, 그래도 그래선 소환된 악마는 신이 될 수 없다. 절대자가 될 수 없다.

"그놈을 잡으면 풀릴 지도 몰라."

잡아야 한다. 돌아가 토벌대의 본대와 합류하기 전에!

그런데…….

"……왜 32골드가 사라졌지?"

벨베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땀이 더 줄줄 흘러내렸다.

* * *

폴론 들판.

"벨베른의 수하들입니다!"

마법사 일레그가 외쳤다.

흑마법사 벨베른이 보낸 수하들에게 따라잡힌 것이었다.

원정대가 타고 있는 말은 비리마 성의 군마 중 가장 좋은 말들이었다. 그런 만큼 따라잡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절대 지치지 않는 말로 쫓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역시 벨베른의 수하들이 타고 있는 말들은 전부 언데드였다.

게다가 몸에서 검은 연기까지 흩뿌리고 있었다. 벨베른이 온갖 버프 마법들을 잔뜩 건 것이다.

"상태창이 다 보여."

용후는 파빈이 모는 말 뒤에 타고 있었다. 고개만 돌린 용후가 상태창 스킬을 쓰고, 떠오른 상태창들과 인벤토리 속도 살폈다.

역시 있었다.

자신들을 쫓고 있는 자들은 20여 명, 전부 인벤토리 안에 마인환을 갖고 있었다. 레벨도 전부 70이 넘고, 80이 넘는 자도 있었다. NPC들도 있었다.

일단 수도 더 많은 만큼 며칠 전 잡은 마인 유저들보다 훨씬 전력이 강할 것이다.

"전부 마인환을 갖고 있습니다!"

용후가 외쳤다.

발렌티를 빼곤 다들 그게 뭐냔 표정들을 지었다.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자신들을 쫓는 자들이 더 있었다. 뒤가 아니라 100m 정도 앞, 좌우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수도 훨씬 많았다. 80~90명 정도 될 듯했다.

전원 검은 로브를 입고 있었고, 유저와 NPC들이 섞여 있었다. 레벨은 50~80대로 다양했다. 그러나 몰고 있는 말은 언데드가 아니었다. 벨베른의 수하는 아니란 말이었다.

그런데 전부 공통점이 있었다. 상태창의 종교란에 묘한 게 적혀 있었다.

"……악마교?"

들은 적이 있었다. 책에서 읽은 적도 있었다. 이교도 중 하나였다. 특히 소문이 안 좋았다.

이름 그대로 악마를 신으로 섬기는 종교였다. 그리고 가장 잘 알려진 소문은, 인간을 산 채로 악마에게 제물로 바친단 거였다.

용후가 아는 건 그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악하고 악질적인 이교였다.

이교도는 무수히 많았다. 그중에서도 교황청이 가장 위험하다 판단하고 많은 인력을 동원해 꼬리를 잡으려 하거나 전쟁을 하고 있는 이교는 둘이었다.

유저들이 만든 십자가교, 그리고 악마교.

용후가 잘 알지 못하는 만큼, 악마교는 세간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름부터가 악의 집단, 최근 더 세력을 빠르게 불려가고 있기에 교황청은 악마교를 잡아 뿌리 뽑으려 부단히 애를 쓰고 있었다.

"그렇군."

용후가 웃었다.

음지에서 활동하는 악마교가 뜬금없이 나타나 자신들을 추격할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악마교와 벨베른이 관계가 있단 거였다. 벨베른의 지시로 악마교가 움직인 것이다.

일이 커졌다.

벨베른을 잡는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히려 용후의 미소는 더 커졌다.

'벨베른을 잡고, 벨베른을 이용해 악마교까지 잡는다.'

해낸다면 막대한 명성을 얻을 수 있다. 명성이 하늘을 찌를 것이다.

"일단……."

벨베른의 수하들과 저 악마교의 신자들만 잡아내도 악명 수치가 하나같이 높은 만큼 상당한 명성이 오를 것이다.

벨베른은 악마교를 전부 불러들여서라도 결계를 막아내려 할 것이다. 악마교와 언데드 부대를 뚫으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벨베른을 잡는 토벌대가 꾸려져 출발하기 전에 팔켄 마을로 돌아가 스킬 자판기에서 스킬을 하나 더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용후는 마법 버튼을 누르기로 했다.

"따돌리기 힘듭니다. 잡고 갑니다."

용후가 말했다.

그리고 파빈의 말에서 내려 리볼버(+4)와 무아지경의 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빛의 검!"

무아지경의 검에 빛의 검을 두르고 자동사냥(+3) 스킬을 썼다.

용후의 몸이 악마교 신도들을 향해 내달렸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고, 말에 타고 있는 악마교 신도를 향해 빛의 검을 휘둘렀다.

촥!

"……아악!"

말의 몸통과 신도의 양다리가 함께 잘리며, 말과 신도가 함께 바닥으로 무너져 뒤엉키며, 인간의 피와 동물의 피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바닥을 요란하게 굴렀다.

이어 근처에 있는 셋을 전부 단 일격으로 더 잡은 용후의 눈앞에 알림창이 줄줄이 떠올랐다.

-대륙 전역에 명성이 800 오릅니다

-대륙 전역에 명성이 1,100 오릅니다

-대륙 전역에 명성이 950 오릅니다

-빛의 검이 4LV이 됩니다

-한손검 마스터리가 6LV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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