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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71화 (7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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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71화

"그 결계를 여는 열쇠를 내놔라."

비리마 성의 교회. 그 교회의 지하에 있는 심문실이었다. 고문실이라고도 불렸다.

그 심문실에 마인 유저와 이단 심문관 발렌티 단둘만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2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다.

"결계의 열쇠를 내놔라."

발렌티가 쇠사슬과 빛으로 이루어진 줄에 포박되어 허공에 매달려 있는 마인 유저를 올려다보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더 이상은 물은 게 없기 때문이었고, 결계의 열쇠가 없으면 이 마인 유저로부터 알아낸 모든 정보가 다 소용이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단 2시간.

포박된 마인 유저가 알고 있는 흑마법사 벨베른에 대한 모든 정보를 뱉게 만들었다.

그러나 몇 번을 물어도 마인 유저는 결계의 열쇠는 내놓지 않았다.

"나는…… 결……계의…… 열쇠를…… 갖고 있지…… 않……다……."

마인 유저의 입에서 띄엄띄엄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마인화 상태가 반쯤 풀려 있기 때문이었다.

생명력이 거의 바닥이 나면서, 마인화 상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암흑마력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했고, 그 상태에서 신약의 효과가 더해져서였다.

그러나 앞으로 길어야 3시간 안엔 숨이 끊어지게 될 터였다.

"거짓말 마라. 인벤토리에 있는 결계의 열쇠를 내놔!"

시종일관 같은 톤을 유지하던 발렌티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 목소리에 조급함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실패, 정말 힘들게 생포한 벨베른의 수하였다. 벨베른의 수하들이 또, 그리고 머지않아 김용후를 공격할 수도 있지만, 다음에도 생포할 수 있단 장담은 할 수 없었다.

"……크하아아아악!"

마인 유저가 비명을 터뜨렸다.

팔다리가 빨래를 짜듯, 그 이상으로 뒤틀리며 살과 근육, 핏줄들까지 갈가리 찢기고 뼈까지도 쩍쩍 금이 가기 시작해서였다.

누군가 팔다리를 비틀고 있는 게 아니었다. 저절로 비틀리고 있었다. 이단 심문관들만이 쓸 수 있는 특별한 권능이었다.

이교도의 비명.

이 권능이 걸리면, 생각만으로도 권능이 걸린 자의 몸을 자유자재로 주무를 수 있었다.

살과 근육을 비틀고 장기에 구멍을 내고, 어느 부위의 뼈든 부러트리고, 피부를 한 꺼풀 한 꺼풀 빠르게 또는 느리게 벗겨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몸을 힐을 사용해 원상복구 시킬 수도 있었다.

힐로 부러지거나 잘린 뼈까지 고쳐지진 않지만, 부러뜨리고 비틀어놓은 뼈를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고 힐을 쓰면 뼈도 복구시킬 수 있었다.

후두두둑!

두 바퀴 세 바퀴, 네 바퀴째 돌아가며 비틀어지던 팔다리가 멈추자, 팔다리가 천천히 원래 상태로 돌아가며, 또는 끊어져 바닥에 떨어지며 엄청난 양의 피를 쏟아냈다.

"이런……."

발렌티가 끊어져 바닥에 떨어진 왼팔을 보며 혀를 찼다. 아무리 높은 신성력으로 쓰는 힐이라 해도 잘린 팔다리를 트롤처럼 재생시킬 순 없었다.

그러나…….

후웅!

발렌티가 몇 가지 권능들과 함께 힐을 썼다. 마인 유저의 몸이 빛에 휩싸였고, 잘린 팔의 절단면에 특히 많은 빛이 모여들었다.

팔이 자라나진 않았지만, 절단면이 아물며 출혈이 멎어갔다. 비틀리며 터진 살과 근육들도 다시 달라붙으며 재생이 되고 피부도 다 아물었다.

그렇다 해도 쇼크사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고통.

그러나 마인 유저의 몸엔 절대 죽지 않게 하는 권능이 몇 개나 걸려 있었다.

심장이 꿰뚫리거나 목이 잘리면 죽음을 막진 못하겠지만, 고문이 과해 팔 하나를 잘라버리기는 했으나 경험이 많은 1급 이단 심문관 발렌티는 고문 권능을 딱 죽지 않을 정도로 쓰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결계의 열쇠를 내……."

말을 하다 말고 발렌티가 입을 닫았다.

정말 결계의 열쇠를 갖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니, 방금 그 고문을 하기 전에도 발렌티는 알고 있었다.

애초에 정신 계열 권능인 '처절한 속죄'를 썼을 때, 이미 인벤토리에 결계의 열쇠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을 했던 것이다.

물론 처절한 속죄로 묻는 질문에 다 답하도록, 그리고 진실만을 말하도록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이교도의 비명을 사용한 고문도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고문도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같은 말을 한다는 건, 정말 갖고 있지 않다 봐야 했다.

죽어도 부활하는 유저인 만큼, 벨베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것만큼은 끝끝내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지만, 이 정도까지 버텼다면 절대 쉽게 결계의 열쇠를 내놓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도 결국엔 내놓도록 만들 수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저 마인 유저는 빠르면 2시간, 늦어도 3시간 안에는 숨이 끊어지게 된다.

시간이 없었다.

발렌티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심문실에서 나갔다.

"발렌티 님, 어찌 됐습니까?"

비리마 성의 대주교 그렝비였다.

흑마법사 벨베른을 잡으면 가장 얻는 게 많은 게 그였다.

더구나 유저들이 만든 이교도인 '십자가교'와의 전쟁으로 교황청이 직접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지만, 마인 유저들에 대한 보고가 올라간 뒤로 빨리 흑마법사 벨베른을 잡아들이라는 독촉을 받고 있는 상황.

그러니 대주교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결계의 열쇠가 필요합니다."

앞뒤를 다 자르고 발렌티가 툭 그 말만 했다.

"……예? 결계의? ……무슨?"

"유저 김용후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대주교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발렌티가 말을 바꿔 물었다.

혹시 모른단 생각에서였다.

유저가 성의 고문관보다, 그리고 자신보다 심문과 고문 능력이 더 뛰어날 리는 없다.

그럼에도 자커스 도적단 단원의 입에서 아지트 위치를 불게 만든 건 스킬의 힘일 것이다.

저 마인 유저가 결계의 열쇠를 갖고 있을 가능성은 정말 거의 없지만 만에 하나 있다면, 스킬이란 마법보다 더 마법 같은 힘을 쓰는 유저, 그런 유저 중에서도 특히 더 특별한 스킬을 쓴다는 김용후라면 혹시 꺼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직 교회에 있습니다."

"불러주십시오. 그리고 서둘러 주십시오,"

대주교 그렝비가 뒤에 서 있는 하급 사제에게 먼저 올라가게 하고, 자신도 나선형 계단을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뒤, 유저 김용후가 계단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발렌티의 눈에 보였다.

* * *

"2~3시간 정도밖에 살지 못할 겁니다."

"해보겠습니다."

발렌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쉬워하거나 초조해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였다.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란 생각을 해서?

아니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런 가벼운 마음을 갖고 있거나 즉흥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니라, 김용후는 확실한 방향을 갖고 움직이고 있는 듯 느껴졌다.

그러나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저 마인 유저로부터 결계의 열쇠를 얻어내면 된다.

물론, 김용후가 결계의 열쇠를 자신에게 그냥 줄 리 없다. 그러나 그 열쇠를 얻어낸다면, 앞서 요구한 퀘스트를 줄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원하는 대로 그 퀘스트의 등급에 걸맞는 교회의 성물을 추가 보상으로 걸어서라도.

지금이 아니면, 벨베른을 잡을 길은 다시 멀어져 버리니까. 이전보다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다.

이전 발렌티가 전투를 벌였던 마인 유저는 2명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전투를 벌인 마인 유저는 무려 10명.

게다가 김용후의 말에 따르면, 벨베른은 악마까지 소환할 수 있게 됐다.

아무리 김용후가 대단해도 하급 악마였으니 소멸시킬 수 있었을 테지만, 하급 악마를 소환해냈다면 중급 악마도 소환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흑마법사 벨베른이 하려는 게 아닐까 싶었다. 중급 악마를 소환해내 뭘 하려는 지까진 알 수 없지만.

철컹!

발렌티가 심문실의 문을 열고 용후가 들어갈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섰다. 용후가 심문실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용후가 마인 유저의 앞에 놓여 있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마법서를 꺼내 펼쳐 들었다.

"상태창이 다 보여."

마인 유저의 머리 위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레벨 72.

높은 레벨답게 인벤토리에 갖고 있는 아이템들이 화려했다.

그러나 그 템 내 거 스킬의 쿨타임은 일주일. 지금은 쓸 수 없었다. 그래도 나 1골드만 스킬을 강화하며 더 많은 금화를 빼올 수 있고 쿨타임도 더욱 짧아진 상태, 그러니 금화는 2~3시간이면 전부 빼낼 수 있었다. 3,500골드가 넘는 돈이지만.

"나 2골드만."

-2골드를 얻었습니다

-더클 크리티컬!

-18골드를 추가로 빼 옵니다

-19골드를 추가로 빼 옵니다

바로 더블 크리티컬이 터졌다. 지하 감옥으로 내려오며 그렝빈 대주교로부터 대축복을 받았기 때문.

그렇게 한 번의 나 2골드만 스킬로 39골드가 용후의 인벤토리로 들어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나 2골드만의 쿨타임이 끝났다.

"나 2골드만."

이번엔 더블 크리티컬은 터지지 않았지만 크리티컬은 터져 19골드가 들어왔다.

용후는 쿨타임이 끝나면 바로바로 나 2골드만 스킬을 쓰며 마법서를 계속 읽었다.

어차피 알고 있는 정보는 이단 심문관에게 전부 말했을 것이다. 그 정보를 마인 유저의 입으로 직접 들으면 더 좋지만, 마인 유저는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의식이 있긴 했지만, 눈은 반쯤 뒤집혀 있고 몸은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 입은 계속 피를 줄줄 흘리며 가쁜 숨을 훅훅 내쉬었다.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

그러니 차라리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아내기 위해 묻고 고문을 하는 것보다, 금화를 빼내는 게 나았다.

"나 2골드만."

-2골드를 얻었습니다

-더블 크리티컬!

-13골드를 추가로 빼 옵니다

-빼 올 수 있는 금화가 없습니다

2시간도 지나지 않아 용후는 마인 유저의 인벤토리에 있는 3,500여 골드를 전부 빼냈다.

용후가 마법서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결계의 열쇠를 꺼냈다.

의식이 조금은 남아 있고, 시력도 다 잃은 건 아니기 때문일까. 마인 유저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몸을 더 격렬하게 떨었다.

그런 마인 유저를 무시하고 용후가 몸을 돌려 문으로 갔다.

그리고 노크.

바로 문이 열렸다.

"어떻게……."

용후가 나오자마자 발렌티가 눈을 크게 떴다. 용후의 손에 쥐어진 열쇠를 봐서였다. 용후가 결계의 열쇠를 얼굴 앞으로 들어 보였다.

"결계의 열쇠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놀랍군요. 이단 심문관인 저도 꺼내게 하지 못한 물건을 2시간도 심문을 하지 않고 꺼내다니요."

"스킬의 힘입니다."

당연히 그 스킬이 어떤 스킬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유저 모두가 쓰는 게 스킬.

인벤토리, 또는 아공간에 든 아이템을 콕 찍어 빼내는 스킬은 사기적인 걸 넘어 위험하다 느끼겠지만, 무방비 상태의 상대에게 스스로 인벤토리에서 물건을 꺼내게끔 만드는 스킬이라면 위협까지 느끼진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용후는 들판에서 결계의 열쇠를 얻자마자 발렌티에게 거래를 제안하지 않고 이 상황을 만든 것이었다.

그때였다.

-이단 심문관 발렌티의 호감도가 100 오릅니다

생각지 못한 호감도 알림창이었다.

그러나 아마 자신에게 도움이 될, 쓸모 있는 유저란 생각이 호감도로 이어졌을 터였다.

이단 심문관들은 오직 교회와 여신을 위해 움직이고 일하는 자들. 교회와 여신에 적대하는 자들, 그리고 이교도가 아니라면 적의를 갖는 자들이 아니었다.

다만, 여신의 성물을 허투루 외부로 유출할 수 없단 생각이 용후에게 비협조적인 행동을 취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계의 열쇠가 필요합니다. 형제님, 어떤 퀘스트를 원하십니까?"

이단 심문관 발렌티가 태도를 바꿨다.

인간을 산 채로 제단의 제물로 바치고 악마까지 소환해내는, 재앙을 준비 중일 흑마법사를 잡아낼 수 있다면, 1급 성물도 보상으로 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거기에 자신, 김용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가치가 있단 생각도 했겠지.

"저를 흑마법사 벨베른를 잡는 토벌대의 총지휘관으로 임명해 주십시오. 그리고 퀘스트를 주십시오. 추가 보상으로는 액세서리, 또는 성검류의 1급 성물을 원합니다."

"좋습니다."

용후의 눈앞에 S+등급의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용후가 기본 보상란과 추가 보상란부터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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