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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67화 (67/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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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67화

"이 부품의 마법진을 제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준다면, 하나를 마법사님께 드리겠습니다."

용후가 인벤토리에서 마도 마법 인형의 부품을 하나 더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마도 마법 인형의 부품이군요."

일레그의 눈이 빛났다.

"예, 이 마법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라 했지만, 그 깊이가 결코 얕진 않을 것이다. 그랬다면 자존감이 높은 마법사들의 성격상 어느 정도란 표현조차 쓰지 않을 테니.

일레그가 아공간에서 마법서 2권과 양피지, 깃펜을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그리고 마법서 2권을 펼쳐 원하는 페이지를 금방 찾아내 용후의 테이블 앞에 놓고, 양피지엔 깃펜으로 마법진을 그려나갔다.

용후가 꺼낸 마도 마법 인형들의 부품에 새겨진 마법진과 같진 않았지만, 같은 종류의 마법진이란 건 알 수 있었다.

20분에 걸쳐 양피지에 마법진을 그려낸 일레그가, 고개를 들고 용후를 봤다.

"그럼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예."

일레그가 아는 걸 전부 혼신을 다해 설명해 준다 해도 자신은 마법에 문외한. 완벽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용후는 스킬 자판기에서 산 기적의 스킬을 믿었다. 뭐든 다 만들어내는 스킬을. 만들어내려는 물건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만 있으면 되니까.

진짜 마도 마법 인형 정도까진 되진 않더라도, 그리고 소세토 유적지에서 잡은 열화판 마도 마법 인형 수준까지도 안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만들어지긴 할 것이다.

'일단은 그 정도만 되면 돼.'

마법사들은 누구보다 시간을 중히 여기는 자들. 그러나 일레그는 풀고 풀어 용후가 이해를 할 때까지 설명을 해줬다.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고, 3시간이 지났다. 그제야 용후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만큼의 이해는 해냈기 때문.

"감사합니다. 과연 천재는 다르군요.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진심이었다.

1서클 마법사는 마나 친화력이 있으면 누구든 될 수 있다. 그러나 2서클부턴 머리가 돼야 했다.

그리고 3서클이 되려면 마나 친화력과 머리 둘 다 천재적이어야 했다.

그런 자니 마법 지식이 전혀 없는 자신을 이 정도라도 이해하게끔 만든 것이다.

"약속한 대로, 드리겠습니다."

용후가 마도 마법 인형의 부품 중 하나를 일레그의 테이블 쪽으로 슥 밀었다.

어차피 50개도 넘게 있고, 마탑에 팔아 돈을 버는 정도로만 쓰일 물건이었다.

일레그의 핏기가 없어 푸르스름한 입가에 큰 미소가 지어졌다.

"마법인형은 마탑 시절부터 관심이 많은 분야였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너무 부족해 깊이 있는 공부와 연구는 하지 못했는데, 용후 님 덕분에 10년 만에 다시 공부를 이어갈 수 있게 됐군요. 감사드립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제 연구실로 찾아와 주십시오."

그 말과 함께 용후의 눈앞에 일레그의 호감도가 200 올랐다는 알림창이 또 떴다.

"혹시 더 알고 싶으시다면 내성의 대장장이 필렉스 씨를 찾아가 보십시오. 드워프에게 야장술을 배운 경험도 있는 대장장이니, 제가 모르는 정보를 더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워낙 바쁜 자라, 가셔도 바로 이야기를 꺼내 대화를 나누긴 힘들 겁니다. 쪽지를 써드리겠습니다."

자신의 쪽지를 들고 가 필렉스에게 건네면 바로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란 말이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연 듯한 일레그의 태도에 용후가 속으로 환히 웃었다.

잠시 뒤, 일레그의 쪽지를 받아든 용후가 기회가 되면 또 들르겠단 말을 하곤 연구실을 나섰다.

그리고 내성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 * *

일레그의 말 대로 영주의 대장장이 필렉스는 마도 마법 인형에 대한 정보를 꽤 많이 알고 있었다.

덕분에 마도 마법 인형의 가동 마법진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할 수 있었다.

이후 비리마 남작이 빌려준 내성의 방으로 돌아간 용후는, 소세토 유적지에서 얻은 레드 마석을 사용해 뭐든 다 만들어 스킬을 썼다.

그러나 되지 않았다.

-만들 수 없습니다

-마석이 부족합니다

-레드 마석 50개가 필요합니다

실패였지만, 용후는 웃었다. 재료만 충분하면 만들 수 있단 말이니. 이전엔 만들 수 없다는 알림창만 떴었다.

레드 마석은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마법 상점에 가도 물량이 많지 않았다.

그것도 밀컨트 마탑이 운영하는 마법 상점쯤 돼야 취급을 했다. 밀컨트 마탑이 마석 광산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비리마 성에 있는 마법 상점은 밀컨트 마탑이 운영하는 마법 상점 지부였다.

발품을 팔며 유저들에게서도 살 필요 없이, 용후는 마법 상점에 들러 부족한 레드 마석을 다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시 내성의 방으로 돌아가 레드 마석들을 테이블 위에 전부 꺼냈다.

"뭐든 다 만들어."

레드 마석들이 일제히 빛을 냈다. 그리고 허공으로 둥실둥실 떠올라 찰흙처럼 뭉쳐졌다.

한 순간이었다.

사람 머리만한 크기가 된 레드 마석이 더 밝은 빛을 내며 형태가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5분도 안 지났을 시간에 사람 같은 모양이 됐다.

그즈음 빛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용후의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뭐든 다 만들어 스킬이 8레벨이 됩니다.

총알을 그렇게 많이 만들었어도 쭉 7레벨에 머물러 있던 뭐든 다 만들어 스킬이 드디어 레벨이 하나 더 올랐다.

그것도 기뻤다.

그러나 만들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쿨타임이 줄어든 것 외엔 추가된 효과는 없었다.

그러나 맥스가 되면 추가되는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때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틀림없는, 소세토 유적지에서 본 마도 마법 인형이었다.

놀랍도록 사람 같았다.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인형이란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 그리고 용후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이미지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갈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 168㎝쯤 되는 키에 적당히 마른 체격. 딱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여자 NPC의 모습이었다.

이목구비도 평범했다.

이왕이면 보기 좋게 여성형이 좋단 생각으로 여성형을 만들었지만, 그래도 너무 예뻐 너무 눈에 띄면, 쓸데없이 복잡한 일들이 꼬이게 될 거란 생각에서였다.

마을의 자경단으로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상태창을 열어보니 레벨은 30밖에 되지 않았다. 스탯 수치도 딱 그 정도.

그러나 이제부터다.

마도 마법 인형에 대한 정보를 더 얻어 더 잘 이해하게 되면, 그리고 뭐든 다 만들어 스킬의 스킬 레벨이 더 오르면 더 진짜 마도 마법 인형에 가까운 마법 인형이 만들어질 것이다.

"네 이름은 로라다."

용후가 마도 마법 인형 1호에 이름을 지어 주인 각인을 시켰다. 그리고 일단 인벤토리에 넣었다.

방을 나온 용후가 연병장으로 갔다.

대장장이 필렉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연병장에서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기사 파빈의 모습을 봤기 때문.

파빈의 자신에 대한 호감도는 1,000이 넘는다. 그러니 대련을 해달란 부탁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용후가 연병장 근처로 가자, 용후를 본 파빈이 훈련 도중임에도 먼저 용후에게 다가왔다.

"잘 지냈습니다. 파빈 님도 잘 지내셨습니까?"

자신을 반가워하는 듯한 말투에, 파빈이 활짝 웃었다.

"저도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내성엔 어떤 용무신지요."

은근한 기대감을 담은 얼굴로 파빈이 조심스레 물었다.

자커스 도적단 소탕 퀘스트를 용후의 바로 옆에서 보좌하며 클리어한 만큼, 파빈도 보상과 덕을 톡톡히 봐, 용후의 내성 방문에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교회에 볼일이 있어, 왔습니다. 흑마법사 벨베른을 잡을 생각입니다."

파빈을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다.

필요하다면 도움을 청할 수도 있지만, 아직 벨베른을 어떻게 잡을지 확실한 계획이 잡힌 건 없으니. 계획을 세우는 건 이단 심문관 발렌티를 만난 다음이다.

단지, 자신이 비리마 성에 있단 걸 여러 사람에게 많이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벨베른의 부하들이 자신에게 빨리 찾아오게 될 테니까.

"흑마법사 벨베른을 말인가요?"

파빈의 눈이 커졌다.

생각지도 못한 거물이었다.

"예."

그 이상은 말할 생각이 없다는 듯, 그 말만 하고 입을 닫은 용후가 화제를 돌렸다.

"파빈 님을 찾아온 건 대련을 부탁하고 싶어서입니다."

"누구와 말인가요?"

"저하고입니다. 시간은 어느 때든 괜찮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검으로 말인가요?"

파빈이 난감하단 표정을 지었다.

용후가 어느 정도 검술을 쓸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검술만으로 몬스터나 도적을 잡는 건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은 기사.

검술로 대련을 해봐야 대련다운 대련이 될 리가 없다. 차라리 병사와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러나 김용후는 사리분별이 확실한 자고, 괜한 말을 하는 자가 아니었다.

이유가 있겠지.

"예, 검입니다. 그리고 오러 블레이드는 아닙니다만, 비슷한 걸 쓸 겁니다. 파빈 님도 오러 블레이드를 써서 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러 블레이드는 아니지만, 비슷하다?

파빈의 눈이 커졌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그러나 비리마의 영웅인 김용후의 부탁. 파빈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5시에 일과가 끝나니, 이후엔 언제든 시간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럼 6시 정도에 1시간 정도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시간에 기사 연무장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파빈과 헤어져 연병장을 나오자 하급 사제복을 입은 사제가 용후에게 다가왔다.

"김용후 유저신가요?"

"맞습니다."

"이단 심문관 발렌티 님께서 뵙고자 하십니다. 벨베른 건으로."

용후가 씩 웃었다.

"바로 갈 수 있습니다."

사제가 앞장을 섰고, 용후가 뒤를 따라갔다.

* * *

교회.

제1 이단 심문관실.

"상태창이 다 보여."

이단 심문관실로 들어가며 용후가 스킬을 써 이단 심문관 발렌티의 상태창을 열었다.

'역시.'

스펙이 엄청났다.

일단 레벨은 157이었다.

그런 만큼 신체 스탯도 거의 기사급. 신성력도 주교 이상이었다.

어떤 권능을 쓸 수 있는 지까진 상태창에 적혀 있지 않지만, 세히브교의 이단 심문관들이 어떤 권능을 쓰는지 주력 권능들은 세간에 알려져 있었다.

여신의 신벌. 여신의 철퇴. 여신의 가호.

그 외에도 많을 것이다. 가장 많은 권능을 가진 게 이단 심문관들이었다.

성기사와도 같은 전투 스킬도, 사제들의 치료 권능도, 그리고 이단 심문관들만 쓸 수 있는 특수한 권능도 있다 했다.

'많아야 20살 정도.'

용후가 1급 이단 심문관 발렌티의 얼굴을 보고 느낀 첫인상이었다.

나탈리 사제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그러나 체구는 남자 못지않았다.

170이 넘는 키에, 뼈대는 굵지 않은 듯하지만 어깨가 각이 져 벌어졌고, 로브 사이로 조금 보이는 팔엔 근육이 상당히 붙어 있었다.

역시 수련을 한 몸이었다.

그러나 치료 권능을 쓰는 자답게, 얼굴과 손에는 흉터 하나 보이지 않았다.

피부가 하얘 더 깨끗해 보였고, 단발이지만 아이처럼 윤기가 흐르는 금발과 머리와 같은 색의 눈은, 귀족을 넘어 영웅 소설 속 성녀처럼 보이게 했다.

한마디로 아름답고 위엄이 있었다.

"앉으시죠."

목소리는 가늘지만 말투는 단단했다.

안내를 한 사제가 나가고, 용후는 이단 심문관 발렌티가 앉아 있는 책상 앞에 마주 앉았다.

"벨베른의 부하들과 싸웠다고요?"

발렌티가 트리던의 소개장을 살짝 들어 보였다. 그리고 용후의 얼굴을 빤히 봤다.

"예."

"누구였습니까?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강영재란 자였습니다."

발렌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 자인 듯했다.

"어떻게 됐습니까?"

"하급 악마를 소환했지만, 그들은 전부 죽었고 악마는 소멸됐습니다. 물론 제물이 되지 않은 유저들은 부활했겠지만요."

발렌티의 눈이 커졌다.

악마가 소환됐다는 것도 놀랍지만, 악마가 소환됐고 소멸했다는 건, 김용후가 악마를 소멸시켰단 뜻이었다.

그저 소환 시간이 끝나 소멸할 때까지 버텼다 해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악마? 틀림없습니까?"

"예."

용후가 벨베른의 편지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발렌티가 그 편지를 용후의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손을 뻗어 덥석 쥐곤 펼쳤다.

용후는 그대로 뒀다.

교회의 어둠만을 다루다 보니 상식적이지 못하거나, 정신에 나사가 하나씩 빠져 있는 자들이 많았다.

발렌티가 벨베른의 편지를 다 읽었다 싶을 즈음, 용후가 본론을 꺼냈다.

"벨베른 그자는 교회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자입니다. 서둘러 잡지 않는다면, 큰 재앙이 일어날 겁니다."

벨베른이 뭘 꾸미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게 뭐든, 악마를 이용해 하는 일이라면 재앙이 될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제게 퀘스트를 주셨으면 합니다. 벨베른은 절 노리고 있습니다. 제게 협조하시면, 벨베른을 만날 수도, 벨베른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발렌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협조하겠다가 아니라 자신에게 협조해라?

그러나, 발렌티도 비리마의 영웅 김용후의 이야기는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신비한, 기적 같은 스킬을 쓴다지?

퀘스트를 주는 거야 어려울 게 전혀 없었다.

벨베른을 잡는 퀘스트라면 최소 S급은 붙을 테고, 퀘스트에 자동으로 붙는 기본 보상이 상당할 테니.

그런데 그때였다.

"클리어 보상이 이 일의 어려움에 부합한다면, 그 퀘스트를 수락하겠습니다."

즉, 기본 보상만으론 퀘스트를 수락하지 않겠단 거였다.

더 달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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