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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60화 (60/153)

# 60

기적의 스킬 자판기 060화

"그렇군……! 그랬던 거야!"

버거튼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말 황당했다.

스킬을 파는 물건이라니!

그러나 틀림없다. 잡화점 알바 김용후가 갑자기 딴사람이 되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건 이 빛을 내는 커다란 상자에서 스킬을 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서 이런 물건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빛을 내는 상자는 이계템일 수 없다. 이계템은 딱 몸에 소지할 수 있는 물건뿐이니까.

그러나 아티팩트로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재질로 만들어졌는지부터가 정체불명.

이상한 건 또 있었다.

"대체 이런 큰돈이 어디서 나서?"

수백도 아닌 수천 골드. 말도 안 되게 비싸다. 버튼들에 적혀 있는 가격이 다 그랬다. 레전드리 스킬템도 이렇게 비싸진 않을 것이었다.

또 금화가 다가 아니었다.

"명성도 금화처럼 지불하는 건가?"

유저들이 주고객이었던 만큼 버거튼은 유저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착한 일이나 의로운 일을 하면 유저들은 스탯처럼 명성이란 것도 얻게 된다.

이 자판기의 버튼들에 적힌 명성은 그 명성을 말하는 것일 터다.

그런데 그 명성도 황당하게 숫자가 컸다.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 애쓰고 있는 탓에 버거튼의 미간이 구겨지고, 이마에선 식은땀까지 흘렀다.

처음 가격은 금화도 명성도 이렇게 비싸지 않았다는 걸 모르기에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이 빛을 내는 상자가 엄청 돈이 되는 물건이 될 거란 건 알 수 있었다.

"이걸로 장사를 하면…….하하!"

귀족들이나 고위 기사, 고서클 마법사들에겐 못 살 정도의 가격이 아닐 테고, 그들 중엔 이 정도 명성을 가진 자들도 있을 것이다.

유저들만 쓸 수 있는 물건이라 해도 괜찮다. 100레벨 이상의 초고렙 유저들도 이 상자 안의 스킬을 살 수 있을 테니.

그런데 하나 걸리는 게 있었다.

'버튼을 누르면 뭐가 나올지 알고…….'

버튼들에 적힌 건 단어 하나뿐, 뭐가 나올지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

과연 아무리 돈과 명성이 있다 해도 이 상자에 이 황당한 액수의 금화와 명성을 넣고 버튼을 누르려 할까?

하지만 가격에 걸맞은 스킬이 나와 주기만 하면 한 번이 어렵지 소문은 금방 퍼질 것이다.

'금방 부자가 될 수 있어.'

그러나 스킬 자판기는 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X부랄, 뭐가 이리 무거워."

워낙 커 들키지 않고 옮길 수 있을지는 일단 제쳐 두고, 혼자 들 수 있는지 이곳저곳을 힘을 줘 들어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공간 가방이 필요해."

그러나 아공간 가방이 어디 한두 푼인가. 김용후에게 금고까지 싹 털려 수중엔 동화 몇 닢뿐이었다.

"빌어먹을."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다.

당장에라도 김용후나 경비병이 들이닥칠 것만 같았다.

김용후는 이 자판기를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을 터, 자신이 집을 털었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 자신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정보를 팔자."

이 크고 무거운 상자를 지금 자신이 가져가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 상자에 대한 정보를 정보 길드에 파는 거다.

김용후를 귀족으로 만들어주고, 마을까지 사게 해준 물건.

이 정보면 A급도 넘어 특급 등급을 받을 수 있을 테고, 특등급 정보 제공비로 받은 돈으로도 충분히 평생 편하게 먹고 살 수 있다.

스킬 자판기에서 몸을 돌린 버거튼이 방 안을 둘러봤다.

비리마 성의 기념품으로 보이는 작은 오브제나 장식들이 몇 개 있었다.

값비싼 물건들은 아니지만, 비리마 영지를 빠져나가는데 드는 비용을 충당할 정돈 될 듯했다.

용후의 집에서 나간 버거튼이 문을 닫고 자물쇠도 잠갔다. 자신이 정보를 팔기 전에 다른 자들에게 알려지면 안 되니.

동쪽 방향으로 간 버거튼이 목책을 넘어 팔켄 마을을 빠져나갔다. 설마 먼 타영지로 간 자신을 진짜 찾아내진 못할 거라 생각하며.

그냥 도망만 갔다면 할 일이 많아진 용후이기에 굳이 쫓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집에 침입하고 물건을 훔치고 특히 스킬 자판기를 본 버거튼을 그냥 둘 리 없었다.

* * *

훙!

마도 마법 인형의 검날에 갑자기 푸른빛이 맺혔다.

'오러?!'

용후는 오러 블레이드를 직접 본 적은 없었다. 그래도 알 수 있었다. 푸른빛을 내는 검날에서 섬뜩할 정도로 큰 기운이 느껴졌다.

리볼버(+3)의 탄창에 남은 총알은 한 발. 용후는 일단 그 한 발을 마도 마법 인형의 이마를 겨냥해 쐈다.

투앙!

5m밖에 안 되는 거리. 당연히 명중이었다. 그러나 한 발로는 마도 마법 인형을 멈추게 하진 못했다.

마저 거리를 좁힌 마도 마법 인형이 용후를 향해 오러 블레이드가 둘러진 검을 휘둘렀다.

"자동사냥!"

용후의 몸이 가속했다. 빠르게 회피 스텝을 밟으며 검을 피해내곤, 마도 마법 인형의 옆구리를 향해 질풍검까지 휘둘렀다.

현재 한손검 마스터리는 4레벨이 된 상태, 오토 웨폰 마스터리가 생기기 전보다 훨씬 더 예리하고 빠르게 질풍검이 날아가 마도 마법 인형의 옆구리를 크게 베며 지나갔다.

키잉, 킹!

큰 기계음을 내며 마도 마법 인형이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레벨이 훨씬 더 높은 만큼 파워와 속도는 마도 마법 인형이 용후를 압도했지만, 검술은 아니었다.

또 질풍검에 붙어 있는 속도 증가 효과와 4레벨의 한손검 웨폰 마스터리 덕분에 검속도 마도 마법 인형의 검속에 거의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통증을 느끼지 않고 체력이 떨어지지 않기에, 옆구리가 꽤 크게 베었는데도 마도 마법 인형의 움직임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게다가 잘린 옆구리가 복구되기 시작했다. 마치 트롤과도 같은 속도!

그러나 용후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마도 마법 인형의 내부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그림을 그리며 속속들이 알게 된 상태.

통증도 느끼지 않고 체력이 떨어지지도 않지만,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가 부서지면 계속 지금처럼 움직이진 못할 것이다.

'다음은 좀 더 위쪽.'

용후가 자동사냥 스킬을 컨트롤 했다.

그곳을 베면 자동복구 기관이 파괴되어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이후 차근차근 움직임을 둔하게 만드는 부위들을 부수면서 잡으면 끝.

아니면 목을 베어버리는 방법도 있었다. 그럼 일격에 마도 마법 인형을 잡을 수도 있었다.

캉! 카강! 캉!

그러나 역시 레벨이 훨씬 높고 꽤 높은 경지의 검술을 쓰는 만큼 만만치 않았다.

또 오러 블레이드 때문에 검이 충돌할 때마다 질풍검이 깨지고 금이 가며 내구력이 확확 깎여 나갔다.

오러 블레이드가 무서운 이유였다.

그러나 용후에겐 통용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만지면 다 고쳐."

손으로 가드를 쥐고 있기에 스킬만 쓰면 되었다.

그 즉시 부서진 날들이 복구되며 20밖에 남지 않은 질풍검의 내구력이 100%로 차올랐다.

그리고 그때 나탈리 사제의 또 다른 권능이 들어왔다.

후우웅!

큰 폭은 아니지만, 모든 신체 스탯을 올려주는 권능. 용후의 움직임에 더 힘이 붙고 더 빨라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마도 마법 인형이 홱 돌아섰다. 그러곤 나탈리 사제를 향해 돌진했다.

"……!"

불리해진다 싶자 작전을 바꾼 것.

나탈리 사제는 엄연한 보조, 권능 덕분에 용후의 전투력이 올랐지만, 그녀가 없다 해서 용후의 전투력이 크게 떨어지진 않는다.

마도 마법 인형도 그걸 알고 있을 터다. 자신을 흔들어놓으려는 셈이었다. 그러고 나서 생긴 틈을 노릴 생각.

그러나…….

"나 1골드만!"

용후가 외쳤다.

나 1골드만 스킬엔 또 다른 효과가 있었다. 바로, 강력한 어그로 효과.

그저 어? 나한테 스킬을 써? 아 화나! 하고 달려드는 게 아니었다. 오게끔 만드는 힘이 있었다. 더구나 나 1골드만은 맥스 상태. 어그로 효과도 그만큼 강해져 있었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린 마도 마법 인형이 나탈리 사제의 다섯 걸음 앞에서 방향을 틀었다. 그러곤 다시 용후를 향해 달렸다.

용후도 마주 달렸다. 금방 거리가 좁혀졌다.

키잉!

날카로운 기계음을 내며 마도 마법 인형이 용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 공격을 질풍검으로 빗겨 튕겨낸 용후가, 몸의 균형이 무너져 비틀대는 마도 마법 인형의 무릎 위 허벅지를 질풍검으로 베며 지나갔다.

허벅지가 크게 베이며 마도 마법 인형의 왼 다리가 훅 밑으로 꺾였다. 그러곤 결국 바닥에 곤두박질쳐 바닥을 굴렀다.

그러나 네다섯 바퀴를 구르다 바로 다시 일어나 전투 자세를 취하는 마도 마법 인형. 검날에도 다시 오러 블레이드가 둘렸다.

그러나 돌아선 용후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왼 다리의 충격 흡수 장치를 제대로 베 부숴놨기 때문.

자동복구 부분도 부숴놨으니 조금 전 같은 속도는 이젠 낼 수 없다.

그때 용후의 몸이 빛났다.

마도 마법 인형이 쓰러지는 와중에 왼손에 쥔 방패로 용후의 옆구리를 쳐 갈비뼈에 금을 만들어놨는데, 그걸 알고 나탈리 사제가 힐을 시전해 준 것이었다.

갈비뼈가 복구되기도 전에 용후의 몸이 지면을 박차며 달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후우웅!

갑자기 마도 마법 인형의 검날이 더 강렬한 푸른빛을 냈다.

오러 블레이드가 더 강력해진 것!

그러나 이미 거리가 바로 지척까지 가까워진 상태. 이 거리에서 하려는 동작을 바꾸긴 힘들었다.

캉! 쩌엉!

"……크흑!"

용후의 입에서 나온 신음이었다.

마도 마법 인형의 더 강력해진 오러 블레이드가 질풍검을 잘라버리곤, 용후의 왼쪽 견갑까지 부수고 어깨로 파고든 것.

푸쉬이익!

부서진 갑옷 틈새로 피가 솟구쳐 올랐다.

그러나 마도 마법 인형의 움직임이 처음에 비해 많이 둔해진 상태라 힘이 백 프로 실리지 않았고, 2레벨의 경갑옷 마스터리와 높은 생명력 덕분에 용후의 의식은 또렷했다. 그리고 몸도 계속 움직일 수 있었다.

용후의 몸이 잘려나간 질풍검을 마도 마법 인형의 왼쪽 가슴부에 찔러 넣었다.

쩌엉!

1/3이 잘렸을 뿐이기에 질풍검의 검날이 마도 마법 인형의 왼쪽 가슴으로 파고들어 엔진부에 박혔다.

관통까진 못했지만, 마도 마법 인형의 오러 블레이드가 훅 꺼져 사라지고, 눈의 붉은빛이 깜빡깜빡 점멸했다.

질풍검을 훅 뽑아낸 용후의 몸이 발로 마도 마법 인형의 가슴을 밀어 찼다.

쿠당탕!

뒤로 쓰러진 마도 마법 인형이 바닥을 굴렀다. 직후 자동사냥 스킬이 풀렸다.

용후가 재빨리 리볼버(+3)를 꺼내 탄창을 열고 총알을 채워 넣었다. 그러나 2발을 장전했을 때 마도 마법 인형이 몸을 일으켰다.

살아 있는 생물이 아니기에 가능한 움직임!

용후가 총알을 더 넣지 않고 탄창을 밀어 넣곤 장전했다. 그리고 바로 마도 마법 인형의 머리를 향해 쐈다.

투앙투앙!

머리 일부가 터지며 마도 마법 인형이 바닥에 머리를 처박으며 쓰러졌다.

그러곤 움직이지 않았다.

-레벨이 58이 됩니다

-레드 마석 마법 엔진을 얻었습니다

이곳까지 오면 잡은 마도 마법 인형들이 드랍한 마법 엔진은 그린과 블루였는데, 레벨이 가장 높고 오러까지 쓰는 마도 마법 인형인 만큼 드랍된 마법 엔진의 급도 높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용후가 나탈리 사제를 향해 가볍게 묵례를 했다.

"정말 대단하세요.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정말 큰 수행이 되었어요. 감사드려요."

나탈리 사제도 용후를 향해 성호를 긋고 세히브교식의 인사를 했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호감이 가득 담긴 미소였다.

돌아선 용후가 소세토 유적지의 마지막 문을 열었다.

구구구구궁!

가장 먼저 용후의 눈에 들어온 건 책과 양피지가 어지럽게 흩어진 책상과 그 책상 위에 함께 올려져 있는 빛을 내는 큼지막한 돌과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등뼈였다.

용후가 그 책상 위와 방 안에 있는 아이템들을 전부 챙겨 넣었다.

-마도 마법 인형의 설계도를 얻었습니다

-열화판 현자의 돌의 파편을 얻었습니다

-현자의 돌의 파편을 얻었습니다

-현자의 돌의 파편을 얻었습니다

-현자의 돌의 파편을 얻었습니다

-커다란 현자의 돌의 파편을 얻었습니다

-마룡의 등뼈를 얻었습니다

-3,712골드를 얻었습니다

-그린 마석 200개를 얻었습니다

-블루 마석 50개를 얻었습니다

-레드 마석 7개를 얻었습니다

* * *

소세토 유적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

천막이 몇 개 쳐져 있고, 그 천막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붉은빛을 발하는 마석 하나가 땅에 박혀 있었다.

그곳으로 한 유저가 달려 들어갔다.

"나왔습니다!"

강영재가 있는 천막으로 들어간 유저가 그 말부터 했다.

바로 강영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때, 보고를 한 파티원이 말을 더 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안 좋은 예감을 느낀 강영재가 파티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많이 달라졌습니다. 정말 많이……."

보고를 한 파티원의 레벨은 68, 유저의 레벨을 상당히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었다.

"못해도 10레벨업 이상 한 것 같습니다. 사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나?

강영재의 미간 주름이 굵어졌다.

그 유저는 상당히 높은 레벨이었다. 못해도 60레벨 이상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레벨에서 10레벨 이상을 올렸다?

아무리 파티가 아닌 둘이서 유적지를 끝 층까지 공략했다 해도 그렇게나 레벨업을 할 순 없다.

강영재의 생각대로 용후는 10레벨업 이상을 하진 않았다.

그러나 매일 하루 세끼, 많으면 네 끼 다섯 끼씩 던전밥 스킬로 몬스터 고기를 요리해 먹었고, 그렇게 올린 스탯 수치가 상당했다.

그러니 10레벨업 이상을 한 것처럼 느낀 것이었다.

나탈리 사제도 마찬가지. 오히려 그녀는 용후보다도 더 많은 스탯 상승을 이뤘다. 거기다 신성력까지도 약간이지만 상승했다.

'그렇다면…… 유저는 거의 80레벨, NPC 사제는 40레벨에 가까운 레벨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 봐야 둘.'

반면 자신들은 60~70레벨대 유저와 NPC가 35명이나 된다. 그리고, 가능한 쓰고 싶지 않지만, 하급 악마를 소환해 쓸 수도 있다.

바뀐 건 없다. 질 일도, 놓칠 일도 절대 없다.

반드시 잡아낸다.

그리고 지구로 돌아간다. 중급 악마를 불러내, 악마의 힘을 빌려.

"전투 준비해. 결계부터 쳐."

명령을 내린 강영재가 천막을 나갔다. 그리고 바닥에 박아 놓은 악마 소환석에 흑마법사의 각인이 만들어내는 암흑마력을 조금 흘려 넣었다.

필요해지면, 즉시 7명의 부하를 제물로 갈아 넣어 하급 악마를 소환해낼 수 있도록.

소환석이 희미하게 붉은빛을 발하며 점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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