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기적의 스킬 자판기 059화
-열화판 현자의 돌의 파편을 얻었습니다
삼각 미노타우로스는 현자의 돌의 파편을 드랍하지만 드랍율이 결코 높지는 않았다.
용후가 아직 갖고 있는 행운 스탯의 효과였다.
원래 대로라면 팰린 주교가 걸어준 대축복은 진작에 사라졌어야 했다. 아무리 대단한 대축복이라도 이토록 길게 유지가 되진 않으니.
용후 옆에 사제가 계속 붙어 있기 때문이었다. 나탈리 사제가 발하는 신성력이, 용후의 몸에 걸린 대축복의 효과를 오래 지속되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 덕분에 용후는 열화판 현자의 돌의 파편을 방금 전 하나 더 얻어 2개, 현자의 돌의 파편은 1개 더 얻어냈다.
그러나 앞으론 더 얻을 순 없을 듯했다.
지하 26층 공략을 끝내고 27층으로 내려와 이틀. 미노타우로스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나오는 건 전부 3미터, 4미터급의 골렘들뿐.
골렘 제작에 사용되는 주재료는 마석이다. 그러니 골렘을 몇 마리를 잡든 현자의 돌의 파편은 드랍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곳, 지하 27층이 소세토 유적지의 끝 층이었다.
현재 용후의 레벨은 56.
50레벨이 넘으면서, 정신을 집중해 느끼고자 하면 몬스터들의 기운과 유적지를 떠도는 마나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꽤 세세하게.
70레벨 80레벨이 넘는 고레벨의 몬스터들이고, 워낙에 농도 짙은 마나가 떠돌고 있기 때문.
그러나 지금 발밑에선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 이곳이 끝 층인 게 틀림없었다.
이제 현자의 돌의 파편은 보상방에서만 구할 수 있었다.
용후가 고심하고 있는 이유였다.
무기 강화석은 당연히 리볼버(+2)에 쓰지만, 현자의 강화석은 어떤 스킬에 쓸지 고민이 됐다.
'역시 자동사냥을 한 번 더 강화하는 게 맞아.'
어떤 스킬이든 다 욕심이 났다. 그러나 흑마법사의 낙인을 가진 그 유저들이 마음에 걸렸다.
레벨을 많이 올렸고, 사격 스킬과 자동사냥 스킬의 웨폰 마스터리 스킬 레벨도 올렸다.
그뿐 아니라, 던전밥 스킬로 몬스터 고기를 요리해 먹고 올린 신체 스탯도 상당하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나탈리 사제도.
나탈리 사제는 신체 스탯만 오른 게 아니라, 신체 스탯이 오르자 신성력까지도 올랐다.
당연히 신성력이 오르자 어떤 권능이든 효과가 더 강해진 상태.
그러나…….
'흑마법사는 금단의 마법에 손을 대는 자들.'
레벨이 훨씬 더 높고 높은 항마력을 갖고 있다 해도 이길 수 있다 장담할 수가 없었다.
용후가 결정을 내렸다.
무기 강화석은 리볼버(+2)에, 현자의 강화석은 자동사냥 스킬에 썼다.
열화판 현자의 돌의 파편이 하나 더 있지만, 이건 마법사 일레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남겨둬야 했다.
약속을 어기면 기껏 올려둔 호감도가 전부 사라져 버릴 테니.
3서클 마법사의 호감도는 큰 가치가 있었다.
후웅!
리볼버(+2)가 빛을 냈고, 이어 용후의 몸도 빛났다.
잠시 뒤 용후의 눈앞에 알림창들이 줄줄이 떴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리볼버(+3)가 됩니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자동사냥(+1)이 자동사냥(+2)이 됩니다
-오토 아머 마스터리가 개방됩니다
"상태창이 다 보여."
용후가 리볼버(+3)의 상태창을 열었다. 직후 용후의 입가에 크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번에도 내구력과 총알 속도가 오르고, 특히 공격력이 큰 폭으로 올랐다.
850.
6발을 다 쏘면 5,000이 넘는 공격력이 된다. 정말 무시무시한 공격력!
그렇게 3강이 되자 리볼버가 은은한 푸른빛을 발했다.
그러나 3강이 끝이 아니다. 더 강화할 수 있다. 7강, 8강, 어쩌면 그 이상으로.
오토 아머 마스터리는 이름 그대로였다.
갑옷을 종류별로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고, 스킬 레벨을 올리면 자동사냥 스킬을 쓰는 중에 갑옷의 방어력이 오르는 효과였다.
지금 용후가 입고 있는 갑옷은 경갑옷인 체인메일. 그 상태 그대로 용후가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빠른 움직임과 그 빠른 움직임으로 펼치는 검술이 자동사냥 스킬의 가장 큰 무기기에, 용후는 앞으로도 경갑옷을 쓸 생각이었다.
이동을 시작한 지 20여 분.
-쿠허어어어엉!
스톤 골렘이 내는 포효가 들려왔다.
"상태창이 다 보여."
그 즉시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상태창이 떠올랐다.
레벨 107의 스톤 골렘이었다.
레벨이 100이 넘는 몬스터는 한 마리라 해도 자동사냥만 써서는 잡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스톤 골렘은 아주 쉽게 잡는 방법이 있었다.
핵 파괴.
물론, 핵에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 용후에겐 쉬운 일이었다.
리볼버(+3)를 쥔 팔을 상태창이 떠 있는 곳을 향해 뻗은 용후가, 스톤 골렘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자 복부 부근을 겨눴다.
거리가 70m까지 좁혀지자 핵을 더 정확히 겨눠 방아쇠를 당겼다.
투앙!
한 발이었다.
이전, 자커스 도적단의 본거지로 갈 때 만난 스톤 골렘은 핵에 3발을 쏴서 잡았지만, 2강의 리볼버로는 2발이면 충분했고, 3강이 된 리볼버로는 한 발이면 충분했다.
카앙!
명중이었다.
-쿠어어어엉!
스톤 골렘이 괴성을 터뜨리며 비틀거렸다. 핵이 깨지진 않았지만, 금이 가 안에서 빛이 깜빡거렸다.
더 쏠 필요는 없었다. 몸의 균형이 엉망이 된 상황이니.
"사제님!"
용후가 나탈리 사제에게 힐을 부탁하고 자동사냥 스킬을 쓰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러면서 자동사냥 스킬을 컨트롤했다.
'잡지 말고 몸으로 방어만.'
카앙!
스톤 골렘이 휘두른 주먹을 용후의 몸이 양팔을 교차해 막아냈다.
몸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날린 주먹이라 힘이 완전히 실리지 않았다 해도, 레벨이 100이 넘는 몬스터의 펀치, 용후의 몸이 뒤로 주륵 10m 이상 밀려났다.
팔 부분의 갑옷이 박살 나고, 뼈에도 금이 갔다.
그러나 그때, 힐이 들어와 부러진 건 아니기에 금방 뼈를 붙였고, 만지면 다 고쳐 스킬을 쓰며 갑옷에 손을 대자 부서진 부분이 복구되면 갑옷의 내구력이 100%로 차올랐다.
용후의 몸이 스톤골렘의 공격을 양팔을 교차해 막는 걸 몇 번 더 반복했다.
-경갑옷의 스킬 레벨이 개방됩니다
-경갑옷 마스터리가 2레벨이 됩니다
-경갑옷 마스터리가 3레벨이 됩니다
그러나 3레벨 이후부턴 잘 오르지 않았다. 더 치열한 전투가 필요한 듯했다.
'잡아'
용후의 컨트롤에 자동사냥 스킬이 반응하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휘두른 주먹을 아직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스톤골렘의 금이 가 있는 핵에 질풍검을 찔러 넣었다.
내구력이 거의 바닥이 나 있던 상태라 한 번의 공격이면 충분했다.
쩌엉!
핵이 박살 나며 스톤골렘이 쿠웅 무릎을 꿇곤 뒤로 넘어갔다.
-레벨이 오릅니다
-레벨이 57이 됩니다
-한손검 마스터리가 4레벨이 됩니다
그때 또 다른 스톤골렘의 포효 소리가 들렸다.
용후가 그 방향으로 돌아서 리볼버(+3)를 겨눴다. 그리고 스톤골렘이 모습을 드러내자 핵을 겨냥해 총을 쐈다.
투앙!
-쿠허어어어엉!
명중이었다.
방금 뜬 알림창들이 사라지기도 전에 용후의 눈앞에 또 다른 알림창이 떴다.
-사격 스킬이 6레벨이 됩니다
그렇게 스톤 골렘들을 사냥하며 지하 27층의 중간 지점쯤으로 추정되는 곳을 지나자, 스톤골렘들은 더 나오지 않고 묘한 게 나오기 시작했다.
"……인형?"
사람의 모습을 한 나무 인형이었다. 모양이 아주 견고하고 세밀했다.
"상태창이 다 보여."
레벨은 70~80 정도, 7마리가 모여 있다가 한꺼번에 공격을 해왔다.
용후가 나무 인형들의 머리를 겨냥해 리볼버(+3)의 방아쇠를 당겼다.
투앙투앙투앙!
* * *
마도 마법 인형.
설명창엔 어느 마법사가 마도 시대의 마법 인형을 재현해 만들었단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진짜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충분히 놀라웠다.
전투력은 레벨에 비해 그리 대단하진 않지만, 움직임이 놀랍도록 사람 같고 여러 기가 협공을 하자 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이걸 쓸 순 없을까?'
전투력은 NPC 기사 수준까진 못 되지만 상급 병사정돈 되고, 전투가 아닌 일반 작업에 써도 상당히 쓸모가 있을 것이다.
혹 학습 능력까지 있다면 고급 노동력이 돼줄 터.
'진짜 마도 마법 인형이라면 학습도 가능하지만…….'
학습 능력이 없다 해도 용후는 이 마도 마법 인형을 갖고 싶었다.
마을에 배치해두면 훌륭한 치안대이자 노동력이 돼줄 테고, 특히나 딴마음을 먹고 머리를 굴리거나 배신할 일이 절대 없다.
그러나 이미 주인 인식이 돼 있을 테니 부수지 않고 작동을 멈추게 한다 해도, 자신을 주인으로 인식하게 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방법이 있었다.
뭐든 다 만들어 스킬.
그 스킬을 쓰면 된다.
"이 부품이 뭔지만 알아내면 될 거 같은데."
마도 마법 인형들은 부서지면 몸의 일부나 부품을 드랍했다. 그 부품들을 상태창이 다 보여 스킬로 열면 꽤 상세한 설명이 떴다.
그러나 상태창 안의 내용이 아무리 상세해도 다 이해하는 건 불가능. 특히 마법진이 각인돼 있는 부품들이 그랬다.
'일레그가 알고 있을지도.'
일레그가 모른다면, 드워프를 찾아가는 방법도 있었다. 마법과 기계 장치를 결합하는 기술은 원래 드워프들의 것이었다 하니.
용후가 부서진 마도 마법 인형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가슴의 외피를 뜯어 양피지에 내부를 상세히 그리기 시작했다.
용후는 그림에 문외한이었다. 그래도 상당히 세세한 그림이 그려져 나갔다.
팔켄 마을의 NPC 안나에게 받은 손재주 반지에 붙어 있는 손재주 스탯 덕분이었다.
오래 걸리지 않아 가슴부를 다 그린 용후가 이어 팔과 다리, 머리의 외피도 뜯어 그림을 그렸다.
도중에 마도 마법 인형이 소멸해 버리기도 했지만, 마도 마법 인형들은 계속 나왔다.
-손재주가 2 오릅니다
-손재주가 1 오릅니다
-손재주가 3 오릅니다
손재주 스탯이 오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로부터 5시간 뒤, 보상방으로 추정되는 문이 나왔다.
그런데 그 문 앞에 훨씬 더 사람 같은 모습을 한 마도 마법 인형 2기가 문을 지키듯 서 있었다.
그때였다.
두 기가 동시에 눈에서 붉은빛을 번쩍 발하고 허리와 등에서 검과 창을 뽑아 들곤 용후를 향해 돌진했다.
용후가 레벨이 더 높은 마도 마법 인형의 머리를 겨냥해 리볼버(+3)의 방아쇠를 당겼다.
총 5발!
데미지 4,250!
머리가 박살 난 마도 마법 인형이 앞으로 곤두박질치며 바닥을 요란하게 굴렀다.
그 직후 용후의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일점 사격 스킬을 얻었습니다
* * *
"수리요."
용후 대장간.
대장간으로 들어온 레벨이 5나 됐을까 싶은 유저가 싸구려 검을 테이블 위로 툭 던지며 말했다.
버거튼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러나 입술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용후가 수리를 정성을 다해 하란 지시뿐 아니라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란 지시도 했기 때문이었다.
용후는 지금 마을 안에 없지만, 모두가 감시자였다.
그러나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앙금을 갖고 있는 자들이 얼마나 많던가. 수리를 아무리 잘해도, 아무리 친절하게 대해도, 김용후에게 자신의 험담을 하는 자가 분명 있을 것이다.
"제대로 수리해요. 3 이상 총내구력 깎으면 가만 안 있을 거니까."
예전이라면 잘 좀 부탁한다고 사정 사정을 했을 레벨이 10도 안 되는 쪼렙 새끼가 아랫사람이라도 대하듯 하는 태도에 버거튼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러나 입은 여전히 미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검을 집어 들고 돌아서 작업장으로 들어가는 버거튼의 얼굴에서 바로 미소가 사라지고 속으론 온갖 욕을 다 했다.
'X부랄,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되는 거지.'
이대로라면 평생 김용후의 노예로 살아야 할 것이다.
급료라도 좀 괜찮으면 버틸 만할 텐데, 정말 딱 입에 풀칠할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꼬르르르륵!
그러니 허구한 날 배에서 이런 소리가 났다.
배불리 먹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고, 술은 의지와 상관없이 끊게 된 상황.
'이대론 안 돼.'
김용후는 자신이 도망가면 어디로 가든 쫓아 찾아내겠다 했다.
하지만 자신이 다른 영지의 변방 시골 마을에 짱 박히면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는가.
한 1~2년 정도 쥐 죽은 듯 살면 찾는 걸 포기하고 자신을 잊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놈 집에 뭔가 돈이 될 게 있을 거야.'
진짜 귀중품은 다 인벤토리에 있겠지만, 대장간 일에 영주의 퀘스트 클리어에 돈을 엄청 벌었으니 돈이 되는 고가의 물건이 한두 개쯤은 집 안에 있을 것이다.
"마침 집에 주인도 없겠다……."
유저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평소와 다름없이 폐점 시간까지 일을 하고 대장간 문을 닫은 버거튼이 용후의 집으로 갔다.
소싯적에 정말 온갖 일을 다 했던 버거튼. 마법이 걸려 있지만 않다면, 어떤 자물쇠든 딸 수 있었다.
가는 철사 2개를 자물쇠 구멍에 넣어 이리저리 휘젓길 2분여, 자물쇠가 열렸다.
찰칵!
"엿 먹어 봐라."
한 달 정도 보지 않자 김용후에 대한 공포가 옅어진 상태.
자신은 사라지고 없고 집은 털려 있는 걸 본 김용후가 짓게 될 표정을 생각하자 불안함과 공포심은 옅어지고 벌써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였다.
"……응?"
묘한 게 있었다. 네모났고 크고, 빛을 내고 있었다.
버거튼이 스킬 자판기로 다가갔다.
"뭐가 이리 비싸?"
뭔가를 파는 물건이란 건 알 수 있었지만, 버튼 하나하나 적혀 있는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쌌다.
"……이게 대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