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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57화 (57/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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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57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부하의 그 말에 강영재는 바로 대답을 못 했다.

원래 계획은 바로 잡을 생각이었다. 권총을 쓴단 걸 알게 됐을 때도. 총알을 무한히 만들어낼 수 있는 자일지 모른단 생각을 한 뒤에도.

잡는 중에 죽는 파티원이 생기겠지만 많아야 서너 명 정도일 거라 생각했고, 강영재는 그 서너 명에 자신이 들어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강영재는 홍염 길드도, 길드장 이현기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전부 50레벨이 넘는 레벨에 길드장 이현기의 레벨은 60이 넘는 걸로 추정됐다.

게다가 유적지를 공략하는 길드답게 길드원들의 장비 수준도 상당했다.

그런데 그런 길드를 사제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혼자 박살 내 길드원들을 전부 도망가게 만들고, 이현기까지 잡아냈다.

그것도 이현기는 근접 전투로 잡았다. 마치 NPC 기사처럼 움직이며.

그러나 그런 것보다 더 강영재를 주저하게 만드는 건, 무자비함이었다.

정말 철저하게 짓밟았다.

또 행운 스탯은 얼마나 높은 건지 이현기는 7번 정도를 죽자 차고 있던 장비를 싹 드랍해 알몸이 됐다.

그렇게 되고 나서야 권총 유저는 이현기를 풀어줬다.

"정태호, 볼로니 숲으로 가라. 가서 벨베른에게 저 유저에 대해 설명하고, 지원 요청해."

한참 만에야 강영재가 입을 떼 말했다.

총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

흑마법사 벨베른은 틀림없이 저 유저를 잡으려 할 것이다.

상당한 지원을 보낼 테고, 지원 병력이 합류해 저 유저를 잡아낸다면 소세토 유적지 공략 임무를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었다.

강영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꼭 성공하고 싶었다.

성공해야 한다.

소세토 유적지 끝 층에 있는 보상방의 안엔 현자의 돌의 파편과 함께 마룡의 등뼈도 있다.

마룡의 등뼈는 최상급의 소환 재료였다.

마계나 지옥의 존재들을 불러들이는 소환진에 사용하면 중급 이상의 마족이나 악마를 소환할 수 있었다.

흑마법사 벨베른은 약속했다.

중급 악마를 소환해내면 자신들을 지구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악마의 힘을 이용해.

그래서였다.

단지 이 임무에 실패하면 기억 소실 이상의 끔찍한 형벌이 내려지기 때문만이 아니라, 강영재는 반드시 소세토 유적지 공략에 성공하고 싶었다.

다른 파티원들도 그랬다.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정태호가 소세토 유적지를 떠났고, 강영재와 그의 파티원들은 장비까지 바꿔 다시 눈에 띄지 않는 그림자가 되어 먼발치에서 용후를 주시했다.

50레벨 60레벨 이상의 유저들은, 느끼려 하면 유저의 기운을 느끼고 레벨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지만, 그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론 불가능했다.

그러나 용후는 홍염 길드의 이현기가 소세토 유적지에서 가장 높은 레벨과 가장 높은 악명 스탯을 가진 유저가 아니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상태창이 다 보여 스킬을 쓰며 홍염 길드를 잡을 때 강영재와 그의 파티원들의 상태창도 보였기 때문.

그 상태창 안엔 흑마법사의 낙인을 가진 자란 내용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용후는 그저 자신을 보기만 하는 강영재 패거리를 공격하지 않고 유적지 지하로 내려가 공략을 이어갔다.

전부 60레벨이 넘고 70레벨이 넘는 데다, 특히 NPC 흑마법사의 수하들인 만큼 변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탈리 사제도 걱정이 됐고.

'올라와서 보자.'

지하 깊은 층까지 들어가면 제아무리 흑마법사의 수하들이라 해도 자신들을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소세토 유적지 공략을 끝내고 올라왔을 땐 자신도 나탈리 사제도 훨씬 강해져 있을 테니 싸우게 된다면 그때 싸우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혹 강영재 패거리의 수가 더 늘어난다 해도.

그렇게 정태호는 벨베른의 결계가 있는 볼로니 숲으로 부지런히 향했고, 용후와 나탈리 사제는 1층으로 다시 올라오는 일 없이 소세토 유적지 공략을 이어갔다.

* * *

지하 24층.

아직 누구도 들어오지 못한 층이었다. 그 층의 중간 지점이었다.

타닥타닥!

모닥불이 타고 있었다. 그 모닥불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모닥불 주변에 고소하고 구수한 냄새가 감돌았다.

모닥불 위에 올려진 솥단지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냄새였다.

용후가 손을 뻗어 솥단지 속에 넣어진 국자를 쥐었다. 그리고 솥단지 속을 몇 번 저어 국자를 들어 올렸다. 향이 더욱 짙어졌다.

스튜였다.

고기와 채소가 듬뿍 들어 있었다.

고기는 소고기 같은 모양이었고, 채소는 오이 감자 양파도 보였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생김새와 색을 한 식물도 있었다.

유적지 내에 서식하는 식물을 채취해 마찬가지로 던전밥 스킬로 마력독을 빼고 손질을 해 넣은 것이었다.

그때, 나탈리 사제가 용후의 국자 앞으로 접시를 내밀었다.

용후가 그 접시 안에 국자에 담긴 스튜를 넣었고, 나탈리 사제는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잘 먹겠습니다, 형제님."

맛도 맛이지만, 먹을 때마다 스탯이 오르니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건 사제의 미덕이 아님에도 표정 관리가 잘되지 않았다.

"맛있어요! 고기 식감도 너무 부드럽고, 채소도 딱 알맞게 익어서 너무 부드러워요! 그리고 치즈가 이렇게 스튜에 잘 어울리다니……! 다 맛있었지만, 지금껏 먹은 요리 중에 최고예요!"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뜬 나탈리 사제가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 스튜에 들어간 고기는 삼각(三角) 미노타우로스의 안심이었다.

미노타우로스는 머리에 솟은 뿔이 많을수록 고기의 질이 더 좋았다. 그러니 같은 스튜라도 맛이 완전 달랐다.

게다가 유적지에 서식하는 식물까지 다듬어 넣어 맛이 더욱 깊어진 상태.

"와아!"

잠시 뒤, 나탈리 사제가 맛을 봤을 때보다 더 큰 탄성을 냈다.

그 모습에 용후가 씩 미소 지었다. 이유가 짐작이 가기 때문.

고기 질도 훨씬 더 좋았고 요리 점수도 높게 받은 만큼 다른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상당한 수치의 스탯 상승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때 용후의 눈앞에도 알림창이 떠올랐다.

-2시간 동안 생명력이 20 오릅니다

-2시간 동안 근력이 15 오릅니다

-2시간 동안 체력이 17 오릅니다

-2시간 동안 민첩이 10 오릅니다

-생명력 스탯이 영구적으로 3 오릅니다

-근력 스탯이 영구적으로 2 오릅니다

-체력 스탯이 영구적으로 1 오릅니다

-민첩 스탯이 영구적으로 2 오릅니다

그야말로 사기적인 효과.

그러나 용후의 얼굴엔 나탈리 사제만큼의 미소는 지어져 있지 않았다.

일각 미노타우로스의 고기로 요리를 해 먹었을 때보다 스탯 상승 수치가 많이 낮았다.

일각 미노타우로스와 삼각 미노타우로스의 레벨차는 꽤 나지만, 고기는 같은 종류. 그래서인 듯했다. 일종에 내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폭의 스탯 상승효과를 얻으려면 미노타우로스보다 더 레벨이 높고 다른 종의 몬스터를 잡아서 요리해 먹어야 했다.

그런데 그때, 용후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조금은 더 커졌다.

-나탈리 사제의 호감도가 200 오릅니다

몬스터 고기를 요리해줄 때마다 호감도가 오르는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크게 만족하면 호감도가 지금처럼 꽤 큰 폭으로 올랐다.

그렇게 오른 호감도가 현재 1,300이 넘었다.

이 정도 수치면 언젠가 나탈리 사제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받게 되는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때 스튜 한 그릇을 더 떠서 먹던 용후가 갑자기 접시를 바닥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탈리 사제도 똑같이 했다. 몬스터가 내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와서였다.

"삼각 미노타우로스와 붉은 고블린들입니다."

상태창이 다 보여 스킬을 쓰자 어둠 속에서 달려오고 있는 몬스터들이 싹 보였다.

모든 미노타우로스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다른 몬스터들을 이끌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숫자가 상당했다.

그러나 용후는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상처는 꽤 입겠지만, 나탈리 사제의 힐을 받으며 싸울 테니 충분히 미노타우로스와 전투를 하며 붉은 고블린 떼들까지 잡아낼 수 있었다.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해오든 삼각 미노타우로스는 환영이었다.

미노타우로스를 잡아 현자의 돌의 파편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마탑지엔 삼각 미노타우로스가 현자의 돌의 파편을 드랍할 가능성이 있다 적혀 있었다.

삼각 미노타우로스부턴 자연적으로 생겨나지 않는 종이었다.

그리고 열화판 현자의 돌로 할 수 있는 건 오직 무기 강화뿐.

그러니 삼각 미노타우로스는 현자의 강화석으로 만들어낸 키메라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마탑지의 추측대로 유저가 잡을 경우 현자의 돌의 파편이 드랍될 가능성이 분명 있었다.

아마 보상방에 있는 현자의 돌의 파편보단 작은 크기겠지만.

-크허어어엉!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3개의 뿔을 가진 미노타우로스가 곧장 용후를 향해 돌진했다.

그 뒤를 피부가 온통 붉고 머리에 외뿔을 가진 고블린들이 강철 방패와 검을 가슴 앞에 바짝 치켜들며 우르르 삼각 미노타우로스를 뒤따랐다.

후웅! 훙!

나탈리 사제가 삼각 미노타우로스와 붉은 고블린들에겐 디버프 권능을, 용후에겐 버프 권능을 썼다.

그 권능을 받아 빛을 뿜어내며 용후가 미노타우로스의 가슴에 리볼버(+2) 두 발을 쐈다. 총알은 아직 많이 있지만, 2발만 명중시켜도 충분했다.

질풍검을 뽑아 든 용후가 삼각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마주 달렸다.

"자동사냥!"

자동사냥 스킬에 몸을 맡기며.

* * *

-크허어어어엉!

왼쪽 팔이 팔꿈치 부위부터 잘리고, 오른쪽 옆구리가 길게 베여 피를 쏟으며 삼각 미노타우로스가 비명을 터뜨렸다.

그러나 쓰러지진 않았다.

심지어 옆구리를 베는 데 성공하자마자 뒤로 돌아 들어가는 용후를 쫓아 몸을 돌리며 할버드까지 휘둘렀다.

힘이 빠진 공격이 아니었다. 광풍이 휘몰아치며 할버드의 날이 용후의 옆구리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그러나 그때, 용후의 몸이 상체를 밑으로 훅 숙였다.

직후 미노타우로스의 할버드가 허공을 가르며 용후를 향해 달려들던 붉은 고블린 2마리의 머리를 양단했다.

-키헥!

-켁!

반으로 잘리며 날아간 붉은 고블린들의 머리가 바닥을 구르며 피를 사방으로 흩뿌렸고, 동시에 용후의 몸은 지면을 세게 박찼다.

단숨에 삼각 미노타우로스의 몸으로 파고든 용후의 몸이 질풍검을 대각선 아래로 휘둘렀다. 왼쪽 발목을 노린 공격이었다.

촤악!

아킬레스건이 절단되며 미노타우로스의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반대로, 용후는 상체를 들어 올리며 질풍검을 한 번 더 휘둘렀다.

쉭!

-키헤엑!

옆에서 달려들다 목이 잘린 붉은 고블린이 크게 벌어진 목에서 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뒤로 쓰러졌고, 용후의 몸은 가볍게 지면을 박차 쓰러진 삼각 미노타우로스의 다리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리 위를 달려 가슴까지 올라가 심장이 있는 부위에 질풍검을 꽂아 넣어 확실히 숨통을 끊었다.

미노타우로스의 움직임은 완전히 멎고, 용후의 몸은 빛에 휩싸였다.

-레벨이 44가 됩니다

-레벨이 45가 됩니다

-레벨이 46이 됩니다

던전밥 스킬을 써 도축을 하지 않자 미노타우로스와 붉은 고블린들의 시체가 금방 소멸해 사라졌다. 그리고 전부 드랍템을 만들어냈다.

먼저 삼각 미노타우로스가 드랍한 드랍템부터 주웠다.

-현자의 돌의 파편을 얻었습니다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높은 행운 스탯의 효과도 있지만, 누구도 삼각 미노타우로스가 있는 층까지 오지 못해서 그렇지 삼각 미노타우로스들이 현자의 돌의 파편을 드랍하는 확률은 그렇게까지 극악하지 않았다.

물론 보상방의 현자의 돌의 파편과 달리, 구슬 정도 크기에 불과했다.

후웅!

용후가 그 현자의 돌의 파편을 제물로 뭐든 다 만들어 스킬을 쓰자 스킬이 바로 시전됐다. 현자의 돌의 파편이란 증거였다.

그리고, 열화판 현자의 돌을 쓰느냐 현자의 돌의 파편을 쓰느냐 그 차이일 뿐 다른 재료들과 만드는 과정은 같기에, 현자의 돌의 파편이 가짜가 아니면 실패할 이유가 없었다.

그즈음 빛이 사라지며, 용후의 손바닥 위에 생겨난 둥그스름한 물체가 보였다.

돌이었다.

티끌 하나 없이 새하얀 돌.

"좋아."

돌을 꽉 말아 쥐며 용후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 돌로 스킬을 강화할 수 있다. 무슨 스킬을 강화할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자동사냥 스킬.'

현자의 강화석과 용후의 몸이 함께 빛을 냈다.

훙!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자동사냥이 자동사냥(+1)이 됩니다

-오토 웨폰 마스터리가 개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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