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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52화 (5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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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52화

-크허어어엉!

미노타우로스였다.

외뿔의 일각(一角)이지만, 일각 미노타우로스의 레벨도 무려 70레벨대였다.

그리고 일각 미노타우로스는 지능이 낮아, 포악하기는 더 포악했다.

그래서 불리해져도 도망가는 법이 없고, 사냥하기로 한 먹이는 끝까지 쫓았다.

'끝났군.'

용후와 나탈리 사제의 뒤를 따라가고 있던 남병수가 파티원들과 함께 키득키득 웃음을 흘렸다.

저 유저의 장비 수준은 상당히 좋았다. 심지어, 왼손 검지에 끼고 있는 반지는 자신들이 차고 있는 액세서리템보다 더 좋아 보였다.

그래도 잘해야 55~60레벨 정도일 테고, 정말 정말 잘 쳐줘도 65레벨 이상은 아닐 것이다.

기세, 그리고 기운이라는 게 있다.

그런 기(氣)를 50레벨이 넘어가면 조금씩 느낄 수 있게 되고, 60레벨이 넘으면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게임처럼 레벨이 보이는 건 아니지만, 63레벨, 남병수 정도 레벨이 되면 상대의 레벨이 몇인지 대충 가늠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남병수는 상당히 정확히 기를 느끼고, 가늠해냈다.

용후의 레벨은 40, 스탯 수치상으로 계산해도 60레벨 정도. 그러니 남병수의 생각대로, 아무리 사제를 데리고 있다 해도 일각 미노타우로스를 잡을 수 없어야 했다.

그런데…….

투앙투앙투앙!

갑자기 그런 소리가 울렸다.

지하 14층은 동굴 형태, 그래서 그 소리는 한참 동안 더 메아리치며 이어졌다.

그러니 모를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남병수의 눈이 휘둥그레져졌다. 지금도 메아리치고 있는 이 소리는 총성이었다.

"이거, 총성인데요……!"

파티원들의 생각도 다 같았다.

총성이 틀림없었다.

그때였다.

"어어! 쓰러진다!"

한 파티원이 앞을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남병수가 숨어 있던 바위에서 나와 앞으로 몇 걸음을 가면서까지 앞을 유심히 봤다.

"어!"

남병수의 그 탄성과 동시에, 일각 미노타우로스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곤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나 피를 많이 흘리고 있는지, 미노타우로스가 점점 피에 잠겨가는 게 보였다.

그때, 뒤에서 또 탄성이 들렸다. 파티원들이 낸 소리였다. 드랍템이 만들어졌고, 그 드랍템이 무려 미노타우로스의 뿔이었다.

열화판 현자의 돌의 파편만큼은 아니지만, 미노타우로스의 뿔도 구하는 게 엄청 어려웠다.

미노타우로스는 꽤 많지만, 뿔을 드랍하는 경우는 200마리를 잡으면 1마리나 될까 말까. 그 정도로 드랍율이 낮았다.

물론 도축으로 얻는 건 불가능했다.

아이템화 되어 드랍되는 부위는, 도축으로 떼어내 봐야 금방 소멸해 사라져 버리니.

그런 뿔이, 처음 잡은 미노타우로스에게서 드랍되다니 굉장한 행운이었다.

100골드씩이나 내고 텔레포트를 타고 내려온 유저가 내려오자마자 미노타우로스에게 찢겨 죽게 생기자 재밌어하며 웃던 남병수와 파티원들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열화판 현자의 돌의 파편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미노타우로스의 뿔도 엄청 고가의 재료템.

마탑에 팔면 200골드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 저 유저는 텔레포트를 타는데 100골드를 썼지만, 벌써 소세토 유적지에서 100골드를 번 셈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남병수는 괜히 배가 아파 오는 걸 느꼈다.

자신들이 독점한 사냥터, 저 미노타우로스가 드랍한 뿔은 홍염 길드로 들어오게 됐을 물건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어떤 아이템이 드랍되도록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유저에 따라 달라지고 행운 스탯의 영향도 받게 되지만, 그런 생각은 싹 무시하고 남병수는 분한 마음만 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 저기! 또 옵니다!"

"저기도 와요!"

두 마리 다 미노타우로스였다.

아쉽게도 둘 다 일각이었지만, 한 마리와 두 마리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5발을 쏴서 미노타우로스를 잡았으니, 저 권총에 총알 8발이 들어간다 해도 2마리는 절대 못 잡아.'

애초에 총알이 그렇게까지 많이 있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유저가 인벤토리에서 꺼낸 총알을 탄창에 채워 넣기 시작했다.

"……."

남병수가 쯧 혀를 차며 초조해했다.

길드장의 허락을 안 받고 텔레포트 게이트를 빌려줬으니, 저 유저와 사제가 계속 지하 15층에서 사냥을 하고 다니면 다른 길드원이 보게 될 테고, 그럼 100골드도 뺏기고 징계까지 먹게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총알을 많이 갖고 있다 해도, 미노타우로스 두 마리는 거의 비슷한 거리에서 거의 같은 속도로 오고 있었다.

한 마리는 잡아내겠지만, 탄창에 다시 총알을 채우는 사이 다른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을 받아 죽게 될 것이다.

사제의 힐과 권능도 소용없다.

미노타우로스의 공격 한두 번이면 몸이 퍽퍽 터져나갈 테고, 붙잡히며 갑옷째로 찢겨 나갈 테니.

'죽여!'

남병수도, 파티원들도 미노타우로스들을 응원했다.

* * *

-크허어어어엉!

이번에도 총알 5발을 맞은 일각 미노타우로스가 뒤로 넘어가며 쓰러졌다.

그러나 그사이, 또 다른 일각 미노타우로스는 유저의 바로 지척에 다다라 있었다.

괴성을 토한 미노타우로스가 길고 육중한 할버드를 양손으로 쥐곤 유저를 향해 휘둘렀다.

그 할버드에 바람이 엉켜들며 사나운 풍압이 만들어져 휘몰아쳤다.

남병수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지!'

가깝고, 또 빨랐다.

게다가 유저는 왼손에 검을 들고 있긴 했지만, 어떤 움직임도 못하고 있었다.

이제야 회피 동작을 해봐야 저 긴 할버드의 리치에서 빠져나갈 순 없다.

권총을 쏘느라 방패를 들고 있지 않았으니 막는 것도 불가능.

'개X꺄, 죽어!'

원수를 진 것도 아닌데 남병수가 욕까지 하며 속으로 외쳤다.

그런데 갑자기 유저가 제자리에서 뛰었다. 그냥 뛴 게 아니었다. 엄청 빨랐다. 마치 저 유저만 빨리 돌리기가 된 듯한 움직임!

유저의 발이 허공을 가르고 있는 미노타우로스의 할버드를 박찼다. 유저의 몸이 날 듯이 대각선 위로 솟구치더니, 상체가 뒤로 휘어졌다.

공중에서 백덤블링을 한 것.

남병수와 파티원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유저가 할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무술을 배웠거나, 아크로바틱을 했어도 무리.

맨땅에서라면 가능해도, 70레벨대 몬스터인 미노타우로스가 휘두른 할버드를 밟고 뛰는 건 무리다.

물론 자동사냥 스킬을 썼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투앙!

할버드의 리치 밖으로 멀찍이 벗어나 착지한 용후가 리볼버(+1)의 남은 총알 한 발을 미노타우로스의 가슴으로 쏘고, 즉시 리볼버를 인벤토리에 넣곤 바람 정령이 할퀴고 간 방패를 꺼내 들었다.

그러곤 피를 쏟으며 비틀대는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돌진했다.

달리는 도중 용후의 몸이 빛났다. 속도가 확 빨라졌다. 나탈리가 건 권능 덕분이었다. 속도뿐 아니라 공격력과 방어력도 올랐다.

훅 거리가 좁혀졌고…….

촥!

용후의 몸이 휘두른 질풍검이 미노타우로스의 옆구리를 깊게 벴다.

-……크허어어엉!

피와 내장을 잔뜩 쏟은 미노타우로스가 고통에 찬 비명을 터뜨리곤 더 크게 휘청였다.

그러나 쓰러지진 않았다.

재생력은 없지만, 트롤 이상의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었다.

-크허어엉!

할버드를 고쳐 쥔 미노타우로스가 용후를 향해 이빨을 훤히 드러내며 포효를 터뜨리곤 패일 정도로 지면을 박차며 돌진했다.

미노타우로스가 금방 용후와의 거리를 좁혔다. 아직 많은 힘이 남아 있었다. 할버드가 풍압을 만들어내며 휘둘러졌다.

카앙!

불꽃이 번쩍 튀었다. 용후의 방패와 미노타우로스의 할버드가 충돌해서였다. 그런데 그때 다른 소리가 섞였다.

카가가각!

할버드의 날이 방패 표면을 긁고 지나가는 소리였다.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을 용후의 몸이 방패로 흘린 것이다.

워낙 힘이 세 완전히 흘리진 못하고 팔이 조금 할버드의 도끼날에 베였지만, 깊진 않아 전투를 이어가는 덴 지장이 없었다.

쩡!

할버드의 날이 밑으로 떨어지며 바닥에 박혔다. 직후 용후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뒤로 바짝 젖혀둔 질풍검을 대각선 위로 전력으로 내찔렀다.

푸확!

질풍검이 미노타우로스의 심장을 꿰뚫고 등으로 빠져나갔다. 바로 검을 뽑아낸 용후가 뒤로 물러났다. 미노타우로스가 할버드를 놓으며 허물어졌다.

스릉!

미노타우로스 사냥이 끝나자 자동사냥 스킬이 저절로 풀렸고, 용후가 질풍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때 용후의 몸이 빛났다. 몸이 안 보일 정도로. 이번에도 나탈리가 건 힐과 레벨업의 빛이 겹쳐져서였다.

-레벨이 41이 됩니다

한편.

"어!"

"뭐야 저거!"

"말도 안 돼!"

남병수와 파티원들이 그런 말들을 하고 있었다.

또, 뿔이 드랍됐기 때문이었다.

주교의 대축복으로 생겨난 행운 스탯과 용오름 길드를 잡아 얻은 액세서리템 중 행운을 올려주는 템들이 몇 개 있었고, 그 템들은 팔지 않고 다 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팰린 주교의 대축복은 트리던보다 더 효과가 뛰어나 지금 용후의 행운 스탯은 50이 넘었다.

충분히 말이 됐다.

"……저건 또 뭐야?"

유저가 미노타우로스를 도축하기 시작했다.

* * *

도축을 끝내자마자 용후는 모닥불을 지피고 미노타우로스의 고기로 요리를 시작했다.

지글지글!

안심 부위를 사용한 스테이크였다.

조리법이 간단한 요리지만 용후는 온 정신을 집중하고 정성을 엄청 들여 스테이크를 구웠고, 곁들이는 채소를 굽는 데도 그렇게 했다.

-75점

-초급 요리 스킬이 7레벨이 됩니다

상당히 높은 점수였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 초급 요리의 스킬 레벨이 올랐다.

높은 점수를 받은 만큼 던전밥 스킬에 많은 경험치가 들어갔을 테고, 요리 스킬의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던전밥 스킬의 스킬 레벨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정도면 대만족.

미소 지은 용후가 스테이크를 잘라 접시 2개에 나눠 담았다. 그러면서 뒤쪽을 힐끔 봤다.

아직 있었다.

거리도 좀 있고 어두워 유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어둠 속에 상태창들이 빛을 내며 떠 있었다.

아까 미노타우로스를 자동사냥으로 잡을 때, 놀라 바위 밖으로 잠깐 튀어나왔던 남병수를 봤던 것.

그때 쓴 상태창이 다 보여 스킬의 효과가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것이었다.

'악명 스탯은 없긴 한데…….'

그러나 악명 스탯이 없다 해서 이 사람은 선량한 사람이라 단정 지을 수 없었다. 악명이 없어도 더 악당 같은 자들도 봤기에.

어둠 속에 숨어서 보고 있단 건 자신들을 상대로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단 뜻.

그러나 용후는 일단 무시했다. 자신에게 해를 끼친 건 없으니.

아직은 말이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말 다양한 자들을 만나고 상대했다. 그래서 용후는 딱 감이 왔다. 저자들이 그냥 자신들을 보다가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자, 드세요."

용후가 스테이크를 올린 접시를 나탈리 사제에게 건넸다. 나탈리 사제가 군침을 삼기고 기대감이 담긴 얼굴로 접시를 받아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형제님."

자른 고기를 입에 넣고 씹은 나탈리 사제의 눈이 커지고 입에선 바로 탄성이 나왔다.

용후도 미노타우로스 안심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리고 다 먹자, 두 사람의 눈앞에 다양한 버프와 영구적인 스탯 상승을 알리는 알림창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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