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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48화 (48/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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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48화

"잡아! 잡아서 쓰러뜨리란 말이야!"

부길드장 유영기가 외쳐댔다.

도망가는 길드원은 없었다. 무려 부길드장이 명령을 내리고 있고, 상대는 이계템을 갖고 있다 해도 고작 한 명.

10명 정도가 죽었지만, 아직도 50여 명이 남아 있었다.

용오름 길드는 이계템을 딱 과도 하나만 갖고 있으니, 김용후를 죽이는 건 힘들지 몰라도 이 수로 제압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움직임을 보니 김용후는 상당한 고렙이었다. 60레벨, 70레벨도 넘을 듯했다.

그러나 나이프 이계템의 공격력은 역시 낮은지, 한두 번의 공격에 죽는 길드원은 거의 없었다.

또, 권총이 아무리 사기적인 무기라 해도 무한하게 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총알이 있어야만 사기적인 무기가 될 수 있는 무기.

방금 탄창에 총알을 6발 새로 채웠지만, 김용후는 아직 한 발도 쓰고 있지 않았다.

페인팅을 거는 데만 권총을 쓰고 있었다. 역시 총알이 많진 않으니 막 쏴대지 못하는 것이다.

당연하다. 이 세계에선 총알을 만들 수 없다. 딱 유저들이 이 세계로 가지고 떨어진 수만큼만 존재한다.

그러니 제압할 수 있다.

세이브존 안에선 몸에 보호막이 둘러져 유저를 죽일 수 없는 거지, 때릴 수도 있고 몸 어디든 붙잡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붙잡아서 마을 밖으로 끌고 나가 협박을 하든, 죽이고, 죽이고 죽이는 식이든 작업을 하면 된다.

나가지 않으려 버티면, 보호막이 몸이 세이브존 밖으로 끌려나가지 않도록 고정도 시켜준다.

그러나 이 역시 방법이 있었다.

환각이나 환청을 보게 하는 독을 물이나 음식에 타서 먹이거나, 잠이 들게 하는 마법을 써서 끌고 나가면 된다.

나가지 않으려는 의지가 없으면, 세이브존의 경계에서 몸이 고정되는 보호 기능은 작동하지 않으니까.

환각을 보게 하는 독은 바르뎅 마을에선 구하기 힘들지만, 자정이 지나 마법사들이 부활하면 슬리핑 마법은 쓸 수 있었다.

아무리 스킬 레벨이 높아도 슬리핑 마법은 어지간히도 잘 안 걸리는 마법, 그러나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상태라면 걸 수 있었다.

그런데…….

"병신 새끼들아! 뭔 개X랄들이야! 사람 한 명을 못 잡아서……! 둘러싼 다음에 한꺼번에 공격해 들어가란 말이야!"

뒤에서 그런 소리만 계속 쳐대는 부길드장 유영기에게 길드원들이 속으로 욕을 해댔다.

'시X, 말이 쉽지.'

공격력은 안 그런데, 움직임은 100레벨대 NPC 기사 같았다. 그러니 포위를 해도, 몇 명을 눈 깜짝할 새에 죽여 버리거나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 포위망을 허물어 버리거나, 아니면 아예 금세 빠져나가 버렸다. 엄청 날쌔게, 곡예 같은 움직임을 하면서.

"……아악!"

"큭!"

"컥!"

겨우겨우 다시 두른 포위망을 김용후가 또 빠져나가 버렸고, 이번엔 3명의 길드원이 비명을 줄줄이 지르며 쓰러졌다.

셋 다 가슴과 목, 복부에 두세 개의 자상이 있었고, 전부 정확히 급소 부위였다.

어떻게 된 게 초반보다 급소를 찌르는 정확도가 점점 더 오르고 있었다. 혼자서 이 많은 유저를 이 좁은 공간에서 상대하고 있으니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며 정확도가 떨어져야 정상인데.

오히려, 용오름 길드원들의 체력이 더 떨어져 있었다.

절반은 헥헥거리며 굼뜨게 움직이고, 전의를 상실한 모습을 보이는 길드원들도 꽤 보였다.

그러니 더욱 김용후에게 급소를 쉽게쉽게 내주고 있는 것.

급기야 창문으로, 또는 문 쪽으로 달려가는 길드원들이 생겨났다.

"도망가는 새끼들은 길드에서 강퇴야!"

길드장 임후권의 목소리였다.

소란을 듣고 길드장실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2층 계단 층계참에 서서, 1층 로비로는 내려오지 않았다.

당연히 임후권도 총에 맞으면 즉사, 팔다리에 맞아도 전투 불능, 죽은 거나 다름없어진다.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유영기 이 새끼야! 너도 붙어서 도와! 뭘 뒤에서 명령만 쳐 하고 있어!"

얼굴이 터질 듯 벌게져 외치는 임후권의 말에 유영기가 검을 뽑아 들고 용후를 향해 달려갔다.

투앙!

가슴에 총을 맞은 유영기가 앞으로 고꾸라져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시체에 부딪혀 구르는 게 멈추자 그대로 축 늘어졌다.

"와 씨…… 공격력이 몇이길래……!"

두꺼운 판금 갑옷으로 전신을 두르고 있는 부길드장인 데도 총알 한 방에 즉사라니.

투앙! 투앙! 투앙!

총성이 연달아 세 번 더 울렸다. 창문을 열고 나가려 하는 길드원들을 쏴 죽이는 소리였다.

그 총성에 기껏 다시 포위망을 짜는 데 성공한 길드원들이 겁을 먹곤 멈춰 서거나 주춤주춤 물러나기까지 했다.

그사이, 권총의 탄창을 연 용후가 총알을 허공에서 꺼내 빈 탄창에 채워 넣었다.

자동사냥 스킬이 끝나서 할 수 있는 행동. 자동사냥 스킬은 아직은 세세한 동작을 필요로 하는 컨트롤까진 수행하지 못했다

"미친…… 몇 발을 갖고 있는 거야!"

아직도 30발이 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용오름 길드원은 이제 절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보고 있지 말고, 이럴 때 공격하란 말이야! 이럴 때!"

임후권이 다시 소리쳤다.

그 소리에, 한 길드원이 떠밀리듯 용후를 향해 돌진했다.

용후가 그 유저를 향해 리볼버(+1)의 방아쇠를 당겼다.

투앙!

정확히 이마 한가운데에 총알을 맞은 길드원이 이번엔 뒤로 떠밀리듯 되며 쓰러졌다.

"모, 못 잡아……! 이러다 다 죽어!"

"그리고 말이 틀리잖아! 마을 밖에서 잡겠다며!"

"권총 갖고 있단 말도 없었어!"

용오름 길드원들이 사기를 잃고 그런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망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싸우다가도, 창문과 문 쪽으로 가는 길드원이 있으면 그 길드원들부터 쏴버리니.

공격도 제대로 못 하고 도망도 못 치는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잠시 뒤…….

"자동사냥."

자동사냥 스킬의 쿨타임이 끝나자마자 용후가 스킬을 재차 썼다.

홱 나이프를 가슴 앞에 세운 용후의 몸이 용오름 길드원들을 향해 다시 돌진했다.

수가 확 줄어 있고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용오름 길드원들 사이로 완전히 파고 들어갔다.

그사이, 길드원들과 똑같이 용후를 잡을 수 없단 생각을 한 길드장 임후권이 몸을 돌려 다시 3층으로 올라갔다.

자동사냥 중 눈은 자유롭게 돌릴 수 있기에, 용후는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놓칠 생각은 없었다.

* * *

"길드장 튀었다!"

"시X, 이거 실화야?"

"와 씨, 어이없네!"

길드장 임후권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길드원들이 황당함과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소리쳐댔다.

그러나 그건 잠시, 다시 고막을 찢는 듯한 총성이 울리자 다른 감정들은 싹 날아가고 공포심이 차올랐다.

다들 레벨이 30이 넘는 유저들, 이 레벨까지 올리는 동안 한두 번씩 죽지 않은 자들이 없었다.

그러니 죽어도 부활한다 해도, 죽음에 버금가는 공포심을 느낄 수밖에.

그런데도, 김용후를 잡기만 하면 수백 골드, 그 이상 수천 골드도 벌 수 있고, 번 돈을 1/N로 나눠주겠단 길드장의 말에 도망가지 않고 싸웠던 건데, 길드장이 도망갔단 건 절대 잡을 수 없다 판단한 것이었다.

더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

"흩어져서 도망가!"

문은 한 개지만, 창문은 4개나 된다. 또, 그 창문들이 다 컸다. 동시에 2명씩 빠져나가는 게 가능했다.

그러니 다 빠져나가진 못하겠지만, 꽤 많은 길드원이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었다.

'이곳이 필드였다면!'

흩어져 도망가며 용오름 길드원들이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권총을 갖고 있다 해도, 필드였다면 지금 남은 이 수만으로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용후의 움직임은 흡사 NPC 기사 같지만, 데미지가 보호막 때문에 들어가지 않아서 그렇지, 길드원들이 김용후의 몸에 명중시킨 공격은 상당히 많았다. 치명상이 됐을 공격들도 많았다.

용후의 생명력 스탯 수치와 자가 재생력을 가졌단 걸 모르기에 하는 생각이었다.

또 포션도 100병이 넘게 있었다.

자가 재생력 덕분에 포션의 흡수율도 다른 유저들보다 배 이상 높고, 계속 먹어대도 포션의 효과가 감소하는 시기도 훨씬 늦었다.

투앙!

"컥!"

투앙!

"……큭!"

투앙!

"악!"

왼쪽 창문으로 빠져나가려 하는 용오름 길드원들을 향해 리볼버(+1)의 남은 총알을 다 쏜 용후의 몸이, 몸을 돌려 오른쪽 창문으로 달렸다.

그리고 창문 앞에서 서로 마구 뒤엉켜 우왕좌왕하고 있는 용오름 길드원들의 목과 후두부, 심장만 노려 나이프 이계템을 푹푹 깊이깊이 찔러 넣었다.

한 방에 즉사하는 유저도 많았고, 레벨과 생명력 수치가 높아 잘 버텨봐야 2~3번이었다.

그러나 작정하고 도망가니, 다 잡는 건 힘들었다. 그리고 길드장 임후권이 지금쯤이면 꽤 멀리까지 도망갔을 것이다.

길드장을 잡아야 했다.

길드장을 시체로 만들어 놓으면, 길드장도 부길드장도 잃은 반도 안 남은 길드원들만으론, 자신을 쫓아오려 하지 못할 테니.

'지금 길드장 쫓아.'

용후가 마음속으로 말하자, 자동사냥 스킬이 바로 용후의 컨트롤을 인식하곤 휙 몸을 돌려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순식간에 3층 복도로 올라간 용후의 몸이 문이 열려 있는 길드장실로 뛰어들어갔다.

그러곤 열린 창문의 난간으로 올라가 창문 밖으로 몸을 빼 지붕 끝을 왼손으로 잡곤 휙 난간을 박참과 동시에 몸을 빙글 회전시켜 지붕 위로 올라갔다.

임후권을 포착하자마자 용후의 몸이 지붕 위를 달렸다. 그러다 난간 끝을 박차 앞에 있는 한층 더 높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지붕을 달려 난간을 박차고 점프, 그런 식으로 건물 지붕들을 달리고 뛰며 임후권을 쫓았다.

'빠르다!'

용후가 감탄했다.

자동사냥 스킬을 써 전력으로 달린 건 오랜만이었다.

레벨이 10도 안 됐을 때도 비약으로 개조된 육체 덕분에 충분히 빨랐지만, 지금은 인간의 달리기 속도를 완전히 초월해 있었다.

임후권과의 거리가 확확 좁혀져 갔다. 땅이 아니라, 건물 지붕을 달리고 뛰고 있어 더 그랬다.

임후권은 중간중간 주춤대거나 굼뜨게 움직이기도 했지만, 자동사냥 스킬이 걸린 용후의 몸은 그런 게 일절 없이, 시종일관 속도가 일정했다.

그때 뭔가를 느꼈는지 임후권이 뒤를 돌아봤다. 용후를 발견하자 즉시 방향을 꺾었다. 마을 밖으로 나가려는 듯했다.

바르뎅 마을에서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파칼 숲이 있었다. 숲으로 들어가 숨거나, 세이브존 밖에선 자신도 공격할 수 있으니 그게 낫다 판단한 것이리라.

소용없었다.

용후가 상태창이 다 보여 스킬을 쓰면 땅속으로 들어가 숨지 않는 한, 어디에 숨어도 바로 발각이 되니.

그리고 권총의 공격력이 세이브존 안에서 특히 높아지는 게 아니었다. 세이브존 밖에서도 한 방만 맞으면 죽고, 스치면 전투 불능이다.

그때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 임후권이 마을 문을 빠져나가 파칼 숲으로 달렸다.

용후의 몸도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전속력을 내 마을 문으로 달렸다.

그런데 마을 문을 막 나왔을 때 자동사냥 스킬이 풀렸다. 유지 시간이 끝난 것이다.

상관없다. 용후가 스스로 달렸다. 곧 따라잡을 것이다. 자가 재생력 덕분에 잘 지치지 않으니.

그리고…….

용후가 인벤토리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달리며 먹었다. 던전밥 스킬을 써 칼날손톱곰의 고기로 만든 샌드위치였다. 작은 크기라 금방 먹었고, 먹자마자 효과가 나타났다.

-2시간 동안 생명력 스탯이 15 오릅니다

-2시간 동안 근력 스탯이 12 오릅니다

-2시간 동안 민첩 스탯이 10 오릅니다

자동사냥 스킬을 썼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거리가 차츰차츰 좁혀져 갔다. 잠시 뒤, 임후권의 혼잣말 소리도 들리는 거리까지 됐다.

"헉…… 허억…… 이런 개X발!"

결국 임후권이 멈춰 섰다. 그러곤 스테미너 포션병을 꺼내 단숨에 쭉 들이키곤, 검과 방패를 꺼내 들었다.

30m도 안 되는 거리, 총을 쏘지 않고 있는 건 총알을 다 썼기 때문일 것이었다.

아니었다.

아직도 용후는 인벤토리에 20발이 넘는 총알을 갖고 있었다.

여기서 총으로 쏴 즉사시키면, 입고 있는 장비를 벗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마을 안으로 끌고 가 마을 안에서 처리하려는 거였다.

자신을 잡아 탈탈 털려 한 자, 이왕 시작했으니 확실히, 하나라도 더 얻어가야지.

멈춰선 용후가 질풍검과 바람 정령이 할퀴고 간 방패를 꺼내 들었다.

임후권의 레벨은 43, 용후의 레벨은 37, 그러나 육체개조 비약으로 오른 스탯과 단체 퀘스트 보상으로 얻은 스탯 보상으로 스탯 수치는 50레벨대였다.

'광휘의 카운터.'

임후권이 스킬을 시전했다.

NPC 기사처럼 싸우는 자, 권총을 쓰지 않는다 해도 임후권은 이길 수 있을 거란 확신은 없었다.

그래도, 영지 변방의 별거 없는 마을이지만 그래도 길드장씩이나 하는 자, 레벨을 떠나 전투 센스가 상당하고, 또 비장의 한 수를 갖고 있었다.

그게 유니크 등급의 이 카운터 스킬이었다.

스킬을 건 상태에서 방패로 상대의 공격을 막기만 하면, 카운터를 명중시킬 수 있었다.

지금껏 실패한 적이 없었다. 카운터 공격에 동작 보정이 들어가기 때문.

목, 심장에 명중시키면 즉사도 시킬 수 있고, 또는 옆구리를 절반 가까이 잘라놓는 공격을 성공시켜 내장이 쏟아져 나오게 하면 힐링 포션으론 치료할 수 없다.

"들어와, 이 개X끼야!"

임후권이 욕을 하며 소리쳤고, 용후가 지면을 박차 돌진했다. 공격 스킬 하나 쓰지 않고.

그러나 용후의 얼굴엔 여유가 넘쳤다.

몸속에서 다 보고 다 느꼈다. 자동사냥 스킬은 그 어떤 검술 선생보다 훌륭한 선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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