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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44화 (4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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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44화

'한 명만 남기고 다 처리.'

자동사냥 스킬이 유저 둘을 처리했을 때, 용후가 마음속으로 말했다.

얼마 전까지도 용후는 자동사냥 스킬을 전혀 컨트롤하지 못했다.

그러나 파칼 숲에서 자동사냥 스킬의 스킬 레벨을 더 올려, 현재 자동사냥 스킬의 스킬 레벨은 8이 된 상태, 8레벨이 되자 자동사냥 스킬의 컨트롤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공격을 하라는 식의 세세한 컨트롤은 불가능하지만, 누굴 먼저 공격할지, 또는 죽일지 아니면 기절만 시킬지 상처만 입힐지 정도는 됐다.

그 정도만 돼도 자동사냥 스킬로 훨씬 많은 걸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지금처럼.

용후는 한 명은 남겨, 자신을 바르뎅 마을까지 데려가 주는 길잡이로 삼으려는 것이었다.

"파이어 애로우!"

로브를 입고 있는 유저가 외쳤다.

용후를 향해 겨눠진 스태프 끝, 녹색 보석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그 보석 안에서 불꽃으로 이루어진 화살 두 발이 생겨나 용후를 향해 날아갔다.

1서클 마법.

그러나 마법사 유저의 파이어 애로우 스킬 레벨은 7레벨로, 스킬 레벨이 오를 때마다 시전 속도와 날아가는 속도, 공격력이 오르기에 30레벨대, 항마력을 갖고 있지 않다면 40레벨대 유저도 이 거리에선 단 한 발만 맞혀도 즉사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용후의 레벨은 30대지만 스탯 수치는 50레벨대, 게다가 항마력 수치는 20이 넘는다. 즉사 당할 일은 절대 없었다.

두 발을 다 맞는다 해도 치명상까진 입겠지만, 역시 죽지는 않는다.

물론 그렇다 해서, 용후는 마법 공격을 몸빵으로 버틸 생각은 없었다.

용후의 몸이 바람처럼 움직였다. 자동사냥 스킬에 의해. 용후의 눈은 화살 같은 속도인 파이어 애로우를 쫓지 못했지만, 몸은 파이어 애로우를 확실히 보고 몸을 피하고 있는 것이었다.

쾅!

콰쾅!

화르르르륵!

파이어 애로우가 모닥불 위를 지나 뒤쪽에 있는 나무들에 부딪혀 허무하게 폭발해 흩어졌다.

"하……! 말도 안 돼!"

마법사 유저가 비명 섞인 경악성을 터뜨렸다.

유저는 막 또 다른 파티원의 목을 벤 참이었다. 뭔가를 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게다가 바로 지척이었다.

다섯 걸음도 안 되는 거리에서 파이어 애로우를 쏜 거다. 그런데 그걸 피했다.

마치 텔레포트라도 한 것 같은 움직임.

그러나 텔레포트는 어떤 마법사도 구현하지 못하는 고대에 있었다고만 알려진 마법, 그 마법을 썼을 린 없었다. 스태프도 아닌 검을 들고서는 더욱.

그러나 정말 그런 움직임이었다.

'대체 뭐야, 이놈! 100레벨이 넘는 초고렙이라도 된다는 거야!'

그러나 그런 초고렙 유저가 파칼 숲에 있을 리도 없었다. 퀘스트 때문에라도 오는 일은 없다. 100레벨이 넘었다면 이곳까지는, 더 이상은.

"나 1골드만."

그런 말을 또 하며 유저가 쇄도해왔다.

자신을 보고, 자신에게 돌진하며 말했으니, 이번엔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10골드 또는 20골드 정도가 빠져나갔을 것이다.

흡사 홀린 듯한 기분.

그러나 돈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뭐, 뭘 하고 있는 거야! 막아, 이 병신 새꺄!"

남은 파티원 한 명에게 외친 말.

탱커 역할을 하는 파티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사가 마법사를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나마 지금 자신들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마법을 명중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사 파티원은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었다.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선.

마법사 유저가 몸을 돌렸다.

그 직후였다.

용후의 몸이 질풍검을 휘둘렀다. 질풍검에 붙은 속도업 효과들에 의해 팔이 엄청 빠르게 휘둘러졌고, 검날이 정확히 마법사 유저의 목을 베며 빠져나왔다.

그리고 용후의 몸이 움직임을 딱 멈췄다.

용후가 해둔 컨트롤대로, 한 명만 남게 되자 그 즉시 자동사냥 스킬이 풀린 것이었다.

"나 1골드만."

혼자 남은 유저 쪽으로 돌아서며 스킬을 쓰고 질풍검을 검집에 넣은 용후가 말했다.

"앉아. 동이 트면 출발한다. 바르뎅 마을까지 안내해라."

고개를 끄덕인 유저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듯 앉았다.

유저 셋이 드랍한 아이템을 챙긴 용후가 인벤토리에서 이곳까지 오며 도축해 넣어둔 몬스터 고기 한 덩어리를 적당히 하나 골라 꺼냈다.

그리고 모닥불에 물을 채운 솥단지를 올리고 요리를 시작했다. 어제에 비하면 훨씬 능숙해져 있었다.

-초급 요리 스킬이 3레벨이 됩니다

* * *

"커흑, 배불……."

동이 트고 있었다.

잠꼬대가 아니라, 배가 불러서, 불러도 너무 불러서 말도 제대로 다 안 나오는 것이었다.

용후는 밤을 꼬박 새웠다. 자다가, 일부로 죽이지 않고 남겨둔 유저가 도망가 버리면 안 되니까.

그래서 용후는 날밤을 까며 계속 몬스터 요리를 한 것이다.

그래서 던전밥 스킬의 레벨이 1 더 올라 4레벨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4레벨이 되자 던전밥 스킬의 효과가 하나 더 생겨났다.

-2시간 동안 근력 스탯이 10 오릅니다

-2시간 동안 체력 스택이 15 오릅니다

요리 스킬의 꽃인 식후 버프 효과가 붙게 된 것.

역시 스킬 자판기에서 산 스킬다웠다. 시간도 수치도 정말 많이 높았다.

보통은 노멀 등급 요리 스킬로 요리를 해서 얻을 수 있는 버프 효과는 맥스인 10레벨이라 해도 1~5 정도다. 그리고 유지 시간이 1시간을 넘지 않는다.

유니크나 에픽 요리 스킬도, 던전밥 스킬의 식후 버프 효과엔 한참 못 미친다. 스탯 상승은 7~8 정도고, 유지 시간도 노멀 등급 요리 스킬과 같은 1시간 이내. 물론 맥스인 10레벨이 됐을 때의 이야기다.

그런데 던전밥 스킬은 이제 막 식후 버프 효과가 생겼는데도 이 정도.아직 6레벨을 더 올릴 수 있고, 스킬 레벨이 오를 때마다 버프 효과의 유지 시간이나 스탯 상승 수치가 더 오르게 될 것이었다.

"거의 8레벨이 오른 셈이네."

1레벨업을 할 때 얻게 되는 스탯 포인트가 3이니까.

"앞장서. 출발한다."

용후가 모닥불을 끄고 식기들을 정리해 인벤토리에 넣었다.

8레벨업이 더 된 상태니, 그것도 근력과 체력 스탯이 올랐으니, 2시간 동안 몬스터들을 더 쉽게 더 빨리 사냥할 수 있다.

바르뎅 마을까지 가는 동안 레벨업을 1이라도 더 많이 하고 싶었다.

"공격해오는 몬스터는 일체 건들지 마."

"예……."

유저가 바르뎅 마을로 가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고, 용후가 그 뒤를 따라갔다.

얼마 가지 않아 곳곳에서 몬스터들이 나타나 공격을 해왔다. 용후는 자동사냥 스킬을 쓰지 않고 직접 몬스터들을 사냥했다.

몰이 사냥이 아니면 굳이 자동사냥 스킬을 쓸 필요가 없었다.

자신보다 레벨이 더 높은 몬스터나 유저를 잡거나, 10마리, 20마리 이상 떼로 공격해오는 몬스터를 잡아야 스킬 경험치가 들어오지, 아니면 거의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사냥을 할 때도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동사냥 스킬을 계속 쓸 순 없다.

용후는 전투 연습도 할 겸, 바르뎅 마을로 가는 길에 만나 공격해오는 몬스터들을 그렇게 직접 잡아가며 바르뎅 마을로 향했다.

그리고…….

-레벨이 1 오릅니다.

-레벨이 37이 됩니다.

1레벨업을 더 하고 정오가 되기 전, 바르뎅 마을에 도착했다.

* * *

"어? 어어!"

바르뎅 마을로 들어온 용후를 가장 먼저 알아본 유저는 장형석이었다. 용후의 밑천을 든든하게 만들어주며 첫 번째 디딤돌이 돼 줬던 유저.

비록 초보존이지만, 핫스팟을 차지해 승승장구하던 중 용후와 시비가 털려 파티는 공중분해 되고, 파티원 몇만 겨우 데리고 바르뎅 마을로 쫓겨나다시피 오게 된 장형석이었다.

그랬으니 어찌 잊을까.

용후의 얼굴을 보고 알아본 게 아니었다. 뒷모습, 걸음걸이만 보고도 용후를 알아본 것이다.

김용후를 바르뎅 마을에서 보게 된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팔켄 마을에서 레벨을 올려 그다음으로 오는 정석적인 루트가 바르뎅 마을이니까.

레벨로만 따지면 김용후가 바르뎅 마을로 옮겨오는 건 더 한참 뒤가 맞다. 하지만 강자존 파티를 혼자 박살낸 힘을 갖고 있으니 레벨의 구애를 받지 않을 것이다.

"그래 너 이 새끼, 빨리 잘 왔다."

장형석이 용후의 뒷모습을 죽일 듯 보며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핫스팟을 빼앗기고 파티가 공중분해 되고, 마을에서 쫓겨난 게 다가 아니다. 돈도 탈탈 털렸다.

1골드만.

그 미친 말도 안 되는 사기적인 스킬로.

장형석은 바르뎅 마을로 온 뒤에도 계속 생각했다.

언젠가 다시, 아마도 바르뎅 마을이나 비리마 성에서 김용후와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그리고 그때, 어떻게 하면 보복을 할 수 있을까도 매일 생각했다.

또, 어떻게 해야 그 빌어먹을 금화를 빼가는 스킬을 막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방법이 있었다.

"팔켄 마을 때와는 다를 거다."

바르뎅 마을엔 많은 마법사 유저들이 있다.

30레벨대 유저들이 활동하는 마을이고, 마법사로 전직할 수 있는 퀘스트를 주는 NPC도 있어서였다.

그리고 40레벨대 유저들도 더러 있어, 그런 유저들은 마법을 5개 이상 익히고 있는 자들도 꽤 있었다.

특히 용오름 길드에 40레벨대의 마법사 유저들이 많았다. 셋이나 됐다. 그 마법사 중 한 명이 '사운드 블라인드' 마법을 익히고 있었다.

그리고 장형석도 용오름 길드의 길드원이었다.

물론 길드원들의 온갖 잔심부름과 뒤치다꺼리를 다 해야 하는 말단.

그러나 그 생활도 곧 끝날 것이다.

바르뎅 마을로 온 김용후는 복수할 기회이자, 용오름 길드에서 자신의 입지를 올릴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나만, 강자존 파티만 털었을 리 없어.'

그동안 말이다.

분명 인벤토리에 상당한 액수의 돈을 갖고 있을 터다. 그 돈을 강제로 빼낼 순 없지만, 협박으로 빼낼 순 있다.

그리고 용오름 길드는 그저 작고 짧은 과일 깎는 과도지만 이계템도 하나 갖고 있다.

그 이계템이 용오름 길드가 바르뎅 마을의 랭킹 2위 길드가 될 수 있도록 크게 한몫을 했다.

충분히 가능하다.

용후는 무려 이계템으로 리볼버(+1)를 갖고 있지만, 훨씬 전에 팔켄 마을을 떠났던 장형석으로선 알 수 없었다.

또, 자커스 도적단을 소탕한 자가 용후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아직 며칠 되지 않았기에, 성에서 먼 바르뎅 마을까지 소식이 세세하게 알려지진 않은 것이었다.

장형석이 용후의 뒤를 따라가며 생각을 이어갔다.

이제 막 바르뎅 마을에 온 김용후의 부활 장소는 팔켄 마을일 터. 혹 협박 중에 김용후가 죽는다 해도, 길드원 몇이 팔켄 마을 광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부활하자마자 이계템을 사용해서 잡으면 된다. 경비대에 가기도 전에.

혹 누군가 신고한다 해도 직접 신고하지 않는 한 경비대는 유저의 일엔 간여하려 하지 않는다.

수사를 한다 해도 대충, 용오름 길드를 찾아오면, 적당히 길드원 한 명을 범인이라면서 주면 그만. 어차피 유저들은 죽어도 부활하니, 유저가 유저를 죽인 걸로 징역까지 사는 일은 없다.

그런 식으로 김용후를 터는 거다.

그러나 그 전에, 반드시 전제돼야 할 게 있다.

"사운드 블라인드 마법으로 1골드 스킬을 막을 수 없으면 말짱 꽝이야."

1골드만 스킬을 막을 수 없다면, 김용후를 죽일 순 있을진 몰라도 오히려 길드원들의 돈이 털린다.

그러나 될 것이다. 소리가 들리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김용후는 일정 거리를 유지해가며 1골드 스킬을 썼으니까.

그때, 용후가 광장에 있는 마법 상점으로 들어갔다.

리볼버의 총알을 만들기 위한 그린 마석과, 힐링 포션을 더 충분히 사기 위해서였다.

잠시 뒤 용후가 나왔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있는 여관으로 들어갔다.

장형석의 입가에 씩 미소가 지어졌다.

"나 장형석이야 장형석."

장형석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용오름 길드가 빌려서 쓰고 있는 건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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