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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42화 (4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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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42화

-57점

-던전밥 스킬이 2LV이 됩니다

스킬 레벨 알림창이 떴는데도 용후의 얼굴엔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다.

앞서 얻은 스킬들은 금방 2LV이 됐다. 스킬을 몇 번 쓰지 않았어도.

그런데 파칼 숲에 들어온 게 오전, 지금은 해가 저물고 있다. 7~8시간 정도를 파칼 숲에 있었던 것이다. 20~30분 간격으로 던전밥 스킬로 몬스터 요리를 만들어가며.

던전밥 스킬의 스킬업 속도가 무척 느렸다.

"요리 점수가 문젠가."

지금까지 만든 몬스터 요리 중 가장 높은 점수는 65점. 그것도 딱 한 번 65점을 받은 것뿐이고, 대개는 50점대였고, 40점도 못 넘은 요리들도 꽤 있었다.

그러나 용후는 점수가 짜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레시피 대로 하니 어찌어찌 요리가 완성되긴 했지만, 고기 모양도 채소 모양도 제멋대로.

보기 좋은 요리라 할 수 없었고, 맛도 걱정했던 것과 달리 못 먹을 정돈 아니지만 그렇다고 맛있다고 할 수준도 아니었다.

그러니 점수는 나름 공정하게 매겨지고 있다 봐야 했다.

"유적지로 출발하기 전에 요리를 배워두는 게 좋겠어."

요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면, 기본만 돼도 훨씬 던전밥의 퀄리티가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럼 당연히 더 높은 점수도 받게 될 테고.

높은 점수를 받게 되면 분명 스킬 경험치가 더 많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요리 스킬템을 사서 익힌다고 바로 요리를 잘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요리 과정을 보조해 주고, 맛에 보정 효과가 들어가는 정도.

그래서 요리 스킬은 제대로 요리를 배우는 게 스킬 레벨을 빠르게 올려 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요리를 배울 곳은 많다.

팔켄 마을의 NPC들은 다들 자신에게 높은 호감도를 갖고 있으니.

이젠 팔켄 마을의 주인까지 됐으니 노하우까지 아낌없이 전수해 주리라.

모닥불을 끈 용후가 요리 도구들을 전부 인벤토리에 넣고 파칼 숲을 내려가 팔켄 마을로 돌아갔다.

해는 졌지만, 아직 이른 저녁이다.

버거튼 건을 이번에 확실히 처리하고, 트리던 주교를 만나러 교회로 가기로 했다.

사제 소개도 부탁하고, 건축소도 소개받고, 자신이 없을 때 저택과 마을을 관리해 줄 집사도 소개해 달란 부탁을 하기로 했다.

* * *

용후가 버거튼을 만난 곳은 자신의 집 앞이었다.

버거튼이 분노를 넘어 살기가 담긴 눈으로 용후를 쳐다봤다.

용후가 바로 인벤토리에서 버거튼의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암살자 백재현과 쓴 계약서를 알아본 버거튼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 허…… 그게 왜…… 거기……!"

버거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저 계약서 한 장만으론 충분한 증거가 되진 않겠지만, 조사 중에 백재현이 잡히기라도 하면 더 증거가 나올 수도 있고 백재현이 자백을 할 수도 있었다.

'머저리 같은 놈. 뭐? 실패한 적이 없어?'

버거튼이 속으로 백재현에게 온갖 욕을 다했다. 미친놈…….계약서까지 뺏기다니. 병신 짓도 정도가 있지.

김용후와 한 패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김용후가 저 계약서를 비리마 성의 경비대에 넘기지 않고 갖고 있단 건, 자신을 신고할 생각이 없단 뜻이 아닐까 싶었다.

그때였다.

"마을 시끄럽게 하지 말고 둘이서 조용히 해결하지."

용후가 계약서를 접었다.

버거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역시 신고할 생각은 없는 듯해 안도감이 드는 한편, 공포심은 오히려 더 커졌다.

김용후가 지금까지 자신에게 어떻게 했던가. 늘 받은 거 이상으로 돌려줬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다. 더 큰 엿을 먹이려는 것이거나, 아니면 큰 이득을 취할 방법이 있거나.

그러나 버거튼은 일단 자신이 살인교사를 했단 게 마을 주민들에게 알려지고, 비리마 성의 경비대에 넘겨지는 건 피하고 싶었다.

넘겨지면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한다 해도 징역형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김용후가 분명 그렇게 만들 테니까.

"알았…… 아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버거튼 네 대장간으로 가지."

자신의 집에 들일 순 없고, 용후 대장간엔 밤이 된 지금도 줄이 서 있어서였다.

버거튼이 앞장을 섰고, 용후가 그 뒤를 따라갔다.

잠시 뒤, 버거튼의 대장간.

문이 닫히자마자 용후가 버거튼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악!"

비명을 꽥 지른 버거튼이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 용후가 낮아진 버거튼의 얼굴로 발을 날렸다.

퍼억!

"……크억!"

턱을 제대로 맞은 버거튼이 옆으로 쓰러져 바닥을 굴렀다.

입에서 피가 쏟아지고 조금 떨어진 곳의 바닥에서 뭔가가 토독톡 소리를 내며 굴렀다. 어금니가 부러져 뽑혀 나온 것이었다.

머리까지 충격이 올라갔는지 버거튼은 눈앞이 새하얗게 번지고 머릿속이 핑 도는 걸 느꼈다.

한참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며 몸을 일으키려 하자, 이번엔 안면으로 킥이 날아왔다.

"……컥!"

비명과 함께 거구의 몸이 간단히 뒤로 뒤집혔다.

버거튼이 양손으로 코를 부여잡곤 왼쪽 오른쪽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비명을 계속 지르며.

"입 다물어, 이 개X끼야.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용후가 이번엔 버거튼의 가슴과 복부, 등을 사정없이 발로 차고 찍어댔다.

이제 용후의 레벨은 버거튼보다 2배가 더 높다. 그런 용후가 있는 힘껏 차대고 있으니 버거튼의 입에서 소리가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길 10여 분.

버거튼의 입에서 비명이 나오지 않게 되자 그제야 용후는 발길질을 멈췄다.

버거튼의 의식이 끊어진 건 아니었다.

한발 물러난 용후가 말했다.

"갖고 있는 돈을 다 털어서 날 죽이려 했던 걸 사죄해라. 그리고 버거튼 넌 지금부터 내 도제가 돼서 용후 대장간에서 일한다."

버거튼은 중급 대장장이, 그러나 자신의 수리 스킬과 비교하면 도제 수준이라 해도 된다.

"도제니 뭘 수리하든 돈은 받지 마라. 노멀 등급 장비도 수리 때마다 총내구력을 왕창 깎아놓고, 수리 중에 밥 먹듯 손이 미끄러지는 네 그 형편없는 수리 실력으로 수리비를 받는다면 그건 용후 대장간의 명성에 먹칠이 되니. 무료로 수리를 해주며 실력을 갈고닦아라. 대신 도제에 맞는 기본급은 준다."

도제의 기본급 정도면 그래도 밥은 먹고 살 수 있다. 그러나 먹고 싶은 걸 맘껏 먹거나, 기호품을 사거나, 돈을 모으는 건 불가능.

"그리고 유저들에게 대장장이 퀘스트와 전직 퀘스트도 줘라."

스킬 자판기에서 스킬을 빌려줄 수 있는 스킬이 나와 주면, 만지면 다 고쳐 스킬을 빌려줘 용후 대장간이 다시 제대로 운영되도록 할 수 있다.

물론 버거튼에게 만지면 다 고쳐 스킬을 빌려줄 생각은 없다.

빌려준 스킬을 언제든 회수할 수 있을 테지만, 더 믿을 수 있는 자에게 용후 대장간을 맡기고 싶었다.

잘 운영해 줬으면 싶었다.

그러나 그 전까진, 다른 곳에서 온 고렙 유저들은 그렇다 쳐도 초보 유저들의 장비 수리를 해줄 대장장이가 필요했다.

그 초보 유저들이, 자신이 지금 이 위치까지 오르는데 밑바탕이 돼줬다. 나 몰라라 하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팔켄 마을은 이제 자신의 마을이니.

"제대로 해라, 버거튼.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라. 백재현과 맺은 계약서가 나한테 있는 한 언제든 널 비리마 성의 경비대에 신고해 잡게 하고 재판장에 세울 수 있으니. 수사관들이 못 잡으면 내가 직접 잡는다. 버거튼 대장간 정리하고 내일부터 바로 용후 대장간으로 출근해. 대답 안 해?"

용후가 발을 들어 올리자 버거튼이 부러진 코에서 피를 쏟으며 정신없이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 * *

교회.

트리던 주교와 마주 앉은 용후가 가장 먼저 한 건 100골드를 기부한 것이었다.

-대륙 전역에 명성이 100 오릅니다

"큰일을 하고 돌아오시자마자 또 이렇게나 큰돈을……! 용후 형제님에게 늘 여신님의 크나큰 축복이 있을 것입니다."

금화 주머니를 끌어당기는 주교 트리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복덩이였다.

이런 복덩이가 없다.

교회에 올 때마다 100골드, 또는 그 이상으로도 기부를 해주지, 또 비리마 남작의 눈에도 들게 해줬다.

비리마 남작은 비서를 보내 협조에 감사하단 말을 하고 기부까지 했다.

대영주 소리를 듣는 자답게 김용후가 한 기부액보다 더 많은 액수였다.

그렇게 모인 기부금들이 조만간 교황청으로 올라갈 것이다. 웬만한 성과 도시에 있는 교회들도 모으기 힘든 액수.

좌천되어 까맣게 잊혀졌던 자신의 이름이 회자 될 것이었다.

그런데 또 김용후가 100골드를 기부해줬다.

더구나 듣기로, 김용후가 팔켄 마을의 주인이 됐다고 한다.

계속 팔켄 마을에만 있진 않겠지만, 집은 팔켄 마을이 될 터, 분명 앞으로도 계속 교회에 들를 테고 기부를 해줄 것이다.

그래서였다.

용후가 한 부탁들에 트리던은 생각할 것도 없이 승낙을 했다.

"바르뎅 마을의 교회 지부에 마침 십칠 수행을 앞두고 있는 사제가 있습니다."

17살이 된 사제들은 교회를 나가 최소 한 달에서 길게는 반년까지 자유 여행을 하며 외부 수행을 하는데, 그걸 십칠 수행이라 불렀다.

"용후 님의 일을 도우며 외부 수행을 한다면 수행사제도 더 많은 것을 얻고 더욱 의미 있는 수행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 바로 바르뎅 마을 교회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함께 유적지로 갈 수 있으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물론 집사로 쓰실 사람도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이건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만, 믿을 수 있고 능력이 뛰어난 자를 반드시 찾아 추천해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이번에도 트리던 주교의 얼굴엔 자신감이 보였다.

인맥이 넓은 자니 틀림없이 확실한 자를 찾아 소개시켜 줄 것이다.

"그럼, 집사를 구하는 일도 주교님께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말뿐이 아니라 정말 기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트리던이 적극적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건축소는 헨슬런 성의 고리기 건축소가 어떨까 싶습니다. 유적지에서 일을 끝내고 돌아오실 때 헨슬런 성엔 들리기도 편하실 테고, 꼭 그래서가 아니라 저택을 아주 세련되고 튼튼하게 잘 짓기로 유명한 건축소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트리던 주교님의 말은 신뢰가 갑니다."

용후가 미소 지으며 말했고, 트리던 주교도 미소 지었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유익한 관계. 꾸미지 않아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다.

"그럼 돌아오면 또 들르겠습니다."

차를 비운 용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트리던 주교도 용후를 따라 일어났다.

교회 정문까지 따라 나온 트리던이 더없이 푸근하고 인자한 미소를 짓고 손까지 흔들며 용후를 배웅했다.

용후는 요리를 배워 요리 스킬만 얻으면 바로 마을을 출발하기로 했다.

일단 목적지가 바르뎅 마을이 됐으니, 마차를 타지 않고 파칼 숲을 가로질러 갈 생각.

그럼 굳이 레벨과 던전밥 스킬의 스킬 레벨을 더 올린 뒤가 아니라, 바르뎅 마을로 가는 길에 올리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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