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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39화 (39/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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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39화

"만세!"

"토벌대 만세!"

"잘했다"

토벌대가 성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환호성이 들려왔다. 병사들뿐 아니라 성의 주민들도 환호성을 내며 외치고 있어서였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었다.

비리마 남작이 한 건 토벌대가 도적단을 소탕하는 데 성공했고, 곧 성에 복귀한단 말을 병사들에게 시켜 퍼트리게 한 것뿐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온 것이었다.

자커스 도적단은 비리마 남작만의 골칫거리는 아니었다.

상단과 행상인들이 도적단에 강도를 당해 물건을 뺏기면, 상점 상인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그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주민들도 피해를 입게 됐던 것.

그러나 이제 자커스 도적단이 없어졌으니, 불안한 치안 유지를 위해 더 많이 징수되던 세금이 줄어들 테고 물가도 보다 안정되게 될 터였다.

"멋있어요!"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애와 어른, 남녀 할 거 없이 자신들을 칭찬하고 환호해주니 모든 유저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게다가 주민들의 환영 인사는 환호와 칭찬이 끝이 아니었다.

비리마 성의 모든 주민의 호감도가 100 올랐단 알림창이 모든 유저들의 눈앞에 떠올라 있었다.

"와, 진짜 대박이다."

그 말에, 슬레이어즈 파티의 유저들이 다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참가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땅을 치고 후회했겠지."

"나는 피눈물 쏟았을 거야."

"내 말 듣길 잘했지?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 인생은 줄타기라고. 김용후가 경일이 형 한 방에 보내버리고 수리 실패한 방패도 다시 고쳐버리는데 딱 감이 오더라고. 이 퀘스트엔 꼭 참가해야 된다고."

그런 말들을 하며 슬레이어즈 파티원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때였다.

"……어, 경일이 형이다."

그러나, 가까운 거리가 됐는데도 박경일은 자신들을 보지 않았다. 토벌대의 맨 앞, 마법사의 말 뒤에 타고 있는 김용후만 쳐다봤다.

"……표정 살벌하네."

살기가 느껴졌다.

그럴 것이다.

박경일은 당하고 절대 가만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슬레이어즈 파티원 모두 박경일이 김용후에게 복수에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 생각했다.

김용후는 생각했던 것 이상의 거물이었고, 지금은 더 거물이 됐다. 자신들과는 완전히 노는 물이 달라졌다.

그리고 박경일은 자신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제 박경일보다 레벨이 높은 파티원이 셋이나 되니.

누구 한 명 말 한마디 걸지 않고 쌩 지나쳐 가버리는 슬레이어즈 파티원들의 모습에 박경일의 눈에 더 분노가 차올랐다.

"두고 보자."

그러나 이내 다시 분노는 용후에게 향했다. 김용후 때문에 한순간에 인생이 엉망이 돼버렸다.

'절대 안 잊는다.'

한편, 용후도 인파 속에서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던 박경일을 봤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악명을 가진 범죄자와 악당,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해보려는 자들은 환영이니까. 명성이든 돈이든, 두 개 다든 짭짤하게 얻고 털 수 있었다.

토벌대가 내성 성문에 도착하자 성문 앞에 도열해 있던 군악대가 빵파레를 울리며 연주까지 했다.

"가시지요."

NPC 기사 파빈이 용후를 돌아봤다.

이런 것까지 준비가 됐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용후는 살짝 놀랐지만, 이내 다시 얼굴에 여유가 번졌다.

마법사 갈렉스가 다시 말을 몰았다.

토벌대가 연병장에 도열하자 비리마 남작이 강단으로 올라 토벌대의 작전 성공을 치하했다.

그리고 잠시 뒤 비리마 남작이 강단을 내려가자 행정관이 용후에게 다가왔다.

"영주님께서 빨리 뵙고 싶어 하십니다. 직접 논공행상을 하시겠다 하시니, 이전과 달리 기본적인 격식을 갖추셔야 합니다. 절 따라오시지요. 준비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목욕을 하고 예복을 입어야 한단 말인 듯했다.

용후가 행정관을 따라갔다.

* * *

-품위 스탯이 개방됩니다

-위엄 스탯이 개방됩니다

목욕을 끝내고 퀘스트로 얻은 귀족복을 입자 뜬 알림창이었다.

행정관이 준비해둔 옷이 있었지만, 이 옷을 입어 품위 스탯과 위엄 스탯의 효과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비리마 남작의 옷보다 더 값비싼 옷이었다면 입을 수 없었겠지만, 대영주 소리를 듣는 영주니 유니크를 넘어 에픽 등급의 옷을 입고 있을 것이다.

"정말 잘 어울리시는군요."

행정관은 말도 행동도 쭉 깍듯했지만, 이 옷을 입은 뒤 행동들이 더 조심스러워져 있었다. 눈빛부터가 더 확 달라졌다.

"그럼 준비가 다 되셨는지요?"

"예."

행정관이 깍듯하게 출발하겠단 제스처를 취하며 앞장을 섰고, 용후가 그 뒤를 따랐다.

복도와 계단에서 마주친 하녀와 하인들이, 특히 하녀들의 시선이 용후에게 한참을 머물렀다.

유저 같지 않은 훤칠한 키와 다부진 골격, 또렷한 이목구비의 젊은 영웅, 거기다 고급옷도 잘 어울려 높은 귀족가의 자제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잠시 뒤, 행정관이 고급스러운 무늬가 음각된 문 앞에 섰다.

똑똑!

"들어와라."

안에서 들려온 말에 행정관이 문을 열고 옆으로 한발 물러났다. 혼자 들어가란 뜻이었다. 용후가 안으로 들어갔다.

영주의 책상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었다. 한 명은 기사였고, 다른 한 명은 비서였다.

"앉게."

영주가 소파 자리를 권했다. 용후가 그 자리에 앉았다. 영주도 맞은편에 앉았다.

엄청 격식을 갖춰 뭔갈 할 줄 알았는데 이전 만남 때와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운해 말게나. 자네는 유저니 그런 절차는 굳이 필요가 없고, 자네도 이편이 마음에 들 거라 생각했네."

그때 하녀가 차를 내와 영주와 용후의 앞에 내려놨다.

"들게. 그리고 먼저 모험담을 듣고 싶군."

진짜 듣고 싶은 건 '어떤 스킬들을 어떻게 써서 두목을 찾아내고 생포까지 해냈는지'일 것이다.

물론 용후는 비리마 남작이 자신을 경계하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각색해서 말할 생각이었다.

스킬은 유저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고 생명줄. 그런 스킬을, 말해주는 것 이상 더 알려 달라 하는 건 그게 더구나 영주라면, 그건 협박이 된다.

그러니 영주는 선을 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은 영주에게도, 아주 쓸모 있는 사람이니.

"단원이 붙잡힌 걸 본거지로 알리러 가던 도적단의 단원들을 따라잡은 부분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거기서부터 시작된 모험담이 참가자들에게 활약도 수치에 따라 드랍템 분배를 하는 부분까지 가는 데는 30분 정도의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사용한 스킬들에 대해서도, 이런 스킬이라는 걸 영주가 감을 잡을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줬기 때문. 물론 적당히 각색한 것을.

"과연. 소설로 내도 될 정도의 아주 흥미진진하고 훌륭한 모험담이군."

비리마 남작의 감상평은 딱 그게 다였다. 모험담은 이쯤 하잔 뜻. 스킬에 대한 이야기가 더 나오진 않을 거라 판단해서였다.

자세를 바꿔 차를 한 모금 마신 비리마 남작이 화제를 돌렸다.

"정말 수고가 많았네. 그리고 고마운 마음이 큰 만큼 포상을 하나 더 하고 싶군.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보게."

생각지 못했던 포상이었다. 그러나 최고의 포상이라 할 수 있었다.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들어주겠네."

바로 대답이 나올 수 있을 리 만무, 그러나 용후가 입을 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작위도 말인가요?"

"작위를 갖고 싶나? 원한다면 줄 수 있네."

그건 아니었다. 아직은. 지금 자신에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니까.

또, 대영주 소리를 듣는 비리마 남작이라 해도 남작이 줄 수 있는 작위는 준남작뿐이다. 그리고 작위를 받으면 비리마 남작의 가신이 돼버리고.

"팔켄 마을을 사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팔켄 마을 인근의 들판과 파칼 숲까지도 사고 싶습니다."

지금 용후에겐 10,000골드가 넘는 돈이 있었다. 이 정도 돈이면 들판과 숲까진 힘들어도, 영지의 가장 외곽에 있는 마을 정돈 살 수 있을 것이다.

"좋네. 팔아주지. 얼마에 사겠나?"

"10,000골드가 있습니다."

가진 걸 다 쓸 순 없다. 스킬 자판기에서 스킬을 사야 하니까.

"그 정도 돈으론 들판과 숲까지 살 수는 없네. 그리고 교황청의 땅인 교회 부지도 살 수 없네. 그래도 팔켄 마을은 팔아주지. 하지만 그렇게 넓은 땅을 사려면 작위가 필요하네."

알고 있다. 그래서 작위도 줄 수 있느냐 물은 거다. 그리고 준남작 작위도 작위다.

"이렇게 하지. 포상으로 준남작 작위를 주도록 하지."

용후가 속으로 씩 웃었다.

"그 뒤 그 10,000골드로 팔켄 마을을 사게. 물론 자네가 받게 되는 작위는 자유 작위고, 그러니 자네가 사게 되는 팔켄 마을은 자유 마을이 될 걸세."

준남작 작위는 두 종류가 있었다. 기사 작위와 상인용 작위라고도 불리는 자유 작위.

자유 작위는 대상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귀족들의 돈벌이용 작위였다.

그랬기에 자유 작위는 그 작위를 하사한 영주를 주인으로 섬길 의무가 없도록 만들어졌다.

비리마 남작은 김용후에게 팔켄 마을을 파는 게 손해가 아니라 판단했다. 오히려 득이 된다 생각했다.

일단 팔켄 마을은 그리 가치 있는 마을이 아니었다.

초보자들만 활동하는 영지 변방의 작은 마을, 세금도 얼마 징수되지 않아,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었다.

'팔켄 마을을 갖게 된 김용후는 팔켄 마을이 거처가 될 터.'

능력 있는 자니 팔켄 마을에만 있진 않겠지만, 자신의 땅이고 집도 있다면 종종이라도 들릴 테고, 그 신묘한 스킬들의 힘을 또 빌릴 수 있을 것이었다.

용후가 팔켄 마을을 사기로 한 이유는 일단은 스킬 자판기 때문이었다.

팔켄 마을이 자신의 땅이 되면 스킬 자판기를 지켜내는 게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

다른 이유는 투자는 역시 땅이란 생각이 있어서였다. 그리고 덤으로 작위까지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고.

"미룰 거 없지. 지금 준남작 작위 수여를 해주겠네. 내 검을 가져와라. 그리고 작위서를 만들어 와라."

비리마 남작이 기사와 비서에게 말했다.

듣던 대로, 손이 크고 시원시원한 자였다.

* * *

-칭호, 귀족을 얻었습니다

-카리스마 스탯이 10 오릅니다

-통솔력 스탯이 10 오릅니다

-평정 스탯이 개방됩니다

-평정 스탯이 10 오릅니다

-팔켄 마을의 주인이 됩니다

-칭호, 땅을 가진 귀족을 얻었습니다

-카리스마 스탯이 15 오릅니다

-통솔력 스탯이 15 오릅니다

-평정 스탯이 15 오릅니다

비리마 남작에게 준남작 작위를 수여 받고, 팔켄 마을을 사자 뜬 알림창들이었다.

"하하……!"

내성의 손님용 방 안,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영주가 준 단체 퀘스트. 대체 얼마나 많이 얻은 건가.

귀족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는 준남작이지만 계급은 엄연히 귀족이 됐고, 땅까지도 생겼다.

게다가 아직도 얻을 게 하나 더 있었다.

강화석의 제조법 말이다.

재료까지 다 있다 해도 아직 어떤 마법사도 그 제조법을 사용해 강화석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했다.

그러나 자신은 다르다.

제조에 사용되는 재료들과 강화석의 구조를 알고 이해한다면, 스킬로 강화석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현자의 돌의 파편을 구하는 것부터 강화석의 구조를 이해해내는 게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된다. 할 수 있다. 뭐든 다 만들어내는 스킬로.

그때였다.

똑똑!

"마법사 갈렉스입니다."

용후가 문을 열어줬다.

"일레그 님께서 용후 님을 만나겠답니다."

용후가 씩 미소 지었다.

갈렉스가 앞장을 섰고 용후가 그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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