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스킬 자판기-35화 (35/153)

# 35

기적의 스킬 자판기 035화

강화석엔 두 종류가 있었다.

아이템 강화석과 스킬 강화석.

그러나 스킬 강화석은 있지 않겠느냔 카더라 식의 이야기로, 월간 모험 책에서도 제대로 된 기사가 실린 적이 없었다.

아이템 강화석도 구하고 싶다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었다.

환수 계열 몬스터만 드랍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마도왕국의 연금술을 계승한 연금술사들만 만들 수 있단 설도 있었다.

출처가 불분명했다.

그러니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

그런 강화석이 드랍된 것이었다.

"상태창이 다 보여."

용후가 상태창을 열었다.

역시 아이템 강화석이었다. 정확히는 하급 아이템 강화석이란 이름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충분히 대박이었다.

아이템 강화석을 쓰기에 전혀 아깝지 않은 아이템도 있고.

사용법은 간단했다.

강화석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아이템에 10초간 맞대고만 있으면 되었다.

용후가 강화석을 리볼버에 갖다 댔다.

강화석은 그린 마석 같은 모양인데, 안쪽에 각각 모양이 조금씩 다른 마법진 3개가 톱니바퀴 모양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 마법진들이 빛을 내며 정말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화석이 물처럼 녹아내렸다. 바닥으론 떨어지지 않고 리볼버를 감싸며 돌았다. 그러곤 스며 들어갔다.

강화석이 다 녹고, 녹색 물이 전부 리볼버로 스며들자, 이번엔 리볼버가 빛을 냈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지자 용후의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리볼버(+1)가 됩니다

"상태창이 다 보여."

용후가 바로 리볼버의 상태창을 열었다.

550이던 공격력이 70이 올라 620이 되어 있었고, 내구력도 50이 올라 있었다.

거기에 총알 속도 10% 상승과 명중률 15% 상승 옵션도 붙어 있었다.

만지면 다 고쳐 스킬로 수리 후 올랐던 옵션 이상이었다.

'하급도 이 정도인데 중급 상급 아이템 강화석은 어떨까.'

그리고 스킬 강화석으로 스킬 자판기에서 산 스킬들도 강화할 수 있을까? 된다면, 어쩌면 스킬 자판기도 강화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정말 존재하는 아이템이라면 꼭 구하고 싶었다. 아이템 강화석과 함께 가능한 많이.

힐링 포션을 마신 NPC 기사 파빈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된 걸 확인한 용후가 오른쪽으로 돌아 달렸다.

달리며 인벤토리를 열고 리볼버의 탄창도 열었다. 총알 6발을 꺼내 탄창에 다 채워 넣었다.

그때, 파빈이 용후의 뒤에 따라붙더니 앞으로 더 훅 치고 나갔다.

과연 100레벨이 넘는 NPC 기사. 높은 생명력을 갖고 있고, 또 터프했다.

아직 상처가 다 회복된 건 아닌 듯했지만, 그럼에도 도적들은 파빈의 공격에 맥을 못 췄다.

"나 1골드만!"

아깐 죽을 뻔한 위기였기에 금화를 많이 갖고 있음에도 임성웅에겐 쓰지 못했지만, 임성웅이 아니라도 수십 골드에서 많게는 몇백 골드를 가진 도적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훙!

용후의 몸을 중심으로 푸른빛을 내는 빛의 고리가 확 퍼져나갔다. 나 1골드만 스킬을 쓰며 야만족의 포효 스킬도 함께 썼기 때문이었다.

-1골드를 얻었습니다

-더블 크리티컬!

-7골드를 더 빼 옵니다

-9골드를 더 빼 옵니다

눈 깜짝할 새에 17골드가 용후의 인벤토리로 넘어왔다. 그리고 금방 쿨타임이 끝났다.

"나 1골드만!"

아직 야만족의 포효 스킬의 쿨타임은 끝나지 않아 그 스킬은 시전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더블 크리티컬이 터져 소지금란의 돈이 15골드 더 올랐다.

자가 재생력 덕분에 지치지 않고 계속 전속력을 유지해 달리며 용후가 계속 나 1골드만과 야만족의 포효를 썼다.

'아직.'

마법사 도적과 30~40m 정도까지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 그럼 백 프로 맞힐 수 있단 자신이 있었다.

이젠 금방이었다. 100m 내로 거리를 좁혔으니.

"나 1골드만!"

기사 파빈이 달려드는 도적을 현란한 검술로 눈 깜짝할 새에 베어 넘겼고, 용후는 한 번 더 나 1골드만 스킬을 썼다.

도적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 소지금란에서 8골드가 빠져나와 용후의 인벤토리로 들어갔다.

* * *

'과연 3서클 마법사.'

NPC 마법사 갈렉스가 식은땀을 주륵 흘렸다. 몸도 가늘게 떨렸다. 서클링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기 시작해서였다.

쿨타임이 끝나기 무섭게 마법을 연달아 써댔으니 서클링에 무리가 갈 수밖에.

반면, 마법사 도적 미커의 얼굴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이길 수 있단 확신을 하고 있긴 때문이었다.

실력 차가 너무 났다. 그냥 3서클 마법사가 아니라 미커는 실드를 쓸 수 있었다.

그것도 물리 공격과 마법을 둘 다 막을 수 있는 실드였다. 그리고 마법을 막을 수 있으면 오러 공격도 막을 수 있었다.

'저건 올렌의 실드야.'

그러니 쿨타임까지도 저렇게 짧은 것이다.

그래서 오러를 쓰는 기사도 함께 싸우고 있음에도 잡을 수가 없었다. 접근해 오러를 두른 검으로 공격을 해도 실드가 잘 깨지지 않으니까.

또, 깨질 즈음엔 쿨타임이 끝나 깨지자마자 다시 실드를 둘러버리고.

오러를 온전히 다룰 수 있는 기사라면 올렌의 실드도 일격 많아야 이격이면 깨부술 수 있지만, 기사 지딘은 검날에 오러를 휘감는 정도에 불과했다.

쩡! 쩌엉! 쩡!

지딘이 미커의 지척까지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해 또 오러를 두른 검을 마구 휘둘렀지만, 올렌의 실드는 이번에도 깨지지 않고 금이 가는 데 그쳤다.

그 사이 미커는 마법 시전을 끝내 지딘의 머리 위로 불의 화살 수십 발을 퍼부었다.

화르르륵!

이번에도 결국 실드를 깨는 걸 포기한 지딘이 불의 화살을 피해 달렸다.

그러나 미커는 지딘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느 정도 속도로 달릴 수 있는지 다 파악한 상태, 그랬기에 지딘의 움직임을 예측해 불의 화살 몇 발을 지딘이 갈 것이라 예상되는 곳으로도 날렸다.

"큭! 으악!"

불꽃 화살 두 발이 지딘의 가슴과 왼쪽 허벅지에 박히며 폭발했다.

확 퍼진 불꽃이 휘감기듯 되돌아오며 지딘의 전신을 휘감았다.

화르르륵!

"으아아악!"

결국 미커에게 날리려던 뇌전 마법을 포기한 갈렉스가 술식을 워터볼로 바꿔 지딘에게 던졌다.

콰앙!

워터볼에 맞아 날아간 지딘이 엄청난 양의 물을 뒤집어쓰며 바닥을 굴렀다. 그러곤 축 늘어져 버렸다.

불은 꺼졌고 죽은 건 아니었지만, 의식을 잃어 더 이상의 전투는 불가능했다.

빨리 힐링 포션을 먹이지 않으면 금방 숨이 끊어지고 말 것이다.

갈렉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3서클 마법사를 혼자 상대하게 된 자신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기에.

'이런 실력으로 왜 도적을……!'

3개의 서클링이 몸속에서 느껴졌지만, 도적이기에 내심 제대로 된 3서클 마법사가 아닐 거란 생각했다.

또 제대로 된 3서클 마법사라 해도, 2서클 마법사와 오러를 쓰는 중급 기사 둘이 협공하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대로 된 3서클 마법사 정도를 넘어 익힌 마법들의 수준이 하나같이 비범했다.

하긴.

얻고자 하는 마법서를 얻을 수 있다면, 연구 자금을 구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는 마법사들도 있었다.

그런 마법사들에게 자커스 도적단 정도 되는 도적단은 아주 좋은 물주가 됐겠지.

그때, 미커가 금이 간 실드를 없애고 새 실드를 몸에 걸었다. 그리고 짧은 쿨타임이 끝나자 바로 다른 마법을 시전했다.

반면 갈렉스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딘의 공격으로 금이 가 있는 실드라면 몰라도 막 새로 둘린 올렌의 실드는 어떤 2서클 마법으로도 뚫을 수 없었다.

'죽는 건가.'

김용후를 원망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자신과 지딘이 무리를 했기 때문이었다.

김용후의 지시대로 적당히 붙잡아만 두려 했다면 기사 지딘이 마법에 맞아 전투 불능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사이, 미커의 스태프 끝이 완전히 붉게 물들었다.

결국, 갈렉스가 몸을 돌렸다. 도망쳤다. 그래서 보지 못했다. 달려오고 있는, 거의 지척까지 온 용후를.

투앙!

뒤에서 들려온 총성에 갈렉스가 달리는 걸 멈췄다. 그리고 홱 돌아섰다.

투앙!

투앙!

투앙!

세 번의 총성이 더 울렸다.

그리고 미커의 스태프 끝에 맺힌 붉은빛이 훅 사그라들었다. 아예 미커는 손에서 스태프를 놓쳤다. 바닥에 떨어진 스태프가 완전히 빛을 잃고, 그 위로 붉은 피가 후두둑 쏟아졌다.

"……뚫었다?"

올렌의 실드를?

갈렉스의 눈이 커졌다.

오러 기사의 공격 네다섯 번을 연달아 맞아도 금만 가던 실드가?

권총의 공격력이 대단하단 건 안다.

그러나 오러 기사의 오러 블레이드도 초급 수준이라 해도 갑옷을 종이처럼 베고 바위도 쪼갠다.

그런데 올렌의 실드는 못 깼다.

그런데 김용후는 깼다. 대체 권총의 공격력이 몇이라는 건가.

그냥 리볼버였다면 못 깼을 것이다. 6발을 다 쐈어도. 그 정도로 올렌의 실드는 상등급의 실드 마법이었다.

그러나 두 번의 강화를 거치며 공격력이 600이 넘게 된 리볼버의 총알은 올렌의 실드에도 균열을 만들 수 있었고, 한 발을 더 쏘자 깨부쉈다.

용후가 쏜 총알은 4발. 2발은 미커의 가슴에 박혀 들어가 있었다.

즉사였다.

미커가 바닥으로 쓰러지고, 용후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대륙 전역에 명성이 6,500 오릅니다

드랍템도 하나 있었다. 로브였다. 미커가 입고 있던. 용후가 미커의 시체로 가 그 로브를 주웠다.

-잊혀진 어느 마법사의 로브를 얻었습니다

용후가 갈렉스를 돌아봤다. 표정이 차가웠다.

"제가 붙잡아만 두라 했을 텐데요. 돌아가면, 파빈 님과 달리 갈렉스 님과 지딘 님에 대해선 영주님께 좋은 말을 해드리진 못할 것 같군요."

퀘스트가 클리어되면 김용후는 영웅 대접을 받으며 영주와도 많은 대화를 하게 될 터.

그때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아니 분명 나올 것이다.

갈렉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죄송합니다."

"지딘 님에게 힐링 포션을 먹이세요. 바로 두목을 잡으러 갈 겁니다. 두목을 잡을 때 제 생각이 바뀐다면 좋겠군요. 갈렉스 님과 지딘 님에 대한."

절대 자신의 말을 어기지 말고, 공도 세워보란 말이었다.

이자…….

역시 보통이 아니다.

그저 운 좋게 특별한 스킬을 얻고 특별한 아이템을 얻은 게 다가 아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마치 병사처럼 군기 잡힌 목소리를 낸 갈렉스가 재빨리 기사 지딘에게 달려갔다.

* * *

'이건 우연이 아니다.'

권총을 든 유저는 미커와 임성웅이 자커스 토벌대의 주축이란 걸 알고서 공격했다. 틀림없다.

하지만…….

"말도 안 돼……."

두목 엘판트의 얼굴이 엉망이 됐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커와 임성웅의 존재는 바깥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오히려 자신이 발각되면 발각됐지, 미커와 임성웅, 특히 임성웅에 대해선 평단원들 중엔 아는 자가 없었다.

그러니 본거지를 분 단원은, 그게 누구든 미커와 임성웅에 대한 정보는 토벌대에 알려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게다가, 토벌대 퀘스트에 참가했을 뿐인 유저가 권총이라니.

저 유저가 쓰는 권총은 그저 권총도 아니었다. 임성웅의 1강 리볼버와 같은 모델인데 공격력은 더 강했다.

'2강이라도 된다는 건가.'

그러나 강화석도 권총 못지않게 구하기 힘든 아이템이다. 그리고 하급 강화석은 같은 아이템엔 한 번만 쓸 수 있었다.

수없이 많은 유저들과 NPC들을 털었지만 강화석은 단 한 개도 얻지 못했다. 마법사 미커가 원래 갖고 있었던 강화석 2개가 전부.

그중 1개를 임성웅의 리볼버에 썼고, 하나가 남아 있었다.

뭐든 다 고친다는 대장장이로부터 박민성이 리볼버를 고쳐 돌아오면 그 리볼버를 강화시키는 데 쓸 계획이었다.

그러니 혹 임성웅이 죽으며 강화석을 드랍했고, 그 강화석으로 저 유저가 리볼버를 강화시켰다 해도, 임성웅의 리볼버보다 공격력이 강할 순 없었다.

임성웅의 1강 리볼버로도 미커의 올렌의 실드는 깨지 못한다. 몇 발을 쏴도.

그러나 저 유저는 올렌의 실드까지 깨부쉈다. 그리고 미커까지 잡았다.

"어처구니없는……."

끝이었다.

자커스 도적단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생포된 단원이 본거지를 불었고, 토벌대가 만들어져 습격했다가 다가 아닐 것이다.

뭔가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뭔가가 분명 더 일어났다. 그러나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난 안 잡혀.'

두목인 자신이 안 잡히면 그래도 완벽히 소탕했다 할 순 없을 것이다. 그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반격이었다.

이것만은 해낸다.

"……커헉!"

태세를 확 바꾼 엘판트가 봐주며 공방을 주고받던 유저의 목덜미에 단숨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가 뽑았다. 그리고 발로 배를 힘껏 걷어차 쓰러뜨렸다.

그걸로 끝이었다.

"퉤! 벌레 같은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기고만장해서는."

괜히 죽은 유저 시체를 발로 한 번 더 걷어찬 엘판트가 자신의 막사로 뛰어들어 갔다. 책상을 옆으로 치우고 땅을 팠다.

그러자 철로 된 문이 나왔다.

그 문의 자물쇠에 아공간 가방에서 꺼낸 열쇠를 꽂아 돌렸다.

찰칵!

자물쇠가 풀렸고, 철문을 위로 올렸다. 계단이 나왔다. 그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달려 지하 통로로 간 엘판트가 일직선으로 난 석벽 통로를 달렸다.

구구구구궁!

엘판트가 지난 석벽 통로가 몇 초 뒤 마법진들이 사라지며 무너져 내렸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다시 도적단을 만들고, 다시 인재들을 모으면 돼."

한 번 해낸 걸 또 못할 건 없었다.

한편, 붕괴돼 있는 지하 통로를 발견한 용후는 NPC 기사 파빈과 마법사 갈렉스를 데리고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리고 NPC 기사 파빈의 말 뒤에 타 말을 능선을 따라 달리도록 했다.

"상태창이 다 보여."

천천히 달리는 말 위에서 상태창 스킬을 쿨타임이 끝날 때마다 계속 썼다.

잠시 뒤, 동북쪽 방향에서 상태창 하나가 떠올랐다. 엘판트가 지하 통로에서 나온 직후였다.

용후가 씩 웃었다.

"찾았습니다."

과연 두목답게 악명도 제일 높진 않지만, 엄청 높고, 돈도 많이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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