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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32화 (3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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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32화

비리마 성의 내성.

용후가 머물고 있는 방 안이었다.

바람 정령이 할퀴고 간 방패란 이름의 방패의 상태창을 보며 용후가 미소 짓고 있었다.

박경일로부터 얻은 방패였다.

등급은 유니크, 행정관이 구해온 방패보다, 그리고 갑옷보다도 더 방어력 수치가 높았다.

그리고 경량화 마법이 걸려 있었다.

게다가 만지면 다 고쳐 스킬로 '더욱 가벼워진' 옵션까지 붙어, 두께가 5㎝나 되는 강철 방패인 데도 나무 방패 정도의 무게밖에 되지 않았다.

레벨 제한은 없었다.

스탯 제한은 있었다.

지금 용후로선 착용할 수 없었다.

들 수야 있지만, 방어력도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경량화 마법도 작동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스탯 수치가 40레벨 정도가 되면 착용할 수 있을 듯했다.

"도적단 본거지에 도착하기 전에 10레벨업은 충분히 할 수 있어."

터글 산맥으로 들어가면 몬스터들과의 전투가 많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본거지는 거의 산맥 꼭대기에 있으니. 자신도 몬스터들을 잡아 레벨업을 하면 된다.

이제 고작 12레벨, 터글 산맥의 고렙 몬스터들을 사냥하면 금방 레벨이 오를 것이다.

물론 30레벨대의 스탯 정도론, 아무리 템빨이 된다 해도 터글 산맥의 몬스터들을 잡긴 힘들다. 권총을 써서 잡지 않는 한은.

그건 안 된다.

한 발에 그린 마석 한 개가 소모되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소리가 너무 크다. 도적단의 본거지까지 소리가 들릴 수도 있었다.

용후는 몬스터 사냥에 비리마 남작이 붙여 준 NPC 기사와 마법사를 쓸 생각이었다.

NPC 기사 둘과 마법사가 몬스터를 거의 죽여 놓으면 막타만 자신이 치면 된다.

그럼 자커스 도적단의 본거지에 도착할 때쯤엔 레벨은 20 이상, 스탯은 40레벨대에 버금가게 되고, 이 방패를 들 수 있게 된다.

한 손으로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우니 혹 자커스 도적단에 권총이 더 있다 해도 총알에 맞아 즉사하는 일은 절대 없다. 중급 포션도 넉넉하게 샀겠다.

"퀘스트창."

방패를 인벤토리에 넣은 용후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참가자 관리창을 띄웠다.

이 퀘스트에 참가한 유저들의 이름이 쭉 떴다. 이름들 옆에는 레벨과 직업도 적혀 있었다.

나중엔 활약도에 따라 활약도 수치도 적히게 될 것이다.

또, 이 관리창에서 이름을 손가락으로 터치해 창밖으로 드래그하는 것만으로도 퀘스트에서 탈퇴를 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용후는 그럴 생각으로 관리창을 연 건 아니었다. 박경일은 이미 탈퇴를 시켜놨으니.

박경일의 파티원들은 굳이 탈퇴시키지 않기로 했다. 완전히 기가 눌려버린 모습들을 보였기에.

탈퇴하겠다 하면 물론 말릴 생각은 없지만, 참가할 생각이라면 그냥 데려가기로 했다.

비리마 성의 유저 중 최상위의 고렙들이고, 직업군도 좋으니.

용후가 지금 참가자 관리창을 꼼꼼히 보고 있는 건 부대 편성을 하기 위해서였다.

보통은 하지 않는다. 단체 퀘스트는 보통 파티 단위로 참가하니까.

유저들은 아무리 단체 퀘스트라 해도 자신들의 파티원들과 움직이려 하지, 다른 파티의 유저들과 섞이려 하지 않는다.

파티와 파티가 합쳐지는 식으로 분대를 만드는 거라면 몰라도.

용후도 가능한 파티들을 그대로 유지하며 분대 편성을 할 생각이지만, 파티에서 몇 명을 빼 다른 파티로 넣거나, 아예 몇몇 파티는 전부 뿔뿔이 다른 파티로 넣을 생각도 하고 있었다.

사제와 마법사들이 넉넉하게, 또는 필요 이상으로 있는 파티가 있는가 하면, 사제와 마법사들이 부족한 파티도 있기 때문.

철저하게, 최상의 효율과 전투력을 낼 수 있도록 분대 재편성을 하겠단 거였다.

물론 불만을 가지는 참가자들이 많을 것이다. 쭉 같이해 온, 완전히 믿을 수 있고 편한 파티원들과 함께 움직이고 싶을 테니.

또, 사제와 마법사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안전해진다. 퀘스트 클리어도 중요하지만, 도중에 죽으면 말짱 꽝이다.

그러니 자신들의 파티에 있는 사제와 마법사들을 다른 파티로 이동시키겠단 말을 좋아할 순 없었다.

그러나 용후는 할 생각이었다.

속으론 싫어해도 겉으로 반발하는 자는 없을 것이다. 확실하게 본보기를 보여 놨으니.

그리고 이 부대 편성으로 결국 모든 유저들이 더 많은 보상을 얻게 될 테니, 퀘스트가 클리어된 뒤에도 자신에게 앙금을 갖게 되는 자는 없을 것이다.

"이 퀘스트로 확실히 내 가치를 영주에게 각인시킨다."

두목을 찾아내 잡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용후는 유저 용병들이 NPC 기사와 병사들 못지않게 많은 도적을 잡고 생포하게 만들어, 지휘관으로서도 성공을 거둘 작정이었다.

그럼 다음에도 비리마 남작이 만든 단체 퀘스트의 지휘관이 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용후는 어떤 기회도 적당히 해 적당히 챙길 생각이 없었다. 기회가 오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얻어낼 것이다.

이 세계로 오기 전에도 이도 저도 아닌 보통조차 되지 못한 밑바닥이었고, 이 세계에 떨어진 뒤 스킬 자판기를 얻기 전까지도 그랬다.

적당히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젠.

뭐든 자신이 있었다.

그때 용후가 양피지와 깃펜을 내려놨다. 부대 편성을 끝낸 것이다.

대단한 건 없었다.

전사와 성기사, 마법사와 사제들을 균형 있게 편성한 것뿐.

그러나 이 정도로도 훨씬 유저 용병 부대의 전투력이 오르게 될 것이다.

용후가 단체 쪽지창을 열었다.

그리고 참가자 전원에게 쪽지를 보냈다.

* * *

치료소.

박경일이 눈을 뜬 건, 기다려도 박경일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파티원들이 슬슬 돌아갈까 하던 즈음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파티원들의 얼굴이 보이자 박경일이 한 첫마디였다.

자신이 왜 치료소에서 눈을 뜬 건지, 특히 자신의 다리가 왜 붕대에 칭칭 감겨있는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총 맞은 거 기억 안 나요?"

한 파티원이 말했다.

그제야 박경일의 머릿속에 장면들이 떠올랐다.

김용후의 멱살을 잡아 욕을 하며 바닥에 집어 던졌고, 일어선 김용후의 손에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그게 정말 사실이었다고?

총구에서 불꽃이 번쩍였고, 시야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더니…… 그러곤 다음 기억이 없었다.

정말 총이었고, 총알에 맞은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계템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권총에 대해서도 들은 게 있긴 했다.

소문으로 들은 이야기들이 정말 사실이라면, 다리에 총알 한 발을 맞은 것뿐이라 해도 자신이 이렇게 된 건 이상하지 않았다.

또, 의식이 끊기며 쓰러졌으니 죽기 직전까지 갔단 거니, 파티원들이 포션을 먹였다 해도 바로 의식을 찾지 못했던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총알이 무릎을 부숴놨다면 포션만으론 고칠 수 없었다.

힐링 포션을 마시거나 사제들의 권능을 받으며 치료하면 훨씬 빠르게 뼈가 붙지만, 그래도 2~3일 정도는 걸린다.

"하…… X발……."

이계템계의 레전드리로 불리는 게 총, 그런데 총까지 갖고 있었다니, 그냥 레벨12의 쪼렙이 아니었던 거다.

거기다 용후 대장간의 그 용후였다니.

그뿐만 아니라 김용후는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영주의 눈에도 들게 된다.

척을 질 게 아니라, 친해져야 했었다.

"미안하다…… 이런 꼴을 보여서. 이틀 안엔 치료 끝낼 테니까 좀만 기다려줘."

그런데 파티원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난처해하는 듯한 표정들.

"야, 설마…… 아니지?"

반응들을 보니 자신만 두고 그 단체 퀘스트에 참가하려는 듯했다.

"형, 저희들이라도 해야죠. 안 그럼 우리 파티 이 퀘스트 끝난 뒤에 2~3위로 밀리는 게 아니라 그 밑으로도 밀릴 수 있어요."

"야 이 새끼들아, 파티장이 당해서 이 꼴이 됐는데 그 새끼가 지휘하는 퀘스트에 참가하겠다고?"

그러나 파티원들은 별로 쪼는 기색이 없었다.

박경일이 치료소에서 며칠 멍 때리며 치료를 받는 동안 랭킹 2~3위 파티들은 그 퀘스트로 돈도 팍팍 벌고 레벨업도 하고 돌아와 장비도 바꾸게 될 테니, 슬레이어즈 파티는 랭킹 1위일 수 없었다.

그럼 꼭 슬레이어즈 파티에 있어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었다.

또 슬레이어즈 파티원들 중에도 박경일보다 더 레벨과 템빨이 좋아지는 유저가 생길 터.

그러니 슬레이어즈 파티가 혹 계속 랭킹 1위를 유지한다 해도 박경일의 눈치는 볼 필요가 없었다.

"형, 말 좀 가려가면서 해요. 형보다 나이 많은 파티원들도 있는데 말끝마다 이 새끼 저 새끼가 뭐예요…… 전 이만 갈게요. 곧 토벌대 출진이거든요."

다른 파티원들도 그 말에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하나둘 병실을 나갔다.

"모든 상점에서 20% 할인해주는 보상이 진짜 대박 아니냐."

"이 퀘스트 클리어하고 돌아오면 흑풍의 갑옷도 살 수 있을 거 같아."

"아, 그리고 퀘스트 끝나면 김용후가 수리 또 해준다던데."

그렇게 박경일은 혼자 남겨졌다.

창밖, 다들 같은 방향으로 바삐 가는 유저들의 발걸음이 하나같이 가볍고 얼굴도 밝았다.

당연한 일.

누가 참가하지 않으려 할까.

비리마 성에 오직 박경일만 홀로 남겨질 것이었다.

"X발…… 두고 보자."

부숴버린 줄만 알고 있는 방패, 그 방패가 멀쩡히 고쳐져 용후의 손에 들려 있단 걸 알았다면 더욱 분노에 휩싸였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박경일의 머릿속은 용후에 대한 복수심으로 꽉 찼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발보다 빠르고 검보다 창보다 빠르고, 유니크 에픽 등급의 화살과 석궁보다도 빠른 게 총이다.

그리고 한 발이면 죽는다.

총을 생각하면, 어떤 생각도 다 수포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X발……."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천장을 보며 허무하게 뱉는 욕밖에는.

* * *

"민성 형님……."

터글 산맥의 초입이었다.

바닥에 무수히 찍혀 있는 발자국들과 거리가 꽤 멀었지만 그래도 틀림없는 인간과 몬스터들의 전투 소리에 도적들이 창백해진 얼굴로 박민성을 돌아봤다.

"……."

박민성의 얼굴도 창백해져 있었다. 오히려 가장 창백했다. 몸까지 조금 떨리고 있었다.

파티 단위의 유저들이 몬스터를 잡으며 나는 소리가 절대 아니었다. 100명도 훌쩍 넘는, 수백 명의 인간들이 오크 부족, 또는 리자드맨 부족과 싸우고 있는 듯했다.

비리마 남작이 보낸 토벌대가 틀림없었다. 당연히 도적단의 본거지 위치를 알고서 온 것이다.

"백형욱 이 머저리 새끼……."

지부의 총무씩이나 되는 놈이 이렇게 빨리 본거지를 실토해선 안 되었다.

터글 산맥에 도착한 박민성은 살았다 안도했었다.

김용후에게 당해 바르뎅 마을에서 부활했을 땐 상황이 정말 너무도 절망적이었지만, 박민성은 포기하지 않고 이계템으로 혼자 돌아다니는 유저들을 타깃으로 강도질을 했고, 큰 행운까지 따라와 줬다.

초보 유저들도 아니고 이계템으로 위협한다 해도 순순히 가진 걸 내놓을 리는 만무, 그러나 죽이면 아이템을 드랍했고, 그랬기에 박민성과 그의 부하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강도질을 하며 돈을 모았다.

그러던 중 액세서리 유니크템이 하나 나와준 것이었다. 같은 유니크라도 액세서리템의 시세는 훨씬 더 비쌌다.

그 유니크템을 무려 125골드나 받고 팔 수 있었다.

박민성은 그 돈으로 자신과 부하들의 말을 사고 장비도 맞추고 포션과 약초, 식량도 샀다.

그리고 잠도 자지 않고 달려 터글 산맥에 도착한 것이었다. 바르뎅 마을에서 부활한 후, 일주일도 걸리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일주일도 안 지난 지금 비리마 남작의 토벌대가 자신들보다도 먼저 터글 산맥에 도착해 자신들보다 더 높은 곳에 있었다.

대체 얼마나 빨리 본거지를 실토했단 건가.

"미친 새끼…… 백형욱 넌 무조건 죽는다."

자신도 권총 수리 임무에 실패했다.

그러나 자신은 그 실패를 무마하고 상까지 받을 수 있는 공을 세울 수 있었다.

엄청난 정보를 물어왔으니까.

이계템을, 권총과 총알을 만들 수 있는 대장장이에 대한 정보 말이다.

그러나 자커스 도적단이 사라지면 이 정보가 무슨 소용인가.

살아남은 자들은 자신을 죽이려 들 것이다.

아무리 이 대박 정보를 풀어도 용서가 안 될 것이다. 자커스 도적단을 망하게 한 원흉은 자신이니.

그러나 아직 끝난 건 아니다.

방법이 하나 있었다.

"지름길이 있다."

수백 명으로 이루어진 군대는 갈 수 없는 절벽에 난, 절벽을 타고 오르는 길이었다.

물론 그곳에도 몬스터들이 있었다. 게다가 산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보다 더 레벨이 높다. 특히, 재수가 없으면 스톤 골렘과 만날 수도 있었다.

그럼 죽었다 봐야 했다.

그러나 만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이 방법뿐이다.

무사히 그 절벽 길을 통과하면 비리마 남작의 토벌대보다 먼저 본거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럼 도망을 가든, 역으로 함정을 파 토벌대를 잡든 뭐든 할 수 있었다.

'백형욱이 그 지름길까지 불었을 리는 없어.'

그 지름길까지 실토했다간 정말 일말의, 기억을 조금이라도 보존할 가능성조차 사라져 버리니까.

일말의 희망이라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백형욱은 그 일말의 희망을 용후에게 걸었다. 물론 지금은 어떤 희망도 남아 있지 않았지만.

용후는 지금 NPC 기사 둘과 마법사, 유저 용병 부대의 7분대를 데리고 그 지름길로 향하고 있었다.

만에 하나 박민성과 그의 부하들이 먼저 터글 산맥에 도착했다면 그 지름길로 갈 수 있다 생각했고, 또 토벌대 본대보다 먼저 본거지에 도착해 본거지의 동태를 살피고, 백형욱이 알려주긴 했지만, 본거지 주변의 지형을 직접 보고 더 확실히 파악하고 싶어서였다.

"상태창이 다 보여."

NPC 기사가 모는 말 뒤에 타고 있는 용후가 쿨타임이 끝나자 바로 상태창이 다 보여 스킬을 또 썼다.

훙!

현재 상태창이 다 보여 스킬의 스킬 레벨은 7.

이젠 타깃으로 정한 한 명만이 아니라, 눈의 시야에 들어온 모든 유저들과 NPC들의 상태창이 전부 떠오르도록 할 수도 있었다.

용후의 별동대와 박민성과의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져 갔다.

그리고 잠시 뒤, 용후의 눈에 하나같이 악명 수치를 가진 상태창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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