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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31화 (3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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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31화

"이렇게 하죠."

용후가 말했다.

"절 지휘관으로 하고 싶은 분들은 왼쪽으로, 저 유저를 지휘관으로, 또는 자신이 지휘관이 되고 싶은 분들은 오른쪽으로."

물론 용후는 퀘스트에 참가하러 온 유저들에게 선택을 맡길 생각은 없었다.

자커스 도적단의 두목을 잡아야만 클리어되는 퀘스트라 말해줬다. 그리고 자신에겐 두목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능력 덕분에 지휘관이 됐다고도 했다.

그러니 퀘스트에 참가할 생각이 있다면, 유저들은 자신을 선택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끌어내리려 한 파티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용후가 몇 마디를 더 덧붙였다.

"제겐 특별한 능력이 하나 더 있습니다. 어떤 아이템이든 내구력을 1도 깎지 않고 완벽히 수리해내는 능력이죠. 거기에 옵션까지 붙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능력을 퀘스트에 참가한 유저 분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단 약속도 영주에게 했습니다."

그 말에 연병장이 난리가 났다.

"어? 뭐야, 설마 저 김용후가 용후 대장간의 용후?"

"저 말대로면, 진짜란 거잖아. 대박!"

멀지만, 비리마 성의 유저들도 시간을 내 팔켄 마을로 가 소문의 용후 대장간에 수리를 맡기려던 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용후 대장간의 대장장이가 지금 여기 있다니. 거기다 무료로 수리를 해주겠다니.

듣기로, 노멀 등급 장비의 수리비는 1동화지만 유니크와 에픽 등급의 아이템 수리비는 결코 싸지 않았다.

더구나…….

"어쩌면 용후 대장간 대장장이한테 수리를 받을 수 있는 게 이번이 마지막인 거 아냐?"

이 퀘스트가 클리어되면 김용후는 정말 엄청난 보상을 받게 된다. 그야말로 인생역전이다.

그럼 굳이 대장장이 일을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

그때였다. 한 유저가 움직였다. 비리마 성의 랭킹 2위 유저 황제철이었다.

슬레이어즈 파티의 눈치를 손해를 보면서까지 볼 생각은 없었다.

비리마 성에서 평생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못해 먹겠다 싶으면 떠나면 그만이었다.

또,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돈도 많이 벌게 되고 레벨도 오를 것이다.

도적 한 명만 잡아도 3골드에, 생포는 5골드, 클리어 시에는 또 추가 보상까지.

드랍템도 지휘관이 다 갖는다는 것도 아니고, 5개만 먼저 가져가고 나머진 활약도에 따라 분배.

고렙 유저들 입장에선 오히려 손해가 아니라 득이 될 수도 있었다.

'퀘스트를 끝내고 돌아왔을 땐 우리 파티가 슬레이어즈 파티의 전력을 능가하게 될 수도 있어.'

그런 생각을 하며 염룡 파티의 파티원들도 파티장인 황제철을 따라 전부 왼쪽으로 움직였다.

다른 유저들도, 고렙 순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경일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슬레이어즈 파티원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당연했다.

박경일은, 슬레이어즈 파티는 클리어할 수 없는 퀘스트니까.

영주가 바보인가. 대영주 소리를 듣는 자다.

그리고 유저들도 바보가 아니었다.

김용후가 정말 자커스 도적단의 두목을 알아낼 능력이 있으니, 영주는 이 퀘스트를 맡긴 거다.

보상이 대체 몇 개인가. 거기다 김용후가 수리도 무료로 해준단다.

한몫 단단히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슬레이어즈 파티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결국 모든 유저들이 왼쪽에 섰다.

"거기 당신들, 더 할 말 있어?"

용후가 슬레이어즈 파티를 내려다봤다.

당연히 슬레이어즈 파티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럼 참가자는 더 없는 걸로 알고 여기까지만 받겠습니다."

용후가 그렇게 말하자 슬레이어즈 파티원들의 얼굴에 초조함이 차올랐다.

슬레이어즈 파티에게도 이 퀘스트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해야 했다.

"저, 경일 씨, 지휘관은 포기하고 우리도 가서 서죠."

부파티장이 그렇게 물꼬를 트자 다른 파티원들도 얼른 말을 보탰다.

"이 퀘스트 진짜 놓치면 안 돼요."

"랭킹 2~3위 파티 애들이 이 퀘스트 클리어하고 돌아오면 우리 파티가 밑으로 밀릴 수도 있어요."

고민하는 척하고 있지만, 박경일도 마음이 급한 건 마찬가지였다.

결국 박경일이 마지못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슬레이어즈 파티원들이 그 즉시 움직였다.

"뭐죠?"

"아, 그…… 저희도 참가하려고요."

"아뇨, 필요 없어요."

슬레이어즈 파티원들의 얼굴이 전부 굳어졌다. 파티원들의 뒤를 머뭇머뭇 따라가던 박경일의 얼굴도.

"괜히 받았다가, 앙심 품고 있다가 통수라도 치면 큰일이니까. 그런 일만 없음, 이 정도 수면 무조건 클리어할 수 있는 퀘스트예요."

대단한 자신감이 담긴 말에 왼쪽으로 온 유저들은 더 안도한 미소를, 슬레이어즈 파티원들의 얼굴은 굳어지다 못해 울 것 같은 얼굴이 됐다.

성의 모든 상점 20% 세일 보상과 김용후의 수리가 특히 너무 아쉬웠다.

파티원 대부분이 슬슬 장비를 전체적으로 수리할 때가 됐고, 새 장비를 맞출 때도 된 시점이기에.

"저기…… 죄송했어요. 사과드릴게요. 정말 대박 퀘스트인데 영주가 맛탱이가 가서 레벨 12짜리 유저를 앉혀 놓은 건가 해서 그랬던 거지, 두목을 찾아낼 수 있는 그런 타당한 이유가 있었단 걸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요? 뭐 사과도 했고, 그런 이유였다면, 좋아요. 받아주죠."

뻥이었다.

트러블과 통수의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굳이 데려가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용후는 이들을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휘관으로서의 위엄을 세우고, 유저 용병 부대를 단합시키는데.

자신이 얻어낸 지휘관 자리를 빼앗으려 했으니 그걸 갚아주는 것뿐이고, 자신에게 역으로 당해도 먼저 시작했으니 크게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 억울해해도 상관없고.

"감사합니다!"

고개까지 숙여 인사한 유저가 파티원들을 돌아봤다. 빨리 너희들도 사과하고 오란 뜻.

슬레이어즈 파티원들이 슬금슬금 움직였다. 그리고 똑같이 사과를 했다.

용후는 그들을 전부 넣어줬다.

박경일까지도.

"……개X끼, 두고 보자."

참가자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박경일이 쪽팔려서인지 분해서인지 얼굴을 벌겋게 붉히며 작게 중얼댔다.

그런 박경일을 강단에서 내려다보며 용후가 피식 웃었다. 말까지 들은 건 아니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기에.

"그럼 퀘스트를 공유하겠습니다. 그 뒤 바로 장비 수리를 해드리겠습니다."

직후, 연병장에 있는 유저들의 눈앞에 일제히 알림창이 떠올랐다.

* * *

"방패…… 수리 부탁합니다."

정말 긴 줄이었다.

거의 2시간을 기다린 끝에야 박경일은 자신의 차례가 돼 수리를 맡길 수 있었다.

수리를 맡기고 싶은 게 이 방패 하나가 아니었다. 검도 갑옷도, 액세서리템들도 맡기고 싶었다.

그러나 불안했다. 아까 그 일로 해코지를 하진 않을까.

그래도 김용후는 슬레이어즈 파티의 장비들도 다른 유저들과 똑같이 완벽히 수리해줬다.

그러나 슬레이어즈 파티원들의 장비들엔 옵션이 붙지 않았다.

김용후가 이런저런 이유를 댔지만, 아까 그 일 때문에 해코지는 안 해도 차별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제일 앞장을 섰으니.

그래서였다. 방패만 수리를 맡긴 건.

"유니크 등급에 경량화 마법도 걸린 방패입니다. 제 보물이죠. ……잘 부탁드립니다."

박경일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진짜 제일 아끼는 장비는 검이었지만, 혹시라도 장비에 분풀이를 할까 싶은 마음에 검은 맡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방패도 못지않게 비싸고 또 아끼는 장비였다.

용후가 픽 웃었다.

대꾸 한마디 없이.

조소였다.

박경일의 얼굴이 굳어졌다. 속으론 욕을 했다. 기껏 미소까지 지으며 말해줬더니.

"유니크 등급 장비는 수리에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해도 총내구력이 깎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할 거예요?"

물론 거짓말.

만지면 다 고쳐 스킬은 어떤 등급이든 뭐든 완벽히 고칠 수 있었다.

"네…… 근데 지금까지 다 실수 없이 수리하셨으니 물론 수리에 성공하시겠죠. 믿습니다. 아까는 진짜 좀 미안했습니다. 열심히 할 테니까, 그만 화 풀고 잘해보죠."

"좀?"

"아, 좀이라기 보단……."

용후가 박경일의 말을 끊고 방패를 집어 들었다.

"수리하죠. 수리 중엔 절대 작업장 안으로 들어오지 마세요."

그리고 홱 몸을 돌려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새끼, 꿍해가지곤 계집처럼 구네."

그때였다. 막사 안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박경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지금까진 뭘 수리하든 이런 큰 소리는 안 났기에.

유니크 등급이기 때문도 아닐 것이다.

비리마 성엔 유니크 등급 장비를 쓰는 유저들이 많고, 자신은 2시간이나 기다려 수리를 맡겼다.

그러니 유니크 등급 장비 수리를 맡긴 유저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럼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일부러.

"이런 개X끼가……!"

그러나 박경일은 막사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수리 중엔 절대 막사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 했기 때문.

일부로가 아니라 진짜 수리를 하고 있는 거라면, 경고를 무시하고 들어갔다간 안 그래도 완전 찍혔는데, 생각하기도 싫었다. 단체 퀘스트를 하는 동안은 지휘관이 절대 갑이니.

그런데…….

쾅! 콰앙! 쾅! 쾅쾅쾅!

콰강! 쾅! 쾅쾅!

"……."

이런 미친 새끼! 이건 고치는 게 절대 아니다. 부수고 있는 거다! 얼굴이 시뻘게진 박경일이 발을 뗐다. 그 직후였다.

용후가 막사에서 나왔다. 손에 방패를 들고서. 그런데 방패가 반 토막이 나 있었다.

"……!"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서 한 곳만 사정없이 쳐댄 게 틀림없었다. 그게 틀림없는데, 한다는 소리가 가관이었다.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이렇게 돼버렸습니다."

"너…… 너어……!"

박경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게 어떤 방팬데!

그러나 용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좀 쉬면서 했어야 했는데 참가자분들의 전투력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드리고자 하는 마음에 너무 많은 장비를 쉬지 않고 수리하다 보니 그리됐네요."

"이런 또라이 새끼야!"

결국 폭발한 박경일이 달려들어 용후의 멱살을 양손으로 잡아챘다. 그러곤 그 상태로 용후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악을 쓰고 욕을 해댔다.

"물어내! 내 방패 물어내! 이 개X끼야! 저걸 어떻게 구한 건데! 일부러 그랬지? 일부러 그랬어!"

"일부러 할 리가 있습니까. 소중한 전력인 퀘스트 참가자의 장비를요. 손이 미끄러져 수리에 실패한 건 유감이고 화가 나는 건 이해가 되지만, 내가 지휘관이란 거 잊지 마요. ……정말 중요한 퀘스트야. 이 이상 함부로 행동하면 군법으로 진압하고 처벌한다."

"X까, 퀘스트 안 해 X발!"

박경일이 용후의 멱살을 더 거칠게 흔들어댔다. 그냥 빡 돌아 눈에 보이는 게 없어진 건 아니었다.

일부러 자신의 방패를 부숴놓은 게 틀림없다. 분명 이 이후에도 김용후는 계속 이런 식으로 보복을 해올 것이었다.

지휘관이 퀘스트 중에 계속 태클을 걸며 보복을 하면 제대로 활약할 수 있을 리 없다.

일부러 자신에게 어려운 임무를 맡기거나, 특히 위험한 곳으로 보내 사지로 몰아넣을 수도 있고.

그럴 바엔 그냥 관두고 구겨져 버린 자존심을 챙기는 게 나았다.

박경일이 용후의 멱살을 더 꽉 쥐며 번쩍 들어 올렸다.

레벨은 12이지만 용후의 스탯 수치들은 30레벨대. 그러나 박경일은 레벨이 50이 넘는다. 힘으론 당해낼 수 없었다.

"너 오늘 나한테 죽었어!"

죽일 생각까진 없었다.

그랬다간 자커스 도적단의 토벌 퀘스트를 망친 자신도 영주에게 죽은 목숨이 될 테니.

그러나 패는 정도라면 가능하다. 더구나 비리마 성엔 세이브존이 없었다.

'딱 죽지 않을 정도로 패줄게.'

쿠당탕!

박경일이 용후를 던졌고, 바닥에 떨어진 용후가 요란하게 바닥을 굴렀다. 연병장에 있던 유저들이 일제히 그런 용후와 박경일을 쳐다봤다.

"하 씨, 병신 같은 게. 그러니까 어지간히 깝쳐야지. 그깟 퀘스트 안 하면 그만이야. 이제 좀 살 거 같네. 일어나, 이 개X끼야. 이제 시작이야."

박경일이 그런 말을 큰소리로 하곤 유저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용후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용후가 주섬주섬 일어났다.

그런데…….

"어?"

잘못 봤나 싶었다. 아니었다. 진짜 쥐어져 있었다. 김용후의 손에 권총이.

용후가 리볼버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박경일의 무릎을 겨냥했다. 바로 당겼다.

투앙!

"아악!"

비명을 터뜨린 박경일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러곤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죽은 건 아니었다.

일부러 가슴이나 머리가 아니라 가장 두꺼운 갑옷이 둘린 무릎 부분을 쐈기 때문.

그러나 의식이 없었다.

공격력 550의 검이나 창에 관통당한 거나 다름이 없으니.

숨만 겨우 붙어 있었다.

"힐링 포션 먹이면 죽진 않을 거다."

용후가 슬레이어즈 파티의 파티원들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유저들 쪽으로 돌아섰다.

"지휘관 폭행으로 군법에 의해 원래는 죽였어야 할 놈이지만, 난 악명을 가진 악인이나 악당이 아니면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음엔 자비가 없을 겁니다. 아주 사소한 거라도. ……퀘스트 참가자 여러분, 절대 지휘관의 권한을 넘보지 말고 제 명령을 절대 어기지 마십시오. 다음은 진짜 총살입니다. 하지만 절 믿고 따라주신다면 이 퀘스트는 반드시 클리어됩니다."

권총을 인벤토리에 넣은 용후가 테이블 앞으로 갔다. 그리고 망치를 꺼내 반 토막 난 박경일의 방패를 두드려 수리하는 시늉을 하며 만지면 다 고쳐 스킬을 썼다.

훙!

박경일의 방패가 붙으며 완벽히 수리됐다. 내구력과 방어력이 오르고, 더욱 가벼워졌단 옵션도 붙으며.

"즉결처형으로 원랜 죽었어야 할 놈, 이 방패가 드랍된 셈 치지. 내 행운 스탯이 엄청 높거든."

주교가 걸어준 대축복 덕분에.

"불만 있음 말해."

슬레이어즈 파티원 전원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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