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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22화 (2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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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22화

3일이 지난 아침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스킬 자판기부터 봤지만, 오늘 아침도 불은 들어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용후의 얼굴에 초조함은 보이지 않았다.

박민성을 자신이 잡을 수 있으면 좋지만, 트리던 주교는 성기사들을 4일 안에 호위로 붙여주겠다 했으니 리볼버를 쓸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을 얻지 못해도 박민성에게 당하는 일은 없다.

이후 자커스 도적단의 단원들이 더 온다 해도 역시 괜찮다.

그때쯤엔 분명 스킬 자판기에 불이 들어올 테고, 분명 리볼버를 쓸 수 있는 스킬이 나와줄 테니까. 또 성기사들도 계속 자신의 옆에 붙어 있을 것이다. 자커스 도적단이 망할 때까지 쭉.

계속 교회에 기부를 할 거거든.

트리던 주교의 힘으론 계속 성기사를 자신의 호위로 붙여놓을 수 없다면, 다른 교회로 가서 기부를 해서라도.

기부할 돈이 부족하면 도시의 은행에 가서 빌려서라도 한다.

교회에 기부를 1,000골드 2,000골드를 하고, 대출까지 받아 한다 해도 전혀 손해가 아니다.

이계템인 권총을 손에 넣었으니까.

이건 부르는 게 값이다. 물론 팔지 않고 자신이 쓸 거긴 하지만, 팔려고 하면 10,000골드 20,000골드도 가볍게 받을 수 있다.

집을 나선 용후가 아침 식사를 위해 고기가 맛있는 식당으로 갔다.

식당 간판 이름이 그랬다.

고기 스튜 위주의 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가격이 꽤 비싸 잡화점 알바 시절엔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지만, 요즘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들렸다.

고기도 듬뿍 들어가 있고 향신료도 많이 써서 만들기에, 지구의 음식 같다 해도 손색이 없었다.

"A세트로."

양고기 스튜와 빵, 치즈, 샐러드, 우유가 함께 나오는, 이 식당에서 가장 비싼 메뉴.

언제나처럼 맛을 하나하나 음미해가며 아침 식사를 끝낸 용후가 돈을 지불하고 식당을 나와 느긋하게 자신의 대장간으로 갔다.

대장간에 도착해서도 용후의 얼굴엔 불안함이나 초조함은 없었다.

생각대로 할 수 있단 확고한 자신감이 있어서였다.

"안녕하세요, 용후 님."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오늘도 대장간 앞엔 긴 줄이 서 있었다. 손님들이 먼저 용후에게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줄까지 서며 자신의 대장간을 이용하려는 손님들, 용후는 고개까지 살짝 숙여 인사를 받고 또 깍듯하게 인사도 했다.

"대장간 개점합니다. 손님 들어오세요."

용후가 시원스런 목소리로 말했고 바로 손님이 들어왔다. 첫 손님부터 꽤 고가의 장비들을 두르고 있었다.

"수리해 주세요."

창이었다.

그리고 매직 등급이었다.

"근데 내구력이 4밖에 안 남았는데…… 총내구력 안 깎이고 될까요?"

"물론 됩니다."

"와, 진짜 소문 대로군요!"

"그럼 수리해 올게요. 30초만 기다리세요."

"예? 30초요?"

"하다 보니 실력이 늘더라고요."

기부도 또 했고, 스킬 자판기에 불이 들어오면 바로 스킬도 사야 한다. 그래서 수리 시간을 더 단축시킨 것이었다.

용후가 창을 들고 대장간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딱 30초 뒤 돌아왔다.

"와, 진짜 최고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손님이 인사를 두 번이나 하며 나갔고, 이어 바로 다음 손님이 들어왔다.

이번에도 고렙 유저였다. 액세서리 중엔 유니크로 보이는 반지도 2개나 차고 있었다.

"혹시…… 갑옷도, 그리고 유니크 등급인데 이것도 30초 만에 수리되나요?"

유저가 인벤토리에서 금이 쩍쩍 가 있는 강철 갑옷을 꺼냈다.

"물론입니다."

용후가 갑옷의 상태창을 열었다.

옵션도 2개나 붙어 있으니 시세가 못해도 80~90골드는 나갈 것이다.

이런 갑옷은 수리비로 못해도 10골드 정도는 들고, NPC 대장장이에게 맡기면 빨라도 2~3달, 유저에게 맡겨도 보름은 걸린다. 당연히 수리비는 더 많이 들고.

그러나 용후는 이런 유니크템도 다른 대장장이들보다 훨씬 적게 받을 생각이었다.

손해라 할 건 없었다. 그냥 만지면 고쳐지니까. 그것도 30초는커녕 사실은 1초면 끝.

물론 그렇다 해도 오히려 더 잘 수리가 되고 시간도 걸리고 말 것도 없으니 수리비를 그 이상 받아도 되지만, 그게 맞지만, 용후는 더 많이 더 멀리까지 소문을 내고 싶고 돈보단 명성이 더 중요했다.

"근데 유니크에 옵션도 2개나 붙어 있으니 수리비는 좀 셉니다."

"얼마죠."

"5골드입니다."

"예?"

"5골드요."

정말 놀라웠다.

첫 수리가 아니었다.

첫 수리 땐 수리 기간은 거의 50일에 수리비는 12골드나 냈다. 그런데 반값도 안 되다니.

"와…… 엄청 싸네요. 역시 소문 대로네요. 게다가 30초면 수리가 끝난다니…… 진짜 오길 잘했네요!"

"근데 한 번 수리하셨네요. 그럼 수리 옵션은 안 붙습니다."

만지면 다 고쳐 스킬로 옵션이 붙고 공격력이나 방어력, 내구력이 오르는 건 첫 수리 때뿐이었다.

그러나 손님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알겠습니다. 이 가격에 이 수리 기간에, 총내구력도 안 깎이는데 그걸로도 충분히 너무 감사한 일이죠."

유저가 아직 수리가 끝난 것도 아닌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럼 수리해 올게요."

정확히 30초 뒤 용후가 돌아왔다.

유저가 갑옷을 건네받아, 상태창을 열었다.

완벽했다!

"감사합니다! 또 올게요. 계속 올게요!"

레벨이 50이 넘는 고렙 유저에게도 5골드는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러나 조금도 아깝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또 한 번 인사를 한 유저가 나가고, 다음 손님이 들어왔다.

박민성이었다.

"어떻게 되고 있지?"

플라스틱 손잡이의 과도를 과도집에서 뺐다 넣었다 하며 박민성이 말했다.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너 이 새끼…… 진짜 뭘 하고 있긴 한 거야? 표정에 간절함이 전혀 없어. 그냥 협박 같아? 어? 하루 남았어. 내일까지 수리 못 하면 이게 네 가슴으로 들어갈 거다."

그러나 역시 대장장이의 얼굴엔 겁먹은 기색이 없었다.

이 새끼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나?

아니면 뒤에 누가 있거나.

그러나 뭔가 대단한 자나 조직이 뒤에 있다면 이런 대단한 대장장이 기술을 가지고 고작 초보자 마을에서 대장간을 열었을 리 없다.

알아보니 이 대장장이, 김용후는 잡화점 알바를 1년 넘게, 그것도 얼마 전까지도 했었다.

어떻게 얻었는지까지는 몰라도, 어쨌든 운 좋게 아주 특별한 스킬템을 얻어 특별한 대장장이 기술을 손에 넣은 게 틀림없다.

박민성이 복잡해지려 하는 머릿속 생각들을 털어냈다. 그냥 좀 똘끼가 있는 놈일 뿐이야.

그때였다.

"한 나흘만 더 주세요."

"뭐?"

이제 와서 무슨!

박민성이 인상을 사정없이 구겼다.

그러나 용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나흘 정도 더 주면 고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성기사들은 내일 아침이면 온다.

그러나 스킬 자판기는 아직.

내일 켜진단 확신도 못 한다.

그러나 나흘 더, 그래서 5일 더 시간이 생기면 스킬 자판기에 분명 불이 들어올 것이다.

입술을 움찔거리며 박민성이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고민하고 있단 뜻.

그럴 수밖에.

협박을 한다고, 쫄게 한다고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죽이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권총 수리 가능성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으니.

물론 죽어도 부활하지만, 기억은 잃으니, 수리에 더 지장이 생기면 생겼지 좋을 게 하나 없다.

"……몇 프로나 돼?"

"70% 이상 될 거 같네요."

박민성의 눈이 커졌다.

그럼 고쳐진단 거잖아!

"……좋아, 나흘 더 준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야. 그건 내 물건이 아니야. 윗분들의 명령을 받아 수리를 맡긴 거지. 내가 계속 시일을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알아들어? 나흘 더, 5일 내에 못 고치면 그땐 진짜 죽는다."

예예.

용후가 속으로 웃었다.

자신이 철저히 갑이란 생각에.

그리고 5일 뒤 죽는 건 너다.

그 과도 이계템도, 차고 있는 장비들도 전부 털릴 테고.

박민성이 부릅뜬 눈으로 한참을 더 용후를 노려보다 대장간을 나갔고, 용후는 피식 웃곤 바로 다음 손님을 불렀다.

스킬 자판기에 불이 들어온 건 그로부터 3일 뒤였다.

* * *

촤르르륵!

용후가 스킬 자판기의 대량 투입구에 금화를 쏟아부었다.

수리 시간을 30초로 줄였고, 레어와 매직 등급 아이템 수리는 나날이 늘고, 최근엔 유니크템 수리도 늘어 이번에도 가격이 꽤 올랐는데도 금화가 부족하지 않았다.

명성도.

기부를 하고 유니크템까지 수리하며 올려둔 명성은 남아돈다 해도 될 정도.

금화를 다 넣자 대량 투입구가 저절로 닫히고 이어 상태창 속 명성 수치가 빠져나갔다.

용후가 직업 버튼으로 손을 뻗었다.

랜덤 버튼을 눌러도 리볼버를 쓸 수 있는 스킬이든 아이템이든 분명 나와주겠지만, 스킬일지 아이템일지 알 수 없고, 또 아이템이라면 그게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건지 일회용일 지도 순전히 운.

그러나 직업 버튼을 누르면 분명 대장장이와 관련된 스킬이 나와줄 것이다.

만들 수 있는.

그리고 스킬 레벨도 올릴 수 있는.

그리고 그렇다면, 총알뿐 아니라 다른 걸 만드는 데도 그 스킬을 쓸 수 있을 터다.

덜컹덜컹!

배출구로 캡슐이 굴러떨어졌다. 용후가 허리를 굽혀 캡슐을 꺼냈다. 그리고 바로 돌렸다.

훙!

-뭐든 다 만들어 스킬을 얻었습니다

"그렇지!"

용후가 주먹을 꽉 쥐었다.

예상 대로였다.

스킬 자판기는 안에 든 스킬들이 그저 차례차례 나오는 게 아니다. 또 추첨하듯 스킬들이 돌며 마구 섞여지다 운으로 나오는 게 아니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지금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스킬이 나온다. 직업 버튼의 경우는, 직업 스킬이란 카테고리 안에서.

용후가 뭐든 다 만들어 스킬의 설명창을 열었다.

그저 생각만 하면 다 만들어지는 만능은 아니었다.

일단 이 스킬을 쓰려면 마석이 필요했다.

뭘 만드느냐에 따라 개수가 늘어나기도 하고 마석의 등급이 올라가기도 한다. 그러나 재료는 마석 딱 하나였다.

"좋아."

그린 마석 정도는 마법 상점에 가면 몇 개든 살 수 있다.

팔켄 마을엔 마법 상점이 없지만, 용후 대장간에 수리를 하러 오는 고렙 유저들이 얼마나 많나. 그들에게 사면 된다.

웃돈을 올려 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두고두고 용후 대장간을 잘 이용하고 싶을 테니 평균 시세에 팔아줄 터다.

"……그래도 뭐든 다 만들 수 있진 않겠구나."

스킬 자체는 설명 그대로 정말 뭐든 다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만들려는 물건의 구조와 부속품, 재질 등을 알고 있고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어야 했다.

가령 가전제품의 경우 어떤 부품들로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용후가 어떻게 알겠는가.

또 등급까지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즉 유니크나 에픽 아이템의 모양을 흉내 내 만든다 해도 그 아이템들에 유니크 에픽 등급이 붙진 않는 것이다.

그래도 총알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알고 있으니까.

총알은 탄두, 탄피, 점화 화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납과 구리를 쓴다. 군대에 갔다 왔으니 이 정도는 안다.

하지만…….

'이 이상 더 세세한 지식이 필요할까?'

필요하다 해도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이 세계엔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있으니까. 그 중엔 군필자도 많고, 밀리터리에 관심이 있었던 자들도 있겠지.

나중엔 총알 외에도 얻고자 하면 유저들을 통해 여러 물건의 설계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용후가 집을 나섰다.

마석을 사서 해보면 알 일.

일단 광장으로 갔다.

광장에 팔켄 마을에 퀘스트를 하어 온 고렙 유저들이 서너 명은 꼭 잡템을 팔고 있으니까.

마석을 꺼내놓고 팔진 않지만, 산다고 하면 팔아줄 것이다.

"그린 마석이라면 있습니다."

"몇 개나요?"

"2개요."

블루 마석부턴 100레벨 이상의 몬스터쯤은 돼야 드랍을 하지만, 그린 마석은 몬스터 레벨이 20만 돼도 드랍율은 물론 엄청 낮지만 드랍을 하는 만큼 역시 갖고 있었다.

"다 사고 싶은데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용후 씨니까 평균 시세만 쳐주시면 2개 다 팔겠습니다."

"네, 그럴게요. 살게요."

가격은 1개당 15골드, 2개를 30골드를 주고 샀다.

'그린 마석 하나당 총알 몇 개나 만들어지려나.'

그러나 하나당 1발만 만들어진다 해도 만들 가치가 있다. 무려 550의 공격력이니.

유니크나 에픽 등급 활과 석궁도 공격력이 200도 안 나온다.

그러니 100레벨이 안 넘는 유저면 한 발만 맞아도 무조건 죽는다 보면 된다.

아이템화 되어 지구보다 더 무시무시한 무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한 발만 쏠 수 있나. 6발이나 장전된다. 1초 간격으로 쏠 수 있고.

용후가 또 다른 유저에게 갔다.

"1개 있어요."

"살게요."

그렇게 광장에서 잡템을 파는 유저들에게서 산 그린 마석은 총 3개, 그리고 대장간 일을 하며 고렙으로 보이는 유저들에게 마석이 있느냐 물어 있으면 다 샀다.

그래서 점심때가 됐을 땐 그린 마석이 7개나 모였다.

"점심 식사하고, 1시간 뒤에 다시 하겠습니다."

12시 정각, 용후가 일을 멈추고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 작업대 위에 그린 마석을 전부 꺼냈다.

그리고 그린 마석 하나를 손에 들고 뭐든 다 만들어 스킬을 썼다.

훙!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무엇을 만들겠습니까

"이 리볼버에 쓸 총알."

-머릿속에 구조와 이미지를 그려주세요

용후가 눈을 감고 총알의 모양을 떠올리고 안의 구조를 떠올렸다. 그리고 화약의 종류와 탄피의 재질까지도 떠올렸다.

-제작이 가능합니다. 제작하겠습니까?

"어."

-제작합니다

훙!

용후가 손에 쥐고 있는 그린 마석이 빛을 냈다. 그리고 그 그린 마석의 부피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딱 3초였다.

빛이 사라지자 리볼버의 탄창에 딱 맞게 들어갈 것 같은 총알 한 발이 생겨났다.

"하하!"

용후가 웃으며 총알이 올려져 있는 손바닥을 꽉 말아 쥐었다.

"인벤토리."

인벤토리에서 리볼버를 꺼내 탄창을 열고 총알을 탄창 안에 장전해 넣었다.

찰칵!

용후가 리볼버를 쥔 오른팔을 앞으로 쭉 뻗어 벽을 겨눴다. 그리고 입가에 씩 미소를 지었다.

"도적놈아, 빨리 와라."

잡아줄 테니.

그리고 털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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