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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19화 (19/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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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19화

무려 A등급이 붙은 퀘스트였다.

A등급이 가장 높은 등급은 아니었다. S등급도 있고, 그 위론 SS등급도 있다 했다.

그러나 성과 도시라 해도 B등급 퀘스트도 받기가 힘들었다.

그러니 초보자 마을인 팔켄에서 A등급 퀘스트를 받을 수 있을 리 만무.

안나가 건 추가 보상 때문이었다.

퀘스트 등급이 결정되는 덴 클리어 난이도뿐 아니라 보상의 영향도 받는다.

가령 NPC가 기본 보상 외에 자신의 돈이나 물건을 추가 보상으로 걸면, 퀘스트의 등급이 더 오르고, 퀘스트의 등급이 오르면 경험치나 스탯 등 기본 보상들의 수치도 올랐다.

그래도 그렇지 F등급이 붙을 퀘스트에 A등급이라니, 분명 안나가 추가 보상으로 건 물건은 보통 물건이 아닐 것이다.

팔찌였다.

구리 팔찌.

거기다 부서져 있었다. 그런데도 A등급이 붙었다는 건…….

'부서졌지만 못해도 유니크 등급 정돈된단 뜻이야.'

안나의 호감도를 확인해보니 무려 500이 넘었다.

하긴, 안나의 호감도가 오른 건 지금이 처음이 아니었다.

용후 대장간을 연 이후 출퇴근을 할 때 우연히 마주쳐 인사만 해도 호감도가 올랐었다.

NPC들은 보통 다 유저들을 경계한다. 그러니 호감도를 500 이상 쌓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NPC들도 사람.

능력 있고 돈 있고 외모까지 되는 이성에게, 그게 유저라 해도 호감을 갖게 되는 건 자연스런 일이었다.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에요. 하지만 부서져서 지금은 쓸 수가 없어요. 버거튼 씨는 고치지 못했고, 바르뎅 마을의 대장간과 보석상에도 부탁했지만 고치지 못했어요. 하지만 용후 씨의 수리 실력이면 고쳐서 쓰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아무 쓰임도 없이 갖고만 있는 것보단…… 유용하게 쓰인다면 아버지도 분명 기뻐하실 거란 생각에…… 부서진 팔찌를, 보상이라고 드려 죄송해요……."

단지 자신에게 높은 호감을 갖고 있어, 잘 보이고 싶어 주려는 것만은 아니었다.

진심이 느껴졌다.

물건은, 그게 유품이라 해도 쓰일 때 가장 가치 있는 것이다.

용후도 그리 생각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무려 유니크나 되는 액세서리 아이템을.

부서진 거지만 용후에겐 액세서리 수리도 일도 아니었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반드시 수리해서 쓰겠습니다."

-안나 빵집의 입간판 수리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감사해요……."

안나가 또 얼굴을 조금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수리를 해내지 못한 유저들이 부러움 가득한, 또한 은근한 시기심이 담긴 눈으로 봤다.

자신들에게 준 퀘스트엔 기본 보상뿐이었고, 저런 애틋한 눈빛이나 수줍은 표정도 짓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시기심을 품은 건 잠시였다. 김용후는 자신들과는 너무도 격이 달라졌으니.

또 계속 수리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용후와 시비가 붙은 자들이 유저건 NPC건 어떻게 됐는지 잘 알기에 감히 툴툴대는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럼 고쳐올게요."

용후가 입간판을 들고 대장간으로 돌아갔다.

밖에선 안 보이는 곳까지 들어간 용후가 입간판을 내려놓지도 않고 만지면 다 고쳐 스킬을 썼다.

후웅!

금이 가고 깨지고, 다리가 휘어져 바닥에 놓으면 비스듬히 서는 입간판이 그 즉시 수리되며 부서지기 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심지어 상태가 더 좋아졌다.

완전히 새것처럼.

용후가 대장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안나의 빵집으로 갔다.

"수리됐습니다."

입간판을 바닥에 놓자, 안나가 똑바로 서는 데다 어쩐지 막 만들었을 때처럼 깨끗하게 변한 입간판을 보곤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물론 그저 만지자마자 수리가 됐다곤 생각지 못했다.

유저들은 스킬이란 신묘한 힘을 쓰는 자들, 용후는 유저 중에서도 더 특별한 힘을 가졌다 생각하는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무기나 방패가 아닌 데도 이렇게나 완벽히 고치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안나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직후 용후의 눈앞에 알림창들이 줄줄이 떴다.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2,000을 얻었습니다

-레벨이 1 오릅니다

-보상으로 근력 스탯이 2 오릅니다

-보상으로 체력 스탯이 2 오릅니다

-손재주 반지를 얻었습니다

-팔켄 마을 NPC 안나의 호감이 150 오릅니다

과연 A등급 퀘스트였다. 또, 용후는 호감도의 위력도 실감했다.

대장간으로 돌아가며 용후가 손재주 반지의 상태창을 열었다.

"역시."

유니크 등급이었다.

반지에 담겨 있는 효과는 손재주 스탯 개방과 손재주 스탯 70 증가.

지금 자신에게 정말 딱인 반지였다. 분명 만지면 다 고쳐 스킬에 손재주 스탯의 효과가 적용될 테니까.

물론 대장장이일 뿐 아니라, 요리에도 조각에도 그림에도, 검술과 궁술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대장간으로 돌아온 용후가 손재주 반지에 스킬을 썼다.

후웅!

총내구력이 0으로 완전히 부서진 상태였지만, 바로 금과 균열들이 메워지며 더 단단해졌단 옵션이 붙었고 내구력이 120/120으로 차올랐다.

"이건……."

상태창 하단, 효과란 맨 밑에 물음표(?)가 있었다. 숨겨진, 개방되지 않은 효과가 더 있단 뜻이었다.

어떤 유저든 1레벨 때부터 모든 아이템의 상태창을 열 수 있지만, 내용이 다 보이지 않는 아이템도 있다 했다.

"다음은 감정 관련 스킬이 나와도 좋겠는데."

정말 다양하게 두루두루 도움이 될 것이다. 돈을 벌고 명성을 올리는 데도 물론 쓸 수 있을 테고.

스킬 자판기는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스킬을 내보내 준다. 랜덤 버튼이라 해도.

그러니 손재주 반지의 숨겨진 옵션을 볼 수 있고, 그 옵션을 개방할 수 있는 방법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을 원하면 분명 그렇게 할 수 있는 스킬이 나와 줄 것이었다.

아직 스킬 자판기엔 불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 그러나 만지면 다 고쳐 스킬을 산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러니 오늘이라도 불이 들어올 수도 있었다.

일단은, 대장간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대장간으로 들어간 용후가 입구에 놓아둔 의자에 앉았다.

"다음 손님."

손님이 들어왔고, 검 수리를 맡겼다.

용후가 손재주 반지를 왼손 검지에 꼈다.

-손재주 스탯이 개방됩니다

-손재주 스탯이 70 오릅니다

씩 웃은 용후가 검을 들고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1분 만에 수리를 끝냈다.

대축복과 손재주 스탯 70의 효과 덕분에 더 단단해지고 균형이 잘 맞게 됐단 옵션과 함께 공격력이 무려 15나 올랐다.

수리된 검을 돌려받은 유저가 활짝 웃었다.

"역시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정말 감사해요! 정말 용후 님 수리 실력이 왕국 최고예요!"

정말 그랬다. 수리만큼은 용후가 최고였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용후가 되고 싶은 건 최고의 대장장이가 아니었다.

용후는 더 높은 곳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급하게 갈 생각은 없다. 우선 차곡차곡 절대 흔들리지 않고 쓰러지지 않을 기본을 다진다.

"다음 손님."

다음 손님이 들어왔고, 방패 수리를 맡겼다. 그 방패를 들고 용후가 다시 대장간 안쪽으로 들어갔다.

* * *

촤르르륵!

집으로 돌아온 용후가 오늘 번 돈을 바닥에 쏟았다. 그리고 샜다.

71골드 3실버 2동화였다.

버거튼에게 빼낸 금화에, 오늘은 레어 매직 등급 수리도 어제보다 늘어 수익이 상당했다.

그 돈을 다시 돈주머니에 다 담았을 때였다. 스킬 자판기에 번쩍 불이 들어왔다.

만지면 다 고쳐 스킬을 산 뒤 꽤 오래 불이 들어오지 않아 은근 걱정을 했는데 역시 계속 쓸 수 있는 것이다.

용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스킬 자판기 앞으로 갔다.

한 발 앞에 서자 스킬 자판기의 대량 투입구가 저절로 열렸다. 용후가 스킬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돈과 명성을 갖고 있단 뜻이었다.

"좋아."

용후가 웃었다.

대장간을 연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일을 했다.

100골드를 교회에 기부했지만 그럼에도 500골드가 넘는 돈이 모여 있었다.

수리 하나당 거의 매번 10씩 올랐던 명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젠 명성 쪽이 더 부족할 일이 없었다.

"역시."

어떤 버튼이든 다 누를 수 있었다.

그러나 용후는 바로 손을 뻗진 않았다. 정확히는 못했다. 뭘 사야 될지 고민이 되기 때문.

지금 용후가 갖고 싶은 스킬은 두 가지였다.

치료 스킬과, 어떤 아이템이든 스펙을 속속들이, 숨겨진 스펙까지 볼 수 있는 감정 스킬.

"그래도 역시 더 갖고 싶은 건 치료 스킬인가."

그러나, 마법 버튼은 있는데 신성술 버튼은 없었다.

과연 직업 스킬을 누른다고 신성술 계열의 스킬이 나올 것인가. 별로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확신이 들지 않으니 감정 관련 스킬 쪽으로 자꾸 미련이 남았다.

"랜덤으로 갈까."

스킬 자판기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두 번 다 대만족을 했으니.

지금 자신에게 치료 스킬이 더 필요하다면 그와 관련된 스킬이나 아이템이 나올 테고, 감정 스킬이 더 필요하다면 그와 관련된 게 나올 것이다.

촤르르르륵!

용후가 100골드가 들어가 있는 금화 주머니를 꺼내 스킬 자판기의 대량 투입기에 거꾸로 뒤집었다.

그런 금화 주머니를 3개 더 거꾸로 뒤집어 금화들을 쏟아붓고 20골드를 더 넣자 대량 투입구가 안으로 들어가 잠겼다.

용후가 랜덤 버튼을 눌렀다. 배출구로 캡슐이 굴러떨어졌다. 그 캡슐을 꺼내 돌렸다. 용후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상태창이 다 보여 스킬을 얻었습니다

용후가 미소를 지었다.

정말 백 프로 어떤 상처든 어떤 병이든 다 고치는 신성술을 지금 가진 돈과 명성으론 얻을 수 없다면, 그래 이 스킬이 나았다.

스킬 설명창을 열어보니, 아이템뿐 아니라 유저와 NPC들의 상태창도 볼 수 있었다.

"상태창이 다 보여."

용후가 손재주 팔찌를 손에 쥐고 스킬을 시전했다.

물음표(?)가 사라진 손재주 팔찌의 진짜 상태창이 용후의 눈앞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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