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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14화 (1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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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14화

버거튼은 몬스터 사냥을 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판매는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은 시세보다 싸게 샀고, 수리를 맡기면 내구력을 왕창 깎아놓거나, 제대로 수리를 안 해 토끼만 잡아도 내구력이 깎여나가게 만들어놓기 일쑤였다.

팔켄 마을에 대장장이가 한 명만 더 있었어도 절대 이런 식으로 장사를 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없었다. 팔켄 마을의 대장장이는 딱 버거튼 한 명이었다.

물론 유저들도 전직 퀘스트를 통해 대장장이가 되면 병장기도 만들고 수리도 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대장장이 전직은 유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몬스터 사냥이 가장 빨리 강해질 수 있고, 돈도 가장 많이 벌 수 있지만, 가장 위험했다.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그래서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원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대장장이가 되어, 매직 등급 병장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고, 돈을 모아 자신의 대장간을 갖게 되면 그런 생활이 가능했다.

그러나 팔켄 마을에선 대장장이 전직을 할 수 없었다. 버거튼이 유저들에게 전직 퀘스트를 주지 않기 때문.

NPC들에게, 유저에게 퀘스트를 줘야 할 의무나 책임이 있는 건 아니었다. 퀘스트를 주지 않는다 해서 가해지는 페널티는 없었다. 주든 주지 않든 자유.

그러나 보통은 준다. 유저들한테만 좋은 게 아니라 자신들에게도 좋으니까.

퀘스트의 보상란에 자신의 돈이나 물건을 더 걸어 퀘스트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보상란에 기본으로 붙는 경험치나 스탯 보상이 있었다.

그러니 퀘스트를 주는 걸로 유저들을 일꾼이나 심부름꾼으로 부릴 수 있고, 고민거리나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버거튼이 전직 퀘스트를 주지 않는 건, 팔켄 마을에 자신 외에 대장장이가 더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인기 있는 직업인 만큼 대장장이 유저들은 어디든 있다.

그러나 팔켄 마을을 떠난 뒤 대장장이가 된 자들이 다시 초보 마을인 팔켄 마을로 굳이 돌아오겠는가.

팔켄 마을의 유저들이 살 수 있는 병장기라 해봐야 하나같이 싸구려에, 수리를 맡기는 병장기도 다 그런 수준인데.

그래서였다. 버거튼이 팔켄 마을 유저들을 상대로 갑질을 부릴 수 있는 건.

"이건 진짜 해도 너무 하잖아요!"

버거튼에게 수리를 맡긴 검을 받은 유저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버거튼은 남 일이라는 듯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딴청을 부렸다.

"어떻게 내구력이 50이나 깍이냐고요!"

내구력 80의 검이었다. 그런데 내구력이 50이나 깎여 총내구력이 30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도, 30의 총내구력이 다 수리되어 있지도 않았다.

30/20

80/11이었던 내구력의 11이 20으로 오르기야 했지만, 총내구력이 반 토막 이상이 나버렸으니 이건 수리가 아니라 망가트렸다 봐야 했다.

"물어내요! 내 검 물어내라구요!"

유저가 결국 눈물을 주륵 흘리며 빽 소리를 질렀다.

이 검을 사려고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던가. 한 번은 죽기도 했다.

그렇게 겨우 산 검이다.

그런데 그 검을 첫 수리에 이렇게 반병신으로 만들어놓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야 이 개X끼야! 내 말 안 들려! 물어내란 말이야, 내 검!"

"어린 친구가 입이 거칠구만. 한 번만 더 말을 함부로 했다간 경비대를 부르겠네."

하는 행동은 이런 쓰레기가 없는데 말하는 건 아주 교양이 넘쳤다.

그 모습이 더 화를 돋았다.

그러나 유저는 결국 버거튼의 멱살을 잡아채지 못하고 울분을 삼켰다.

경비대는 유저들의 일에 되도록 간여하지 않지만, NPC들이 유저에게 피해를 입게 되면 그렇지 않았다.

"내 꼭 대장장이가 돼서 반드시 팔켄 마을로 다시 돌아온다. 기다려라. 두고 보자."

유저가 그런 말을 하며 대장간 문을 발로 박차고 나갔다.

그러나 나오자마자 또 눈물을 주륵 흘렸다. 면전에 대고 욕까지 했으니 다음에 수리를 맡겼다간 아예 박살을 내놓을 것이다.

장비 수리가 안 되면 사냥을 할 수 없었다. 팔켄 마을을 떠나야 했다. 아직 레벨이 10도 안 됐는데.

눈앞이 막막했다.

한편, 버거튼은 대장장이가 되어 돌아와 복수하겠단 유저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말한 자가 어디 저 유저 하나일까. 많았다. 그러나 누구도 오지 않았다. 퀘스트 수행을 위해서가 아니고서야.

잊게 되는 것이다. 어디든 자신 같은, 자신보다 더한 자들이 차고 넘치니. 또는 죽고 죽어 팔켄 마을의 기억을 잃어버리거나 해서.

"호구가 지밖에 없는 줄 아나."

널린 게 호구들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새로 유입되어 온다.

정말 꿀이었다.

한편, 그 유저, 조준영은 갑자기 길 한복판에 우뚝 멈춰 서 입을 반쯤 벌리곤 앞의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정확힌 그 건물에 달린 간판이었다.

「용후 대장간」

조준영이 눈을 비볐다. 신기루인가 싶어서였다. 사막에서 물을 간절히 찾다 보게 되는 신기루 말이다.

또 다른 대장간을, 또 다른 대장장이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만들어낸 신기루일 터다.

그러나 눈을 비비고 또 비벼도 용후 대장간이란 간판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용후라면……."

설마 잡화점 알바 하던 그 김용후?

그러나 김용후는 더 이상 잡화점 알바가 아니었다. 강자존 파티를 해체시켜 버리곤 팔켄 마을의 1인자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김용후가 웬 대장간? 뭐가 어떻게 된 걸까.

조준영이 다시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그러나 대장간 간판은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 * *

맡겨볼까?

역시 그건 아닌가…….

조준영은 망설였다. 정말 이 대장간에 수리를 맡겨도 될지.

그저 내구력이 깎인 검을 맡기는 것도 불안한데, 지금 자신의 검은 버거튼이 총내구력을 왕창 깎아 놨다.

서툰 기술로 수리를 하려 하다간 아예 산산조각이 나고 말 것이다.

그러나 혹 김용후가 정말 제대로 된 대장장이 스킬을 갖고 있다면, 자신은 팔켄 마을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용후 대장간 주위엔 유저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니 소문이 나는 건 금방이었다. 더구나 그 소문이 대장간이 새로 생겼단 이야기라면 더욱.

그러나 많이 모이기만 했지 김용후에게 수리를 맡기는 유저는 없었다.

김용후를 모르면 모를까, 김용후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잡화점 알바였다.

그런데 대체 뭘 얻은 건지 강자존 파티를 혼자서 해체시켜 버린 건 정말 놀랍고 대단하지만, 역시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대장간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혹 김용후가 대장장이로 전직했다 해도, 제대로 수리를 하려면 수리 스킬이 5레벨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러니 김용후가 갑자기 변하게 된 뒤 대장장이 전직퀘까지 했다 해도, 며칠이나 됐다고 수리 레벨을 5레벨이나 올렸겠는가.

"근데, 대장간 창업비는 어디서 난 거지?"

강자존 파티를 잡으며 얻은 드랍템이 있었을 테니 그걸 팔아 돈을 꽤 벌긴 했겠지만, 저런 상점 건물을 빌리는 건 턱도 없다.

보증금이 상당하다. 유저가 빌리려 하면 NPC보다 더 받는다.

김용후…… 진짜 이상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아무리 비상식적인 세계라지만 어떻게 사람이 하루아침에 저렇게 변하나.

김용후는 그냥 강해지고 돈만 많아진 게 아니었다. 표정과 느껴지는 기운도 완전 달랐다. 그야말로 여유 있고 자신감 가득한 태도.

그래서 조준영은 혹했다. 그리고 응원하는 마음도 들었다. 용후 대장간이 버거튼 대장간에 파리만 날리게 해주기를.

조준용이 걸음을 뗐다. 누군간 해야 했다. 김용후가 정말 대장장이가 됐음을 알리는 일을.

대장장이 일을 하지도 못하는데 미쳤다고 비싼 보증금을 내고 월세를 내 건물을 빌려 대장간을 열겠는가.

진짜일 것이다. 진짜 대장장이가 된 거다. 적어도 대장장이 스킬을 얻은 게 틀림없다.

"어서 오세요."

"검 수리하려고요."

"제 대장간 첫 손님이니 무료로 해드릴게요."

"아, 정말요? 고맙습니다."

조준영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곤, 검을 용후에게 건넸다.

"저 근데…… 이 검이 방금 버거튼 대장간에서 총내구력이 50이나 깎이고, 그나마도 깎이고 남은 내구력이 다 찬 상태도 아닌 검인데 수리가 제대로 될까요?"

그런 말을 하면서도 조준영은 계속 망설였다. 지금이라도 그냥 안 하겠다 하고 나갈까 하고.

그런데 김용후로부터 대답이 바로 나왔다. 그것도 엄청 시원하게.

"됩니다."

"아, 돼요?"

"예, 뭐든 전부 100% 수리됩니다. 수리 중에 총내구력이 깎이는 일도 없습니다. 그럼 고쳐 올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 오늘 되는 건가요?"

버거튼 대장간은 빨라도 2~3일은 걸렸었다.

물론 첫 손님이니 밀린 일이 없어 그런 거겠지만, 뉘앙스가 몇 시간 뒤가 아니라 정말 여기 서서 잠깐 기다리란 말 같았다.

"한 1분 정도면 됩니다."

"예? 1분이요?"

더 대꾸하지 않고 용후가 대장간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망치질 소리가 들렸다.

캉! 카앙! 캉!

끝이었다.

김용후가 돌아왔다.

"다 됐습니다."

"예에?"

조준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검을 받아든 조준영이 바로 검의 상태창을 열었다.

"어!"

정말이었다! 내구력이 100% 채워져 있었다. 그뿐 아니었다. 옵션이 붙어 있었다.

* * *

균형이 완전히 맞춰진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직후 용후의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명성이 500 오릅니다

-명성이 10 오릅니다

먼저 뜬 명성 알림창은 강자존 파티가 해체되고 방금 막 장형석이 팔켄 마을을 떠나면서 뜬 거고, 밑에 건 옵션까지 붙여주며 수리한 검 때문이었다.

'수리 하나당 명성 10이라.'

용후가 씩 웃었다.

지금부턴 수리비도 받는다. 물론 버거튼 대장간보단 더 싸게.

소문대로라면 버거튼의 악명 수치는 꽤나 높을 것이다.

그런 버거튼 대장간을 없애버리면 그걸로도 상당한 양의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소문은 금방 퍼졌고, 오후부턴 용후 대장간으로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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