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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8화 (8/153)

# 8

기적의 스킬 자판기 008화

"얼마나 남았어?"

강자존 파티가 숙소로 쓰는 엘프의 노래 2층이었다. 정확히는 장형석이 쓰는 방이었다.

강자존 파티의 파티원 전원이 그 방 안에 있었다. 벌써 2시간째였다. 들어온 이후 복도로도 나가지 않았다.

김용후가 1층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였다.

밑으로 내려가 살짝 보고 오란 지시도 내릴 수 없었다. 1골드를 달란 말만 들어도 금화가 빠져나가 버리니까.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전 7골드요."

"전 5골드."

"2골드요. 20골드 넘게 뺏겼어요."

다 그런 식이었다. 10골드 이상 남은 파티원이 없었다. 장형석도 마찬가지였다.

8골드.

가장 많은 돈을 갖고 있었지만 가장 많이 털렸기 때문이었다. 분한 마음에 장형석이 이를 뿌득 갈았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순 없잖아. 안 그래?"

파티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엄청 불안한 얼굴들이었다. 복수를 해줄, 또는 금화가 빠져나가는 걸 막을 뾰족한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아서였다.

"막내."

"예?"

"내려가서 1층하고 엘프의 노래 주변에 김용후 있는지 보고와."

"예? 왜 제가?"

"입 닥쳐! 새끼가, 빠져가지고! 싫으면 파티에서 탈퇴하고 내 방에서 꺼져!"

신경질이 가득 담긴 말에 막내란 유저가 어깨를 움츠리며 입을 닫았다. 장형석의 눈에 독기가 가득했다. 톡 건들기만 해도 빵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김기형, 조창수, 박건우. 너희 셋은 석궁 사."

"예? 아……."

왜 자신들인가 울컥한 마음이 들었지만, 고개가 끄덕여지긴 했다.

장형석이 석궁을 살 돈을 줄 리는 없다. 자신들의 돈으로 사란 말.

그러나 석궁이 있으면 50m 거리의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 그리고 셋이 쏜다면 분명 맞을 것이다.

화살에 맞으면 게임처럼 그저 HP가 줄고 끝이 아니다. 뽑지 않는 한 맞은 부위에 화살이 계속 박혀 있다.

뽑으려 해도 절대 쉽지 않다. 뽑으면 피는 더 많이 나온다. 그러니 절대 빨리 달릴 수 없게 된다.

"넌 막내니까 시킨 거고, 너희 셋은 파티원 중에 민첩 스탯이 높으니까 시킨 거야. 불만 있냐? 있으면 지금 말하고 꺼져라. 다신 볼일 없다."

넷은 불만이 담긴 표정도 지을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자기밖에 모르고 인정 사정이 없는 인간인데 독이 오르면 정말 미친개가 되는 게 장형석이었다.

아무리 죽진 않는다 해도 기억을 잃어버리는데, 뻔히 핫스팟으로 실수로 들어온 게 분명한 유저까지 재밌다는 듯 웃으며 죽여 버리는 인간이 정상일 리 있겠는가.

"……갔다 올게요."

먼저 막내란 유저가 방을 나가 밑으로 내려갔다.

다행히 1층 주점에도 건물 주변에도 김용후는 보이지 않았다. 막내가 재빨리 다시 장형석의 방으로 올라갔다.

"없습니다."

"좋아, 석궁 사서 다시 핫스팟으로 간다. 그리고 똑같이 핫스팟 안에서 사냥한다. 핫스팟은 우리 거야."

장형석이 방을 나섰고, 강자존 파티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석궁 스킬까지 생기면 지가 아무리 빨라 봤자지."

리젠이 엄청 빨리되는 핫스팟에서 사냥을 하면 금방 석궁 스킬이 생길 것이다.

반복된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노멀 스킬은 몬스터들이 드랍하는 스킬템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노멀 스킬도 레벨을 10레벨까지 올릴 수 있고, 단 1레벨 2레벨이라 해도 공격력과 속도, 사거리까지 훨씬 올라간다.

"김용후 응원하던 놈들 얼굴 다 기억했어."

"형석 형, 독도 구해서 쓰죠."

좋은 생각이었다.

강자존 파티의 사기가 다시 올라갔다.

* * *

"자동사냥?"

이해는 됐다.

그러나 정확히는 되지 않았다.

스킬 설명창을 열어봐도 자동으로 사냥이 된단 내용과 유지시간이 5분이란 설명이 다였다.

"게임처럼 된다는 건가?"

이 세계로 오기 전 보통의 20대 남자들이 그렇듯 용후도 게임을 즐겨 했다. PC 온라인 롤플레일 게임도, 스마트폰으로 하는 롤플레잉 게임도 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했던 롤플레잉 게임 중 자동사냥이란 기능이 있는 게임이 있었다.

그냥 이름 그대로 자동사냥으로 모드를 설정해 두면 캐릭터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몬스터를 잡고 다니던 기능.

"정말 그거라고?"

그러나 그거라 해도, 게임이 아닌 현실인데 어떻게 자동으로 사냥을 하게 한다는 건지 상상이 잘되지 않았다.

내 몸이 멋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렇게 멋대로 싸우다 다치면?

죽으면?

자동으로 사냥을 하게 해준단 설명만 있지 죽지 않는 불사 상태가 된단 내용은 없으니 자동으로 사냥하는 중에 죽을 위험도 분명 있었다.

자신의 몸을 자신이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니, 불안했다. 뭔가 버프가 걸린다거나 해서 강해져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꽝인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용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다. 이 스킬 자판기에서 파는 스킬과 아이템 중엔 꽝은 없다.

그럴 게 이 스킬 자판기는 인간이 만든 게 아니다. 그리고 스킬을 팔아 금화를 벌려고 만든 것도 아니다.

신이 만든 게 틀림없다. 확실한 목적을 갖고서. 왜 그런 신물이 자신의 방에 생겨난 건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신이 만든 스킬이 어설플 리 없다.

"이 스킬도 혜자가 틀림없어."

용후가 집을 나섰다. 바로 들판으로 가진 않았다. 제대로 장비를 갖추기로 했다. 포션도 사기로 했다. 전부 최고급으로.

무법천지나 다름없는 세상.

장형석 같은, 강자존 파티 같은 자들은 어디든 있을 것이다. 얼마든지, 그리고 앞으론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다.

* * *

버거튼 대장간.

"레벨 제한 없는 검 중에 제일 좋은 걸로 주세요."

이 세계는 현실이지만 놀랍도록 게임 같은 부분들이 많았다.

무기나 갑옷, 아티팩트에 레벨이나 스탯 제한이 걸린 것도 그중 하나였다. NPC들은 누구든 아무 제한 없이 착용할 수 있는데 유저들은 그랬다.

그러나 대게는 스탯 제한이지 레벨 제한까지 걸린 아이템은 거의 없었다.

"이 검이 제일 좋은 검이네."

버거튼이 용후에게 롱소드를 내밀었다.

매직 등급이었다. 내구력은 120에, 공격력은 20~25였다. 옵션으론 근력+2와 민첩 +2가 붙어 있었다.

"원래 가격은 12골드인데, 깎아서 10골드만 받겠네."

그렇게나?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비쌌다.

매직 등급부터 가격이 확 뛴다는 건 들어 알고 있지만, 한 번도 무기를 사본 적이 없으니 이게 시세에 맞는 가격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또 월간 모험 책엔 시세 정보까지 적혀 있진 않았다.

간혹 네임드 장비들의 시세가 기사로 올라온 경우도 있긴 했지만, 레전드리템보다 더 상위 등급으로 쳐주는 게 네임드템들, 그런 템들에 비하면 매직템은 널리고 널렸다. 당연히 기사에까지 실릴 일은 없었다.

그러나 버거튼은 유저들 사이에서 좀 안 좋은 이야기가 도는 NPC긴 해도 팔켄 마을에서 20년 넘게 대장장이 일을 했단 사람이다.

깎아주겠단 말까지 덧붙이면서 바가지를 씌울까 싶었고, 혹 바가지였다면 돌려받으면 그만이다. 나 1골드만 스킬로.

"여기요."

10골드를 주자.

"검집은 서비스네."

서비스까지 줬다. 그리 좋아 보이는 검집은 아니지만.

"그럼 많이 파세요."

매직 검을 검집에 넣고 용후가 바로 대장간을 나섰다. 그리고 광장으로 갔다.

팔켄 마을엔 마법 상점이 없다. 그러나 포션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꽤 높은 레벨의 유저 중 퀘스트 때문에 팔켄 마을로 오는 유저들이 있는데, 그 유저들이 광장에 돗자리를 펴고 잡템을 파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포션의 가격은 하급 포션도 5~6골드. 그래서 팔켄 마을에선 사는 사람이 없어 팔지 않을 뿐 갖고는 있을 것이다.

용후는 시세보다 돈을 더 얹어줘서라도 포션을 살 생각이었다. 못해도 2개 정돈 비상용으로 갖고 있고 싶었다.

바보들이 아니니 강자존 파티는 분명 석궁을 샀을 것이다. 어쩌면 그 석궁에 독까지 발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팔켄 마을에선 독이라 해봐야 그리 강한 독은 구할 수 없을 테니 하급 포션 정도면 그 독도 바로 해독할 수 있다.

"한 병에 7골드 정도 주면, 5병 정도는 팔겠네."

돗자리를 깔아놓고 약초와 가죽갑옷, 노멀 무기를 팔고 있는 레벨이 30대로 보이는 유저에게 가 포션을 사고 싶다 하자 한 말이었다.

이 정도면 아주 양심적이었다.

"살게요."

건네받은 힐링 포션 5병을 인벤토리에 넣고 용후가 바로 들판으로 갔다. 들판으로 나와 좀 가자 금방 들개나 여우, 멧돼지와 늑대들이 보였다.

"일단 들개부터."

들개의 레벨은 5~6.

혹 자동사냥이 꽝 스킬이었다 해도 충분히 20레벨 가까이 된 스탯과 자가 재생력이면 충분히 들개 정돈 잡아낸다. 아니다 싶음 자동사냥을 풀고 직접 잡아도 되고.

그러니 들개를 잡다 죽는 일은 없다.

그때였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들개 한 마리가 컹컹 짖으며 달려왔다.

"자동사냥."

용후가 검집에서 롱소드를 뽑아 들며 자동사냥 스킬을 발동시켰다.

훙!

몸이 빛에 휩싸였다. 그 직후 몸이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엉!

들개가 크게 짖으며 지면을 박차며 튀어 올랐다. 빨랐다. 아차 싶을 정도의 속도. 또 쩍 벌린 입안으로 보이는 이빨들이 엄청 날카로웠다. 레벨은 낮지만 역시 몬스터는 몬스터였다.

그러나 용후의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들개 못지않게 빠르게.

휙 옆으로 반원을 그리듯 이동하며 상체까지 뒤로 젖혀 들개를 피한 용후의 몸이 오른손에 든 롱소드를 대각선 아래로 휘둘렀다.

엄청 빠르고 정확하게.

-케헹!

들개의 등이 깊게 잘렸고, 들개가 고통 가득한 비명을 터뜨렸다.

"와!"

역시 이 스킬도 대박이다!

아무리 스탯이 20 가까이 됐다지만 자신은 절대 하지 못할 움직임이었다.

'나 1골드만 스킬을 몬스터에게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여유가 있다 보니 싸우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주 가끔 동화 정도만 드랍하는 들개나 여우, 늑대한테 금화를 빼내진 못하겠지만, 고블린만 돼도 가끔이지만 금화가 드랍된단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강자존 파티를 마을에서 쫓아내는 일이 끝나면 숲으로도 들어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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