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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7화 (7/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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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07화

"하! 내 1골드!"

허공에 띄워두고 있는 인벤토리창의 소지금란에서 또 금화가 빠져나가자 장형석이 낸 소리였다.

진짜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돈을 김용후가 훔쳐가고 있단 걸 뻔히 알면서도, 게다가 그걸 빤히 보고 있는 데도 막을 수 없다는 게.

김용후를 잡기만 하면 막을 수 있긴 했다. 잡자마자 바로 죽이거나, 입을 틀어막아 버리면 되니까.

그러나 잡히질 않았다.

벌써 30분째였다.

김용후는 지치지도 않았다. 엄청 빠른 속도를 거의 계속 유지하며 들판을 달려 다녔다. 자신들을 요리조리 피하고 따돌리면서.

아니, 피하고 따돌렸다고 할 것도 없었다. 거리가 아예 좁혀지질 않으니.

"어떻게 저렇게 계속 빠를 수 있어!"

한 파티원이 결국 그런 말을 하며 멈춰 섰다. 그 말에 강자존 파티원들이 몇 더 멈췄다. 그리곤 다들 똑같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저 말을 한 파티원이 파티에서 장형석 다음으로 빠른 파티원이었다.

그런 파티원이 포기를 하며 저런 말을 하는데 자신들이 잡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뭔가 체력을 채워주는 물약을 빠는 것도 아니야.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어."

애초에 체력 포션을 마신다고 해서 계속 체력이 회복되는 것도 아니었다.

충분한 시간 간격을 두고 먹지 않고 계속 마셔대면, 점점 체력이 차는 양과 속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김용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았다. 누구하고든 쭉 40~50m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

강자존 파티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유저가 장형석이다. 그런 장형석의 레벨은 17. 다른 파티원들의 레벨은 12~15 정도다.

그런데 용후의 스탯이 20레벨에 가깝게 올랐고 자가 재생력까지 갖게 됐으니, 강자존 파티가 거리를 좁히지도 용후의 체력을 떨어지게 만들지도 못하는 건 당연했다.

"나 1골드만!"

그 외침에 장형석의 소지금란에서 또 1골드가 빠져나갔다.

다른 파티원들은 지쳐 나가떨어지거나 포기를 했는데, 장형석은 아직도 용후를 쫓고 있으니 계속 표적이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나 1골드만의 스킬 레벨까지 1 더 올라 성공 확률이 더 올라 있었다. 그랬기에 이젠 한두 번만 써도 성공을 했다.

"이 개#&@%+#!"

결국 멈춰선 장형석이 큰소리로 욕을 빽 했다.

어제 12골드를 뺏겼다. 그리고 오늘은 30여 분 만에 10골드를 넘게 뺏겼다.

더 화가 나면서 무서운 건 지금 이곳이 팔켄 마을에서 꽤 떨어진 곳이란 거였다.

'저 새끼, 일부러 먼 곳으로 유인한 게 틀림없어.'

김용후를 몰아서 잡겠단 생각에만 온 정신이 쏠려 있어, 김용후가 자신들을 팔켄 마을에서 점점 먼 곳으로 유인하고 있단 건 눈치를 못 챈 것이다.

여관방 안에 문을 닫고 있으면 스킬인지 마법인지 마술인지, 아무튼 저 스틸에 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너무 멀리 와버렸다. 돌아가려 하니 마을도 잘 안 보이고, 그래서 눈앞이 아득해졌다.

"나 1골드만!"

그나마 이번엔 1골드가 빠져나가지 않았지만, 어제보다 1골드만 달란 말을 하는 시간 간격이 줄어 있었다.

정말 이건 개사기다. 게임이면 버그다. 신고감이다. 그러나 게임이 아니다. 게임 같지만 현실이다.

항의를 할 수 있는 상대는 없었다.

이젠 욕을 할 기운도 나지 않았다.

"잡화점 알바 놈아, 아니, 김용후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

"그걸 몰라?"

잡화점에 올 때마다 개무시를 하고 조롱하고, 길 한복판에서 30분 넘게 온갖 욕을 다 하고 다구리를 했으면서 왜 그러냐니.

지들이 뭔데 핫스팟을 자기들만 차지하고, 그 핫스팟에 들어왔단 이유만으로 유저들 죽여온 것만으로도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왜 이러냔 말을 해선 안 되었다.

물론 자신에게도 이들을 벌할 자격은 없다. 그러나 자격 따윈 필요 없다. 그리고 벌할 생각도 없다.

좋은 일도 하면서 돈도 벌고 명성도 모으고 싶을 뿐.

용후가 외쳤다.

"들어라! 앞으로 핫스팟은 팔켄 마을에서 활동하는 유저 모두의 핫스팟이다! 강자존 너희들만 빼고. 핫스팟에 얼씬거리지 마라!"

"좋아…… 그렇게 하지.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그만할 생각 없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그럼 계속 핫스팟은 우리 핫스팟이야!"

"할 수 있음 해봐. 들판에 나올 때마다 금화가 털릴 거다."

허풍이 아니기에 장형석은 대꾸를 하지 못했다.

"나 1골드만."

"으아악!"

장형석이 얼굴을 야차처럼 일그러트리며 다시 용후를 향해 달렸다. 용후도 달렸다. 팍팍팍 길쭉길쭉한 팔다리를 시원스레 휘두르며.

금방 추진력이 붙으며 빨라졌다. 장형석과의 거리가 확 벌어졌다.

잡을 수 없었다.

이런 미친.

장형석이 결국 방향을 틀어 팔켄 마을 방향으로 달렸다. 이번엔 용후가 장형석을 쫓았다.

'이런 미친X아!'

그 광경을 강자존 파티원들뿐 아니라 들판에서 사냥을 하던 유저 모두가 쳐다봤다.

뭐가 뭔지 확실히 알 순 없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잡화점 알바 김용후에게 강자존 파티가 완전히 맥을 못 쓰며 휘둘리고 있었다.

"김용후 잘한다!"

"핫스팟 내놔라!"

들판의 유저들이 하나둘 김용후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 * *

-대륙 전역에 명성이 100 오릅니다

장형석을 시작으로 강자존 파티원들이 전부 팔켄 마을로 도망가자 용후도 마을로 들어갔다.

그리고 집으로 갔다.

강자존 파티원들이 숙소로 쓰는 엘프의 노래로 도망가버렸기 때문이었다.

나 1골드만 스킬을 얻은 첫날 용후는 이런저런 실험을 해봤다.

거리는, 상대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면 몇 미터든 가능하고, 건물 안에서도 쓸 수 있지만, 방 안에 문을 닫고 들어가 있으면 써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회는 또 있을 것이다.

장형석 레벨이면 핫스팟에서 돈은 물론 레벨도 좀 더 올릴 수 있으니. 그러니 쉽게 팔켄 마을의 핫스팟을 포기하고 떠나진 않을 것이다.

집에 돌아온 용후는 먼저 인벤토리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바닥에 쏟았다.

촤르르륵!

어제보다 더 많았다. 거의 180골드 정도 될 것 같았다.

총 183골드였다.

금화를 돈주머니에 다시 다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스킬 자판기로 갔다.

용후가 눈을 빛냈다.

스킬 자판기의 버튼들에 빛이 들어와 있어서였다.

역시 이번에도 모든 버튼의 가격과 명성 수치가 올라 있었지만, 방금 명성 100을 또 얻은 덕분에 어떤 버튼이든 누를 수 있었다.

"이번엔……."

공격 스킬을 사기로 했다.

아직도 레벨은 1이지만 육체개조 비약을 먹어 스탯 수치는 20레벨처럼 됐다. 이 정도면 공격 스킬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이 스킬 자판기는 혜자.

이젠 100% 믿는다.

육체개조 비약을 먹지 않은 상태였다 해도, 자신이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스킬은 나오지 않는다.

공격 버튼 밑에 적힌 가격은 금화는 100골드, 명성은 150. 이전보다 금화는 2배가, 명성도 50이나 올랐다. 그러나 금화도 명성도 넉넉했다.

그때였다.

덜컹!

배출구 바로 윗부분에서 갑자기 그런 소리가 들리더니 서랍이 나오듯 저절로 앞으로 튀어나왔다.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가 됐다. 이 안에 금화를 쏟아부으라는 뜻.

하긴 그렇다. 동전 투입구에 100골드를 어느 세월에 넣나. 그리고 앞으론 점점 더 가격이 오르게 될 텐데.

돈주머니를 꺼낸 용후가 대량 금화 투입기에 100골드를 부었다.

촤르르륵!

정말 맑고 고운 소리다.

돈을 쓰고 있는데도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돈값을, 그 이상을 해주는 스킬이 나올 걸 믿기에.

딱 100골드가 채워지자, 대량 동전 투입구가 저절로 다시 안으로 들어가며 찰칵 소리를 내며 닫혔다.

용후가 손을 뻗었다. 공격 버튼을 눌렀다. 배출구로 캡슐이 나왔다. 꺼내서 돌렸다. 그 직후였다.

-자동사냥 스킬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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