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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5화 (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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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05화

촤르르륵!

용후의 집이었다.

인벤토리에서 꺼낸 돈주머니를 뒤집자 금화들이 와르르 쏟아지며 난 소리였다.

어제 무작위로 유저들에게 나 1골드만을 쓰고 다니며 모은 금화보다 2배 가까이 많아 보였다.

"후후, 100골드는 거뜬히 넘겠어."

150골드도 넘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1골드만을 쓰면 3번 중 1번만 성공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2번 만에 성공하는 경우도 꽤 많고, 연달아 세 번까지 성공이 되기도 했다.

또 역시나 강자존 파티는 돈이 많았다. 파티장 장형석뿐만 아니라 파티원 모두.

팔켄 마을은 초보자 마을이다. 그러니 보통은 아무리 몬스터 사냥을 해도 10골드는커녕 5골드도 모으기 힘들다.

치료제도 사야 하고, 장비도 틈틈이 업그레이드도 해야 하고, 생활비로 나가는 돈도 상당하니까.

몬스터들이 아이템을 드랍하지만 팔켄 마을 밖 들판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늑대나 여우, 곰 같은 짐승형 몬스터로 그런 짐승형 몬스터들은 무기를 드랍하지 않았다.

고작해야 고기나 가죽 정도.

정말 운이 좋으면 동화 몇 닢을 드랍하는 게 다였다.

그러니 돈이 모일 수가 없다. 그런데 핫스팟은 듣던 것 이상으로 더 다른 듯했다.

단지 고기와 가죽, 동화가 다른 곳에 있는 몬스터들보다 더 잘 드랍되는 정도로 파티원들이 전부 이렇게까지 많은 돈을 모을 순 없다.

드랍율뿐만 아니라 드랍되는 템의 질도 다른 게 틀림없다.

뭐 그건 근데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다.

용후는 강자존 파티를 팔켄 마을에서 쫓아내게 된다 해도 그 핫스팟을 자신이 차지할 생각은 없었다.

기껏 나 1골드만 스킬로 뺏은 금화를 유저들에게 다 돌려주고 명성까지 얻었는데, 이제 와 다시 나쁜 짓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쁜 짓을 할 필요도 없다.

스킬 자판기를 통하면 좋을 일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그리고 누구보다도 강해지게 될 테니까.

그렇게 좋은 일을 하면서 강해지면 명성도 얻을 수 있고.

"분명 인벤토리에 아직도 금화가 많이 남아 있을 거야."

즉 강자존 파티가 돈을 다시 모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나 1골드만이란 스킬에 대해 안다면 인벤토리에서 금화를 빼 다른 곳에 보관하려 하겠지만, 적어도 팔켄 마을엔 이 스킬을 아는 자는 절대 없다.

물론 나 1골드만 스킬을 모른다 해도 인벤에 있는 금화를 스틸 당했단 건 눈치챌 순 있다.

그러나 가장 안전한 공간이 인벤토리다. 만렙 도둑이라 해도 인벤토리에 있는 템과 돈은 훔치지 못한다. 그런데 그 통념을 쉽게 깰 수 있을까.

팔켄 마을엔 은행도 없다.

그러니 절대 금화를 다른 곳에 숨길 생각은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137골드."

세보니 그랬다.

대박이었다.

금화를 전부 돈주머니에 넣고 용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스킬 자판기로 갔다. 될까 해서였다.

"어!"

버튼들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어젠 아예 불이 다 꺼져 있었다. 그래도 혹시 싶어 동화를 투입구에 넣어봤던 건데 역시 되지 않았었고.

역시 다시 쓸 수 있는 상태가 되면 버튼들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다.

"어?"

그런데 버튼 밑에 적힌 숫자들이 달라져 있었다.

원래 랜덤 버튼엔 1동화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20골드가 적혀 있었다. 그뿐 아니었다. 20골드 밑에 글자가 더 적혀 있었다.

"명성 100?"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명성을 자판기에 어떻게 넣나. 그러나 이내 이해가 됐다.

금화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스탯창의 명성란에 있는 수치가 100 깎이는 것일 터다. 아마, 아니, 분명 영구적으로.

"역시 그냥 막 사서 쓸 수 있는 게 아니었어."

다행히 유저들에게 금화를 돌려주며 얻은 명성이 200이나 있었다. 어떤 버튼이든 누를 수 있다.

"돌려주길 정말 잘했네."

어쩌면 금화를 돌려주지 않고 계속 무작위로 유저들에게 나 1골드만 스킬을 쓰고 다녔으면 악명이 쌓였을 수도 있다.

악한 일을 많이 하면 악명이 쌓인단 글도 월간 모험 책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역시 100% 믿을 수 있는 이야긴 아니지만.

그래도 명성 스탯이 있으니 악명 스탯도 있을 것 같긴 했다. 그러니 나쁜 짓은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뭐야…… 다른 버튼들도 다 가격이 올랐네."

어떤 버튼을 눌러 스킬을 사든 모든 스킬 버튼들의 값이 올라간다니, 이건 좀 실망이었다.

그러나 이걸 누가 만들었든, 이런 사기적인 스킬을 파는 자판기라면 그 정도 제약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했다.

그러나 앞으로 스킬들을 얻으면 얻을수록, 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이 제약은 그리 큰 제약이 되진 않을 것이다.

"뭘 사야 하지……."

가격이 다 올랐지만 일단 지금은 어떤 스킬 버튼이든 다 누를 수 있었다.

공격 스킬 방어 스킬 직업 스킬 패시브 스킬은 레벨1이 사서 써봐야 제대로 쓸 수 있을 것 같진 않고, 역시 마법이 제일 낫나.

근데 이 자판기에서 산 마법도 마력 스탯이 일정 수치 이상 돼야 쓸 수 있다거나 하는 제약이 걸려 있으면 어쩌지?

그리고 육체 스킬은 뭐야?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용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번에 사면 또 얼마나 자판기 딜레이가 이어질지도 알 수 없어 불안했고, 가격이 얼마나 뛸지도 걱정이었다. 특히 명성 수치가.

한참 뒤, 용후의 시선이 랜덤 버튼으로 돌아갔다. 나 1골드만 스킬로 정말 쏠쏠한 재미를 봤기 때문.

혹시 이번에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딱 자신에게 맞는 대박 스킬이 나올 수도 있었다. 또 가격도 제일 싸다.

다 가격이 올랐던 거지, 가격이 다 똑같은 건 아니었다.

"한 번 더 가자."

용후가 스킬 자판기에 금화를 넣었다. 20골드를 넣고 버튼을 눌렀다.

덜컹덜컹!

배출구로 캡슐이 떨어졌다. 용후가 상체를 숙여 배출구에서 캡슐을 꺼냈다. 그리고 바로 돌려 열었다.

눈앞에 홀로그램 알림창이 떠올랐다.

-육체개조 비약을 얻었습니다

"어?"

스킬이 아닌 듯했다. 인벤토리를 열어봤다. 없던 검은 상자가 생겨나 있었다.

정말 스킬이 아니었다. 인벤토리로 들어왔다는 건 아이템이란 뜻이었다.

"그렇구나."

랜덤 버튼은 스킬만이 아니라 아이템도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용후가 얻고 싶었던 건 스킬이었다. 나 1골드만 같은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을 것 같은 사기적인 스킬 말이다.

그러나 템의 이름은 좀 혹하긴 했다.

"육체개조라……."

참 거창했다. 뭘 얼마나 개조해 주길래. 써보면 알 일이었다. 용후가 인벤토리에서 육체개조 비약 상자를 꺼냈다.

* * *

"대박!"

상자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용후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런 구성이면 충분히 대박이었다.

상자 안에 든 비약은 총 4개였다.

비약은 구슬 정도 크기에 검고 말랑말랑했다. 그리고 그 4개의 비약엔 각각 다른 글자가 적혀 있었다. 한자였다.

身, 筋, 骨, 活.

즉 키와 근력, 뼈를 개조해주고, 그리고 活, 아마 몸의 자가 재생력을 상승시켜주는 효과가 있지 않나 싶었다.

"관건은 얼마나 바꿔주냐는 건데."

키를 단 3~4㎝만 키워줘도 다른 비약들의 효과가 그저 그렇다 해도 용후는 대박이란 말을 무르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용후의 키는 171㎝다.

평균보다 살짝 더 작은 키지만 그래도 엄청 작은 키는 또 아니었다.

그러나 키라는 게 그렇지 않나. 크면 클수록 좋았다. 또, 커도 더 크고 싶은 게 키다.

또 서양인 같은 키와 체구를 가진 NPC들과 비교하면 171㎝는 정말 작은 키였다.

팔켄 마을에서 잡화점 알바를 하며 평생 살 거라면 키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용후는 이젠 많은 일을 하고 싶었다.

키가 작다고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건 아니지만, 키가 크면 무슨 일을 하든 그 큰 키 덕을 조금이라도 보게 되는 게 사실이었다.

하다못해 팔다리가 길쭉길쭉하면 전투에도 도움이 된다.

"딱 4㎝만."

그럼 175가 된다. 171과 175, 느낌이 확 다르다. 그렇게만 돼도 키는 더 바랄 게 없다.

용후가 신(身) 비약을 입에 넣고 씹었다. 쓰지만 먹을 만했다. 꿀꺽 삼켰다.

직후 온몸이 꿈틀거렸다.

아주 격하게.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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