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기적의 스킬 자판기 004화
퍽!
쿠당!
장형석이 휘두른 주먹에 턱을 맞은 용후가 뒤로 밀려나다 제 발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졌다.
그러나 정통으로 턱에 주먹을 맞았는데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용후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죽을라고, 병신 1렙 새끼가."
장형석이 씩씩거리며 용후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일어나려 하는 용후의 얼굴을 향해 이번엔 발을 날렸다.
파각!
관자놀이였다. 원래대로라면 관자놀이가 박살이 났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인정사정없는 킥이었다.
거기다 장형석의 레벨은 17, 용후의 레벨은 1이다. 팔켄 마을 밖이었다면, 이 킥 한 방에 죽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용후는 멀쩡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여전히 입가엔 미소를 지은 채로.
그때였다.
"나 1골드만."
장형석의 얼굴이 야차처럼 변했다. 다시 용후의 얼굴로 발을 날렸다.
그러나 이번엔 팍이나 퍽 소리가 나지 않았다. 용후가 상체를 뒤로 빼 공격을 피했기 때문이었다.
장형석의 얼굴이 더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급기야 참지 못하고 검까지 뽑아 들었다.
그러나 용후의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검이라 해도 다를 건 없으니까.
베이지 않을 테고, 통증도 전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주먹이나 발로 치고 찼을 때처럼 그저 밀려나는 정도.
'이 새끼가 진짜…….'
팔켄 마을 안에선 어떤 공격을 맞아도 다치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유저는 없었다.
그래도 검까지 뽑아 그 검을 들이대면 쫄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목 바로 앞까지 검을 들이대도 여전히 눈 하나 깜짝하지 않자, 장형석은 정말 미치고 환장할 것 같았다.
스킬 자판기에서 파는 스킬은 나 1골드만이 다가 아니다. 마법 스킬도 공격 스킬도 패시브 스킬 버튼도 있었다.
그 외에도 더 있었다.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버튼들인데, 분명 그냥 붙어 있는 버튼은 아닐 것이다.
나중엔 그 버튼들에 이름이 붙으며, 또 다른 스킬 버튼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었다.
확신처럼 그 생각이 들었다.
다만, 스킬 자판기에 딜레이가 있는지, 어젯밤 동화를 넣어도 동화가 도로 나와 버렸지만, 딱 한 번만 쓸 수 있는 자판기일 리는 없었다.
그런 거라면 한 번 썼을 때 사라져 버렸겠지.
틀림없이 또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였다. 맞아도 아프지도 다치지도 않는단 그 생각 때문만이 아니라, 용후는 왠지 자신감이 막 들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재밌기까지 했다.
"다 같이 조져! 어디 보호막이 어디까지 얼마나 보호해 주는지 오늘 확인 좀 해보자."
파티원들이 전부 무기를 뽑아 들며 용후에게 우르르 몰려갔다. 그리곤 검과 도끼를 휘두르고 창을 찌르고 메이스를 휘둘러댔다.
용후도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나 1골드만."
즉시 스킬이 발동됐다.
훙!
"이런 개또라이가!"
"나 1골드만."
훙!
"야 이 개&$#%!"
"나 1골드만."
훙!
-1골드를 얻었습니다
확률이 30%가 됐으니 3~4번 중 한 번은 무조건 성공하게 되어 있었다.
또, 설명창엔 딜레이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그래도 레벨이 올라서인지 딜레이 시간도 줄어든 것 같았다.
"나 1골드만."
훙!
-1골드를 얻었습니다
확률이 30%라는 거지 꼭 3~4번을 써야 1번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
꽤 자주 성공이 됐다.
또 역시 아무리 공격을 많이 받아도 전혀 상처가 나지 않았다. 통증이 정말 눈곱만치도 없었다.
용후는 그저 말만 듣고, 월간 모험 책에서 읽은 글만 보고 확신한 게 아니었다.
직접 본 적도 있었다. 집단린치를 당하던 유저를.
게다가 그 유저를 다구리한 파티는 강자존 파티였다.
그러니 자신도 그 유저처럼 상처를 일절 입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결국, 그 유저는 마을 밖으로 나갔다가 공격을 받아 죽었지만, 자신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팔켄 마을에서 가장 돈이 많은 파티가 강자존 파티다. 그리고 이번이 끝이 아니다.
계속 따라다니며 쓸 것이다. 그러니 수십 골드를 벌게 될 것이다. 수백이 될 수도 있었다.
그 뒤 스킬 자판기의 딜레이가 끝나면 또 스킬을 살 것이다. 나 1골드만 스킬처럼 하나같이 보통 스킬이 아닐 것이다.
강해질 수 있다.
강자존 파티가 떼로 덤벼도 당하지 않을 정도로 강해져서 밖으로 나가면 된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강자존 파티가 사냥을 할 때도 금화를 털 생각이니, 용후는 다음엔 강자존 파티에게 당하지 않을 정도로 강해질 수 있는 스킬을 살 생각이었다.
"나 1골드만."
훙!
-1골드를 얻었습니다
용후는 딜레이가 끝나는 족족 나 1골드만 스킬을 썼고, 강자존 파티는 그런 용후를 완전히 무시하고 용후를 패는 데만 전념했다.
이전에도 이렇게 다구리를 해본 적이 있고 끝끝내 보호막은 깨지 못했지만, 그때와 지금은 달랐다.
파티원들 전부 그때보다 레벨이 5 이상 올랐고, 장비도 전부 업그레이드가 됐으니까.
이번엔 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상처는 입히지 못해도 주먹질에 발길질에 검까지 휘두르며 신나게 패니 분이 좀 풀렸다.
"나 1골드만."
그러나 김용후가 웃으며 저 소리를 뱉으면 화가 또 팍 났다.
"죽어!"
용후의 가슴팍을 발로 세게 밀어 차 다시 넘어트린 장형석이 양손으로 쥔 롱소드를 용후의 얼굴을 향해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그 뒤를 따라 다른 파티원들도 용후의 다른 부위를 막 공격했다.
그러나 보호막은 깨지지 않았다. 또 김용후는 아파하지도 않았다.
그때 또 장형석의 신경을 팍 긁는 소리가 들렸다.
"나 1골드만."
훙!
* * *
"잡화점 알바 너 이 새끼, 밖으로 나오기만 해봐라. 그날이 네 제삿날이다."
결국 경비대가 왔고, 강자존 파티는 용후로부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내 제삿날이 아니라 너희들 제삿날이야. 내가 마을 밖으로 나가는 날은."
허풍이 아니었다.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진짜 쳐 돌았나!"
"뭘 믿고 저렇게 나대는 거지?"
"진짜 돌아버린 거 아냐?"
"너 이 새끼, 마을 안에서도 편하게는 못 있을 거다. 보일 때마다 패줄 거거든."
NPC가 운영하는 잡화점이라 잡화점 안에선 행패를 부릴 수 없지만, 거리에서라면 얼마든지 또 오늘처럼 패줄 수 있었다.
"아주 인생이 고달파질 거다."
그런데 바보도 아니고 그걸 모르진 않을 텐데 왜 굳이 자신들을 도발하고 지금도 저렇게 재밌다는 듯 웃고 있는지 정말 이상했다.
그렇다고 정말 미친 것 같지도 않고.
"나 1골드만."
"하!"
진짜 이젠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왔다.
-1골드를 얻었습니다
-나 1골드만이 4LV이 됩니다
용후가 그 알림창을 보며 또 씩 웃었고, 장형석과 파티원들의 관자놀이엔 굵직한 핏줄이 팍팍 솟았다.
그러나 또 달려들 순 없었다.
아직 경비대가 있었다.
다치지 않았으니 상해도 뭣도 아니라 끌려갈 일은 없지만, 경비대 바로 앞에서 유저를 패 경비대의 자존심을 건드려서 좋을 건 하나 없었다.
"더 소란피우면 체포야. 알았어?"
경비대가 경고를 하고 떠났고, 용후는 그 경비대를 졸졸 따라갔다.
저렇게 뺀질뺀질한 놈이었나. 뭔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경비대까지 출동해 경고를 하고 갔으니 오늘은 더 소란을 피우면 안 되었다.
바닥에 침을 탁 뱉고 욕을 한 번 더 한 장형석이 엘프의 노래로 들어갔다. 그리고 식사와 맥주를 시켰다.
잔뜩 먹고 잔뜩 마셨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좀 풀렸다.
"다시 사냥하러 한다."
사냥터를 지키고 있는 파티원들과 교대도 해줘야 하고, 몬스터들을 신나게 패 남은 화를 풀고 싶었다.
장형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운터로 가 계산을 위해 인벤토리를 열었다. 직후 장형석의 눈이 갑자기 확 커졌다.
"……어?"
인벤토리 하단, 소지금란이 이상했다.
아무리 젖과 꿀이 흐르는 핫스팟을 독점해 사냥하는 강자존 파티의 파티장이라 해도, 금화를 100골드 200골드 갖고 있진 않았다. 그래서 바로 눈에 띄었다.
무려 12골드가 빠져나가 있었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파티원들은 아직 알지 못했지만, 파티원들의 소지금란도 장형석과 비슷한 액수가 줄어 있었다.
싸한 촉을 느낀 장형석이 홱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다들 인벤토리 확인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