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기적의 스킬 자판기 003화
"감사합니다. 근데…… 금화 전부 인벤토리에 넣고 다녀서 흘렸을 리가 없는데, 이상하네. 아 물론 1골드가 어제부터 비긴 했습니다. 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유저가 용후를 향해 다시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인벤토리에 있는 금화를 흘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설마 말 한마디로 금화가 사라지는 스킬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고, 그러니 용후를 의심하진 않았다.
유저는 정말 고마워했다.
법이 있긴 해도 유저들에겐 없는 거나 다름없는 세상.
그런 세상인데 남이 흘린 금화를 굳이 가져다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근데 왜 어제가 아니라 오늘 가져다준 건가 하는 생각도 내심 들었지만, 아무리 양심에 찔려 돌려주게 됐어도 사람이면 그냥 자기가 가질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이었다.
"저 별건 아니고 이거라도."
유저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봉투에서 빵 한 조각을 꺼내 용후에게 건넸다.
치즈를 얹은 빵이었다. 방금 막 샀는지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동시에 용후의 눈앞에 알림창도 떴다.
-대륙 전역에 명성이 10 오릅니다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몰래 인벤토리에서 빼낸 금화를 다시 돌려준 것뿐인데 감사하단 말에 명성까지 얻었다.
식사로 샀을 빵까지 받는 건 아니었다.
"아뇨, 3개 샀어요. 하나 드셔도 돼요. 이거 안나 빵집 신메뉴인데 드셔 보셨나요? 진짜 맛있습니다. 드세요."
"아, 네…… 그럼."
결국 용후가 유저가 내밀고 있는 치즈 얹은 빵을 받았다.
"좋은 하루 되십쇼."
유저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갔고, 용후는 금화를 돌려줬음에도 뭔가 좀 찔렸다.
그러나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금화를 돌려줬고, 빵 세 개 중 한 개를 받은 것뿐이니 저 유저에게 손해를 끼친 건 아니리라.
그리고 대신 팔켄 마을에서 사냥을 하는 유저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나 하기로 했으니까.
강자존 파티를 젖과 꿀이 흐르는 마을 앞 들판의 핫스팟에서 쫓아내는 거 말이다.
물론 좋을 일을 하고 싶단 그 마음 하나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체 지들한테 무슨 권리가 있어서 그러는지 핫스팟 독점에, 이런저런 행패를 부리고 다니는 강자존 파티라면 나 1골드만 스킬을 맘껏 쓸 수 있다.
또 잡화점 알바를 하면서 강자존 파티원들에게 당한 것도 있었다.
잡화점에 올 때마다 사람을 무시하면서 겁쟁이라느니 쫄보라느니 인생 밑바닥이라느니 하는 말을 하며 어찌나 자존심을 건드리던지, 쌓인 게 정말 많았다.
그런저런 이유로 강자존 파티는 나 1골드만 스킬의 제물로 딱이었다.
팔켈 마을에 있는 유저 중 가장 돈이 많은 자들도 그들이었다.
다시 유저들에게 되돌려준 57골드가 금방 다시 모일 것이다. 물론 그 이상도 모을 수 있을 테고.
"근데 명성이 200이나 쌓였네."
명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NPC들로부터 더 높은 등급의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 했다.
또, NPC라 부르지만, 게임 속 NPC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임에도 명성이 높은 유저에겐 태도가 달라진단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유저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카더라 하는 내용도 많이 실리는 월간 모험 책에서 읽은 내용이니 신빙성이 엄청 있는 이야긴 아니었다.
어쨌든 무슨 스탯이든 수치가 높아져서 나쁠 건 없다. 나중에 쓸 일이 있을 것이다. 이젠 초보자 마을에서만 살 생각은 머릿속에서 싹 사라졌으니.
나 1골드만 스킬로 금화를 좀 버는 정도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스킬 자판기를 잘만 사용하면 정말 엄청난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엄청난 사람이 돼갈 테고.
"곧 점심시간이니 슬슬 마을로 돌아오겠군."
여관이 딸린 주점, '엘프의 노래'로 돌아올 테니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용후가 엘프의 노래로 향했다.
* * *
강자존 파티의 파티장은 장형석이었다.
장형석의 레벨은 17이었다.
보통 다 15레벨을 넘기 전까지가 고비였다. 레벨이 15가 되기 전에 가장 많이들 죽었다.
그러나 장형석은 지금껏 한 번도 죽은 적이 없었다.
파티원들은 장형석을 빼고 14명이나 됐는데, 파티원들도 대부분 그랬다.
한두 번 죽은 파티원이 있긴 했지만 그건 강자존 파티에 들어오기 전의 일이었다. 강자존 파티에 들어온 뒤론 한 번도 죽은 적이 없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이 핫스팟에서만 쭉 사냥을 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 리젠이 엄청 빠르게 되니 레벨도 다른 유저들과 비교해 더 빨리 올랐고, 드랍템이 많으니 돈도 훨씬 많이 벌었다.
그런데 심지어 이 핫스팟에서 리젠되는 몬스터들은 같은 종류인데도 다른 지역의 몬스터보다 더 약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곳.
원래부터 있었던 곳이라면 최초의 유저들이 아닌 장형석은 이 핫스팟을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팔켄 마을에서 동북 방향으로 150m 정도 떨어진 곳, 이곳이 핫스팟이 된 건 꽤 최근의 일이었다.
장형석이 맨 처음 발견한 건 아니었다. 첫 발견자는 다른 파티였다.
그러나 그 파티는 파티원 수가 10명도 안 됐고, 전부 레벨이 10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장형석은 강자존 파티 수를 좀 더 불려 그 파티를 쳤고, 이 핫스팟을 간단히 차지했다.
그리곤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죽이는 것도 주저하지 않으며 철저히 지켰고, 빠르게 강해져, 지금은 팔켄 마을에서 활동하는 파티 중엔 그들에게 대적할 수 있는 파티가 없었다.
물론 강자존 파티보다 강한 파티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고렙 파티들은 아무리 핫스팟이라 해도 초보 사냥터인 이곳을 굳이 뺏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장형석도 이미 꽤 고렙이었다.
이제 레벨이 몇 더 올라 20이 넘으면 경험치는 거의 들어오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도 장형석은 팔켄 마을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경험치는 못 얻지만 템은 얻을 수 있으니까.
그 템을 팔아 더 많은 돈을 모으고 싶었다.
그냥 아예 팔켄 마을에 말뚝을 박고 살까 하는 생각까지 내심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저 새끼들이 미쳤나. 가서 죽여 버려."
"예? 바로요?"
"그래, 바로. 본보기를 좀 보여야겠어."
요즘 들어 부쩍 이 핫스팟에 간을 보며 슬금슬금 들어오는 유저들이 다시 생기고 있었다.
생초보 행세를 하며 들어와 몇 마리를 잡곤 생초보라 몰랐다며 연기를 하는 자들도 있었다.
말로만 협박해 쫓아내니 생기는 일들이었다. 역시 한 번씩 진짜 죽여 놔야 얼씬도 거리지 않게 된다.
"어어! 왜 이래요! 갈게요, 나간다고요!"
"난 진짜 몰랐어요!"
"근데 여기 당신들 땅도 아니잖아요! 무슨 권리로 이 땅 차지하고 당신들만 잡는…… 아악!"
둘은 도망갔고 한 명은 설마 죽이기야 하겠냐 생각하며 그런 말을 했지만, 가차 없이 검이 날아와 목을 베 버렸다.
물론 죽어도 다시 마을에서 부활하게 되지만 기억을 잃게 되니 죽어선 안 되었다.
정말 꽤 많은 기억이 지우개로 쓱쓱 지워버리는 것처럼 사라져버린다.
"제발! 다신 안 들어갈게요!"
"살려줘!"
그러나 강자존 파티에서 장형석의 말은 법이었다. 파티원 셋이 끝까지 쫓아가 기어이 유저 둘의 목도 벴다.
"버러지 같은 놈들. 내가 차지한 땅이니까 내 거지. 꼬우면 뺏어서 차지하던가."
피식 웃은 장형석이 검을 검집에 넣었다.
슬슬 배도 고파지고 하니 마을로 돌아가 밥을 먹기로 했다. 맥주도 엄청 마시고 싶었다.
"돌아가자."
장형석의 그 말에 파티원들이 전부 무기를 갈무리하곤 장형석의 뒤를 따랐다.
150m 정도 거리라 마을까진 금방이었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서 주점까지 거리도 가까웠다. 금방 도착했다.
"저기요."
한 유저가 다가오다니 너무 생뚱맞고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나 1골드만."
"뭐?"
장형석의 옆에 있던 유저가 얼굴을 팍 구기며 앞으로 나섰다.
"너 뭐야?"
"나 1골드만."
"이 새끼가 돌았나."
또 다른 유저가 더 얼굴을 험악하고 구기고 팔까지 걷어붙이며 용후에게 다가갔다. 용후가 또 말했다.
"나 1골드만."
그때 용후의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됐다!
성공이었다.
-1골드를 얻었습니다
-나 1골드만이 3LV이 됩니다.
이젠 성공 확률이 30%가 됐다.
그때였다.
"뭘 자꾸 1골드만이래!"
장형석이 다짜고짜 용후의 얼굴로 주먹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