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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2화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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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02화

용후가 1골드만 달라 한 유저의 몸에 빛의 알갱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유저의 몸이 빛났다.

그러나 유저는 자신의 몸에 생겨난 그 빛을 보지 못하는 듯했다.

거리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사람들도 누구도 그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 눈에만 보이는 거구나.'

스킬을 써서 말이다.

그때였다.

-1골드를 얻었습니다

"어?!"

정말 됐다.

알림창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오작동을 일으키는 일도 없다.

즉 정말 자신의 인벤토리로 1골드가 들어왔단 뜻이었다.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금화가 아니라 저 유저의 인벤토리 안에서 말이다.

'인벤토리.'

용후는 동화와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만 인벤토리에 갖고 있지 금화도, 금빛으로 번쩍이는 물건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 바로 알 수 있었다.

정말 1골드가 들어와 있었다.

용후가 인벤토리를 닫고 앞에 서 있는 유저의 눈치를 슥 살폈다.

"젊고 사지 멀쩡한 사람이 일을 해서 돈 벌 생각을 해야지, 그렇게 살지 마요."

그 말만 하고 유저는 용후를 지나쳐 가버렸다.

"어?"

모르는 건가?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1골드가 빠져나간 걸 모르는 것이다.

인벤토리에서 1골드가 빠져나갔다는 알림창이 뜨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스킬, 생각보다 더 엄청나다.

이 스킬을 가진 건 딱 자신뿐이다. 월간 스킬북에도 월간 모험 책에도 없었으니까.

이 세계 어딘가에 혹 이 스킬을 가진 유저가 더 있다 해도 이 스킬을 떠벌리고 다닐 일은 절대 없다. 그러니 알려질 일이 없는 스킬이었다.

절대 들킬 일이 없다.

"근데, 무한하게 쓸 수 있는 건가."

스킬은 보통 무한하다. 단 딜레이가 있었다. 그걸 확인해보기로 했다.

용후가 다시 아까 그 유저에게 달려갔다.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저기요."

"예? 어?"

용후를 알아본 유저가 미간을 팍 구겼다. 아랑곳하지 않고 용후가 말했다.

"나 1골드만."

그러나 스킬은 발동되지 않았다. 역시 이 스킬에도 딜레이가 있었다. 그럼 딜레이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용후가 짜증을 팍 담아 하는 유저의 설교를 묵묵히 들었다.

자신의 설교에 귀를 기울인다 생각했는지 유저의 설교가 점점 장황해졌다.

"중요한 건 말이야. 용기를 갖고 자신을 믿고 노력하는 거야. 노력하면 보상이 반드시 따라와."

"……."

"그래, 위험하지. 죽으면 기억을 잃는다니 끔찍한 일이야. 하지만 노력 없인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

"나도 두 번이나 죽었어. 그래도 주저앉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사냥을 해서 지금은 레벨이 12나 됐어. 자네도 할 수 있어. 그렇게 구걸을 하고 다닌다고 누가 1골드를 주겠나. 1동화도 힘들걸."

슬슬 다시 해볼까.

유저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던 용후가 시계탑을 올려다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10분 정도가 지난 상태. 용후가 말했다.

"나 1골드만."

"야 이 개X끼야!"

자신을 갖고 논다 생각했는지 유저가 버럭 소리를 치며 용후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찼다. 그러나 용후는 악 소리를 내지도 아파하지도 않았다.

모든 마을과 성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초보자 마을인 이곳 팔켄 마을은 세이브존이었다.

그래서 누구든 누구한테든 공격할 순 있지만,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공격을 받는 순간 몸에 보호막이 둘리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유저의 몸에 다시 빛이 모여들었다. 나 1골드만 스킬이 다시 발동된 것이었다.

딜레이가 10분을 넘지 않는단 뜻이었다.

그러나 이 이상 더 정확히 알아보긴 힘들었다. 유저가 버럭 소리를 지른 탓에 행인들의 시선이 전부 이쪽으로 쏠려 있었다.

-스킬 실패

이번엔 실패였다.

자꾸 따라다니며 1골드만, 1골드만 해대면 자신이라도 화가 날 것이다. 용후가 적당히 사과를 하고 유저를 보냈다.

그러나 기분은 째졌다. 용후가 인벤토리에서 1골드를 꺼냈다. 그리고 이리저리 만져봤다. 틀림없는 금화였다.

"난 이제 부자다."

지금은 10% 확률이지만 스킬 레벨이 오르면 성공 확률이 올라갈 것이다.

금화를 인벤토리에 넣은 용후가 또 금화가 있어 보이는 유저를 불러 세웠다.

"나 1골드만."

이번에도 실패였다. 그럴 만하다. 10% 확률이니까. 그러나 딜레이는 길지 않다. 10분 이내.

용후는 이번엔 5분이 지나 그냥 아무 유저나 붙잡고 스킬을 시전했다.

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

그러나 계속 시도, 두 번 더 나 1골드만 스킬을 썼을 때였다.

-1골드를 얻었습니다

'됐다!'

그리고 이번에도 1골드만 스킬에 걸린 유저는 인벤토리에서 1골드가 빠져나간 걸 눈치채지 못했다.

"좋아, 된다. 돼."

용후가 자리를 옮겼다.

광장으로 갔다.

분수대도 있고 벤치도 있고 아주 넓은 원형 광장이었다.

그 광장 주변엔 다양한 상점들이 있고, 자판을 깔아놓고 장사를 하는 유저들도 있어 언제나 유저들이 붐볐다.

"나 1골드만요."

용후가 또 아무 유저나 붙잡고 나 1골드만 스킬을 시전했다. 성공 확률이 높지 않으니 그냥 아무나 잡고 막 쓰는 게 나았다.

그렇게 하니 틈틈이 걸렸다.

-1골드를 얻었습니다

스킬 레벨도 올랐다.

-나 1골드만이 2LV이 됩니다

해가 지고, 광장에 사람이 다 없어질 때까지 용후는 1골드만 스킬을 쓰며 다녔다.

잡화점 알바 김용후가 거지가 됐다는 말이 퍼졌지만 용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거지가 아니라 곧 부자가 될 테니.

* * *

촤르륵!

용후의 월세방이었다.

금화 주머니를 뒤집자 바닥으로 금화들이 큰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와……."

눈으로 새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아무리 못해도 50골드는 넘을 것이다.

용후의 잡화점 한 달 월급이 동화 5닢.

동화 10닢이 1실버고, 1실버 5개가 1골드가 된다.

"잡화점 알바로 계속 일했다 하면……."

거의 40년을 일해야 50골드를 벌 수 있다.

그러나 한 달에 동화 5닢을 벌어도 방세와 생활비로 거의 다 나가고 모이는 돈도 없으니, 몇십 년을 일해도 절대 손에 넣을 수 없는 돈이었다.

그런 돈이 지금 단 하루 만에 손에 들어온 것이다.

"내일도 모레도 하면……."

하루 50골드씩 한 달을 하면 1,500골드가 된다.

기사들 월급이 1골드 남짓이다.

1,500골드면 진짜 엄청난 액수다.

그러나 그때, 용후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계속해도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찌 보면 이건 도둑질이었다.

물론, 이건 스킬이다. 그리고 라마드 왕국의 유저 특별법엔 모든 유저는 스킬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단 법이 있었다.

그게 어떤 스킬이든. 그리고 유저들에겐 어떤 법보다 유저특별법이 위에 있었다.

월간 모험 책에서 본 내용이었다.

그러니 이 나 1골드만 스킬을 써도 이건 엄밀히 따지면 범죄가 아니다.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말이긴 하지만.

그러나 범죄는 아니라 해도 자신은 잘못된 일이라 생각하기에 용후는 지금 표정이 어두워진 것이었다.

계속 이 스킬을 써도 되는지.

"그래 이건 아니야."

용후는 이 신비한 스킬 자판기가 자신의 방에 생겨난 건 여신이 준 선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잘못된 일이라 생각하는 걸 하는 건 아니다 싶었다.

왜 이런 스킬을 넣어둔 건지 이해는 안 되지만, 그래도 여신이 준 게 맞는다면, 자신이 이 나 1골드만 스킬을 그저 돈벌이로만 쓰는 건 원치 않을 것이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 다른 사람들한테도 도움이 되는 일에 쓰면 되지 않나."

NPC들은 자신들에게 피해가 오는 게 아니면 가능한 유저들의 일에 간여하려 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유저들은 반쯤은 무법자들이 됐고, 그 탓에 유저들 사이엔 이런저런 트러블이 많이 일어났다.

그리고 법 외적인 방법으로 그 트러블을 해결하려 하는 자들이 많았다.

이곳 팔켄 마을에도 있었다. 유별나게 더 무법자 같은 자들이.

강자존 파티.

마을 밖 들판에 한 곳,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 있었다.

몬스터 리젠 속도가 특히 더 빨랐고, 그 몬스터들이 특히 더 경험치도 많이 주고 템 드랍율도 높았다.

그곳은 누구의 땅도 아니었다.

엄밀히 따지면 영주의 땅이지만, 리젠되는 몬스터들이 생겨나는 들판이 되면서 유저들의 사냥터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 강자존 파티에게 그 지역을 독점할 권한은 없었다. 그러나 힘이 있으니 그게 가능했다.

그자들에겐 써도 돼.

다음 날.

어제 나 1골드만 스킬로 1골드를 빼낸 유저들을 찾아가 금화를 다 돌려주기 위해 용후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어제 길에 떨어뜨리고 가셨어요."

그렇게 말하며 1골드를 주자 다들 고맙다며 받았다.

누가 1골드를 달란 말만으로 인벤토리에서 알림창도 안 뜬 채 1골드가 빠져나갈 거라 생각하겠는가.

당연했다.

그런데 금화를 3명 정도에게 돌려줬을 때였다. 용후의 눈앞에 생각지도 못한 알림창이 떴다.

-대륙 전역에 명성이 10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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