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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001화
김용후가 이세계에 떨어진 건 1년 전이다. 그냥 이세계가 아니었다. 게임 같은 이세계였다.
그래서일까. 죽어도 죽지 않았다. 죽으면 부활했다. 그러나 기억을 조금씩 잃었다.
죽을 때마다 그랬다.
한 4~5번 죽고 나면 자신의 이름도 기억을 하지 못할 정도로 기억을 잃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지구에서 갑자기 게임 같은 이세계에 떨어진 사람들이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마을 밖으로 나가 몬스터를 잡는 거였으니까.
몬스터를 잡으면 레벨업을 할 수 있고, 레벨업을 하면 강해질 수 있지만, 잘 죽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는 데까지 정말 많은 사냥을 해야 했다.
한 번도 죽지 않고 고레벨이 된 자들은 거의 없었다.
또 고레벨이 돼도 사냥과 전투가 포함된 퀘스트를 계속하는 한 죽음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해질 순 없었다.
용후는 기억을 잃는 게 죽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용후는 몬스터 사냥을 하지 않았다.
사냥이나 전투가 포함된 퀘스트도 하지 않았다.
용후는 일찌감치 마을의 단순 퀘스트들을 하다 운 좋게 잡화점 NPC와 친해져 그 잡화점에 취직했다.
처음엔 일당을 받다가 요즘은 월급을 받았다.
월급으로 받는 게 조금이나마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 봐야 입에 풀칠할 정도의 돈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용후는 그 쥐꼬리만 한 돈이나마 조금씩 기부를 했다.
큰 의미는 없었다.
기부 금액도 푼돈이었다.
그러나 이 세계엔 교회가 있었다.
그 교회는 여신을 섬겼다.
이곳은 마법과 몬스터들이 있는 이세계, 여신이 정말 있을 수도 있다 생각했다.
그리고 여신이 있으면, 매주 열심히 기부를 하는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뭔가를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어차피 푼돈이니까, 밑져야 본전이었다.
그런데 여신이 내린 선물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집에 자판기가 생겼다.
"스킬 자판기……."
그렇게 적혀 있었다.
금화나 은화 같은 돈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마법, 공격 스킬, 방어 스킬 등 다양하게 있었다.
그러나 하나같이 다 비쌌다.
10골드 20골드 30골드 식이었다.
또 버튼에 적힌 거 말곤 설명이 일절 없었다.
마법이면 마법, 공격 스킬이면 공격 스킬, 방어 스킬이면 방어 스킬, 딱 이것만 알 수 있지 뭐가 나올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근데 하나, 이상하리만치 싼 가격이 적힌 버튼이 있었다.
랜덤.
그렇게 적혀 있었다.
완전히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완벽히 랜덤 버튼이란 뜻일 것이다.
가격은 동화 한 닢.
용후의 한 달 월급이 동화 5닢.
엄청 싼 가격은 또 아니었다.
그러나 퀘스트를 좀 하다 잡화점에 취직했던 용후는 스킬을 단 한 개도 갖고 있지 않았다.
하나쯤은 있었으면 했다.
또 이 자판기가 진짜 스킬을 파는 자판기인지도 알고 싶었다.
그게 사실이면 그런 자판기가 왜 자신의 월세방에 생긴 건지는 일단 제쳐놓고.
용후가 돈주머니에서 동화 한 닢을 꺼냈다.
그러나 쉽사리 동화가 넣어지지 않았다.
손이 안 움직인다.
동화 한 닢이면 거의 일주일 생활비니.
그래도 사실이라면 이건 초대박의 기회일 것이다.
용후가 동화를 쥔 손을 뻗었다.
동전 투입구에 동화를 넣었다.
"……!"
버튼들에 불이 들어왔다.
이건 절대 장난이 아니다.
과학 기술이 거의 발전하지 않은 이세계에서 이렇게 정교한 장난을 칠 수 있을 리 없다.
마법도 당연히 아니다.
어떤 미친 마법사가 놀리려고 이런 걸 만들까.
마법만 쓴다고 되는 게 아닐 것이다.
드워프도 고용하고 마석도 엄청 써야 이런 걸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용후가 버튼으로 손을 뻗었다.
랜덤 박스를 눌렀다.
덜컹덜컹!
배출구로 뭔가가 떨어졌다. 용후가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배출구로 손을 넣었다. 뭔가가 잡혔다. 동그랬다. 꺼냈다.
계란 같은 모양의 캡슐이었다.
크기는 야구공 정도 됐다.
"돌리는 건가."
돌려봤다.
찰칵하는 소리를 내며 캡슐이 열렸다.
그리고 그 직후 용후의 눈앞에 정말 오랜만에 보는, 퀘스트를 할 때 보던 홀로그램 알림창이 떠올랐다.
-스킬, 나 1골드만을 얻었습니다
* * *
-스킬-
나 1골드만 LV1
스킬창을 열어 보니 정말 텅텅 비어 있던 스킬란에 스킬이 생겨나 있었다.
이름 옆에 레벨도 착실히 붙어 있다.
그럼 스킬이 틀림없단 뜻이었다.
"이런 스킬도 있었던가?"
스킬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지만, 대리만족으로 월간 스킬북이나 월간 모험을 거의 매달 구입해서 보는 용후였다.
그러나 스킬북 책에서도 모험 책에서도 나 1골드만이란 스킬은 본 적이 없었다.
이 세계에 온 지 1년이 다 된 용후다.
정말 온갖 이야기들을 다 들었다.
주점에 가면 이 마을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먼 곳의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었다.
고레벨들도 퀘스트를 하며 이 초보 마을로 종종 들리곤 해서였다.
그러나 역시 기억에 없었다.
그러나 이 스킬을 얻은 건 분명하다. 뭐 그거면 됐다. 자신만 가진 스킬이라면 더 좋은 거니까. 또 이름만 봐도 이 스킬, 범상치가 않다.
그러나 정말 이 스킬을 쓴다고 1골드를 얻을 수 있는 걸까.
"문제는 확률인데."
성공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가 관건이었다.
나 골드만을 손으로 터치하니 스킬 설명창이 떴다.
성공률 10%.
"대박인데."
10%만 돼도 10명한테 1골드만 달라고 하면 열 명 중 한 명은 준다는 말이 된다.
설명창의 퍼센트처럼 되기만 한다면 진짜 이 스킬, 대박을 넘어 초대박이다.
단 1동화를 내고 사서 말이다.
해보면 알 일.
용후가 집을 나갔다.
아직 밤이 아니라 유저도 NPC들도 많이 보였다.
지구에서 온 사람들을 유저, 이 세계의 토착민들을 NPC라 불렀다. NPC들이 자신들과 유저를 부르는 이름은 또 다르지만.
용후가 꽤 괜찮은 장비들로 무장하고 있는 유저에게 다가갔다. 저 유저라면 1골드가 분명 있을 것이다.
"저기……."
"예?"
유저가 멈춰 서서 용후를 돌아봤다. 잠시 주저하던 용후가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나 1골드만."
훙!
스킬이 발동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