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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94화 (완결) (294/294)

# 294

294화 다시 돌아온 세계(완결)

“나머지 하나는 무엇인가?”

제우스가 묻자 대규는 바로 말을 이었다.

“판테온에 존재하는 인간 출신 영웅들뿐만 아니라 내가 지내고 있는 현실 세계의 인간들에게도 당신 판테온의 신들은 앞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마시오. 현실 세계 지구는 앞으로 이곳의 신으로서 나만 관여할 수 있는 독점적인 장소로 하고 싶소.”

이렇게 해놔야 제우스가 추후에 제2의 트로이 전쟁 같은 끔찍한 짓을 벌이지 못할 것이다.

대규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이 두 가지만 지켜준다면 나는 당장 당신을 결계에서 풀어주고 신들의 왕 지위에 바로 복직시켜 줄 것이오. 하지만 이것을 어긴다면 내가 갖고 있는 그대의 신권과 지위는 영원히 나에게 속하게 될 것이오. 그러면 당신의 왕 지위도 다시 바로 박탈당하겠지. 자, 그럼 선택하시오.”

미국 L.A 한인 타운에 위치한 대형 월 마트.

오늘 이곳에선 대규의 식당 탕꼬가 처음으로 문을 열게 된다.

물론 이곳뿐만 아니라 미 대륙에서 200개의 매장이 동시에 오픈하는 것이다.

대규는 특별히 이곳에 있는 탕꼬 오픈식에 참여했다.

한인 교민들이 많은 곳이었고, 따라서 대규와 대규식품의 인지도가 다른 곳에 비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탕꼬 매장 앞엔 대규뿐만 아니라 탕꼬와 대규식품의 미 진출에 큰 도움을 준 드래곤 익스프레스의 대표, 그리고 판테온에서 대규 부대의 뛰어난 영웅인 존도 함께 했다.

짝짝짝-

리본식 커팅이 끝나자마자 박수 소리가 월 마트 푸드코트 내에 울려 퍼졌다. 곧 한인 교민들이 대규에게 다가와 말했다.

“김대규 사장님! 사진 한 번만 찍어 주세요!”

대규는 처음엔 사양했지만 여기저기서 부탁해대는 통에 딱 한 장만 찍어 준 뒤 월마트를 나와 존의 전용 승용차에 탑승했다.

“무사히 끝났군요.”

대규가 존에게 말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끝이라뇨. 이제 시작입니다. 오늘 오픈했지만 벌써 대규식품과 식당들에 대한 소문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졌답니다. 심지어 한 매장에선 벌써부터 줄을 서서 사람들이 먹는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입소문 양념 때문이겠지.

대규식품의 모든 식당에선 입소문 양념이 베이스로 들어간 소스를 쓴다.

‘이제 입소문 양념 효과가 미국에까지 퍼졌구나.’

대규는 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잘됐으면 좋겠네요.”

“잘될 겁니다, 대규 님. 안 그래도 향후 결과를 지켜보고 미국 전역의 월 마트 매장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론 맨해튼 같은 미국 최대 번화가에 식당을 열 예정이구요.”

“알겠습니다. 그건 존이 알아서 해주세요.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그러자 존은 고개를 숙이며 깍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대규 님을 믿습니다. 대규 님이 그때 판테온의 신들에게 그런 요구를 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하하, 그랬나요.”

“그 덕분에 저를 포함한 다른 영웅들은 대규 님을 끝까지 믿고 따르기로 한 것 아닙니까.”

대규는 자신이 제우스와 타협을 한 이후 판테온의 중앙 신전으로 돌아왔을 때를 떠올렸다.

제우스는 대규가 제안한 것들을 수락했다. 더 이상 판테온의 신들이 대규와 인간 출신 영웅들,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들이 사는 세계에 관여하지 않기로 말이다.

그의 수락을 받고 중앙신전으로 돌아오자 그곳엔 자신의 부대 영웅들과 남아 있는 판테온의 신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대규는 우선 심연의 결계에서 아폴론과 아레스, 그리고 아테나를 각각 꺼낸 뒤 모든 판테온의 신들에게 말했다.

“나는 그대들이 아버지라고 받드는 제우스와의 싸움에서 이겼소. 하지만 나는 신들의 왕이 되진 않을 겁니다. 나는 제우스를 결계에서 꺼내 줄 겁니다. 그 대신 그는 나와 어떤 사안들에 대해 약속을 했소. 그건 다음과 같습니다. 앞으로 당신들 판테온 신들은 나와 여기 있는 인간 출신 영웅들을 더 이상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지금부로 우리들은 판테온의 세계엔 존재하겠지만, 그대들로부턴 완전히 독립할 겁니다. 여러분도 그 약속을 잘 지켜 주길 바라오.”

대규가 제우스를 이겼다는 얘기를 하자 모든 판테온 신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중에서도 디오니소스와 아레스의 표정은 완전히 굳어졌다.

하지만 아테나는 뭔가 달랐다. 충격을 받은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기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대규는 판테온의 신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도 나에게 모두 징표를 걸어 주시오. 나와 우리 인간들을 더 이상 건드리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해야 나는 당신들의 아버지를 이곳에 다시 돌려놓을 수 있소.”

신들은 순순히 대규의 말을 들었다. 각 신의 모든 징표가 대규의 손목에 흡수됐고, 그제야 대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제우스를 가뒀던 심연의 결계를 열었다.

곧 붉은 손들이 나와 제우스를 결계 밖으로 꺼내 놓았다.

대규는 제우스를 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리 사이 약속이 이뤄진 것이오. 나는 우리 부대 영웅들과 주둔지로 돌아가겠습니다. 다들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그때 헤파이스토스가 한 발짝 나서며 대규에게 말했다.

“대규 님… 대규 님의 무기들은 제가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는 대규의 검과 갑옷 방패, 그리고 모든 장비를 건넸다.

대규는 그것들을 받았다.

자신은 이미 새로운 무기를 만들었지만, 이 무기들 역시 자신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이었다. 앞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곁에 두고 싶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소.”

대규는 판테온의 신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영웅들을 끌고 중앙 신전을 나섰다.

중앙 신전 문을 나서려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대규를 불러 세웠다.

“대규 님.”

깍듯한 여성의 목소리. 바로 전쟁의 여신 아테나였다.

이제 아테나는 대규를 마치 자신의 상관처럼 모시고 있었다. 그전에 처음으로 초월자가 됐을 때 그녀는 대규를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로지 주군에게 충성을 바치는 충직한 장군 같은 느낌이었다.

대규는 아테나를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러는 거야, 아테나?”

그러자 그녀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뭐라고?”

“앞으로 당신을 주군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판테온의 전쟁의 신이시여.”

그녀의 눈빛은 한치 흔들림도 없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당신은 신들의 아버지였던 제우스를 이겼습니다. 따라서 그대는 이제 나의 새로운 아버지입니다. 전쟁의 여신은 판테온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를 따릅니다. 나는 당신을 따르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들은 대규는 얕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살짝 올리며 말을 이었다.

“아테나, 나는 너처럼 훌륭한 신이 모실 만한 존재가 아니야.”

“예?”

“그리고 나는 너의 위에서 군림하고 싶지 않아.”

대규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와 일대일로 동등하게 싸웠을 때, 물론 괴롭긴 했지만 동시에 기분이 좋았어. 너는 내 부하로 있을 존재가 아니야. 우리는 서로 동등한 전쟁의 신, 여신이야.”

“하지만…….”

“아테나, 너는 이곳에서 신들과 함께 지내면서 판테온 전쟁의 여신으로서 최선을 다해 줘. 나는 내 부대에서 영웅들과 최선을 다할 테니까 말이야. 그래야 나중에 혹시 모를 큰 전쟁, 기간토마키아 같은 대전쟁이 일어나면 서로 전쟁의 신 한 쌍으로서 잘 싸울 수 있을 것 아니야.”

그러자 아테나는 얼굴을 붉히며 이렇게 말했다.

“전쟁의 신 한 쌍이라니요……. 감히 어떻게… 당신과 저의 실력 차이는 어마어마합니다.”

“하지만 아테나라면 그 실력의 간극을 분명 줄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너 역시 내가 인정한 판테온의 훌륭한 전쟁의 여신이니까. 그동안 열심히 서로 자신과 부대의 영웅들을 훈련하자.”

“…알겠습니다.”

이제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규는 그런 그녀에게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가끔 날 만나고 싶으면 내 주둔지로 찾아와도 좋아. 대련은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어. 다른 신들이 인간들 일에 관여하는 걸 막는 것뿐이지, 나와의 교류도 막겠다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가, 감사합니다!”

대규의 말에 아테나는 방긋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외치듯 대답했다. 그리고 대규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거 마치 여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된 기분인걸. 하하, 전쟁의 여신을 상대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대규는 아테나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눈 뒤 부대의 영웅 323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우리는 주둔지로 갈 때입니다. 그 전에 앞서 여러분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영웅들이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자 대규는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여러분은 이곳 판테온에서 전쟁의 겪고 살아남은 자랑스러운 인간 출신 영웅입니다. 지금까지 나와 함께해 준 여러분께 나는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규는 영웅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말을 이었다.

“내가 제우스와 약속한 대로 앞으로 판테온의 다른 신들은 그대들에게 관여하지 못할 겁니다. 오직 저만이 관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들에게 과하게 관여하거나 억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잘부탁 드립니다.”

그러자 영웅들 역시 하나둘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대규 님,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대규는 고개를 들고 주둔지로 이동하기 위해 투명 이동 결계를 쳤다. 그때 대규 옆에 서 있던 대장군 지영이 그에게 말했다.

“대규 님, 마치 새로운 부대가 창설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게요. 정말 이제야 진정한 정예 부대가 된 것 같군요. 판테온의 다른 신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났으니까요. 그래도 앞으로 훈련은 게을리하지 않을 겁니다. 지영 장군님 역시 인간 출신 영웅으로서의 저력을 계속해서 보여 주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지영이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대규는 자신 앞에 서 있는 323명의 영웅을 향해 웃으며 이동 결계를 쳤다.

존의 전용 승용차가 도로를 씽씽 달리고 있었다.

존은 한국으로 돌아갈 대규를 위해 공항까지 데려다주고 있었다. 솔직히 헤르메스의 신발을 이용하면 바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대규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이곳에서 자신은 전쟁의 신이 아니다. 자신은 대규식품의 사장일 뿐이다.

‘이곳에서는 신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고 싶다.’

대규는 빨리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미국쪽 일들은 존에게 맡겨 둔다 해도 한국에서 역시 할 일이 많았다. 물론 지금은 준섭이 다 잘 처리해 주고 있지만 말이다.

준섭은 요즘 일본과 중국에 오픈한 식당들이 장사가 잘돼서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젠 아예 동남아시아 쪽 진출도 계획하고 있었다.

태국 등지에서도 요즘엔 한류가 붐이라고 한다. 한류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 틈을 타 대규식품 역시 발맞춰 진출하려는 생각이었다.

‘정말 내 식당들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구나.’

그리고 대규는 한국으로 돌아가 아예 새로운 콘셉트의 식당을 연구해서 오픈할 계획이었다.

탕꼬와 양갈비, 양꼬치 식당 말고 좀 더 다양한 식당들을 열어 체인점을 낼 필요가 있다.

‘한때 내 꿈은 번화가의 한 골목 전체를 내가 만든 프랜차이즈 업체들로 다 채워서 대규 골목을 만드는 거였지.’

그걸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꿈을 꾸던 때와 지금을 비교하니 자신은 정말 많이 변해 있었다.

‘그때는 그게 머나먼 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존이 대규에게 물었다.

“그런데 대규 님, 새로운 식당을 오픈하신다고도 하셨죠. 그건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아예 새로운 식당을 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인데요.”

“그러게요. 하지만 노력하면 어떻게든 되겠죠.”

대규는 자신의 양복 주머니 속에 든 물건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그것은 바로 에피메테우스가 준 아카나의 구슬 조각이었다.

이 조각이 지닌 능력은 모든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조(Creation) 능력이라고 했다.

‘창조 능력이라면 새로운 식당 사업 구상 과정에 도움을 줄지도 모르지.’

그리고 자신은 그보다 더욱 중요한 걸 지니고 있었다.

‘나에겐 공략집이 있잖아.’

그때 존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규 님, 다 왔습니다.”

저 멀리 공항의 모습이 보였다.

한 비행기가 마침 하늘 위로 이륙해 비상하고 있었다.

대규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바라보았다.

앞으로도 자신은 저 비상하는 비행기처럼 지금보다 더욱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그의 입가에 희망찬 미소가 번져 나갔다.

<완결>

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작가 yosang입니다.

처음 연재하는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무사히 완결까지 하게 되다니… 감개무량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봐주신 독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독자 여러분을 생각하면서 연중 없이, 그리고 단 한 번의 휴재 없이(!) 이렇게 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엔 더욱 재밌는 작품으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은 짧은 휴가를 즐기고요.

간만의 휴가로군요. 이렇게 쉬어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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