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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90화 (290/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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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화 제우스 (4)

“…그리고 대규, 나는 너와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그 말을 하는 아테나의 표정을 보자 대규는 가슴 한구석이 이상하게 뜨거워졌다.

대규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그녀에게 말했다.

“진정한 판테온의 전쟁의 신이라니. 아테나, 너는 나를 반역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힘겹게 말했다.

“그렇다. 대규 그대는 내가 여태껏 보아온 존재 중에서 그 누구보다도 판테온, 그리고 그대 자신의 긍지를 위해 열심히 싸워 왔다. 그대는 반역자가 아니다. 그대는 누구보다도 훌륭한 판테온 전쟁의 신이다. 제우스 님과는 무슨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지. 자, 빨리 나를 심연의 결계에 가둬 달라.”

“…알겠어.”

아테나는 대규에게 최후의 공격을 재촉했다. 그리고는 마음의 준비를 한 듯 두 눈을 감았다.

두 눈을 감은 그녀의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해 보였다.

대규는 눈을 감고 플로우 상태에 돌입했다. 대규의 손에 쥔 사슬검이 다시 푸르게 빛났다.

마지막 공격으로 플로우 검법을 사용할 것이다.

이 검법은 대규가 아테나의 플로우 창법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기술이었다.

그녀가 패배를 인정하고 스스로 심연의 결계에 들어가겠다고 하는데 이 검법으로 보내주는 게 그나마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됐다.

“흐라압!”

서걱, 서걱!

화염을 품은 검기들이 아테나의 온몸을 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규의 공격을 받은 아테나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자 대규의 눈시울이 한순간 뜨거워졌고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왈칵 울렸다.

곧 허공에서 틈이 열리기 시작했다.

스스슥-

붉은 손들이 튀어나와 아테나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차갑고 결연했던 그녀의 눈빛이 결계에서 튀어나온 붉은 손들을 본 순간 떨리기 시작했다. 얼굴엔 공포의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규를 바라보며 비장한 목소리로 이었다.

“그러나 대규, 그대 역시 심연의 결계에 들어갔다 살아서 나왔다. 나는 두렵지 않다.”

곧 붉은 손들은 아테나의 얼굴마저도 칭칭 휘감았다. 얼마 후 아테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됐다.

그리고 붉은 손들은 아테나를 빠르게 결계 안쪽으로 넣어 버렸고, 곧 틈은 닫혔다.

물론 대규 자신이 아테나를 심연의 결계에 가뒀기 때문에 대규는 그녀를 언제든지 결계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규는 저 멀리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우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제우스과 결판을 벌이고 승패가 나기 전까진 아테나를 결계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지 않다고.

‘그래야만 한다. 그게 내 몫이야.’

한편 제우스는 여전히 대규를 바라보고 있었다.

벌써 판테온의 두 명의 신이 빠르게 심연의 결계에 갇혔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은 몹시 평온했다.

마치 이렇게 될 걸 예상한 것 같았다.

‘하긴, 그러고 보면 아까부터 이상했어. 아레스를 처음 상대로 내보낼 때부터 말이야.’

분명 제우스는 아레스와 아테나가 대규의 상대가 되지 않았음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굳이 왜 그들을 내보낸 거지?

그때 대규는 자신을 향하고 있는 제우스의 뜨거운 시선을 느꼈다.

그의 시선은 정확히 대규의 사슬검과 방패, 자신이 의식의 대장간에서 만들어 온 무기들에 꽂혀 있었다.

‘맞아. 아레스를 사슬검으로 공격해 그를 심연의 결계에 가뒀을 때도 제우스는 분명 내 검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아레스의 안위보다 대규의 무기에 더 큰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

제우스는 다른 판테온의 신들을 희생시키면서 대규가 새롭게 얻어온 장비들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한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대규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제우스로선 대규의 장비들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분명 대규는 심연의 결계에 들어가기 전 헤파이스토스에 의해 강제로 무장해제를 당하고 맨몸으로 결계에 들어갔다.

그런데 지금은 떡하니 새로운 무기들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물론 대규의 무기들은 기존에 대규가 지니고 있던 것들에 착안해 만든 무기들이었지만 의심 많은 제우스로선 그 무기들의 정체가 궁금했을 것이다.

‘내가 지니고 있는 무기들의 성능을 파악해야 자신과 내가 싸울 때 유리할 거라고 판단한 거겠지. 그렇다면 아레스와 아테나는 내가 지닌 무기의 성능을 알아내기 위해 제우스에 의해 희생당한 것이다.’

분명 제우스는 아레스와 아테나가 대규에게 패배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표면적으론 몹시 무의미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대규가 지닌 무기의 성능을 알아내기 위해 일부러 그런 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규는 제우스의 마음속에 분명 그런 속내가 있음을 확실했다.

지금도 자신의 장비만을 바라보는 제우스의 시선을 보니 자신의 의심은 100%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저 비열한 자식, 저런 녀석이 신들의 아버지라니……. 아니다, 어떻게 보면 무지하게 철저한 자식이다.’

이제 제우스는 다른 판테온의 신들을 보며 나서서 싸우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아직 대규가 지닌 장비들의 성능을 다 못 봤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대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제우스를 향해 외쳤다.

“그만하시오!”

“뭘 말인가?”

제우스가 시치미를 뚝 떼고 말하자 대규는 다시 한 번 엄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제우스, 그대는 판테온의 신들이 나에게 상대도 안 되는 걸 이미 알고 있었소. 그런데 계속해서 신들을 내 상대로 내보내는 이유는 뭡니까? 분명 내가 지닌 장비가 가진 성능을 알아내기 위해서겠지?”

“…….”

바로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대규의 추측이 맞는 것 같았다.

대규는 입가에 조소를 띄우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식으로 아군인 신들을 이용하면 좋습니까?”

그러자 제우스 역시 조소를 지으며 대규의 말을 맞받아쳤다.

“누가 이용한단 말이냐. 판테온의 신들은 나와 판테온의 수호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게 돼 있다. 그것이 판테온의 법도다. 누구 같은 반역자에겐 그런 법도 따윈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말이야.”

“그딴 법도 따위는 개나 주시오.”

그리고 대규는 이렇게 덧붙였다.

“더 이상 비겁하게 굴지 말고 나와 일대일로 싸웁시다. 당신은 명색이 신들의 왕 아니오?”

제우스는 그 말에 살짝 멈칫했다.

하지만 자신을 똑바로 노려보는 대규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감히 신들의 왕인 나에게까지 대들다니. 그대는 오늘 그 대가를 처절하게 맛볼 것이다.”

그 말에 대규는 비웃듯 외쳤다.

“흥! 그대는 나와 함께 싸워서 겨우 그대의 아버지 크로노스를 이기지 않았던가!”

그러자 제우스는 몹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대규를 깔아보며 말해다.

“그때와 지금의 내가 똑같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대가 심연의 결계에 들어가 있을 때 나는 손가락만 빨면서 가만히 있은 줄 아느냐?”

그게 무슨 소리지?

어느새 제우스의 온몸에서 강렬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빛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눈이 멀 지경이었다. 그것은 초월자의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황금빛이었다.

대규는 그것을 보자 의문이 들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이지? 내 육체도 저 정도의 빛을 뿜어내진 못한다. 설마 초월자의 육체 다음 단계인 새로운 육체라도 얻은 걸까?’

그렇다면 이 전투의 승률이 심각하게 떨어지게 된다.

새로운 육체를 얻는 것은 단순히 레벨 업 차원으로 강해지는 것과 달랐다. 그것은 말 그대로 그전의 상태에 비해 질적으로 달라지는 일종의 진화 과정과도 같았으니까 말이다.

그때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제우스는 아스클레피오스로부터 신체 개조술을 받았습니다.>

<신체 개조술로 인해 제우스의 모든 능력이 5배씩 상승했습니다.>

제우스의 변화 원인이 파악됐다.

‘신체 개조술이라니……. 그런 짓까지 벌인 거냐.’

다행히 새로운 육체를 얻어 낸 건 아니었다.

‘잠깐만, 수술을 받기 위해 아스클레피오스를 찾아갔다면…….’

그러자 제우스가 자신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천천히 말했다.

“역시 아스클레피오스의 의술 실력 하나는 판테온 제일이로군. 물론 호기심이 지나쳐 불온한 지점까지 미친 게 참으로 안타깝긴 하지만 말이야.”

대규는 제우스의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외쳤다.

“대체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러자 제우스는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나의 허가도 없이 외계인들을 기르고 있더군. 그 외계인들도 그대가 줬다고 하더구나. 물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시술은 잘 받았다. 그리고 반성하란 의미로 그를 심연의 결계에 잠깐 가둬 버렸지. 너와의 일이 잘 해결되면 그를 풀어 줄 것이다. 외계인 녀석들은 나의 벼락으로 다 처단해 버렸다.”

이거 완전히 폭군 아니야.

대규는 사슬검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제우스가 한발 빨랐다.

그는 벼락을 치켜든 뒤 대규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오른팔에선 핏줄들이 꿈틀거리고 근육 조직들이 피부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은 꽤 흉측했다.

신성한 신이 아니라 몬스터 같았다.

“흐라압!”

제우스가 들고 있는 벼락을 검처럼 휘둘렀고, 대규는 재빨리 방패를 들어 막았다.

벼락이 방패 한가운데 정확하게 꽂혔다.

파아앙!

“크으으…….”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고, 방패를 통해 팔이 저릴 듯한 물리적 충격이 전해졌다.

그래도 아자토스의 핵까지 박아 넣은 방패였다. 그 내구도는 무시할 게 못 된다.

하지만 문제는 제우스의 힘이 더 강했다는 것이다.

스스슥-

대규의 몸이 뒤쪽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제우스는 자신의 벼락을 막아낸 대규의 방패를 보며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호오, 아자토스 핵의 효과인가. 내 벼락을 막아 내다니, 꽤 하는군.”

이건 확실히 평소의 제우스의 능력이 아니었다. 크로노스와의 전투에서 확인했던 제우스의 완력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

신체 개조술 덕분인지 그의 힘은 확실히 엄청나게 강해졌다.

그때 제우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패에 맞닿은 벼락은 서서히 방패를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크윽!”

대규는 일단 있는 힘을 다해 도망쳤다.

“하하! 겁쟁이로구나. 너 같은 녀석이 전쟁의 신 칭호를 지니고 있다니!”

방패에 박혀 있는 아이기스를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벼락 공격 한 번만으로 아이기스의 머리의 반이 깨져 나갔다.

하지만 벼락이라면 자신도 갖고 있다.

대규는 아이기스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화염을 품은 붉은 벼락과 얼음의 기운을 품은 푸른 벼락이 동시에 중앙 신전 천장에서 수직 낙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우스는 자신이 들고 있는 벼락으로 그것들을 간단히 막아 냈다.

“두 종류의 벼락을 동시에 치게 만들다니. 그 기세는 인정해 주마. 하지만 그 벼락은 내가 실제로 내리는 벼락 힘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참으로 가소롭군. 그대는 진정한 벼락을 본 적이 없겠지.”

설마 크로노스와의 전투에서 썼던 무지갯빛 벼락인가?

제우스는 벼락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때의 무지갯빛 벼락이 아니었다.

하늘에서 우르릉거리며 몰려온 벼락들은 무지갯빛을 품고 있는 황금색이었다.

‘저것이 제우스의 새로운 공격인가 보군.’

무지갯빛 벼락 이그니스는 이미 크로노스와의 전투에서 본 적이 있었다. 아마 저 벼락은 그것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것이겠지.

우르릉, 콰콰쾅!

황금 벼락이 대규를 향해 수직으로 낙하했다. 예전엔 크로노스를 공격했던 벼락이지만 이젠 대규를 공격하고 있었다.

황금빛 안쪽에선 기존의 오색 무지갯빛이 희미하게 감돌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저 벼락의 위력은 무서울 것이다.

대규는 자신을 향해 내려오는 황금 벼락을 향해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가랏!”

그러자 사슬날 수십 개가 검신에서 분리돼 대규 머리 위로 떨어지는 벼락을 향해 맹렬히 날아갔다.

“화염 돌풍!”

곧 사슬날들 사이에서 거대한 화염 돌풍이 형성돼 벼락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콰아아아앙!

벼락과 화염 돌풍이 맞부딪히면서 엄청난 굉음이 신전 전체에 울렸다. 귀가 먹을 것 같아서 대규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귀를 막았다.

다행히 벼락의 공격을 막아 내긴 했다.

‘하지만 생명력이 단번에 30%가 줄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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