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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85화 (285/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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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화 심연의 결계 (3)

“제가 무엇을 모른단 말입니까?”

대규가 묻자 프로메테우스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 트로이 전쟁은 남아 있는 인간 영웅들을 몰살시키기 위해 제우스가 일부러 일으킨 전쟁이었네.”

그 말을 들은 대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제우스가 일부러 일으킨 전쟁이라고?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건 일부러 일으켰다는 부분이 아니었다.

인간 영웅들을 몰살시키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란다.

“그,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대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이제 프로메테우스는 측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대는 제우스가 자신과 판테온의 신들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인간 영웅들을 그대로 내버려 둘 것으로 생각했는가? 전혀 아니다. 그래서 제우스는 1차 기간토마키아 이후 일부러 트로이 전쟁을 일으켜 인간들끼리 싸우게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트로이 전쟁의 진실이었다.”

“하지만 대체 왜 그런 짓을…….”

“인간들끼리 서로 전쟁을 하게 만들면 신들은 비교적 힘을 들이지 않고 인간들끼리 서로 싸우게 해 자멸하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 그랬지. 그리고 그런 제우스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결국 전쟁으로 인해 나와 다른 티탄 신족들이 처음으로 빚었던 고대의 인류들은 결국 몰살됐다.”

“대체 제우스는 왜 그런 일을……?”

대규가 묻자 프로메테우스는 다시 한 번 강조하듯 말했다.

“아까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들이 성장해서 판테온의 신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제1차 기간토마키아라는 큰 전쟁이 끝났고, 이에 인간들의 이용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할 테고 말이야.”

“…….”

“아마도 제우스는 이번에도 비슷한 행동을 할 것이다. 이제 막 2차 기간토마키아가 끝났다고 알고 있다. 그것도 판테온의 승리로 말이야.”

“그렇습니다.”

대규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프로메테우스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제우스는 다시 한 번 인간 출신 영웅들을 몰살시키려 할 것이다. 게다가 평소에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성장한 그대에게도 짙은 의심을 품고 있었던 것이지. 그런데 나는 현재 판테온에 존재하는 인간 출신 영웅들은 대부분 그대의 부대에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맞습니다.”

잠깐만.

그 순간 대규는 이곳 심연의 결계에 들어오기 전에 중앙 신전에서 제우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분명 제우스는 중앙 신전에서 자신에게 앞으로 부대 영웅들의 거취에 대해 물어봤었다.

대규는 그것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가 대규의 부대 인간 출신 영웅들의 향후 거취 계획을 듣고 했던 말도 떠올랐다.

‘…하지만 인간들은 본래 지녀야 할 힘보다 더한 힘을 얻게 되면 방종하게 되는 법이지.’

설마 그 말이 인간 출신 영웅들을 몰살시킬 생각을 하고 내뱉은 말이란 건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도 모르게 입에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 말도 안 돼…….”

그러자 프로메테우스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다. 그래서 나는 그 일을 막기 위해 내 예지 능력의 정수로 공략집을 만들어 인간 영웅 후보생 중 한 명에게 준 것이다. 그 공략집에 담긴 내 예지 능력을 이용해 폭풍처럼 빠르게 성장한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신들의 왕인 제우스를 제압해 그의 행동을 막을 수도 있을 거로 생각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자네는…….”

프로메테우스는 대규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

“자네는 내 예상보다 훨씬 잘해주었어.”

“그렇습니까?”

“그래, 그대가 초월자의 육체를 얻을 건 예상했지만, 크로노스와의 전투를 제우스와 함께할 줄은 몰랐네. 하지만 내 예상대로 제우스는 그대가 자신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려 하니까 그대를 죽이려 했지. 그래서 내가 이 시점에서 그대를 심연의 결계 속으로 불러낸 것이네.”

대규는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프로메테우스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러자 그는 비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선 이 심연의 결계를 빠져나가야겠지. 자네가 다시 결계에서 빠져나오면 제우스는 깜짝 놀랄 거야. 그리고 다시 그대를 해치우려 하겠지.”

“그렇겠죠.”

“그렇게 되면 이제 자네는 제우스와 정말로 최후의 전투를 벌여야 하네.”

그 말을 들은 대규의 눈동자가 커졌다.

“지금 저보고 제우스와 싸우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그 말에 대규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 저의 장비들과 무기들은 모조리 헤파이스토스에 의해 무장해제된 상태입니다. 무기와 장비들도 없이 어떻게 제우스와 전투를 벌인단 말입니까!”

그러자 프로메테우스는 오묘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그러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

“뭘 그렇게 고민하는가? 이곳에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나가면 되지.”

하지만 이곳 심연의 결계는 새하얀 공간만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곳이었다. 무기를 만들 만한 그 어떤 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다.

“자네는 이미 의식 속에서 만든 물건을 현실로 형상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물론 초월자가 되기 전에는 상자나 만들어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의식의 대장간!

대규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의 두 팔을 허공으로 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 의식의 대장간에서 자네가 단순히 무기를 만든다고 제우스를 쓰러뜨릴 만한 비장의 작품이 나오진 않을 걸세. 어쨌든 제우스가 지닌 무기인 벼락은 초월자 등급의 뛰어난 무기이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어떻게……?”

“그래서 내가 자네를 도와주려고 하네. 이건 내가 내리는 축복일세.”

프로메테우스가 허공에 올린 두 팔 중 오른쪽 팔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손바닥 위에서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손 위엔 선홍빛 작은 구슬이 떠올라 있었다.

매우 낯이 익은 구슬이었고, 대규는 그것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외쳤다.

“아카나의 구슬!”

그것은 대규가 차원의 틈으로 맨 처음 들어왔을 때 안내인 여자에게 받았던 아카나의 구슬과 동일하게 생긴 구슬이었다.

대규의 목소리를 들은 프로메테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본래 아카나의 구슬이란 건 내 능력의 정수를 담은 구슬을 통칭하는 말이지. 자네가 지닌 공략집을 품고 있었던 최초의 아카나의 구슬은 내 예지 능력의 정수를 담고 있던 구슬이었어. 하지만 이것은 내가 지닌 전투력과 마법의 힘을 지닌 아카나의 구슬일세.”

그는 그 구슬을 대규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의식의 대장간에서 만들 무기에 이 구슬을 장착시키도록 하게. 그렇게 되면 그 무기는 내가 지닌 특수한 능력들을 얻게 될 거야.”

“알겠습니다.”

대규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아카나의 구슬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제 어서 의식의 대장간으로 들어가 무기를 만들고 경계를 빠져나가서 제우스를 쓰러뜨리게.”

그의 말을 들으며 대규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게 급작스럽긴 했지만, 그의 말대로 해야 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는 계속 이 결계 안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모든 인간 출신 영웅들도 제우스에 의해 몰살당할 것이다.

대규가 눈을 감고 의식의 대장간에 들어가려는데 프로메테우스의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사실 나는 자네가 인간 출신 영웅들과 지구의 모든 인간을 관할했으면 좋겠네. 인간, 인류가 판테온의 신들로부터 독립했으면 좋겠단 말이야. 고대 인류를 만든 자로서의 희망이랄까… 그리고 자네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그 말에 대규는 다시 눈을 뜨고 그를 쳐다봤다.

지구의 모든 인간까지 관리하라고?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런 건 대통령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 아닌가? 현실에서 자신은 고작 체인 레스토랑을 몇 군데 경영하고 요식업 사업을 하는 사업가일 뿐이었다.’

그러자 그런 대규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다.

“현실에서 그대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그대가 이곳 판테온의 세계에선 가장 강한 자이고 나의 예지 능력을 물려받았다는 거지. 이젠 나의 전투력과 특수 능력까지 물려받게 됐지만.”

“그래도…….”

“자네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그럴 자격도 되고. 이제 시간이 없네. 우선 빨리 의식의 대장간으로 들어가 무기를 만들게.”

“알겠습니다.”

대규는 일단 의식의 대장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러자 시야가 컴컴해진 것도 잠시,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의식의 대장간에 들어와 있었다.

‘초집중 상태에 들어서는 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대장간엔 늘 그렇듯 작업대와 여러 도구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좀 당황스러웠다.

‘이곳에서 내가 무기를 만들게 될 줄이야……. 여태까진 부하들에게 줄 보상이 담길 황금 상자만 만들었을 뿐인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우선 무엇부터 해야 할까?

‘무기를 만들려면 재료가 필요하겠지.’

아마도 신의 황금을 의식 속에서 형상화했던 것처럼 무기의 재료 역시 의식 안에서 형상화하면 될 것이다.

대규는 눈을 감고 귀아스페룸을 떠올렸다.

거인들이 즐겨 쓴다는, 거인들의 지하 감옥에서 채취해 온 금속이었다. 그리고 현재 대규의 불카누스 벼락검에도 들어가 있는 금속이었다.

대규는 최대한 세세하게 귀아스페룸을 떠올렸다. 정신을 집중해 그것을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떠올릴수록 형상화될 금속의 퀄리티가 높아진다.

머릿속에 귀아스페룸만이 가득했다. 뻣뻣한 비늘이 촤라락 돋아나 있는 금속의 표면, 표면에서 흘렀던 빛나는 광택, 그리고 만졌을 때 느껴졌던 촉감까지 생생하게 떠올렸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오감(五感)의 기억들을 불러냈다.

두근, 두근…….

어느새 대규의 온몸이 푸른빛을 띠기 시작했다. 물론 대규 자신은 눈을 감고 있어 자신의 몸에서 어렴풋이 흐르는 푸른빛을 보지 못했다.

이 말인즉슨, 온몸에 흐르는 모든 신경과 정신이 귀아스페룸을 상상하는 초집중 상태에 접어들었단 뜻이다.

얼마 후.

팟!

대규가 눈을 뜨자 작업대엔 그가 열심히 떠올렸던 귀아스페룸 한 덩이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실제 귀아스페룸과 완벽하게 똑같이 생겼다.

이제 그는 망치를 들고 작업대로 다가갔다. 하지만 망치를 휘두르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이 있었다.

‘어떤 검을 만들어야 하지?’

자신이 항상 들었던 건 사슬날이 달린 사슬검이었다. 차원의 틈 제2타르타로스 시절부터 사슬검을 써 왔다.

‘그만큼 사슬검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형태의 검이기도 하다. 그럼 사슬검을 만들어 보자.’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사슬검을 눈앞에 그려봤다.

검신에 붙어 있는 사슬 칼날들의 형태와 칼날들이 하나하나 모여 붙어 검을 이루고 있는 외관을 자세하게 떠올렸다.

그리고 검을 휘둘렀을 때 춤추듯 늘어났다 줄어드는 사슬날들의 움직임도 떠올렸다.

그 모든 건 그간 자신이 전투를 하면서 봤던 검의 움직임들이었다.

‘좋았어.’

그 순간 대규의 눈앞에 무언가가 생겼다.

바로 금속을 녹여 부으면 칼을 만들 수 있는 칼틀이었다. 칼틀은 정확히 자신이 떠올린 사슬검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럼 이제 금속을 녹여야 할 차례다.

대규는 귀아스페룸을 들고 대장간 한편에 있는 용광로 쪽으로 다가갔다. 귀아스페룸을 들고 있는 그의 두 손이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깡, 깡!

육중한 소리가 대장간 내부에 울려 퍼졌다.

망치를 쥐고 있는 대규의 오른손이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대규는 사슬검의 세세한 디테일들을 떠올리며 망치를 들고 검의 형태로 굳어진 귀아스페룸을 치고 있었다.

깡, 깡!

‘이 무기로 제우스를 제압해야 한다!’

경건하다시피 한 마음이 솟아올랐다.

그의 이마엔 땀방울이 어느새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이마에서 떨어진 땀방울이 사슬검을 적시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니,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후아…….”

대규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대규의 눈앞에는 멀쩡한 사슬검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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