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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76화 (276/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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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화 초월자 (5)

곧 피어오른 검은 연기는 대규의 온몸을 휘감았다.

“으앗!”

그리고 불쾌한 기운이 머릿속을 완전히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머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아프다.

대규는 두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초월자 등급의 육체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라니. 곧 온몸에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몸속의 마나가 격렬하게 요동치는 느낌이었다.

얼마 후 고통이 점점 사그라졌고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그리고 보유 스킬란엔 하나의 스킬이 떠올라있었다.

[초신성 폭발: 아자토스가 지니고 있는 최강의 스킬. 가진 핵융합 에너지를 한꺼번에 방출에 모든 것을 날려 버린다. 반경 1,000km 이내의 모든 것들이 초토화된다. 대신 아자토스의 핵을 지닌 자만이 쓸 수 있는 스킬이며 하루에 한 번밖에 쓸 수가 없다. 마나 소모 10,000.]

초신성 폭발 스킬이 적혀 있는 비석이었다니!

대규는 그 무시무시한 폭발의 위력을 다시 떠올렸다. 자신이 지니고 있던 신의 육체를 산산조각 냈던 폭발이다. 다시 생각해도 온몸이 떨려왔다.

‘아, 설마 이 스킬이 보상이어서 아자토스의 내핵이 이 스킬과 함께 떠오른 건가?’

스킬의 설명을 보니 이 초신성폭발은 아자토스의 내핵을 지닌 자만이 쓸 수 있는 것이었다.

‘그 핵을 방패에 장착하지 못했으면 쓸 수 없을 뻔했군. 그나저나 이거 아이기스를 잃어버렸다고 슬퍼할 때가 아니었는걸.’

아이기스는 제우스의 벼락만을 소환해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 벼락의 위력은 진짜 제우스가 시전하는 벼락의 위력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아자토스의 내핵은 그 벼락보다 훨씬 강력한 초신성 폭발 스킬을 시전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물론 하루에 한 번이란 제약과 시전지 마나 소모량이 10,000이라는 엄청난 조건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게 어디냐. 아이기스에겐 좀 미안하지만 일이 더 잘 풀린 것 같다.’

모자라는 마나소모량은 마나폭렬 스킬과 엘릭서로 채울 수 있다.

‘하지만 확실히 마구 남발할 수만은 없는 스킬이야. 어쨌든 대박이다.’

대규는 속으로 연신 감탄하며 보유 스킬란을 닫았다.

‘그럼 이제 최후의 전투는 2주 정도가 남은 건가.’

제우스가 분명 중앙신전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럼 이제는 2주 동안 전투에 관해 대비할 때였다.

대규는 우선 티탄 신족들이 대체 어떤 족속들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현실의 사업에도 집중할 때였다.

자신의 앞날을 차근차근 계획하며 그는 현실로 돌아갔다.

대규식품과 탕꼬의 미국 진출 사업은 매우 수월하게 이뤄졌다.

이제 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드래곤 익스프레스의 오너, 그리고 대규의 충성스러운 부하 영웅인 존은 사업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존은 더 이상 대비해야 할 전투가 없었다. 그는 영웅이었고 그의 공식적인 마지막 전투는 아자토스와의 전투였다.

그래서 그런지 존은 더욱 대규식품의 미국 진출 사업에 마음 놓고 집중할 수 있었다.

대규는 매일 그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사업경과를 보고받았다.

화상통화의 모니터 화면 너머로 존의 얼굴이 보였다.

“대규 님,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월마트에 있는 식당 구역에 탕꼬를 먼저 입점시킬 계획입니다. 현실에 돌아오자마자 월마트 측과 계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했습니다.”

“그래요?”

“네. 이 계약 체결을 통해 이제 대규식품의 식당들은 미국의 월마트 전 매장에 입점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미국에 있는 월마트의 매장들은 총 4,600곳이니 이곳들에만 진출해도 탕꼬와 대규식품의 인지도를 어마어마하게 올릴 수 있을 겁니다.”

4,600곳!

대규는 매장 개수를 들은 후 할 말을 잃었다. 대표적인 대형 마트니 그 매장 수가 많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4,600곳이란 숫자는 미국의 모든 마트를 합친 점포수가 아니었다. 오직 월마트 단일 브랜드 매장만 4,600곳이란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모든 대형할인마트 브랜드들의 점포수를 다 합쳐봤자 600곳이 넘지 않는데.’

실로 어마어마한 스케일이었다. 역시 미국은 달랐다.

‘하긴, 땅덩이만 해도 대한민국의 거의 100배에 달한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주에 가려면 비행기를 타고 가야할 정도라니까 말이야.’

대규가 미국의 스케일에 대해 감탄하고 있는데 존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이제 월마트와 계약을 체결했으니 매장오픈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입니다. 벌써 매장 공사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한 달 후 정도면 미국에 탕꼬 매장들이 오픈할 수 있을 겁니까?”

“그렇게 빨리요?”

“네. 단독식당이 아니라 식당구역의 한 구역을 차지하는 매장이니까요.”

“그렇군요. 몇 곳이나 오픈하게 됩니까? 설마 4,600곳 전부는 아니겠지요?”

대규가 묻자 존은 허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죠. 우선은 드래곤 익스프레스가 들어가 있는 매장들 위주로 들어갈 겁니다. 지금으로선 한 달 후 200곳의 월마트 매장에서 동시오픈을 할 예정입니다.”

“200개의 매장이요?”

200곳이라는 존의 말에 대규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한국에 있는 모든 탕꼬 매장들을 합쳐 봤자 200개가 겨우 넘었다. 그런데 그 개수를 한 번에 오픈하게 된단 말이다. 이게 바로 미국 대륙의 스케일이란 말이다.

대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역시 스케일이 달라…….’

얼마 후 정신을 차리고 그는 존에게 말했다.

“가, 감사합니다. 존. 이거… 200개 매장이라니,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러자 존이 고개를 숙이며 깍듯한 태도로 말했다.

“아닙니다. 대규 님.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대규 님 덕분에 저는 염동력 스킬을 이제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대규 님이 아니었다면…….”

그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윽고 말을 이었다.

“저는 아직까지도 인간 상태를 못 벗어났겠지요. 세미데우스는 무조건 배척하고 인간으로 남아 아직도 아폴론 신의 부대에서 있었을 겁니다. 제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대규 님 덕분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사무실 전경을 보여주며 말했다.

“게다가 대규 님 덕분에 전공의 보상도 엄청나게 받아 그걸로 우리 회사인 드래곤 익스프레스를 훨씬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대규 님 부대로 옮긴 후 이 몇 달 동안 우리 회사는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뤘답니다.”

그럴 만도 했다.

대규 부대의 영웅들이 보상으로 받아간 젬스톤의 양들만 해도 엄청났다. 게다가 그들은 정예부대였기 때문에 다른 부대에 비해 머릿수가 적었고 그에 따라 인당 가져가는 젬스톤과 보상의 양도 훨씬 많았다.

존 역시 그간 가져간 젬스톤들을 현금화했다면 현실에서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었을 것인가.

그뿐이 아니다. 새로운 사업을 벌일 자본도 충분히 만들었을 것이다.

“덕분에 저희 드래곤 익스프레스도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답니다. 미국식 중화요리에서 이제 미국식 동남아 요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정말 잘됐군요.”

“아닙니다. 다 대규 님 덕분이지요. 따라서 저로서는 대규 님의 미국 진출을 돕는 게 몹시 영광입니다.”

공손한 태도로 말하는 존에게 대규가 물었다.

“그런데 존, 혹시 탕꼬가 입점하게 될 월마트 200개의 매장 중에서 가장 이름난 곳은 어디인가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실 월마트는 대형할인마트기 때문에 가장 이름난 매장이 있거나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괜찮은 곳을 알고 싶어요.”

“왜 그러시죠?”

그러자 대규가 존에게 말했다.

“나름 저로선 처음으로 하는 미국 진출인데… 200곳의 탕꼬들은 다 가지 못하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괜찮은 곳에 가서 제 식당의 오픈식에 참석하고 싶어서요.”

그랬다.

이번 미국 진출 사업은 존과 드래곤 익스프레스가 모든 걸 관할하고 있긴 했지만 어쨌든 탕꼬는 자신의 식당이었다. 그리고 이번 매장 오픈은 자신의 사업이 미국에 상륙하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러자 존이 이렇게 제안했다.

“흐음, 그렇다면 200곳의 매장 중에서 역시 LA의 한인 타운 근처 월마트 매장에 있는 식당 오픈식에 참석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호오, 그럴듯한 의견이었다.

아무래도 대규식품은 한국의 브랜드였다. 탕수육 치킨이란 음식도 아무리 존이 현지화를 했다고 하지만 미국인들보단 한국인들에게 더 친숙한 음식일 것이다.

게다가 머나먼 타지의 땅에서 자신들의 고향인 한국의 식당이 들어왔다고 하면 한인들은 꽤 반겨줄 것이다.

대규는 기쁜 목소리로 존에게 말했다.

“그게 좋겠군요. 그럼 저는 LA의 한인 타운 근처 월마트의 탕꼬 오픈식에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존, 지금처럼 사업을 진행시켜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대만 믿겠습니다.”

존과 화상통화를 끝낸 대규는 생각에 잠겼다.

‘한 달 뒤에 매장 오픈이라… 그렇다면…….’

2주 뒤엔 티탄 신족과의 최후의 전투가 있다. 하지만 전투는 얼마나 길어질지 몰랐다.

‘그래도 판테온에서 흐르는 시간과 현실에서 흐르는 시간은 다르다.’

판테온의 시간은 현실에 구애받지 않았다.

전투를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면 이제 대규는 미국에 진출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전투에서 무사히 귀화해야 하겠지.’

그런데 티탄 신족들은 대체 어떤 종족들일까?

대규는 전에 중앙신전에서 들었던 제우스의 속마음을 떠올렸다.

제우스는 분명 대규가 초월자의 육체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그가 티탄 신족의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그들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서 봤던 티탄 신족들의 얼굴 생김새를 떠올린 대규는 곧 혀를 내둘렀다.

그 끔찍하게 생긴 존재들의 힘이 자신의 몸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일단 티탄 신족들에 대해 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신화 공부를 할 시간이군.’

대규는 전투 날짜가 다가오는 동안 신화 책들을 찾아 읽어보기로 했다.

티탄 신족들은 제우스와 다른 판테온의 신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 고대의 판테온을 다스렸던 신족들이었다.

그들은 거인들, 즉 기간테스들처럼 몸집이 몹시 거대했지만 분명 신성(神性)을 지니고 있는 신의 존재들이었다.

지금의 판테온 신들이 그런 것처럼 그들은 판테온 전체를 다스렸다. 그리고 당시 그들의 왕은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였다.

물론 크로노스는 자신의 아버지인 우라노스를 죽이고 왕위에 오르긴 했다.

어쨌든 그들은 판테온을 오랜 기간 다스리며 평화를 유지했다.

‘의외로 악당 같진 않은데?’

그것이 대규가 티탄 신족에 대해 느낀 첫 감상이었다.

항상 제우스와 다른 판테온의 신들은 티탄 신족의 크로노스를 악당처럼 말해 왔다. 그래서 자신도 선입견이 생긴 것인지 마음속으론 그들을 나쁜 존재라고 규정짓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판테온의 신인 자신으로선 이 기간토마키아에서 쓰러뜨려야 할 적이었다.

대규는 계속해서 책을 읽어내렸다. 그런데 그때 공략집의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티탄 신족들은 판테온을 다스렸던 것뿐만 아니라 고대 판테온에 존재했던 인류를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판테온의 진흙으로 인간을 빚어 최초의 인류를 만들었습니다.>

‘이건 무슨 내용이지?’

대규는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맨 처음 대규에게 찾아왔던 신인 헤르메스에 대해서 알아볼 때도 공략집이 이런 추가 정보를 제시하곤 했다.

아무래도 현실의 책에선 나오지 않는 정보들을 공략집이 추가로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지? 티탄 신족들이 판테온의 진흙으로 고대 판테온에 존재했던 인류를 탄생시켰다고? 잠깐만…….’

대규는 아스클레피오스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는 분명 대규의 육체가 판테온의 진흙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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