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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74화 (274/294)

# 274

274화 초월자 (3)

현재의 대규라면 이제 제우스의 위치를 위협할 수도 있는 존재가 돼 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제우스는 처음으로 대규에게 경계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신들의 왕인 그가 누군가를 경계한다는 건 먼 옛날 티탄 신족과의 대전쟁 이후로 처음있는 일이었다.

‘어쩌면 저 자를 티탄 신족과의 최후의 전투에 참전시켜 보면 저 비약적인 성장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대규는 그런 제우스의 속마음을 다 듣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속마음 중 놀라운 부분이 있었다.

초월자의 육체가 티탄 신족의 힘이 있어야 얻을 수 있는 육체라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분명 제우스의 속마음을 그렇게 말했다. 자신이 티탄 신족이었던 아버지 크로노스의 피를 직계로 물려받아 초월자의 육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뭐지?’

대규는 안내인 여자를 만나 차원의 틈으로 들어오기 전까진 그냥 현실 세계에서 지내던 인간이었다. 신촌에서 작은 식당을 하나 경영하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다.

‘잠깐만, 분명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와 켄타로우스 현자 센텐티아가 그런 말을 했었지.’

그 둘은 공통적으로 대규가 이곳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규를 두려워했다.

특히 아스클레피오스는 대규의 몸을 해부해 본 뒤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몸은 판테온의 진흙으로 이뤄져 있어. 이 진흙으로 이뤄진 인류는 고대의 판테온에 살았던 청동인류일 터인데… 하지만 그들은 다 멸망했다네.’

심지어 대규의 심장엔 고대 판테온의 문자가 새겨져 있다고도 했다.

혹시 그것과 연관이 있는 걸까?

‘도무지 알 수가 없군.’

어쨌든 자신은 초월자의 육체를 얻었다. 그렇다면 제우스의 속마음을 근거로 추리해 보자면 자신에겐 티탄 신족의 힘이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판테온의 진흙으로 이뤄졌다는 자신의 육체와 심장에 새겨져 있는 고대 문자 역시 티탄 신족의 힘 때문일지도 몰랐다.

‘잠깐, 혹시 티탄 신족의 힘이 내가 지니고 있는 이 공략집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스클레피오스는 대규의 남다른 능력이 그 특이한 육체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었다.

사실 대규의 남다른 능력은 공략집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공략집이 티탄 신족의 힘과 관련성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공략집이 정말로 티탄 신족의 힘이 담긴 아이템이었다면 대체 왜 자신에게 주어진 걸까? 자신은 그냥 평범했던 인간일 뿐이었다.

‘물론 이 모든 건 내 추리일 뿐이다. 실제론 티탄 신족의 힘이 공략집에 담겨 있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대규의 추리는 공략집에 티탄 신족의 힘이 담겨있다는 생각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는 티탄 신족이 얼마나 강한 힘을 지니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공략집이 지니고 있는 능력들은 확실히 강력한 힘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최후의 전투에 꼭 참가해야 한다. 티탄 신족들과 맞닥뜨려 보면 뭔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로써 최후의 전투에 참가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생겼다.

그때 제우스가 대규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규, 그대가 나와 하데스, 포세이돈과 참전할 최후의 전투는 이제 곧 벌어질 것이다. 그대 부대의 영웅들은 참전할 수 없고 오직 우리 네 명의 신만이 그 전투에 참전하게 될 것이다.”

대규는 제우스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럼 제 부대의 영웅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앞으로 영웅들이 참전할 만한 전투는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전투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히 그대의 영웅들이 공식적으로 참가할 전투는 이제 없겠지. 이제 영웅들의 관리는 전적으로 그대에게 달려있다.”

“저에게 달려있다고요?”

“그래. 주둔지에서 평소 전시상황처럼 영웅들을 훈련시킬 수도 있고 영웅들을 현실의 생업에만 종사하도록 할 수도 있다. 그 관리는 모두 그대 책임이며 자유다.”

“알겠습니다.”

제우스는 이제 비장한 목소리로 이렇게 덧붙였다.

“그대가 참전하게 될 최후의 전투는 약 2주 후에 벌어질 것이다. 그때 이곳으로 와서 나와 하데스, 포세이돈과 함께 전쟁터로 이동할 것이다. 그 전투에선 나의 아버지 크로노스도 참전할 것이다.”

크로노스!

그 이름을 듣자 원탁에 앉아 있던 모든 신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때까지 잘 대비해 두도록 하라. 그럼 다들 이만 물러가도 좋다.”

말을 마친 제우스는 하데스, 포세이돈과 함께 먼저 원탁에서 일어나 중앙신전을 벗어났다.

그런데 나머지 신들은 신전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얼굴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규는 그들을 향해 물었다.

“왜들 거기 있어? 떠나지 않고?”

그러자 헤르메스가 대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규… 님이 먼저 떠나셔야죠.”

‘설마 내가 먼저 떠나길 기다리고 있는 건가?’

대규는 신들의 얼굴을 보았다. 그들은 이제 완전히 대규보다 아랫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는 어색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먼저 가도 좋아. 나 원 참…….”

대규가 그렇게 말하자 판테온의 신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례로 신전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때 대규는 뒤쪽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뜨거운 시선을 느꼈다.

고개를 돌리자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서 있었다.

그녀는 대규가 자신보다 우위의 존재가 됐지만, 여전히 그를 향해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눈빛은 그전과 확연히 달랐다.

그전에는 대규를 유혹하기 위해 보낸 농염한 눈빛이었다면 지금은 마치 골수팬이 자신의 우상인 연예인을 쳐다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곧 그녀의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대규 님은 너무 멋있다.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하룻밤 같이 있어 봤으면…….’

저 정도면 팬 중에서도 좀 극성팬인 것 같았다. 저 정도 극성팬이라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게다가 상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프로디테다.

대규는 최대한 아프로디테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신전을 나섰다.

그때 아테나와 마주쳤다.

“아테나.”

대규가 그녀를 부르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색해진 대규는 그녀에게 말했다.

“고개를 들어.”

“그럴 순 없습니다, 전쟁의 신이시여.”

그 말에 대규는 당황해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그래. 그리고 너도 전쟁의 여신이잖아. 똑같은 전쟁의 신끼리 왜 그러는 거야.”

하지만 그녀는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순 없습니다. 당신은 저보다 훨씬 우위에 있으신 분입니다. 따라서 저는 당신에게 예를 갖춰야 합니다. 그것이 판테온의 법도입니다. 저는 그 법도를 어길 수 없습니다.”

아테나는 역시 엄격했다.

대규는 하는 수 없이 그런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건 명령이야. 고개를 들어.”

그제야 아테나는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이젠 내가 원하는 대로 하려면 무조건 이건 명령이야, 라고 말해야 하는군.’

그들의 눈이 마주쳤고 아테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규에게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전쟁의 신이시여.”

“고마워. 하지만 나는 너에게 미안해.”

“뭐가 말입니까?”

아테나의 존댓말은 정말 들을수록 어색했다.

대규는 아테나를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 말이야. 전투를 하면서 네가 선물로 준 방패를 완전히 망가뜨려 버렸어.”

대규는 자신의 네메시스-아이기스 방패를 보여준다. 방패에 새겨져 있던 괴물뱀 아이기스는 이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일그러져 있었다. 바로 아자토스의 핵융합 에너지를 정통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아…….”

아테나의 입이 살짝 벌어졌고 작은 신음 소리가 같은 게 새어 나왔다.

대규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아테나에게 물었다.

“이 정도라면 헤파이스토스 님이 고칠 수 있을까?”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방패 자체는 고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괴물뱀 아이기스를 되살리는 건 무리겠죠. 대신 다른 몬스터 혹은 아티팩트를 아이기스 대신 방패 안에 박제, 혹은 장착해서 넣으면 될 겁니다.”

“그렇구나.”

“물론 제우스 님의 벼락을 불러내는 능력은 아이기스만이 갖고 있던 고유 스킬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그 벼락을 불러내는 건 할 수 없을 겁니다.”

“알려줘서 고마워. 어쨌든 네가 선물로 준 방패인데 망가뜨려서 미안해.”

그러자 아테나는 고개를 숙이며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저의 방패가 전투 중에 대규 님을 살렸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저기, 아테나…….”

대규는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인 아테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혹시 최후의 전투 이후에 함께 싸울 일이 생긴다면 너와 함께 전투해도 될까?”

그러자 아테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예에?”

“그럴 일이 있을지 없을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너와 함께 다시 싸우고 싶어서 말이야. 그리고 이제 우리는 각각 판테온의 전쟁의 신, 여신이기도 하잖아. 짝을 지어 싸우면 꽤 그럴듯해 보일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대규에게 외쳤다.

“그, 그렇게 한다면 저야 영광입니다!”

“그런데 제발 그 존댓말 좀 그만할 수 없을까? 불편해 죽겠어…….”

하지만 그녀는 바로 엄격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돌아와 대규의 말을 단칼에 자르며 이렇게 말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이제 대규 님은 저보다 상위에 계신 분입니다. 판테온의 서열을 어길 순 없습니다.”

저 차가운 말투만 보면 꼭 아테나가 자신보다 상위 서열에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알겠어. 그럼 다음에 다시 만나길 바랄게.”

대규는 결국 아테나에게 인사를 하며 중앙신전을 나섰다. 그리고 헤파이스토스가 있는 그의 작업장으로 향했다. 자신의 망가진 네메시스의 방패를 맡겨야 했다.

‘그리고 그 방패에 아자토스의 내핵을 장착할 수 있을까?’

방금 전 들은 아테나의 말에 따르면 분명 그 방패엔 새로운 몬스터나 아티팩트를 장착할 수 있다고 했다. 방패에 아자토스의 내핵을 장착한다면 내구도는 물론이고 그 무시무시한 스킬인 핵융합 에너지 스킬마저 쓸 수 있다.

그 핵융합 에너지 스킬의 위력 정도면 아이기스가 불러냈던 벼락에 전혀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헤파이스토스의 작업장에 도착했다.

작업장 안으로 들어가자 헤파이스토스가 바로 그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뭐지? 맨날 평소엔 내가 들어가도 못 알아보고 망치질만 해댔는데.’

헤파이스토스 역시 전에 비해 대규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가 작업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들고 있던 망치를 내려놓고 다가와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대규 님 아니십니까!”

“아, 예…….”

헤파이스토스마저 어색한 존댓말로 그를 반기고 있었다.

“새로운 전쟁의 신이 된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이곳엔 무슨 일로?”

대규는 팔목에 차고 있는 팔찌 형태의 방패를 풀어 그의 작업대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이 방패를 수리 맡기러 왔습니다.”

곧 방패는 팔찌형태에서 평소의 방패 형태로 변했다.

헤파이스토스는 완전히 망가진 방패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허허, 이것 참 심하게 망가졌군요.”

“복구가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전에 여기 새겨져 있던 괴물뱀 아이기스까지 회복시키는 건 무리입니다.”

“하지만 다른 아티팩트를 장착하는 건 가능하겠죠?”

“물론입니다. 뭐 좋은 게 있으십니까?”

대규는 보관함에서 아자토스의 내핵을 꺼냈다.

동그랗고 검붉은 구체의 내핵이 작업대 위에 놓이자 은은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아자토스의 내핵을 본 헤파이스토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것은!”

“아자토스의 내핵입니다. 이걸 방패에 장착하고 싶어요.”

헤파이스토스는 아자토스의 내핵을 조심스럽게 집어든 뒤 감탄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렇군요. 하지만 이건 엄청나군요! 오오, 이런 건 처음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이 내핵을 이 방패에 단다면… 제가 여태까지 만들었던 무기 중 최고의 걸작이 탄생할 것 같습니다!”

그의 눈빛은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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