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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72화 (272/294)

# 272

272화 초월자 (1)

이 메시지창의 내용이 정말일까?

이 왕좌를 차지한 것만으로도 온 은하에 있는 외계인들이 나를 새로운 왕으로 추대한다고?

그때였다. 왕좌에 앉아 있는 대규의 눈앞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것은 대규가 항상 전투 끝에 제우스에게 받았던 백색의 상자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 상자는 백색이 아니라 아자토스의 왕좌와 똑같은 검은색이었다.

‘이건 대체 무슨 상자지? 혹시…….’

대규는 공략집에서 봤던 정보를 떠올렸다. 아자토스를 쓰러뜨리면 준다는 보상은 분명 외계인의 힘이 깃든 스킬이라고 했다. 게다가 등급 조차 알 수 없는 스킬이라 했다.

‘그렇다면 이 상자는 스킬이 들어 있는 상자인 걸까?’

대규는 일단 그 상자를 보관함에 챙겼다.

지금은 넋 놓고 스킬을 익히기보단 빨리 아이템을 챙겨 부대 영웅들을 통솔한 뒤 주둔지로 가는 게 나았다.

지금쯤이면 존이 염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흑색의 상자 옆엔 다른 아이템이 하나 더 떠올라 있었다.

검붉은 구체 형태의 구슬.

그것은 분명 자신이 아자토스를 쓰러뜨리기 위해 파괴했던 녀석의 핵이었다.

대규가 그것을 바라보자 아이템 설명창이 떠올랐다.

[아자토스의 내핵(초월자)]

[아자토스의 본체를 구성하고 있던 단단한 내핵. 이것 자체로는 아무런 효과를 지니지 않지만, 장비나 무기에 장착하면 단단한 내구도는 물론 아자토스가 지니고 있었던 스킬인 핵융합 에너지 방출을 쓸 수 있게 된다.]

그 스킬의 위력은 대규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엄청난 물건이다! 좋았어.’

하지만 기뻐하는 것도 잠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전투에서 적을 쓰러뜨리고 얻어낸 아이템들은 허공으로 떠올라 주둔지로 전송되곤 했다.

그런데 흑색의 상자와 이 아자토스의 내핵은 아무리 기다려도 주둔지로 전송되지 않았다.

이건 대체 무슨 뜻일까?

‘고민할 시간이 없다. 일단 보관함에 챙겨 넣자.’

대규가 아자토스의 내핵까지 챙겨서 보관함에 넣는 순간,

쿠구궁!

거대한 굉음과 함께 닫혀 있었던 문이 열렸다.

대규가 문밖으로 빠져나가자 문에서 은은한 빛이 일기 시작했다.

‘뭐지?’

대규는 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문 위에 새겨진 조각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분명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봤던 조각은 외계인들이 거대한 운석 형태의 아자토스를 보고 경배하며 절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 문에 새겨진 조각은 그 모습이 좀 달랐다.

모든 우주의 외계인들이 절을 하고 경배를 하는 모습은 똑같았다. 하지만 경배를 하고 있는 그 대상이 달라졌다.

그들은 동그란 운석이 아닌, 한 인간의 모습을 경배하고 있었다.

대규는 그 인간의 모습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자신이 왕좌를 새롭게 차지하자마자 문에 새겨진 조각의 모양이 바뀐 것이다.

‘정말 내가 외계인들의 새로운 왕이 된 건가.’

새로운 육체에 새로운 왕이 되다니. 뭔가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나 싶어 한 번 상태창을 불러보았다.

그러자 난생처음 보는 칭호가 이름 옆에 적혀 있었다.

김대규(초월자/외계인들의 왕)

Lv5. (32.00%)

생명력 9,999/9,999

마나 5240/5240

근력 524

민첩 510

지능 510

운 15(+5)

권위 53(+3)

대규는 상태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생명력이 9,999? 그 수치는 그전보다 거의 두 배나 오른 수치였다.

하지만 그만큼 오른 건 생명력뿐만이 아니었다.

마나 역시 5,000을 훌쩍 넘겼다. 그전엔 3,000 남짓한 수치였다.

이 정도면 마나 폭렬 스킬을 쓰지 않아도 쾌속 비행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더욱 놀라운 건 마지막에 적힌 권위 스탯이었다.

권위 스탯은 레벨이 오르면 바로 오르는 근력, 민첩, 지능 스탯과 달리 특정한 보상이나 이벤트, 혹은 권위를 올려 주는 특수 장비가 있어야 오르는 스탯이었다.

물론 반신반인, 혹은 한 부대를 통솔하는 신이 되면서 조금씩 오르긴 했다. 하지만 한 번에 20이나 확 오른 적은 없었다.

‘신에서 초월자가 됐다고 이렇게 오른 건가?’

게다가 자신의 이름 옆에 적혀 있는 칭호 역시 낯설었다.

그전까지 상태창의 이름 옆에는 자신의 지위, 혹은 육체의 등급이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후보생, 영웅, 그다음에 반신반인의 육체를 얻고 나선 세미데우스였다. 그리고 신까지 이르렀었다.

이젠 초월자 등급 육체를 얻었으니 초월자라 적힌 칭호는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 옆에 적힌 외계인들의 왕이란 칭호는 생소했다.

‘내가 아자토스의 왕좌를 차지해서 얻게 된 칭호인 것 같군. 문에 새겨진 조각도 변하고 칭호도 변하다니.’

그리고 세미데우스, 신 때와 달리 사용 가능한 스탯창은 사라졌다.

어쨌든 이제는 빨리 이곳을 나가서 부대 영웅들을 확인하러 가야 했다. 그리고 영웅들과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지금쯤이면 존이 염동력 스킬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거의 끝났을 거야. 링거 장치 안의 엘릭서 양이 얼마 남지 않았겠지.

대규는 영웅들이 전투를 벌였던 곳으로 날아갔다.

그곳에는 이미 전투를 마친 영웅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규 님이 오셨다!”

대규의 예상대로 부대의 영웅들은 아우터 갓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했다. 아군의 완벽한 승리였다.

그런데 대규를 본 영웅들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합니다……. 감히 미천한 저희가 대규 님의 존함을 함부로 불렀습니다.”

원래 자신을 불편해하긴 했지만 이 정도였나?

심지어 대장군인 지영조차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였다.

당황한 대규는 영웅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왜이러십니까?”

혹시 초월자 등급의 육체를 얻은 것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그때 대규의 머릿속에 한 광경이 떠올랐다.

바로 전투가 끝나고 신들의 왕 제우스가 자신의 주둔지를 찾아왔을 때의 광경이었다.

부대의 영웅들은 제우스의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벌벌 떨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초월자 등급 육체를 얻은 자신은 영웅들이 더욱 두려워하고 경배해야 할 대상으로 변모한 것 같았다.

‘좀 불편한걸.’

대규는 고개를 숙인 영웅들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고개를 드세요. 명령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빛의 속도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여전히 불편해보였다.

한편, 지영 역시 고개를 들어 대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대규 님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전보다 더더욱 그를 대하는 게 어려워졌다. 그전에도 상관으로서의 거리감은 있었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이제 대규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만드는 대상이 됐다.

지영은 그런 대규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기분은… 전투가 끝나고 신들의 왕인 제우스 님께서 찾아왔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야. 내 착각인 걸까?’

그러고 보니 대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황금빛이 그전보다 더욱 강렬해진 것 같았다.

대규는 이제 부대 영웅들 주변을 둘러보았다.

영웅들이 쓰러뜨린 아우터 갓들을 기괴한 모습으로 축 늘어진 채 시체가 됐다.

물론 아군 쪽에도 부상을 입은 영웅들이 몇몇 있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다.’

대규는 부상자들에게 회복 스킬 시나티오를 써서 그들의 상처를 낫게 해줬다. 그리고 존을 바라보며 물었다.

“존, 염동력 스킬 상태는 괜찮습니까?”

존이 장착하고 있는 링거 장치 속 엘릭서는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존은 대규를 바라보며 말했다.

“1분 정도 더 버티는 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위험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도록 하지요.”

대규와 영웅들은 신속하게 아자토스의 궁전을 빠져나갔다. 처음에 그들이 들어오자마자 막혔던 동굴의 입구는 이제 환하게 열려 있었다.

동굴을 빠져나온 뒤 대규는 투명이동결계를 쳐서 영웅들과 자신을 순식간에 주둔지로 이동시켰다.

영웅들은 주둔지의 땅을 두 발로 딛고 선 뒤 커다란 심호흡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후아! 두 발로 걷는 게 약간 어색한걸.”

“그러게. 우주 공간에선 계속 둥둥 떠다녔는데.”

그들이 주둔지에 도착하자마자 하늘에서 제우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판테온의 신들이여, 잘 듣거라. 이제야 모든 외계인 부대들이 전멸했다. 이제 새로운 판테온의 전쟁의 신이 탄생하였다. 신들은 당장 중앙 신전으로 모두 모여 주길 바란다.]

새로운 전쟁의 신이 탄생했단 말에 대규 부대의 영웅들은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

“대규 님이 해내셨다!”

그러다가 대규의 얼굴을 본 영웅들은 다시 고개를 숙인 채 경배 모드로 들어섰다.

지영은 대규에게 다가가 깍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규 님, 어서 가 보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지영 대장군이 영웅들을 통솔해 주세요. 전공 보상은 내가 중앙 신전에 다녀온 뒤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대규는 영웅들을 뒤로한 채 판테온의 중앙신전으로 향했다.

‘확실히 영웅들이 날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

대규는 중앙 신전으로 이동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영웅들은 그전보다 더욱 그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초월자 등급 육체 때문이겠지. 이건 별로 좋은 점은 아니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중앙 신전에 도착했다.

신전의 외관은 여전히 요새의 형태였다. 아무래도 티탄 신족과의 최후의 전투가 끝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제 전투는 그것 하나만 남았구나.’

티탄 신족과의 최후의 전투!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가 참여하는, 이 기간토마키아 최후의 전투였다.

그리고 이제 최후의 외계인 부대를 쓰러뜨린 대규 역시 그 전투에 당당히 일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대규는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 작업실에서 봤던 티탄 신족들의 상을 떠올렸다.

백색의 피부에 붉은 눈, 그리고 맨질맨질했던 민머리…….

좀 기괴하게 생긴 족속들이었다.

‘그들은 얼마나 강할까? 아자토스보다 훨씬 강하겠지? 흠, 상상이 되지 않는군.’

대규가 중앙 신전의 문 쪽으로 걸어가자 문지기 병사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대, 대규 님 아니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제가 몰라보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병사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 역시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대규는 평소보다 훨씬 허리를 숙이며 중앙 신전의 문을 열어 주었고, 대규는 신전 안으로 들어섰다.

신전 안에는 거대한 원탁이 있었고, 원탁엔 판테온의 신들이 미리 와서 빙 둘러앉아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레스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레스는 대규가 중앙신전에 도착하기 전 이곳에 가장 먼저 도착했었다.

새로운 전쟁의 신이 탄생했다는 제우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는 울화가 치밀어 올라 이곳으로 달려왔다.

아레스는 속으로 이를 부득 갈며 생각했다.

‘그 건방진 인간 출신 자식이… 크윽! 기어이 최후의 외계인 부대를 쓰러뜨렸단 말인가.’

자신이 몇천 년 동안 이어온 전쟁의 신 칭호를 대규에게 넘겨주려고 생각하니 참으로 속이 쓰렸다.

‘빌어먹을! 그 자식하고 전쟁의 신 칭호를 걸고 그런 내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한편 아레스 말고 표정이 안 좋은 신이 또 한 명 있었다.

바로 아폴론이었다.

아폴론 역시 똥 씹은 표정을 한 채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 하찮은 인간 출신 녀석이 우리 중에서 전쟁의 신이 된다니… 난 인정할 수 없다! 흥, 김대규 녀석, 이곳에 오기만 해 봐라. 내가 철저하게 무시해 주지!’

그때 신전의 문이 열렸고 낯익은 그림자가 보였다.

두 명의 남신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돌아보았다.

그들이 속으로 무지하게 욕해 댔던 대규가 거기 서 있었다.

하지만 대규의 얼굴을 본 순간 그들의 숨소리가 멎었다.

“허억!”

그들의 눈앞에 서 있는 건 평소 그들이 알고 있던 대규가 아니었다.

“뭐, 뭐지? 저분은…….”

아폴론과 아레스의 입에서 절로 대규를 향한 존칭이 튀어나왔다.

자신들의 아버지인 신들의 왕 제우스를 알현했을 때와 비슷한 경외감이 감돌았다. 대규의 몸에선 그들보다 훨씬 강도 높은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 아…….”

그들은 정신을 차리고 대규에게 눈을 흘기려 했다. 하지만 의지와 달리 그들의 고개는 절로 숙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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