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8
268화 아자토스 (10)
아우터 갓들은 딱히 어떤 형체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이상하고 추악한 괴물들이었다.
‘뭐 저런 것들이 다 있담.’
녀석들은 촉수들을 이용해 이상하게 생긴 악기를 들고 불어 댔다. 그 악기에서 기괴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동굴 입구에서부터 들었던 그 끔찍한 소리였다.
곧 공략집이 떠올랐다.
-차원의 틈 공략집-
몬스터 이름: 아우터 갓(Outer god)
보상: 이상한 플루트(odd flute)
특징: 우주의 심연부에 존재하는 외계인이자 변형된 신들이다. 아자토스의 궁전에서 아자토스의 시중을 들고 우주를 포식하는 그를 위해 끊임없이 연회 음악을 연주한다. 저들이 연주하는 악기인 이상한 플루트에선 알 수 없는 고대 외계의 힘이 나와 그들을 점점 더 강하게 만든다. 저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최우선적으로 저 악기를 빼앗거나 제거해 버려야 한다.
보유 스킬:
초급 연주-이상한 플루트로 초보적인 연주를 한다. 자신과 같은 동족 아우터 갓의 위력이 두 배 증가된다. 그 위력의 효과는 알 수 없다. 마나 소모 300.
중급 연주-이상한 플루트로 중급 수준의 악곡 연주를 한다. 자신과 같은 동족 아우터 갓들의 위력이 다섯 배 증가된다. 그 위력의 자세한 효과는 알 수 없다. 마나 소모 600.
고급 연주-이상한 플루트로 프로 수준의 고급 연회 음악을 연주한다. 자신과 같은 동족 아우터 갓들의 위력이 열 배 이상으로 증가된다. 그 위력의 자세한 효과는 알 수 없다. 마나 소모 900.
<아우터 갓에 대한 공략(하급)을 습득했습니다.>
<아우터 갓에 대한 당신의 공격력이 10% 상승합니다.>
<아우터 갓으로부터 아이템을 습득할 확률이 조금 높아집니다.>
<아우터 갓의 약점을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을 재생하시겠습니까? Yes/No>
저 문제의 악기부터 먼저 빼앗거나 부숴야겠군.
보아하니 녀석들이 지니고 있는 스킬들은 꽤 성가신 버프 스킬들인 것 같았다.
심지어 버프 스킬을 단계별로 갖추고 있었다.
버프 스킬의 경우 아군이 지니고 있으면 상당히 이득이고, 전투에 유리하지만 반대로 적군이 지니고 있다면 아주 성가신 스킬이었다.
다행히 녀석들은 별다른 공격 스킬은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선 저 악기부터 빼앗아 부수자. 성가신 스킬들을 발휘하기 전에 말이야.’
대규는 맨 앞에 있는 아우터 갓을 향해 달려가면서 녀석이 들고 있는 이상한 플루트를 뺏기 위해 손목에서 아라크네의 거미줄을 발사했다.
스르륵-
곧 단단한 거미줄이 녀석이 들고 있는 플루터에 휘감겼고, 대규는 거미줄을 힘차게 잡아당겼다.
물론 촉수로 플루트를 잡고 있는 녀석의 완력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곧 녀석이 촉수가 부들부들 떨렸고, 플루트가 서서히 빠져나왔다. 확실히 대규가 힘으론 우위에 있었다. 녀석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어쨌든 외계인의 부하 몬스터일 뿐이었다.
그때 아우터 갓이 흉측하게 생긴 주둥이를 쭈욱 내밀고 플루트를 불기 시작했다.
%^*%$$…….
이상한 음악 소리가 궁전 내부를 메우기 시작했다.
기괴했지만 나름대로 멜로디가 있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멜로디가 단순한 거로 보아 왠지 초급 연주 스킬인 것 같았다.
곧 점점 더 녀석의 힘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녀석의 촉수가 떨렸는데 지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역시 짜증 나는 버프 스킬이다. 저 녀석이 더 강력한 버프 스킬을 발휘하기 전에 악기를 빨리 부숴야 해.’
대규는 재빨리 벼락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레툼 익투스!”
파지직!
돌풍을 실은 화염벼락 검광들이 아우터 갓을 향해 사방에서 휘몰아쳤다.
녀석은 결국 수십 개의 화염 돌풍을 막지 못했다. 곧 녀석이 촉수로 휘감고 있던 플루트가 산산조각 났다.
이에 녀석은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예 다른 녀석들 역시 버프 스킬을 발휘하기 전에 저 플루트들을 골라서 파괴해 버리자!’
그러면 뒤에 따라올 부대의 영웅들이 쉽게 전투를 벌일 수 있을 것이다.
대규는 옵티뭄의 고삐를 잡아당긴 뒤 아우터 갓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녀석들이 들고 있는 이상한 플루트들을 향해 정확히 벼락검을 겨눠 휘둘렀다.
휘리릭-
늘어난 사슬검날이 정확히 플루트들을 두 동강 냈다.
이제 아우터 갓들은 빈손이 돼 버렸다. 그들은 플루트가 사라지자 몹시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규에게 바로 접근하지 못하고 몸을 사리고 있었다.
‘전의를 잃었군. 이대로라면 영웅들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지.’
그럼 이제 녀석들의 약점을 간파할 차례다.
대규는 영상을 틀어 녀석들의 약점을 살펴봤다.
저 추악하게 생긴 녀석들에게도 약점은 존재했다. 바로 저 촉수들과 점액, 거품 등 사이에서 흉측하게 빛나고 있는 눈동자였다.
그것은 일반적인 눈동자가 아니었다.
일단 눈동자를 구성하고 있는 부위 중 흰자의 비율이 이상할 정도로 넓었다. 그리고 거기엔 시뻘건 핏줄이 스멀스멀 올라와 충혈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이상한 건 눈의 검은자였다. 그것은 일반적인 눈동자의 검은자보다 훨씬 작았다. 마치 흰자에 점이 찍혀 있는 것 같았는데 아주 기괴했다.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신인 자신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저것이 녀석들의 약점이다. 빨리 영웅들에게 알려 줘야지.’
녀석들이 악기를 빼앗기고 저렇게 당황할 때가 찬스였다.
한편 뒤따라온 영웅들은 아우터 갓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고 있었다.
“뭐 저렇게 생긴 게 다 있어……?”
“히익! 지옥에서 올라온 추물이다.”
대장군인 지영 역시 헉,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대규는 뒤따라오는 영웅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녀석들이 스킬을 부리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는 제가 파괴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녀석들과 전투를 벌이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아우터 갓의 끔찍한 눈동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녀석들의 약점은 저기 보이는 저 눈동자입니다. 저걸 파괴하면 녀석들은 쓰러집니다. 그럼 제가 먼저 시범을 보여 주겠습니다.”
대규는 말을 마친 뒤 옵티뭄을 몰고 근처에 있는 아우터 갓 한 마리에게 달려갔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촉수들과 온갖 이빨을 재빨리 피한 뒤 곧 벼락검을 능숙하게 휘둘러 녀석의 눈동자에, 정확히는 그 작은 검은자에 검날을 내리꽂았다.
화르륵! 펑!
굉음과 함께 눈알이 터졌고, 걸쭉한 점액이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곧 녀석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져 죽어 버렸다.
그걸 본 나머지 아우터 갓들은 더욱 뒤쪽으로 도망쳐 버렸다.
‘좋았어. 녀석들의 전의가 더더욱 상실됐다! 이 기세를 몰아서 빨리 전투를 해야 해.’
대규는 존을 엄호하고 있는 라이펑을 바라보며 말했다.
“라이펑, 그대는 지금처럼 존을 엄호하며 후방을 맡아 주세요. 후방에서 존이 염동력 스킬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그대의 임무입니다.”
그리고 이번엔 지영 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녀는 어느새 처녀신 발키리의 빙의 상태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영 씨는 전방에서 영웅들을 진두지휘하면서 아우터 갓들을 격파해 주세요. 당황하지 말고 평소에 훈련했던 대로만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척척척!
곧 영웅들은 평소 전투 훈련을 할 때의 팀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럼 저는 보스인 아자토스를 해치우러 가겠습니다. 여러분께 이곳을 믿고 맡기겠습니다.”
대규가 말을 마치자마자 지영과 영웅들은 아우터 갓들에게 맹렬히 달려들었다.
아우터 갓들 역시 촉수들과 이빨, 온갖 흉측한 것들을 내밀며 영웅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의를 상실한 적군은 아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영웅들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대규 부대의 영웅들은 판테온의 정예 부대로 이름나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곧 그간 훈련의 성과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팀 단위로 움직이는 영웅들은 각각 아우터 갓을 포위한 뒤 각자의 스킬을 열심히 퍼부어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아우터 갓들은 완전히 포위당해 그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심지어 녀석들은 악기가 파괴돼 버프 스킬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잘한다.’
영웅들은 스킬로 아우터 갓의 힘을 빼놓은 뒤 녀석의 눈동자를 향해 각자의 무기를 들이밀었다.
푸욱! 푸욱!
여기저기서 점액들이 마구 솟아올랐다. 아우터 갓의 눈동자에서 분출된 것이었다. 그 점액들은 궁전 내부의 벽을 축축하게 적시기 시작했다.
‘이 정도라면 내가 없어도 되겠어.’
대규는 아우터 갓들과 상대하는 부대 영웅들을 뒤로하고 아자토스를 향해 궁전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곧 도착한 궁전의 깊숙한 곳엔 거대한 문이 있었다.
그 문에는 이상한 문양과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은……!’
그 문에는 대규가 상대해 왔던 외계인 몬스터들과 다른 판테온 신들이 상대했던 외계인 몬스터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 위에는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가 조각돼 새겨져 있었다.
‘뭐지? 이것이 아자토스인가?’
아무래도 모든 외계인들이 경배하는 거로 보아 저 운석같이 생긴 게 아자토스가 맞는 것 같았다.
‘그런데 딱히 정해진 형체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저 문에 새겨진 건 그냥 평범한 운석, 혹은 바윗덩어리 같은 느낌인데… 알 수 없군.’
대규는 일단 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아자토스의 모습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고오오-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렸고 그 안으로 들어간 대규는 깜짝 놀랐다.
‘으왓!’
그곳은 바닥이나 벽, 천장이 없는 이상한 공간이었다.
꼭 우주 공간 같았고, 칠흑 같은 암흑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의 가운데에는 거대한 왕좌 하나가 둥둥 떠 있었다.
왕좌는 역시 새카만 검은 색이었고, 그 주변에선 끊임없이 가스가 배출되고 있었다.
‘뭐지? 왜 왕좌가 비어 있는 거야?’
대체 아자토스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왕좌에서 배출된 가스들이 점점 한 지점에 뭉치기 시작했다. 가스들은 점점 주변의 먼지 같은 것들과 뒤섞여 커다란 덩어리를 이뤄 가고 있었다.
‘뭐야? 먼지 덩어리인가?’
대규는 그 덩어리를 가만히 살펴봤다. 그런데 이상하다. 점점 이 공간이 더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엔 몰랐는데 이젠 사우나처럼 엄청나게 뜨거웠다.
심지어 대규의 검에 장착된 악마의 화염보다 몇십 배는 뜨거운 것 같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자세히 보니 그 열은 먼지 덩어리의 한 가운데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대규는 가스가 뒤섞여서 폭풍을 이루고 있는 그 먼지 덩어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공략집이 떠올랐다.
-차원의 틈 공략집-
몬스터 이름: 아자토스(azathos)
보상: 외계의 힘이 깃든 스킬(등급 ???)
특징: 외계인 보스 몬스터들의 왕이자 우주 공간의 지배자. 우주 공간을 자기 마음대로 팽창하고 수축했다 한다. 아우터 갓들이 들려주는 연회 음악을 즐기며 그 음악을 들으면서 우주 공간을 마음대로 포식하거나 뱉어 내길 좋아한다.
특이점으론 별들의 진화 과정과 똑같은 순서, 과정을 거쳐 자신의 형태와 기질을 변화시킨다.
보유 스킬:
먼지 폭풍-먼지들과 수소들을 끌어모아 폭풍을 일으키며 뜨거운 열을 발산시켜 주변의 우주 공간을 포식한다.
핵융합 방출-먼지 폭풍에서 어마어마한 행융합 에너지를 방출해 엄청난 열과 에너지로 상대방의 존재를 말살하고 주변의 우주 공간을 포식한다.
거성의 빛-거성의 형태를 띠고 엄청나게 밝은 빛으로 상대방을 육체와 의식을 마비시키며 주변의 우주 공간을 포식한다.
초신성 폭발-마지막 단계 최후의 스킬로 한 은하를 날려 버릴 정도의 강력한 폭발을 구사하며 폭발을 하면서 여태껏 포식했던 우주 공간을 도로 뱉어낸다. 그리고 다시 먼지 폭풍 단계로 돌아가 스킬을 구사한다.
<아자토스의 스킬들은 특정하게 시전할 수 있는 스킬이 아니라 아자토스의 생리적 리듬 과정이자 삶의 일부입니다.>
<끊임없이 우주를 포식하고 뱉으며 위의 스킬들을 시전해 상대방을 날려 버립니다.>
<아자토스에 대한 공략(하급)을 습득했습니다.>
<아자토스에 대한 당신의 공격력이 10% 상승합니다.>
<아자토스로부터 아이템을 습득할 확률이 조금 높아집니다.>
<아자토스의 약점을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을 재생하시겠습니까? Yes/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