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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67화 (267/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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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화 아자토스 (9)

대규는 인피니투스 앞에 서 있는 영웅들을 향해 말했다.

“저는 신의 육체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존이 없어도 한 시간 동안은 이 공간에서 버티며 호흡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빨리 들어가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영웅들은 차례로 인피니투스 안에 들어갔다.

그 가방 안엔 딥원 부대도 있지만, 가방 내부의 공간은 구분돼있어서 그들이 한데 뒤섞일 위험은 없었다.

모든 영웅이 가방에 다 들어가고 난 뒤 대규는 인피니투스를 잠갔다.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그 스킬들’을 쓰는 것이다.

심장이 두근두근 약하게 요동쳤다.

바로 그 스킬들 중 하나는 전에 제우스에게 승전의 보상으로 받은 마나 폭렬 스킬이었다.

대규는 보유 스킬란의 맨 마지막에 적혀 있는 마나 폭렬 스킬의 상세 설명을 다시 한 번 읽어봤다.

[마나 폭렬-마나 한계량을 1분 동안 두 배로 높여 주는 스킬. 체내에 흐르고 있는 마나의 흐름을 비정상적으로 변형시켜 가능케 한다. 마나의 한계량은 높아지지만, 이 스킬 시전 시 그만큼 마나가 풀로 채워지진 않는다. 마나 소모 500.]

이 스킬을 써서 마나 한계량을 두 배로 높인 뒤 지니고 있는 엘릭서로 마나를 풀로 채운다.

그리고 두 번째 스킬을 사용한다.

바로 비야키의 비행 능력을 이용해 옵티뭄이 지니게 될 쾌속 비행 스킬!

쾌속 비행 스킬은 마나를 5,000이나 사용하는 마나 대용량 스킬이지만 그 속도는 분명 광속에 가깝다고 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블랙홀이 강력한 중력을 발산해 잡아들이기 전에 빨리 피해 달아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자토스의 궁전에도 더욱 빠르게 도착할 거고 말이야. 일석이조야.’

대규는 마나 폭렬 스킬을 사용했다.

두근!

“허억!”

입이 벌어지며 저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곧 심장이 터질 듯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심장박동이 너무 커서 머리 전체, 아니 온몸이 울릴 지경이었다.

‘이거 잘되고 있는 거 맞나?’

그리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플렉서블 바디 스킬을 쓸 때마다 느꼈던 울렁거림은 장난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심각했다. 게다가 온몸에서 뜨겁게 열이 나고 있었다.

이것이 체내에 흐르고 있는 마나의 흐름을 변형하는 과정인 건가?

몹시 괴로웠다.

시야가 점점 흐려졌고 대규는 눈을 감았다 떴다.

번쩍!

그러자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울렁거림도 가라앉고 심장박동도 안정적으로 돌아왔다.

‘다 된 건가?’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마나 한계량은 그전보다 정확히 두 배로 늘어났다.

“됐다.”

그럼 이제 쾌속비행 스킬을 쓸 때다.

그 전에 먼저 엘릭서를 복용해 늘어난 마나 한계량만큼 마나를 채워야 한다.

‘빨리, 빨리! 이 마나한계량이 지속될 수 있는 시간은 1분뿐이니까.’

재빨리 엘릭서 1병 용량을 마신 뒤 황금의 벌꿀 술을 연달아 마셨다.

그러자 보유 스킬란에 쾌속 비행 스킬이 떠올랐다.

[쾌속 비행-비행 속도를 급격하게 끌어 올려 광속으로 날아오르는 스킬. 도망에 요긴하며 대기의 흐름을 엉망으로 만들어 적에게 간접적이지만 강력한 공격을 가한다. 마나 소모 5,000.]

재빨리 그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순간,

“으아앗!”

자신과 옵티뭄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들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리던 공간들은 이제 바위에 부딪힌 파도처럼 산산이 조각나며 무너지고 있었다.

‘이게 쾌속 비행이라고? 잠깐만…….’

대규는 자신이 완전히 착각하고 있다는 걸 곧 깨달았다.

공간이 흔들리고 무너지는 게 아니었다. 자신과 옵티뭄이 미칠 듯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서 주변의 공간이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었다.

마치 빠르게 달리는 열차에 탄 뒤 열차가 달리고 있는 열차 밖의 레일을 보면 그것들이 빠르게 지나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는 것과 비슷했다.

이 광속의 속도에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오려 했지만 입을 열 수도 없었다.

너무나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라 대기의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따라서 입을 자유자재로 벌릴 수도,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이것이 바로 광속의 스피드인가?’

심지어 자신의 얼굴 피부가 뭉개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엄청난 압력에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기도 했다.

대규는 정신을 차리고 공략집의 지도창을 불러냈다.

공략집의 창은 대규가 아무리 광속의 스피드로 움직이고 있다 해도 주변의 공간들처럼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

그것은 대규의 신체 외부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창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이럴 수가!’

지도창을 확인한 대규는 깜짝 놀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저 멀리 떨어져 있었던 아자토스의 궁전에 몹시 빠른 속도로 다가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속도야?’

하지만 그런 의문이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자신이 쓸 수 있는 스킬들 중 물리적 법칙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 순간 지도창에 빨간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다른 장애물들이었다. 이곳은 아직도 장애물 구역이었다.

운석들과 행성들이 대규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그것들은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휘이익-

콰지직!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비행하니 날아온 장애물들은 대규 주변에 형성되는 공기의 흐름에 닿기만 해도 바로 가루가 돼서 사라져 버렸다.

한마디로 자신은 지금 날아다니는 무기 그 자체였다.

확실히 스킬의 설명처럼 이 쾌속 비행 스킬은 단순히 빠르게 날아가 이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기의 흐름을 변형시켜 적에게 공격까지 입힐 수 있는 스킬이었다.

‘괜히 마나를 5,000씩이나 소비하는 스킬이 아니었어.’

운석들을 몇 분 동안 가루로 만들자 장애물 구역이 끝났다. 그 말인즉슨, 블랙홀의 무시무시한 영향으로부터도 벗어났단 뜻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비행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스킬의 지속 시간이 끝난 것이었다.

일석이조로 아자토스의 궁전도 코앞에 도착한 상태였다.

‘이곳은 보통의 우주 공간보다 훨씬 새까맣군.’

본래 우주라는 곳이 새카만 하늘로 뒤덮여 있지만 그래도 그 새카만 하늘에 알알이 박혀있는 별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은 전혀 아니었다.

빛나는 별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한두 개 정도가 겨우 희미하게 빛을 발할 뿐이었다.

완벽하게 암흑에 둘러싸인 공간이었다.

‘괜히 우주의 심연부가 아니군.’

어쨌든 이제 아자토스의 궁전에 들어갈 차례였다.

대규는 인피니투스를 꺼내 열고 323명의 영웅에게 나오라고 명령했다.

다행히 존은 가방 안에서 염동력을 잘 발휘하고 있었다. 가방 밖으로 나온 영웅들은 우주의 심연부를 보고 놀라서 물었다.

“후아, 여기가 대체 어딥니까?”

“새카만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군요.”

암흑의 공간은 두려움마저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대규는 영웅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이 바로 우주의 심연부입니다. 이제 조금만 더 전진하면 적진인 아자토스의 궁전이 나타납니다.”

대규는 존을 등 뒤에 태우고 옵티뭄을 몰아 궁전으로 향했다. 나머지 영웅들은 대규와 옵티뭄의 뒤를 따랐다.

얼마 후 눈앞에 거대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암흑의 공간 한가운데 둥둥 떠 있었는데 꼭 거대한 암석, 혹은 운석처럼 생겼다.

그런데 한가운데 빈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구멍은 꼭 깊은 동굴의 입구 같았다.

이것이 아자토스의 궁전인가?

하지만 그 동굴의 입구엔 별다른 문이 달려 있거나 하지 않았다.

그걸 본 대규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들어가면 분명 아자토스를 해치우고 왕좌를 점령할 때까지 못나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대규는 우선 동굴의 입구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런데 입구에 도달하자 동굴의 안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언어도 아니고 울음소리나 신음도 아니었다.

상당히 기괴하고 끔찍한 소리였다.

“으윽, 이게 무슨 소리야.”

“기분 나빠.”

영웅들은 모두 귀를 막았다. 대규 역시 귀를 막았다. 하지만 그 소리는 귀를 막아도 생생히 들려왔다. 심지어 뇌 전체를 울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쇠로 철판을 긁는 것보다 훨씬 소름 끼쳤고, 두려움과 기괴함이 절로 드는 소리였다.

‘뭐지? 꼭 음악 소리 같기도 하고…….’

그때 대규는 외계인 몬스터들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자토스의 궁전에선 분명 녀석의 부하들인 아우터 갓들이 아자토스를 위해 연회 음악을 연주한다고 했었다.

‘이것이 그 음악 소리인가? 하긴, 외계인들도 그 음악 소리를 싫어한다고 했었지. 들어보니 그럴 만하군.’

물론 여태껏 상대했던 외계인들이 내는 기괴한 울음소리도 썩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냈던 소리는 이 음악 소리에 비하면 정말 천상의 아리아였다.

대규는 귀를 막고 있는 영웅들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먼저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자신이 이 동굴 같은 궁전에 먼저 들어가 아자토스의 부하 외계인인 아우터 갓을 제일 먼저 봐야 한다. 그래야 녀석들의 약점과 정보가 적힌 공략 정보를 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자신이 공략집 정보를 빠르게 보고 뒤따라오는 부하 영웅들에게 녀석의 약점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아우터 갓들과의 전투는 부하 영웅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이 궁전의 최종 보스인 아자토스를 해치우러 간다.

물론 존은 지영과 라이펑에게 맡길 것이다.

존은 이 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와 함께 선두에 섰다가 외계인들에게 공격받으면 큰일 난다.

그리고 아자토스와 전투를 벌일 때는 대규 혼자 궁전의 깊은 곳으로 갈 것이다.

어차피 자신은 신의 육체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한 시간 동안은 멀쩡하다.

‘한 시간 동안 녀석을 해치워야 한다.’

이 전투는 빨리 끝날수록 덜 위험해진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아군만 불리해진다. 존의 염동력 스킬도 한계가 있고, 애초에 이곳 우주 공간은 대규와 아군들이 전투를 벌이기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다.

일단 대규는 존의 엘릭서 링거에 엘릭서를 보충하기로 했다.

벌써 그가 소비한 엘릭서의 양은 30병이 넘었다. 링거엔 절반도 안 되는 양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존, 잠깐만 이리로 오세요.”

대규는 보관함에서 엘릭서를 꺼내 링거의 빈 공간을 채운 뒤 영웅들에게 말했다.

“이제 존은 여러분과 같이 후방에 있게 될 겁니다. 제가 선두에 서서 부하 몬스터들을 해치운 뒤 여러분들께 녀석들의 약점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녀석들을 상대하게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대규는 동굴의 입구로 들어갔다.

영웅들도 그를 따라 들어왔고, 323명이 동굴 궁전에 들어오는 순간,

쿠구궁!

“이게 무슨 소리지?”

“저, 저기 좀 봐! 동굴의 입구가!”

굉음과 함께 동굴의 입구가 빠르게 닫혀 버렸다.

이제 대규와 영웅들은 이곳에 갇힌 것이다. 이곳에서 빠져나가려면 전투에서 승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영웅들과 대규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아자토스의 궁전에 입장하셨습니다. 아자토스를 해치우고 그의 왕좌를 차지하기 전까지 이 궁전의 입구는 열리지 않습니다.]

그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왕좌를 기꺼이 차지해 주마.

대규는 공략집의 지도창을 열고 동굴 궁전의 안쪽으로 들어가다.

아자토스가 있는 곳은 동굴의 가장 깊숙한 곳인 것 같았다. 그리고 아군의 앞쪽엔 붉은 점들이 잔뜩 포진해 있었다.

‘바로 아우터 갓들이겠지.’

대규는 아우터 갓들이 있는 쪽으로 옵티뭄의 고삐를 몰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곧 앞쪽에서 꿈틀거리는 이상한 형체와 그놈의 기괴한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어디 정체를 드러내보시지!

곧 아우터 갓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친…….”

그것들은 아주 끔찍하게 생겼다. 거인이나 짐승형 몬스터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주샤콘이나 크투가처럼 돌풍, 화염처럼 다른 고유한 물질로 구성된 것도 아니었다.

녀석들은 이상한 괴물과 악마, 온갖 잡것들을 다 합쳐 놓은 것 같은 형상이었다.

잔뜩 충혈된 눈알에 날카로운 송곳니, 여기저기 돋아난 촉수와 끈적한 점액, 부글부글 걸쭉하게 끓는 이상한 거품들 등이 한데 모여 엉켜 있었다.

꼭 누군가가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것들을 한 그릇에 담고 그대로 합쳐 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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