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6
266화. 아자토스 (8)
존은 결국 대규의 등 뒤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제 전투에 출전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바로 지영의 전쟁의 축복 버프 스킬을 영웅들에게 시전하는 것이다. 대규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싶었다.
곧 지영이 버프 스킬을 걸어 줬고, 영웅들의 능력들이 각각 업됐다.
그럼 이제 정말 출전을 해야 할 때였다.
대규는 자신과 영웅들의 몸 주변에 투명 이동 결계를 친 뒤 우주 공간으로 이동했다.
눈을 뜨자 망망대해 광활한 우주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칠흑같이 암흑이 펼쳐져 있고, 보석처럼 빛나는 별들이 알알이 박혀 있었다.
곧 존이 바로 염동력 스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흐아압!”
영웅들은 곧 능숙하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런데 확실히 영약 엘릭서의 효과 때문인지 존은 염동력 스킬을 계속 발휘하고 있어도 평소처럼 땀방울을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표정은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역시 엘릭서를 계속 공급한 보람이 있군.’
대규는 공략집의 지도창을 켰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한참 동안 쭉 가면 우주의 심연부 아자토스의 궁전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그 앞에 있는 장애물 구역이다.
곧 붉은 점들이 대규와 영웅들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여러분, 모두 조심하……!”
슈우웅-!
대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엄청나게 커다란 운석들이 영웅들을 향해 날아왔다.
심지어 몇몇 운석의 꼬리엔 불길까지 붙어 있었다.
“으아앗!”
콰직-
영웅들이 당황하는 사이, 라이펑이 나가 검을 휘둘러 운석을 산산조각 냈다.
“역시 라이펑 장군님이시다!”
하지만 칭찬은 일렀다.
사방에서 운석과 소행성들이 무자비하게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장애 지역의 첫 번째 장애물 소행성대와 부딪힌 것이다.
쉬이익!
쿠구궁!
라이펑은 열심히 검을 휘두르며 영웅들에게 말했다.
“다들 당황하지 말고 운석들을 차례로 파괴하십시오! 훈련때처럼 팀을 짜서 이동!”
“넵. 알겠습니다, 장군님!”
영웅들은 라이펑의 명령을 신속하게 들었다. 대규가 엘릭서와 링거 장치를 만들기 위해 부대의 주둔지를 비운 사이 라이펑과 지영이 영웅들을 통솔해 왔다. 그래서 그런지 라이펑은 영웅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폼이 능숙했고 영웅들 역시 그의 말을 잘 따랐다.
영웅들은 평소 전투 훈련때 했던 팀으로 대형을 이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운석들은 아까보다도 더욱 맹렬하게 아군을 향해 날아왔다.
심지어 날아오는 속도와 궤도들도 제각각이었다.
대규는 우선 자신의 뒤에 타고 있는 존에게 와이드 프로텍팅, 즉 방어 결계 스킬을 써서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가 염동력 스킬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큰일이 나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머지 영웅들에겐 제대로 방어 결계 스킬을 해 주지 못했다.
우선 날아오는 운석을 여유롭게 파괴할 수 있는 영웅은 라이펑과 지영, 그리고 전체의 20%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 영웅들은 운석들을 피하는 데 바빠 앞으로 전진도 못 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아자토스의 궁전에 진입하게 되는 시점이 느려질 거야.’
엘릭서를 넉넉하게 만들어 왔다고 하지만 어쨌든 한계가 있었다.
여기서 많은 시간 동안 발목이 잡힌다면 나중에 아자토스 궁전에서 전투가 벌어졌을 때 존이 염동력 스킬을 발휘못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몰랐다.
‘최대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대규는 와이드 프로텍팅을 다시 시전하기로 했다.
여태까지 그 스킬을 우주 공간에서 써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영웅들은 공격도 못 하고, 전진하지도 못한다.
와이드 프로텍팅을 다시 시전하자 영웅들의 팀별로 각각 투명한 방어 결계가 형성됐다.
커다란 운석들을 완전히 막아내는 건 무리였지만 작은 운석들은 방어 결계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지금이다!”
방어 결계의 효과를 확인한 영웅들이 운석들을 열심히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무기를 휘두르고 스킬을 시전할 때마다 우주 공간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지직!
쾅쾅쾅!
커다란 운석들이 작은 가루로 파괴돼 우주 공간에 흩날렸다. 꼭 우주 공간에 반짝이는 서리가 내리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아름답군. 이런게 은하수인걸까? 참, 감탄할 때가 아니지!’
대규는 왼손으로 와이드 프로텍팅을 시전하면서 동시에 오른손으로 불카누스의 벼락검을 휘둘렀다.
물론 지금 현재로선 와이드 프로텍팅 스킬을 시전하고 있어서 동시에 레툼 익투스와 같은 공격 스킬을 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돌풍의 조각을 단 벼락검은 꼭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도, 단순히 물리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위력이 엄청날 것이었다.
그리고 대규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휘릭-
휘이이잉-
화르르륵!
벼락검을 살짝 휘둘렀을 뿐인데 거대한 불꽃 돌풍이 운석들을 향해 날아갔다.
펑!
불꽃 돌풍을 맞은 운석들은 폭발하듯 터져 버렸다. 꼭 우주 공간에 거대한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것 같았다.
대장군인 지영 역시 열심히 운석들을 쳐 부수고 있었다. 물론 발키리 처녀신이 빙의한 상태였다.
얼마 후 대규 부대의 영웅들은 소행성대를 무사히 벗어났다.
다른 영웅들이 자잘한 상처를 입은 데 비해 대규와 함께 옵티뭄을 타고 있는 존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규가 존에겐 더욱 강력한 와이드 프로텍팅을 걸어 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야 영웅들이 숨을 잘 쉬면서 전투를 할 수 있다.
존의 손에선 여전히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공략집의 지도창으로 확인해 보니 산소들은 안정적으로 대규와 영웅들이 있는 공간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호흡곤란 같은 문제가 벌어질 일이 없다.
‘여태까진 별문제가 없다.’
대규는 선두에 선 채 뒤에 있는 영웅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럼 이제 아자토스의 궁전을 향해 전진합시다!”
와아아아!
영웅들은 긍정의 의미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아군의 부대는 아자토스의 궁전이 있는 동쪽으로 열심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대규는 영웅들의 선두에 서서 날아가고 있었다.
얼마나 이동했을까.
광활한 우주공간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장애물 구역치고 별거 없는데?’
그런데 얼마 후 존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크으윽…….”
대규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뒤 존에게 물었다.
“존, 왜 그럽니까?”
“대규 님, 큰일났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존은 그들이 향하고 있는 동쪽 방향 저 앞쪽을 바라보며 다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저 앞쪽에서 무언가 강력한 것이 산소를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제 염동력보다 훨씬 강력한 인력을 발휘해서… 크으윽…….”
존은 이를 악물고 염동력 스킬을 필사적으로 구사하고 있었다. 여태껏 그 수많은 훈련을 했을 때도 저런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게다가 링거에 담긴 엘릭서의 양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만큼 존이 염동력 스킬을 강하게 시전하고 있단 뜻이었다.
‘대체 무엇이지?’
대규는 지도창을 확인해 봤다.
존의 말은 사실이었다. 무언가 강력한 것이 그들이 가는 동쪽 방향 전방에 있는 것 같았다.
그 증거로 존이 끌어모은 하얀 점들, 즉 산소들이 빠른 속도로 전방을 향해 달아나고 있었다.
그 바람에 대규 뒤에서 쫓아오는 영웅들은 조금씩 호흡 곤란 상태에 빠지고 있었다.
“허, 허헉… 왜 이러지? 숨을 쉬는 게 갑자기 힘든데…….”
“헉, 헉!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후방에서 보다 못한 라이펑이 대규를 향해 외쳤다.
“대규 님, 큰일 났습니다! 영웅들의 상태가……!”
“알고 있습니다!”
빨리 전방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했다.
대규는 신의 눈을 발동해 저 멀리 전방에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곧 무언가를 발견한 대규의 눈동자가 커졌다.
“……!”
그것은 우주 공간 한가운데 생겨난 거대한 구멍이었다. 꼭 땅에 뚫리는 거대한 동공 싱크홀같이 생겼다.
그런데 그 구멍 주변에 있는 별들과 행성들이 구멍 속으로 강하게 끌려들어 가고 있었다. 산소들도 그 안으로 끌려들어 가는 것 같았다.
‘설마 저건… 블랙홀?’
검은 구멍은 탐욕스럽게 주변의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심지어 우주 공간 자체가 일그러지면서 구겨지듯 천천히 구멍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뭐 저런 게 다 있어?’
대규는 넋 놓고 블랙홀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공략집이 떠올랐다.
-차원의 틈 공략집-
장애물 이름: 블랙홀(Blackhole)
특징: 글자 그대로 검은 구멍을 뜻하며 과학적으로는 ‘중력장이 극단적으로 강한 공간’을 의미한다. 몬스터처럼 해치울 수 없으며 엄청나게 강한 중력(인력)으로 물체들을 끌어당기고 흡수해 버린다.
저건 몬스터나 방금 공격해온 소행성대의 운석들처럼 해치울 수 있는 존재도 아니었다.
심지어 블랙홀이 구멍 바로 앞쪽에서 물체들을 끌어당기는 힘은 빛보다도 빠르다고 했다.
게다가 엄청난 중력으로 물질을 끌어당겨 저 안에 빨려들어 가면 절대 탈출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대체 얼마나 멀리 있는 거지?’
신의 눈으로도 매우 작게 보이는 거로 보아 꽤 멀리 있는 것 같았다.
‘하긴, 우리들은 아직 끌려들어 가고 있지 않고 있으니.’
다행히 대규와 존, 그리고 영웅들은 아직까지는 블랙홀의 무서운 중력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질량을 지닌 산소들만이 이곳에서도 빠르게 끌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대규와 영웅들은 인간의 육체가 아니라서 이 정도 거리에서도 블랙홀의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같았다.
‘인간이라면 벌써 빨려들어 갔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상태로 계속 전진한다면 대규와 영웅들도 산소들처럼 빠르게 저 안으로 끌려갈 것이다.
게다가 지금 산소들이 빠르게 빨려들어 가고, 있는 탓에 부대의 영웅들은 점점 호흡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어떡하지? 저것을 쓰러뜨릴 수는 없고…….’
대규는 공략집을 다시 한 번 발동시켜 본다. 블랙홀에 대한 획기적인 전략이 나오길 빌면서 말이다.
그러나 공략집에 떠오른 메시지창은 다음과 같았다.
<블랙홀은 몬스터가 아니라 순수한 우주의 현상이므로 해치울 수 없습니다. 대신 블랙홀을 피해서 가야 합니다.>
<블랙홀로부터 1,000km 이내에 접근하게 되면 신의 육체를 지닌 자도 빨려들어 가게 됩니다. 그 반경 밖에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블랙홀로부터 달아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신의 육체를 지닌 자도 빨려들어 간다고? 뭐 저런 이상한 녀석이 다 있냐.
어쨌든 지금 현재로서 대규와 영웅들은 빨려들어 가고 있지 않다. 그 말은 이곳의 위치가 블랙홀 중력 작용의 반경 밖이라는 것이다.
‘그럼 이곳에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아나야 한다.’
곧 대규는 옵티뭄의 고삐를 잡아당겨 녀석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323명의 영웅을 바라본 뒤 신의 목소리를 써서 큰 소리로 말했다.
“모두 전진하지 말고 멈춰 주세요.”
대규의 명령에 따라 영웅들은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자 라이펑이 대장군인 지영 대신 대규에게 물었다. 지영은 지금 처녀신이 빙의돼 있는 상태라 대규에게 뭘 물어볼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대규 님,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라이펑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왜냐면 자신을 포함한 영웅들은 점점 호흡하기 힘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규는 영웅들에게 솔직히 말했다.
“저 앞쪽에 거대한 블랙홀이 있습니다. 그래서 산소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더 전진하게 되면 우리들은 모두 그 안으로 빨려들어 가게 됩니다. 심지어 신의 육체를 지닌 저두요.”
그 말에 영웅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대규는 보관함에서 자신이 지닌 무한의 가방 인피니투스를 꺼냈다. 그리고 가방의 입구를 연 뒤 영웅들에게 말했다.
“모두 이곳으로 들어가 주십시오.”
“예에?”
영웅들이 놀라서 묻자 대규가 대답했다.
“작은 가방처럼 보여도 이곳은 저의 아공간입니다. 제가 블랙홀을 무사히 통과할 동안 여러분들은 안전히 이 가방 안에 있으면 될 겁니다. 물론 존도 여러분과 같이 들어갈 것이니 숨을 쉬는 데 문제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 대규 님은……?”
“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대규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 스킬들을 처음으로 써 보게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