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2
262화 아자토스 (4)
벌써부터 걱정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존이 잘 버텨 내리라고 믿는 수밖에’
대규는 323명의 부대 영웅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적이 있는 장소인 아자토스의 궁전으로 가기 위해서 우리는 우주 공간의 소행성대, 블랙홀, 웜홀 등이 있는 장애물 지역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궁전으로 들어가 아자토스의 부하 몬스터인 아우터 갓과 아자토스를 해치워야 하지요. 장애물 지역을 통과할 때부터 존의 염동력 스킬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당연한 얘기다. 장애물 지역도 우주 공간의 일부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존이 염동력 스킬을 발휘하는 동안은 내가 그를 지킬 것입니다. 존이 공격을 받으면 우리 모두 큰일에 처할 테니까요. 존이 염동력을 발휘하는 사이 여러분들은 장애물 지역을 재빨리 통과해 가고, 아자토스의 궁전에 도착해 부하 몬스터인 아우터 갓들을 해치우면 됩니다.”
대규는 이제 지영과 라이펑을 바라보며 이렇게 덧붙였다.
“특히… 제가 존을 보호하느라 발이 묶여 있는 만큼 라이펑과 지영 대장군께서는 나머지 영웅들을 잘 통솔해 아자토스의 궁전으로 빨리 들어가십시오. 여태까지도 제가 없을 때 부대를 잘 통솔했으니 그대로만 하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연습을 한번 시작해 봅시다. 존, 이리 나와 주세요.”
그러자 존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대규 님, 저는 사실 불안합니다. 제가 여태까지 염동력 스킬을 써 본 건 길어 봤자 10분 남짓이었습니다.”
그 말에 대규는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옆에서 마나를 회복시켜 줄 테니까 마음껏 연습하세요.”
대규는 보관함에 수북이 쌓인 마나 회복 포션들을 꺼냈다.
100개의 마나 회복 포션을 본 존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대규 님이 말한 것처럼 중력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정도가 되려면 상당히 강력한 염동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주 공간에 희박하게 흩어져 있는 산소들을 강력하게 끌어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선 산소들이 산산이 흩어져서 몹시 희박하다.
정확히는 인력이 강한 별들이 우주 공간의 산소들을 자기 별 쪽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지구 역시 중력을 이용해 우주 공간의 산소들을 끌어들여 생명체들이 숨을 쉴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존은 그러한 별들이 지닌 중력보다 더욱 강력한 인력을 발휘해 영웅들이 호흡할 수 있을 만한 산소들을 끌어당겨야 했다. 그래야 영웅들이 자유자재로 우주 공간에서 호흡하며 전투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때 지영이 대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대규 님, 이곳에서 훈련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이곳은 우주 공간과 달리 산소가 충분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이곳에서 숨을 멀쩡하게 쉴 수 있는데요.”
그러자 대규 대신 존이 그녀에게 대답했다.
“인력과 척력을 만드는 염동력 스킬의 원리는 동일합니다. 대신 그 강도를 얼마나 컨트롤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만약 제가 이곳에 밀집된 산소들을 흩어지게 만드는 강력한 척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반대로 우주 공간에서 산소들을 끌어모을 인력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염동력 스킬은 그런 원리로 움직입니다.”
“그렇군요.”
“그러니까 제가 이곳에서 영웅들이 호흡을 못 할 정도로 산소들을 희박하게 만드는 척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면 우주 공간에선 그만한 강도의 인력을 발휘해 영웅들을 숨 쉴 수 있게 만들 수 있단 말입니다.”
그때 대규가 그에게 말했다.
“그럼 설명은 됐고, 한번 해봅시다.”
그 말에 존은 고개를 끄덕인 뒤 지영과 라이펑을 포함한 부대의 영웅들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면 됩니다.”
영웅들은 각자 서서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존은 두 팔을 들어 염동력 스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의 두 팔 끝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빛은 점점 짙어졌고, 영웅들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웅들은 전혀 호흡하는 데 지장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반면 존의 이마에선 벌써부터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존의 마나가 순식간에 닳은 게 느껴졌고, 대규는 그에게 재빨리 마나 회복 포션을 먹여 준 뒤 영웅들을 보며 물었다.
“어떻습니까?”
하지만 영웅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어어… 살짝 귀가 먹먹하긴 한데, 숨을 못 쉴 정도는 아닙니다.”
“꼭 비행기를 탔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침을 삼키니까 멍멍한 귀가 뚫리네요.”
확실히 존의 염동력이 아예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이곳에 모여 있던 산소들이 존의 염동력이 발휘하는 척력 때문에 흩어지고 있는 것 같긴 했다.
그 증거로 지금 영웅들이 보이는 반응은 산소가 상대적으로 희박한 고산지대, 즉 높은 고도의 위치에서 보일 법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영웅들의 육체는 일반 인간의 육체가 아니라 반신반인 세미데우스였다. 그들이 귀에 먹먹함을 느낄 정도라면 아마 일반인들은 숨을 쉬기 힘든 상태에 도달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정도 갖고는 우주에서 자유자재로 호흡하는 건 무리야.’
영웅들이 이곳에서 호흡이 불가능할 정도의 척력을 발휘해야 우주 공간에서 마음대로 호흡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산소들을 끌어당기는 인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론 우주에서 캑캑대다가 곧 호흡 불능이 될 거야.’
대규는 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존, 제가 마나를 회복시켜 줄 테니 다시 한 번 해 봅시다.”
“크으윽, 알겠습니다…….”
존의 이마에선 땀이 한 바가지 쏟아져 내렸고, 그의 두 팔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존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그의 두 손에서 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공기들이 파장을 이루며 떨렸다.
정확히 일주일이 지났다.
“흐으읍!”
존이 기합을 내지르며 염동력을 발휘했다.
그러자 주둔지 평원에 모여 있던 영웅들이 자신의 목을 붙잡으며 캑캑거리기 시작했다.
“캐, 캐캑!”
“흐읍!”
영웅들의 얼굴은 곧 보랏빛으로 변했다. 꼭 목을 졸렸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됐어요, 그만!”
대규는 손을 들어 존을 제지시켰다.
그제야 존은 두 팔을 내리고 평원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그제야 영웅들은 기침을 해대며 숨을 쉬기 시작했다.
“후아아, 살 것 같다!”
존이 기쁜 표정으로 대규를 바라보며 외쳤다.
“서, 성공입니다!”
훈련 일주일 만에 존은 염동력 스킬을 이용해 대기 중의 산소를 강력하게 몰아내는 척력을 발휘하게 됐다.
이 정도 힘이라면 우주 공간에선 희박하게 흩어진 산소들을 끌어모을 인력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단하다. 이렇게 빨리할 줄은 몰랐는데.”
대규는 속으로 감탄을 하며 존을 바라보았다.
물론 일주일이라지만 그동안 존이 소비한 마나 회복 포션 양 역시 만만치 않았다.
대규는 땅바닥에 쌓인 빈 마나 회복 포션병들을 바라보았다.
하루에 약 100개씩, 총 700개가 넘는 포션을 소비했다.
하지만 대규는 그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대규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존에게 자신의 팔을 내밀며 말했다.
“존, 수고 많았습니다.”
존은 그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주일 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당신이 누구보다도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걸 아주 잘 압니다.”
말을 마친 대규는 자신이 붙잡고 있는 존의 팔뚝을 바라보았다.
그의 두 팔은 퉁퉁 부어올랐고, 혈관이 울퉁불퉁 기괴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꼭 하지정맥류가 두 팔에 생긴 것 같았다.
아무래도 단기간에 염동력 스킬을 무리해서 부린 결과인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존은 피나는 노력을 한 것이다.
우선 시나티오 스킬로 그의 몸을 회복시켜 줬다.
어쨌든 이걸로 우주에서의 호흡 문제는 해결됐다.
‘정말 다행이다.’
대규는 존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이 훈련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건 그간 피나는 노력을 한 것에 대한 대가입니다.”
그리고 존에게 자신이 지닌 신의 축복 스킬을 시전했다.
그러자 존의 머리 위쪽에 반짝이는 가루 같은 것이 떨어졌다.
그 가루들은 순식간에 존의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오, 오…….”
존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의 눈앞에 이런 메시지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규 신이 축복을 내렸습니다. 마나 한계량이 100 상승했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한편 대규는 자신의 축복 스킬이 존에게 어떤 능력을 줬는지 궁금해졌다.
신의 축복 스킬은 축복을 내리는 건 신의 자유지만 어떤 능력을 주는지는 랜덤이었다. 대규가 정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존에게 물어봤다.
“어떤 능력을 얻었습니까?”
“대규 님 덕분에 마나 한계량이 상승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염동력 스킬을 계속해서 발휘하려면 마나 한계량이 높을수록 좋다. 어차피 전투에선 마나를 풀로 채워 주는 엘릭서 영약을 끊임없이 복용할 테니 마나 한계량이 높을수록 유리했다.
대규는 부대의 영웅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존의 염동력 훈련은 이만하면 됐으니 전투 훈련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싸워 왔던 팀별 전형을 만들어 주세요.”
“넵!”
착착착.
영웅들은 대규가 명령하자마자 일사천리로 팀별 전형을 이뤘다.
아자토스의 궁전엔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어서 부하 몬스터를 잡아 올 수 없었다. 하지만 소환의 반지엔 영웅들을 훈련시킬 몬스터들이 많았다.
기간테스 미마스도 있고 다른 외계인 보스 몬스터들도 있었다.
대규는 외계인 모스 몬스터들과 기간테스 미마스를 불러낸 뒤 이렇게 명령했다.
“너희는 이제 앞으로 내 부대 영웅들의 훈련 상대가 돼야 한다. 너희가 지닌 힘을 조절해서 영웅들의 전투 실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도록 하라.”
“네, 알겠습니다.”
외계인 보스 몬스터들과 미마스는 각 팀에 다가갔다.
그리고 대규는 지영과 라이펑을 불러 이렇게 당부했다.
“영웅들이 훈련하는 동안 이곳을 두 분이 맡아 주십시오. 저는 잠시 다녀올 데가 있어서요.”
일전에 파베르에게 의뢰해 둔 링거 장치와 센텐티오에게 엘릭서 100병을 받아 와야 했다.
“알겠습니다.”
지영과 라이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대규는 옵티뭄을 몰아 우선 판테온의 상업 구역으로 향했다.
상업 구역에 위치한 대장간으로 들어서자 파베르가 대규를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대규 님?”
“예. 제가 의뢰했던 장비는 완성됐습니까?”
“네, 마침 다 됐습니다. 한번 보시지요.”
파베르는 완성된 장치를 내밀었다.
그것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링거 장치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대신 다른 점은 링거보다 수액을 담을 수 있는 용기가 10배는 크다는 것이었다.
“대규 님이 말한 용량에 맞춰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알겠습니다.”
파베르는 용기에 연결된 가느다란 관을 가리키며 물었다.
“여기, 이 부분이 보이십니까?”
대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링거와 이어진 가느다란 관이었고, 관 끝에는 뾰족하고 작은 바늘이 달려 있었다.
“이 바늘을 혈관에 꽂으면 관에서 영약이 흘러나와 신체에 끊임없이 영약을 공급합니다. 대신 이 관엔 저만의 기술을 좀 썼습니다.”
파베르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기술이요?”
“관속의 압력을 조절해 영약이 몸속으로 빨리 투입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일반 링거의 경우 한 방울씩 뚝뚝 떨어져 몹시 흡수 속도가 느리지 않습니까?”
“그렇죠. 고맙습니다.”
그러자 파베르가 대규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꼭 외계인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모두 대규 님이 승리해서 새로운 전쟁의 신이 되길 바라고 있답니다.”
그 말에 파베르 뿐만 아니라 다른 대장장이 정령들도 동의하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그 눈빛엔 대규의 승리를 순수하게 바라는 마음만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흐음, 속마음을 한번 들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