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59화 (259/294)

# 259

259화. 아자토스 (1)

사실 입소문 양념은 마약보다 훌륭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어쨌든 존이 개발한 메뉴는 훌륭했다. 기존 탕꼬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맛을 제공하는 메뉴들이었다.

대규는 모니터 너머 존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훌륭합니다.”

그러자 존은 메뉴의 가격 책정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에 가격은 낮게 책정해서 마트의 푸드 코트 등지로 들어가면 전 계층의 미국인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음식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유의 음식은 보다 많은 사람들, 많은 계층에게 사랑받는 게 사업 성공의 비결이거든요. 그리고 사실상 많은 미국인이 쇼핑하러 마트와 몰에 몰려드니까요.”

“그렇군요.”

“우선 마트 푸드 코트에서 미국인들에게 탕꼬와 대규식품을 알린 뒤 그것이 성공하면 맨해튼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번화가 도시에 화려한 매장을 낼 예정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탕꼬의 인지도를 높이는 게 우선입니다.”

대규는 존의 설명을 들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존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존, 마케팅이나 그런 것들은 잘돼 가고 있는 중입니까?”

그러자 존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지금 기획 단계 중입니다. 만약 궁금하시다면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난 당신을 믿습니다.”

“그것보다 대규 님…….”

“왜 그러시죠?”

존은 살짝 망설이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이렇게 물었다.

“다음 훈련은 언제부터입니까?”

“그건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기존과는 다른 훈련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렇군요. 혹시… 이번 전투가 마지막이 되는 겁니까?”

존의 물음에 대규는 생각에 잠겼다.

‘흐음, 그럴지도 모른다.’

이번 전투로 아자토스를 물리치면 대규는 전쟁의 신 칭호를 받고 제우스와 포세이돈, 하데스와 함께 티탄 신족과의 최후의 전투에 참여한다.

하지만 그 전투에 부대 영웅들이 참여하게 될지 여부는 아직 몰랐다.

우선 티탄 신족들은 세미데우스인 영웅들의 능력으론 상대하는 게 무리일 것 같았다.

대규는 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 그럴 수도 있지만 확실하게 정해진 건 없습니다. 다만 이번 전투는 여태까지 치러 왔던 전투와는 좀 다를 겁니다.”

“다르다구요?”

“네. 만만치 않을 겁니다.”

대규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하자 존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번에 상대할 적은 최후의 외계인 부대이지만 그만큼 만만치 않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훈련 때 모든 부대의 영웅들이 다 모이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존은 탕꼬의 미국 진출 사업에 대해서만 신경 써 주십시오. 훈련은 제가 알아서 생각할 테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존이 화상 통화를 마치려는 찰나, 대규가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미국의 월마트에 생길 탕꼬 1호점 개점식에 제가 참가해도 될까요?”

탕꼬와 드래곤 익스프레스처럼 식당의 라이선스를 타국의 회사에 맡기는 식으로 계약하게 되면 보통은 본사의 사장이 현지에 오지 않는다. 모든 걸 현지 회사에 맡기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규는 개점식에 참여하고 싶었다.

자신의 식당이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 말을 들은 존은 밝은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당연하지요. 대규 님의 식당인데요. 참, 1호점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세크레멘토 시에 있는 월마트에 낼 생각입니다. 그곳의 월마트는 나름 규모가 커서 유동 인구도 많고 위치도 좋거든요.”

“그런가요?”

“네. 그리고 미국 현지에서도 탕꼬의 오픈을 주목하고 있답니다. 보통 월마트 푸드 코트에는 맥도날드나 서브웨이, 그리고 우리 회사인 드래곤 익스프레스처럼 본토의 프랜차이즈만 들어가거든요. 탕꼬처럼 타국, 그것도 아시아의 기업이 들어가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렇군요.”

“게다가 인테리어도 신경 쓸 예정입니다. 마트의 푸드 코드라지만 요즘엔 그런 것도 중요하거든요. 요즘 미국의 젊은이들은 SNS에 분위기 있거나 멋진 식당 사진을 업로드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SNS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것 같았다.

대규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이며 화상 통화를 종료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 힘써 주세요. 훈련 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날 밤 오피스텔.

대규는 옥상에서 자신만의 훈련을 마치고 온 상태였다.

훈련을 마친 그는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대체 아자토스와의 전투를 대비하기 위해선 어떻게 훈련을 구상해야 하는 걸까?’

얀슬레이의 말에 따르면, 아자토스의 궁전에 한번 들어가면 녀석을 쓰러뜨릴 때까지 나오는 것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그전처럼 녀석의 부하 몬스터들을 잡아와 영웅들을 훈련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차라리 그냥 쳐들어가 버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리스크가 크다.

아자토스는 양피지의 설명도 그렇고, 얀슬레이의 증언도 그렇고, 딱 봐도 여태껏 상대했던 외계인 몬스터들과 스케일이 달랐다.

그리고 부하 몬스터들이라는 아우터 갓들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녀석이 살고 있는 그 궁전에 가기 전에 최대한 녀석들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공략집은 녀석들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해야 열린다.

‘잠깐, 혹시 소환의 반지에 담긴 녀석 중 아자토스를 실제로 본 녀석이 있지 않을까?’

소환의 반지에는 외계인 몬스터들, 그것도 보스들이 몇 마리 담겨 있었다.

크투가, 하스터, 샤우그너 판, 그리고 최근에 해치워서 저장한 주샤콘과 이타콰 등이었다.

이들 중 아자토스를 한 번이라도 보거나 만난 적이 있는 녀석이 있다면 더욱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규는 소환의 반지로 외계인 보스들을 불러 모으려다 잠깐 멈칫했다.

‘이 작은 오피스텔 공간에 녀석들을 다 불렀다간 오피스텔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흐음, 어쩔 수 없이 주둔지 평원으로 가야겠군.’

포탈을 이용해 금방 주둔지 옆 평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환의 반지를 이용해 외계인 보스들을 불러냈다.

파파팟!

크투가, 하스터, 샤우그너 판, 주샤콘, 이타콰가 나란히 나타나 대규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해 본 적은 없구나.’

맨날 이들을 불러내 전투를 명령했고, 이들이 내는 기괴한 외계인 소리를 듣기만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공략집의 능력을 이용하면 이들과 대화가 가능했다.

대규는 외계인들에게 외계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곧 대규의 입에서도 외계인들이 내는 기괴한 언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너희 중 혹시 아자토스를 만나 본 적 있는 자가 있느냐?”

대규의 입에서 나온 아자토스의 이름을 들은 외계인들이 깜짝 놀랐다.

그로 보아 확실히 아자토스가 외계인 사이에서도 범상치 않은 존재인 게 확실했다.

곧 크투가와 하스터가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저희는 감히 아자토스 님을 알현한 적이 없어서…….”

“아자토스 님?”

대규가 눈을 차갑게 반짝이며 반문했다.

아자토스에게 존칭까지 붙여 가면서 말하는 크투가와 하스터의 태도가 썩 좋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들은 이제 자신의 부하들이니까 말이다.

대규의 기분을 알아챘는지 크투가가 다시 한 번 움찔거렸고, 그의 불길이 작게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하스터 역시 황색 두건을 걸친 채 푹 고개를 숙였다.

대규는 그들에게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가 그전에 아자토스를 왕으로 섬겼다는 건 나도 잘 안다. 그 녀석이 우주 외계인들의 왕이라는 사실도, 그리고 절대적인 존재라는 것도 말이야.”

“…….”

“하지만 너희는 이제 나에게 귀속된 몸이다. 내가 지닌 소환의 반지가 아니었다면 너희는 이미 영혼까지 죽어서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하게 됐을 거야.”

그 말에 하스터와 크투가는 고개를 숙이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다음부터 조심하도록 해라.”

대규의 냉정한 태도에 크투가와 하스터뿐만 아니라 다른 외계인들도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심지어 돌풍의 외계인 주샤콘 같은 경우엔 그 거대한 돌풍이 살짝 사그라질 정도였다.

그때 맨 끝에 서 있던 이타콰가 조용히 거대한 손을 들었다.

“뭐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타콰가 말할 때마다 그의 해골바가지 입에서 냉기가 흘러나왔다.

그 냉기에 온몸에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다.

“무슨 말이지?”

대규가 묻자 이타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저는… 아자토스 님… 아니, 아자토스의 궁전에 가서 아자토스를 한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래?”

“예. 그게 벌써 몇천 년 전의 일이지만… 저는 그가 주관한 연회에 초대된 적이 있었습니다.”

“연회라고?”

대규가 묻자 이타콰는 말을 이었다.

“예. 아자토스는 자신의 궁전에서 외계인들을 불러 모아 연회를 즐기는 걸 좋아합니다. 자신의 부하인 아우터 갓들에게 음악 연주를 시키고 우주의 공간을 갉아먹으며 연회를 하지요.”

아우터 갓들이 음악 연주를 한다는 건 얀슬레이의 설명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대규는 이타콰를 바라보며 재촉하듯 물었다.

“그래서? 혹시 그 궁전의 내부 생김새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어?”

“물론입니다. 일단 아자토스의 궁전은 우리가 상상하는, 물리적인 형태의 궁전이 아닙니다.”

“뭐라고?”

“궁전 내부는 완전한 우주 공간입니다. 혹성이나 별의 표면이 아닌 그냥 은하 그 자체의 우주 공간 말입니다. 궁전 내부엔 온갖 것이 다 있습니다. 소행성대, 빠른 속도로 여기저기 날아드는 혹성들과 유성들, 블랙홀과 웜홀… 아자토스가 있는 암흑의 왕좌로 가기 위해선 우선 그 장애물들부터 무사히 통과해야 합니다.”

“그래?”

“예. 그것들은 우주 공간에 있는 기본적인 물질이니까요. 그 장애물들을 통과해야 비로소 아자토스를 호위하고 있는 부하들인 아우터 갓과 대면하게 됩니다. 물론 저는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간 거라 그들과 전투를 벌이거나 하진 않았습니다만…….”

대규는 열심히 이타콰의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아자토스는 특이한 기술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이한 기술?

아무래도 아자토스의 보유 스킬에 관련된 이야기인 것 같았다.

대규는 이타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우주를 갉아먹어 수축시키기도 하고 갉아먹은 우주를 토해 내 팽창시킬 수도 있는 우주, 그 자체의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아자토스는 중력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요.”

“중력을 마음대로 조작한다고?”

대규가 놀라서 묻자 이타콰는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우주 공간에 중력이 없는 것은 아자토스가 본래 존재했던 중력을 0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놀랍군.”

“아자토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하, 혹은 적이 나타나면 주로 대상에게 가해지는 중력을 강하게 만들어 압박해 죽여 버립니다. 그리고 역으로 중력을 감소시켜 자신의 비행 능력으로 활용하기도 하지요. 중력을 잘 컨트롤하면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력을 조절해 자신의 능력을 강화하는 스킬도 지니고 있지요.”

저 정도면 거의 무적에 가까운 스킬이었다.

“심지어 그 중력 컨트롤을 이용해 우주 공간에서 호흡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주 공간에서는 호흡이 불가능했다.

샤우그너 판을 상대했던 것처럼 특정 혹성이나 별이 아니라 둥둥 떠다니는 우주 공간에선 호흡을 할 수가 없었다.

괜히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복 등 뒤에 산소통을 메고 다니는 게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럼 녀석은 우주 공간에서 숨도 자유자재로 쉰단 말이야?”

“그렇습니다. 제가 아자토스를 만나러 갔을 땐 아자토스가 연회에 참석한 모든 외계인에게 중력을 조절해 호흡을 하게 만들어 줬죠.”

훈련 구상에 대한 첫 실마리가 하나 떠올랐다.

먼저 우주공간에서 대규 자신과 영웅들을 호흡하게 만드는 게 제일 우선적인 임무 같았다.

호흡하지 못하면 전투고 뭐고 아무것도 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