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0
250화 주샤콘 (9)
“그럼 전투를 시작합니다.”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며 대규의 영웅들은 전진하기 시작했다.
곧 벌판 저쪽에서 거대한 돌풍소리가 들려왔다.
휘이이이잉-
구르게스, 거대한 소용돌이들이 닥쳐오기 시작했지만, 영웅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훈련하면서 녀석들을 질리도록 많이 상대해 왔기 때문에 익숙했다.
그때 다른 종류의 외계인이 구르게스 꼭대기에서 등장했다.
거대한 해골 형상의 인간형 괴물!
녀석들은 구르게스 소용돌이 꼭대기에 앉아 있었다. 마치 말을 탄 것처럼 소용돌이를 타고 영웅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한편 아폴론은 절벽 속에서 신의 눈을 이용해 벌판에서 이뤄지는 전투를 구경하고 있었다.
특히 구르게스와 그것을 타고 있는 해골 형상의 외계인에 시선을 고정했다.
‘엄청난 녀석이군…….’
해골 외계인들은 아폴론이 자신의 양피지에서 본 정보 그대로였다.
양피지에 따르면, 저 해골 외계인들은 스몰 이타콰(small Ithaqua), 보스 몬스터 이타콰의 부하들이자 바람을 걷는 자란 별칭을 지닌 녀석들이다.
바람을 걷는 자란 별칭에 맞게 구르게스 소용돌이를 타고 나타났다.
‘저 돌풍을 말처럼 타고 오다니… 대규 자식의 부대가 저들까지 상대하려면 꽤 고생할 것이다. 고작 영웅들의 머릿수가 300밖에 안 되니까 말이야.’
구르게스와 스물 이타콰들을 합친 두 외계인 부대의 전력은 만만치 않았다.
머릿수로만 치면 거의 대규 부대의 10배 정도 되는 숫자였다.
아폴론은 대규가 전투를 시작한지 10분도 안 돼서 기습 공격을 감행하란 신호탄을 쏠 거라고 예상했다.
‘흥, 10분이 뭐냐? 5분이라도 버티면 다행이지.’
그런데 전투는 아폴론의 예상과 다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샤악! 쉭쉭쉭!
“#%$!”
대규 부대의 인간 영웅들은 순식간에 공중으로 떠올라 소용돌이 꼭대기에 있는 스몰 이타콰들을 너무나도 능숙하게 해치우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폴론은 그들의 능숙한 전투 실력을 보고 놀라서 외쳤다.
소용돌이 위에 있던 스몰 이타콰들은 실력을 잘 발휘하지도 못한 채 바로 목이 뎅겅 날아가 죽어버렸다.
‘영웅들이 모두 하늘을 나는 스킬을 지니고 있다고?’
아폴론은 공중에 떠올라 있는 대규 부대의 영웅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자세히 보니 그들의 몸 주변엔 투명한 결계가 쳐져 있었고, 그것은 꼭 이동 결계처럼 그들의 몸을 소용돌이 위쪽으로 올리고 있었다.
‘저건 이동 결계? 아니, 다르다!’
아폴론은 고개를 돌려 황급히 대규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서는 빛이 나오고 있었다.
대규 부대의 영웅들은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외계인 구르게스 바로 앞에 있는데도 돌풍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대규가 친 결계가 돌풍을 완벽하게 막아 주고 있었다.
‘이동 결계엔 저런 방어 능력은 없다. 그렇다면 저건… 와이드 프로텍팅? 그 스킬을 갖고 있단 말인가!’
아폴론 자신은 방어 결계 스킬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공적을 세운 신에게 제우스가 직접 하사하는 스킬이었다.
‘빌어먹을! 제우스 님이 저 스킬까지 저자에게 하사했다니!’
아폴론의 눈이 질투심으로 이글이글 타올랐다.
대규 부대의 영웅들이 소용돌이 꼭대기로 올라가 스몰 이타콰들을 해치우자 그들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방어 결계가 사라졌다.
그리고 곧 그들은 구르게스의 안쪽으로 재빨리 빨려들어 갔다.
쉬이익-
영웅들이 소용돌이 안쪽으로 빨려들어 가고 얼마 후 구르게스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훈련에서 질리도록 연습한 대로 녀석들의 약점인 태풍의 눈을 성공적으로 공격한 것이었다.
영웅들은 차례로 구르게스와 이타콰 무리들을 제압하기 시작했고, 전방에서 달려왔던 적의 무리들은 맥을 못추고 당할 뿐이었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전투였다.
머릿수로만 따지면 10 대 1의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대규 부대의 영웅들은 밀리기는커녕 적군을 무자비하게 제압하고 있었다.
아폴론은 이제 질투고 뭐고 느낄 틈도 없이 입을 떡 벌리고 전투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저 영웅들은 분명 하찮은 인간 출신이다. 그런데 그들의 수준이 저렇게 높단 말인가?’
전략대로라면 외계인 부대가 대규 부대를 포위해야만 했다. 하지만 포위는커녕 그들은 대규 부대에게 전멸당하고 있었다.
대규 부대의 영웅들은 폭풍처럼 적들을 휩쓸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신호탄을 쏠 일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온갖 경험치와 보상들은 대규와 그의 부대원들이 챙겨 가게 된다.
‘그럴 수는 없다!’
한편, 대규는 절벽에서 부들부들하고 있는 아폴론의 모습을 신의 눈을 이용해 다 바라보고 있었다.
아폴론의 멍한 표정을 보자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맛이 어떠냐, 이 멍청아. 내가 이 스몰 이타콰들을 미리 잡아 와서 영웅들을 훈련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겠지.’
괜히 영웅들이 스몰 이타콰들을 능숙하게 해치우는 게 아니었다.
중앙 신전에서 아폴론 부대와 같이 전투를 벌이자고 결정한 이후, 대규는 재빨리 적의 주둔지로 가서 스몰 이타콰들을 잡아 소환의 반지에 담아왔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해 영웅들을 따로 훈련시켰다. 그래야 적은 머릿수이지만 전투에서 아폴론 부대보다 훨씬 싸움을 잘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아폴론이 그런 비겁한 전략을 짤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그런 전략을 짠 것이 대규로선 오히려 기회였다.
아폴론의 기습 공격은 별로 필요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부대만으로, 323명의 영웅만으로도 스몰 이타콰와 구르게스를 충분히 상대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영의 전쟁의 축복 버프 스킬과 자신의 방어 결계가 있으면 녀석들을 상대하는 건 수월했다.
‘게다가 몇몇 영웅은 10명 이상의 실력을 내기도 하지.’
대규는 고개를 들어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한 구르게스의 꼭대기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발키리 전사가 빙의된 지영이 스몰 이타콰를 단번에 도륙하고 있었다.
번쩍-
서걱서걱-
“@#$%!”
하늘을 날 수 있는 그녀는 이제 자유자재로 비행하면서 구르게스 꼭대기에 있는 스몰 이타콰들을 전멸시키고 있었다.
그녀의 쌍검이 움직일 때마다 외계인들의 비명이 전쟁터에 울려 퍼졌다.
그때였다.
쿠쿠쿵-!
저 멀리서 거대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보스들이 드디어 모습을 나타낸 것인가.’
굉음과 동시에 엄청난 암흑이 벌판을 뒤덮기 시작했다. 벌판과 하늘이 마치 먹물을 부은 것처럼 한꺼번에 어두워졌다.
휘이이이잉-
엄청나게 큰 돌풍 소리가 들려왔다. 구르게스의 돌풍 소리를 모조리 합친 것보다 큰 것 같았다.
확실히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몬스터일 것이다.
대규가 신의 눈을 이용해 굉음이 나는 곳을 바라봤다. 그러자 저 멀리에서 소용돌이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용돌이의 범위와 높이가 일반 구르게스와는 달랐다.
‘저것이 주샤콘!’
주샤콘의 돌풍은 아주 멀리서 불어왔지만, 그 위력은 대단했다.
멀리서 불어오는 돌풍이었지만, 대규 부대 영웅들의 몸이 사정없이 공중으로 솟구친 것이다.
“크윽! 빌어먹을!”
대규는 공중으로 솟구친 영웅들을 향해 재빨리 방어 결계를 쳤다.
다행히 방어 결계가 재빨리 영웅들을 몸을 감싸기 시작했고, 영웅들의 몸은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 결계가 버틸 수 있는 시간엔 한계가 있었다.
대규는 자신 옆에 붙어 있던 존에게 외쳤다. 존의 몸 역시 대규의 방어 결계로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존! 염동력을 쏴주세요! 나와 같이 영웅들을 아폴론이 있는 절벽 쪽으로 이동시킵시다.”
“알겠습니다!”
존은 방어 결계 안에서 손을 뻗어 염동력 스킬을 발동했다.
그러자 위태롭게 흔들렸던 방어 결계들이 안정을 되찾았고, 존을 포함한 결계 속의 영웅들은 아폴론 부대가 있는 절벽 쪽으로 이동했다.
한편 아폴론은 자신들의 부대가 있는 곳으로 날아오는 대규 부대의 영웅들을 발견했다.
‘아니, 그들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저것이야.’
그는 대규 부대의 영웅들 너머에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거대 소용돌이 주샤콘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저것이… 정녕 외계인 보스 몬스터란 말인가.’
아폴론 부대의 영웅들 역시 돌풍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간신히 균형을 잡고 있었다.
아폴론은 여전히 주샤콘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건 신호탄을 보낸다 해도 기습 공격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당연하다. 보스 몬스터는 본래 부대의 상관인 신만이 전투할 수 있는 게 판테온 전쟁의 룰이었다.
이대로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아폴론 자신도 신이기 때문에 보스전에 참전해야 했다.
게다가 벌써 대규 부대의 영웅들이 구르게스와 스몰 이타콰들을 대부분 없애서 경험치와 보상을 독식했다.
자신의 부대는 이 절벽에 숨어든 것 말고는 한 게 없었다.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는 분명히 이 전투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럼 내 부대는 전투를 피해 절벽으로 도망간 것처럼 보일 것이다! 빌어먹을!’
이대로 전투가 진행되면 자신의 부대는 아주 혹평을 받을 것이다.
‘그럴 순 없다! 저 재수 없는 자식에게 질 수는 없다. 외계인 보스들은 내가 잡는다!’
아폴론은 절벽에서 플렉서블 보디 스킬로 몸을 키운 뒤 말을 타고 벌판으로 향했다.
한편, 대규는 영웅들이 안전하게 절벽에 안착한 것을 보고 방어 결계를 풀어 줬다.
이젠 보스 외계인들과 상대할 차례다.
‘우선은 주샤콘부터인가…….’
그때 절벽 쪽에서 번쩍 섬광이 일어났고,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다.
바로 스킬을 써서 몸을 키운 아폴론이었다.
‘드디어 전쟁터에 기어 나오는군. 자신도 공은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 거겠지.’
아폴론은 말을 몰아 대규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대규, 새, 생각보다 그대의 부대가 잘 싸워 줬다.”
하지만 말과 달리 그의 표정은 몹시 떨떠름했다.
대규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알고 있다. 다행이었지. 어쨌든 아폴론, 이제 그대와 내가 저 보스 몬스터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래, 녀석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군.”
휘이이잉-
곧 엄청난 돌풍이 밀려왔다.
주샤콘이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아폴론과 대규는 둘 다 신의 육체를 지녔고, 플렉서블 보디로 몸집도 키웠지만, 녀석의 돌풍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대규는 우선 고개를 들어 녀석을 바라보았다.
크기는 거의 구르게스의 10배 정도였고, 돌풍의 위력도 그쯤 돼 보였다.
심지어 녀석이 지나온 땅은 바닥이 파이고 있었다.
‘풍압이 장난 아니군.’
녀석을 보자마자 공략집이 떠올랐다.
-차원의 틈 공략집-
몬스터 이름: 주샤콘(Zushakon)
보상: 돌풍의 조각
특징: 소용돌이, 거대 돌풍 형체의 몬스터로 약점은 소용돌이 내부의 태풍의 눈이다. 하지만 그 태풍의 눈은 부하 몬스터인 구르게스보다 10배는 크고, 10배는 단단해서 깨뜨리기 힘들다.
소용돌이 돌풍 표면엔 고대 외계 마법이 깃들어 있어서 돌풍 표면을 계속 쳐다보면 눈에 가려움이 느껴지고 결국엔 눈알을 뽑고 싶은 충동이 든다.
보유 스킬:
재앙의 돌풍-거센 돌풍을 불러일으켜 반경 50m를 초토화시켜 버린다. 마나 소모 200.
치명적인 가려움-표면을 계속 쳐다본 생명체의 눈알을 뽑아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게끔 만든다. 마나 소모 500.
<주샤콘에 대한 공략(하급)을 습득했습니다.>
<주샤콘에 대한 당신의 공격력이 10% 상승합니다.>
<주샤콘으부터 아이템을 습득할 확률이 조금 높아집니다.>
<주샤콘의 약점을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을 재생하시겠습니까? Yes/No>
다행히 눈알을 뽑아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게 만드는 건 녀석의 스킬인 것 같았다.
‘패시브가 아니라 다행이다.’
공략 영상을 보니 그 스킬을 쓰면 돌풍의 표면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폴론이 맡아야 할 보스 외계인은 어디 있지? 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군.
어쨌든 둘이서 한 마리를 상대하니까 고생이 덜하겠지.’
대규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아폴론에게 말했다.
“아폴론, 녀석의 돌풍 표면을 조심해라.”
“뭐라고?”
“표면이 붉게 변하기 시작하면 무조건 눈을 감아.”
그러자 아폴론은 콧방귀를 뀌며 거만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흥! 너의 조언 따위 필요 없다. 내가 저 녀석을 단번에 해치워 주지.”
말을 마친 그는 먼저 주샤콘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대규는 그를 막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