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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49화 (249/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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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화 주샤콘 (8)

“그게 무슨 소리야?”

대규가 묻자 아테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폴론이라면 현재 그대에게 감정이 좋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다. 그것도 무지하게 비열한 수를 써서 말이야. 그게 어떤 형태의 공격으로 나타날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무리 사이가 나빠도 아폴론과 나는 크게 보면 판테온 측, 즉 아군이잖아.”

대규의 말에 아테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 말이 맞다. 하지만 지금의 아폴론에게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러니까 아폴론이 소인배라고 불리는 거겠지만…….”

그러자 이번엔 옆에서 아프로디테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대규, 나도 아테나와 생각이 같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너의 부대 영웅들은 개개인 능력은 뛰어나고 강하지만 머릿수가 적다지. 아폴론은 그 점을 노리고 비열한 술수를 쓸지도 모른다.”

대규는 그녀들의 말을 머릿속에 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말해 줘서 고마워.”

그러고는 아폴론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폴론 자식… 생각보다 더 짜증 나는 놈이었군. 신이라면 마음이 대인배여야 하는 것 아닌가?’

디오니소스 때도 그렇고, 신들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좀 짜증 나기 시작했다. 인간적인 모습이라지만 이런 건 너무하지 않은가?

‘차라리 디오니소스는 귀여운 편이었다. 일단 주둔지로 돌아가 영웅들 훈련을 해야겠다.’

그리고 영웅들에게 아폴론 부대의 영웅들을 조심하라고 일러야 했다.

특히나 라이펑을 비롯한 아폴론 부대의 영웅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폴론과 아폴론 부대 영웅들은 현재 자신들을 부대를 떠난 그들에게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아폴론이 내 뒤통수를 치거나 내 부대 영웅들에 털끝만큼의 해라도 입힌다면…….’

대규의 눈에 섬뜩한 이채가 떠올랐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아무리 같은 판테온의 신이고 아군이라고 해도 말이야.’

대규는 그렇게 굳게 다짐하며 판테온 중앙 신전을 나섰다.

시간은 흐르고 전투 당일이 다가왔다.

대규와 아폴론, 그리고 그들의 부대는 적들의 주둔지에 모여 있었다.

적들의 주둔지는 저번에 대규가 구르게스들을 잡아 왔던 어둑한 평원이었다.

아폴론과 대규의 부대는 그 평원에 각자의 병영을 차리기 시작했다.

대규의 소박한 부대와 달리 아폴론의 부대는 몹시 웅장하고 화려했다.

대규 부대의 경우 영웅들의 머릿수가 많지 않아 아주 효율적으로 병영을 꾸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폴론의 부대는 정반대였다.

‘저런 것까지 꼭 해야 하나?’

대규는 나팔을 부는 나팔수 영웅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팔수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사기를 진작한다는 명목으로 주둔지 가장자리에서 쉴 새 없이 춤을 추는 응원수 영웅들도 있었다.

‘차라리 저런 걸 시킬 시간에 훈련을 더 시킬 것이지.’

그때 아폴론 부대의 응원수 영웅들을 본 대규 부대의 영웅들이 치를 떠는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였다. 그들은 아폴론 부대에 있었던 인간 영웅이었다.

“아직도 저 짓을 하고 있다니… 우리가 없어지면 안 할 줄 알았는데. 으으… 전쟁터에서 저 잘난 정령 자식들 치어리더한 일을 생각하면 정말 아직도 짜증이 난다.”

“나는 아직도 저때를 떠올리면 이불 속에서 발차기를 하고 싶어져.”

그 말을 들은 대규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라이펑에게 물었다.

“아폴론의 부대에서 저런 일까지 했단 말입니까?”

그러자 라이펑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아폴론 님은 병사들의 사기진작을 아주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셨거든요.”

사기 진작이 중요한 건 맞다.

하지만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대규는 아폴론 부대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한편 아폴론은 응원수 영웅들의 사기 진작 공연(?)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관람한 뒤 대규에게 다가와 말했다.

“자, 대규! 그럼 전투 준비는 다 됐는가?”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제 우리가 모여서 짠 전략은 잘 기억하고 있겠지? 선공을 너무 무리해서 하진 말게. 포위당해서 죽을 것 같다면 신호탄을 조금 일찍 쏘아도 좋아.”

중앙 신전에서 봤던 건방진 모습은 오간데 없었다.

하지만 대규는 그 모습에 속지 않았다.

흥, 신호탄을 쏠 일은 없을 것이다.

대규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은 뒤 부대 영웅들을 통솔하기 시작했다.

“전군, 전열을 가다듬고, 전투 준비!”

착착착.

대규 부대의 영웅들은 전열을 순식간에 가다듬었다. 항상 훈련 때 해 왔던, 30명이 팀을 이뤄 총 10개의 팀으로 나뉘어 있는 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 대형을 본 아폴론 부대의 영웅들이 놀라서 웅성거렸다.

“뭐야, 저 전형은?”

“저런 건 본 적도 없는데.”

그때 아폴론이 자신의 영웅들을 향해 이동 결계를 쳤다. 결계는 순식간에 아폴론과 그의 부대에 소속된 수많은 영웅을 감싸고는 공중을 날아 평원을 둘러싼 양옆 절벽 쪽으로 사라졌다.

어제 짠 전략대로였다.

대규 부대 영웅들이 소규모로 먼저 적에게 달려들어 선공해 적들을 모조리 끌어내면 절벽에 숨어 있는 아폴론 부대 영웅들이 기습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것이 대규와 아폴론이 짠 전략이었다.

아폴론의 부대는 절벽 쪽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그 모습을 본 지영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대규 님…….”

“네?”

“아폴론 부대가 정말 우리가 신호를 보낸다고 기습을 제대로 할까요? 걱정됩니다.”

라이펑 역시 지영의 말을 거들며 이렇게 말했다.

“저도 지영 대장군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훈련 기간에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사실 아테나의 말과 달리 훈련 기간 동안 아폴론은 대규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진 않았다.

오히려 그는 중앙 신전에서 싸웠던 것을 새카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대규에게 몹시 친절하게 대해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규로선 그 점이 더욱 수상했다.

그리고 아폴론보다 더욱 문제였던 것은 아폴론의 부대에 있는 정령 영웅들이었다.

정령 영웅들은 대규 부대의 인간 영웅들, 특히 본래 아폴론의 부대에 있었던 영웅들을 알아보고는 대놓고 적의를 드러냈던 것이다.

‘흥! 우리가 저 하찮은 녀석들과 함께 전투를 해야 한다고?’

‘저 자식들은 원래 우리의 졸병이나 다름없었는데!’

그런데 놀라웠던 건 아폴론이 그런 영웅들을 제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규는 솔직히 아폴론이 정령 영웅들의 몰상식한 행동을 그냥 내버려 둘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런 그의 행동이 너무 수상해서 속마음을 들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는 여전히 대규에게 적의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대규는 아폴론을 항상 경계해 왔다.

‘분명 지금 보이는 저 친절한 모습은 후에 뒤통수를 거하게 치기 위한 밑밥이겠지.’

어쨌든 아폴론의 제지 때문에 정령 영웅들은 그전처럼 대놓고 인간 영웅들을 무시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은 이제 예전처럼 같은 부대도 아니었으며, 인간 영웅들 역시 정령들과 똑같은 수준의 육체를 지닌 세미데우스가 됐기 때문이다.

시간은 흘러 전투 날이 다가왔고, 대규와 아폴론은 전략을 짜기 위해서 아폴론의 지휘사령부 천막에 모여 있었다.

천막 안에는 두 신과 대장군, 장군급의 인물들만 있었다.

아폴론이 미리 보낸 정찰 부대의 정보에 따르면, 두 외계인 부대들은 벌써 합심해 주둔지를 합쳤다고 했다.

아폴론과 대규는 정찰 부대가 저장해 온 광경을 마법으로 살펴봤다.

‘그래도 아폴론의 부대 영웅 머릿수가 많아 정찰 부대가 있는 건 도움이 되는군.’

아폴론은 전략 테이블 위에 놓인, 마법으로 만들어진 3D 지형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규, 이 적진의 지형이 보이는가?”

그곳은 대규가 처음 구르게스들을 만났던 어둑한 평원이었다. 하지만 평원의 양옆은 거대한 돌 절벽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지난번 구르게스들을 잡으러 왔을 때는 어두워서 잘 보지 못했다.

아폴론은 절벽으로 둘러싸인 평원 한가운데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규, 그대와 그대의 영웅들이 먼저 이곳으로 들어가 적들과 부딪히면 수많은 적은 그대 부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한꺼번에 달려들 것이다.”

“그렇겠지.”

“그렇게 그대의 부대가 적들을 다 끌어내 신호를 날리면 절벽에 숨어 있는 우리 부대원들이 튀어나가는 거야.”

“기습 공격인가? 좋아. 하지만 왜 우리 부대가 평원 가운데로 먼저 들어가야 하는 거지?”

대규가 묻자 아폴론은 조리 있게 설명했다.

“그대 부대의 머릿수가 적어. 그럼 적들은 방심하고 신이 나서 달려들 걸세. 그때 머릿수가 많은 우리 부대원들이 기습한다면 적들은 당황하고 우왕좌왕하겠지. 그때 우리가 열심히 적들을 도륙하는 거야. 어때?”

설명만 들어선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다.

대규 측의 장군인 지영과 라이펑도 고개를 끄덕이며 아폴론의 말에 수긍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폴론의 눈빛은 수상하게 빛나고 있었다.

대규는 당연히 공략집을 이용해 아폴론의 속마음을 들어 봤다.

‘흐흐, 전략 자체엔 문제가 없으니 분명 수긍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톡톡히 당하게 만들어 주마.’

역시 이상한 꿍꿍이가 있었군.

하지만 대규는 그 속마음을 듣고도 전혀 표정을 굳히지 않았다. 오히려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아폴론의 속마음을 들었다.

‘녀석의 부대가 포위돼서 신호를 쏘아 올려도 바로 기습을 하지 않는다. 적들이 녀석의 부대를 거의 다 해치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습 공격을 시작해야지! 하하! 그럼 내가 더 돋보이고 녀석의 부대 역시 전멸하겠지.’

가관이군. 계속해 봐라.

‘그리고 이후 부대원 손실을 입은 녀석은 그전처럼 설치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자기가 뛰어나도 부대원이 없으면 전쟁에선 아무 소용 없을 터!’

아테나가 말했던 대로 비열한 생각을 열심히 하고 있는 아폴론이었다.

하지만 대규는 그런 그의 속마음을 듣고 속으로 조소만 흘릴 뿐이었다.

당장이라도 이 속마음을 폭로해 버리고 싶었지만, 속마음은 말 그대로 속마음일 뿐이다. 그가 비열한 짓을 했다는 결정적인 물증은 아직 없었다.

솔직히 이 정도는 예상했다.

‘그리고 이쪽도 다 생각이 있지. 오히려 이렇게 나와 주면 고맙다.’

대규는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며 겉으론 아폴론이 제시한 전략을 수락했다.

“그래, 좋은 전략이다, 아폴론 그렇게 하도록 하지.”

수락하자마자 귓가에 아폴론의 기쁜 웃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하하하! 멍청이 자식! 그걸 수락하다니! 하긴, 당연히 멀쩡한 전략처럼 들릴 테지. 역시 나는…….’

그 뒤론 자신에 대한 자화자찬뿐이었다.

멍청이 자식, 속마음이 너무 크게 들린다.

하지만 아폴론의 표정은 놀랍게도 침착했다. 눈빛만 이글이글 불타오를 뿐이었다.

대규는 그의 눈빛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멍청한 녀석은 바로 너라고.

“그럼 잘 싸워 보세, 아폴론. 우리 부대가 폐를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훈련시켰다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지. 대규, 우리도 폐를 끼치지 않겠네.”

그들은 겉으론 웃으면서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 전투의 날이 밝은 것이다.

대규는 옆에 서 있는 지영과 라이펑에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저들이 우리의 신호를 잘 받아들일지, 무시할지에 대해서는 신경 쓸 일 아닙니다.”

“네?”

대규의 말을 듣고 놀란 지영과 라이펑이 되물었다. 하지만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저들에게 신호를 보낼 일은 없을 겁니다.”

“네에?”

“싸워 보면 알게 될 겁니다.”

말을 마친 대규는 플렉서블 바디 스킬을 이용해 자신의 몸집을 키웠다.

분명 외계인 부대들은 두 부대가 합심해서 공격해 올 터였다. 어쩌면 두 마리의 보스 몬스터도 한꺼번에 덤벼들지도 몰랐다.

대규는 몸을 키운 뒤 땅에 서 있는 323명의 영웅을 보며 말했다.

“두 부대 외계인들이 맹렬하게 공격해도 당황하지 말고 차분히 싸우십시오. 이날을 위해서 우리가 해 온 ‘특별 훈련’이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영웅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대규는 이제 영웅 중 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존!”

“네!”

“제가 신호를 보내면 염동력 스킬을 발휘해 주세요. 그간 염동력 스킬 연습은 열심히 했으니 믿겠습니다.”

대규가 세운 계획에서 존의 염동력 스킬은 몹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들은 존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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