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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48화 (248/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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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화 주샤콘 (7)

제우스의 말을 들은 신들은 놀라서 외쳤다.

“신들의 왕이시여, 그 말이 사실입니까?”

그러자 제우스가 그들을 바라보며 비장하게 말했다.

“그렇다. 그 최후의 전투에 참여하게 되는 신은 더 이상 2세대 신 취급을 받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여기 있는 하데스, 포세이돈과 같은 등급의 신이 될 것이다.”

대규는 제우스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그래도 어쨌든 제우스를 뛰어넘지는 못한다는 거군.’

하지만 그것이 어디인가!

다른 신들은 아직도 큰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 제안은 확실히 엄청난 것 같았다.

크로노스가 참전하는 티탄 신족 전투에 제우스, 하데스, 포세이돈과 함께 전투를 한다?

심지어 대규 옆에 앉아 있는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흥분으로 온몸을 떨고 있었다.

“아테나, 진정해.”

대규는 떨리는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흥분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떻게 진정 하겠는가… 티탄 신족의 전투에 참가한다는데…….”

하지만 흥분한 것은 다른 신들도 마찬가지였다.

제우스는 신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전투에서 외계인 부대를 가장 먼저 섬멸한 건 대규였다. 하지만 나머지 신들이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신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특히 아레스와 아폴론은 눈빛을 반짝이며 제우스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전투부터는 할당된 외계인 부대를 가장 먼저 해치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아군의 손실을 적게 만들고 승리했는지, 뭐 그런 것들까지 종합적으로 다 따져서 우리가 나름 그대들의 점수를 매기기로 했다. 여기서 우리는 나와 하데스, 포세이돈이다.”

그러자 포세이돈이 입을 열었다.

“그래. 단순히 빨리 승리하는 것보다 이것저것 고려해서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 맞다. 적의 난이도라든지, 전략의 효율성이라든지 말이다. 명색이 전쟁의 신 칭호를 걸고 벌이는 전투인데,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는 껄껄 웃으면서 2세대 신들을 바라본 뒤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희망을 잃지 말고 다음 전투를 잘 수행해 주길 바란다. 우리 세 명을 놀래 주었으면 한다. 어쩌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뒤집기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는 하데스가 흥미롭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거, 처음엔 그냥 내기에 불과했는데 스케일이 아주 커졌군그래. 어차피 잘됐다. 이참에 2세대 신들의 역량을 확인해 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하데스의 말에 2세대 신들의 눈빛이 경쟁심으로 각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첫 번째 전투에서 패배해서 시무룩해졌던 아레스와 아폴론의 눈빛이 가장 강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역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게 그들의 투지를 불태운 것 같았다.

제우스가 2세대 신들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럼 이것으로 소집 회의는 끝이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그대들을 소집한 것이다. 물론 그대들이 이곳 중앙 신전에 더 있어도 좋지만… 두 번째 전투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주둔지에 돌아가 영웅들을 훈련시키는 게 좋겠지. 그것은 그대들의 선택이니 알아서 하도록 하라.”

제우스가 말을 마치자마자 신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주둔지로 향하려 했다.

그런데 아폴론이 대규에게 다가왔다.

그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대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봐, 대규.”

“무슨 일이지?”

그러자 아폴론은 경멸하는 목소리로 이렇게 툭 내뱉었다.

“그대의 영웅 약탈은 아주 인상 깊었다. 흥! 우리 부대에서 빼돌린 영웅들을 이용해 가장 먼저 승리를 쟁취하니 기분이 좋더냐?”

그 말을 들은 대규는 어이가 없어졌다.

‘이건 또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

분명 아폴론은 대규에게 자신 부대의 인간 영웅들은 얼마든지 데려가라고 했다. 오히려 인간 영웅들은 별 쓸모도 없다면서 그들을 데려가는 대규를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전투에서 패배하고 난 후 이제 와서 패배 탓을 왜 대규에게 돌리고 뭐라 하는가?’

꼭 종로에서 뺨을 맞고 한강에 화풀이하는 격이었다.

대규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어이가 없어서 차마 말이 안 나오는군. 그대가 전투에서 패배한 건 그대 부대의 영웅들이 소인배인 탓인데, 왜 그걸 내 탓으로 돌리는가?”

“뭐, 뭣이, 소인배?”

아폴론의 표정이 사정없이 구겨졌지만, 대규는 아랑곳하지 않고 쏘아붙였다.

“그렇지 않은가? 전투 상황에서 기존 인간 영웅들이 해 왔던 일을 하기 싫다고 서로 분열하는 게 소인배가 아니고 뭔가? 아, 지능이 떨어지는 건가?”

“지, 지금 말 다 했나?”

아폴론이 부들거리며 물었지만, 대규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말 다 안 했네. 자네는 내가 인간 영웅들을 데려갈 때 분명 인간 영웅들을 무시했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가?”

그러자 그는 흥,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래, 그랬었지. 녀석들은 하찮은 존재였으니까. 물론 하찮은 존재들에게 걸맞은 하찮은 역할이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똑똑히 느꼈지만 말이야. 그러니 나에게 빼앗아 간 영웅들을 다시 돌려주게. 나도 내 부대는 꾸려야 하니까 말이야.”

대체 어디서 저런 뻔뻔함이 나오는 거지?

대규는 아폴론의 적반하장적인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그 싸움을 지켜본 아테나도 아폴론의 태도에 어이없어 하며 끼어들었다.

“아폴론,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대규가 영웅들을 빼앗아가다니, 그건 분명 애초에 그대가 허락했던 일이었다.”

“흥! 그건 그때 일이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네.”

그러자 아테나가 대규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대규, 저런 건 무시해도 좋아. 그냥 그대의 주둔지로 돌아가라. 이 다툼은 명백히 아폴론의 잘못이다. 이에 대해선 제우스 님도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

옆에 서 있던 아프로디테 역시 대규의 편을 들며 아폴론에게 외쳤다.

“아폴론, 정말 그대에게 실망했다! 그래도 그대는 고지식하며 자존심이 세도 그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소인배가 따로 없군!”

그러자 이번에는 아레스가 튀어나와 아폴론의 편을 들며 소리쳤다.

“흥! 아폴론이 뭘 잘못했단 말인가? 애초에 남의 부대에서 영웅을 빼간 저 자식이 잘못한 거지. 거지도 아니고, 왜 남의 부대에서 영웅들을 빼간단 말인가?”

그러자 아프로디테는 아레스를 한심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툭 내뱉었다.

“그 거지 때문에 자네는 기간테스와의 전투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 멍청이같이 항아리에 갇혔던 주제에 말은 많군.”

그 말을 들은 아레스는 뜨끔했는지 그녀에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대규를 향해 더욱 큰 소리로 이렇게 진상을 부렸다.

“흥! 여신들이 저렇게 편을 들어 주다니… 아주 여신들의 치마폭에 둘러싸여 있는 게 볼만하군. 저런 녀석이 전생의 신 칭호를 노린다고?”

아프로디테는 그 광경을 보고 호호, 하며 약을 살살 올렸다.

“왜? 아레스 자네도 치마폭에 둘러싸이고 싶은데 못 싸여서 질투가 나는 건가? 찌질하기는.”

거의 여신 대 남신으로 나뉘어 서로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아폴론과 아레스가 억지를 쓰고 밀리는 상황이었다.

화가 난 아레스는 원탁을 둘러봤다.

그곳엔 디오니소스만 남아 있었다. 헤르메스는 벌써 이 소란을 감지하고 재빨리 주둔지로 사라진 뒤였다.

아레스는 원탁에 홀로 남아 있는 디오니소스를 보고 외쳤다.

“이봐! 자네는 누구 편인가, 디오니소스!”

그때 디오니소스는 대규와 눈이 마주쳤고, 순식간에 그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전에 대규와 대결을 벌였다가 심연의 결계에 갇혔던 일이 악몽처럼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성을 내는 아레스와 아폴론의 모습을 보니 그들을 배신할 수도 없었다.

그는 결국 말을 더듬으며 회피하기 시작했다.

“나, 나는… 잘 모르겠네. 나는 싸움에서 빼 줘. 나는 평화주의자라구. 싸우는 건 싫어…….”

그리고 후다닥 신전을 벗어나 버렸다.

“흥, 비겁한 술고래 녀석. 도움이 안 되는군.”

아폴론은 도망치는 디오니소스를 보며 씨근덕거렸다.

그러고는 대규를 바라보며 이렇게 쏘아붙였다.

“그 하찮은 인간 녀석들로 얼마나 잘나갈 수 있는지 두고 보자구. 분명 제가 할당받은 외계인이 약한 녀석이었겠지.”

하찮은 인간 녀석들, 이란 말에 대규는 열이 받아서 역시 아폴론에게지지 않고 받아쳤다.

“그럼 너야말로 다음 전투로 증명해 보시지. 아폴론, 너의 그 잘난 부대 실력을 말이야.”

“안 그래도 그럴 작정이다.”

그러자 대규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이렇게 제안했다.

“아니, 내 말은 아예 우리 둘이 같이 싸우잔 말이야. 나와 자네의 부대가 함께. 그리고 내가 할당받은 외계인 부대와 자네가 할당받은 외계인 부대도 말일세.”

“지금 2 대 2로 싸우자는 건가?”

“그래. 제우스 님, 그렇게 해도 괜찮겠습니까?”

대규의 제안에 제우스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못 말리는 녀석들. 하지만 가능할 것 같다. 대규가 할당받은 외계인과 아폴론이 할당받은 외계인은 마침 서로 주둔지가 붙어 있는 것 같구나. 이쪽에서 두 명의 신이 동시에 움직이면 녀석들 역시 지능은 지니고 있으니 합심해서 같이 움직일 터. 2 대 2로 같이 싸워 보면 너희 중에서도 어느 쪽이 우세한지 잘 알게 되겠구나.”

제우스가 허락하자 대규는 아폴론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자. 이의는 없겠지?”

“없다.”

아폴론 역시 승낙했다.

대규는 고개를 끄덕인 뒤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좋아. 하지만 내가 이기면 나랑 약속 하나 하지.”

“뭔가?”

“다시는 인간 출신 영웅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지 말게. 특히 내 앞에선 말이야.”

말을 마친 뒤 대규는 차가운 눈빛을 한 채 아폴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을 본 아폴론은 순간 멈칫했다.

대규의 눈빛은 몹시 살벌했다. 심지어 같은 신인 자신이 봐도 두려운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뭐지, 저 자식 눈빛이 뭐 저렇단 말인가!’

저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아, 알겠네…….”

하지만 대답하고 나서 부끄러웠는지 바로 거만한 표정으로 돌아와 이렇게 덧붙였다.

“흥! 벌써부터 자신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이쪽도 다 생각이 있다! 이번엔 하찮은 일을 할 인간 녀석들이 사라져서 부대 내에 혼란이 온 것뿐이었다. 그것만 아니라면 우리 부대 영웅들이 너의 부대 영웅들보다 훨씬 훌륭하다. 머릿수도 많고 말이야.”

“알겠다. 그럼 징표를 걸도록 하지. 그건 너도 이의 없겠지?”

“그래! 걸어 주도록 하지!”

아폴론과 대규는 동시에 오른팔을 들었다. 그러자 서로의 손목에 상대방의 징표가 새겨졌다.

징표까지 새긴 아폴론은 자신의 주둔지로 사라져 버렸다.

아레스 역시 씨근덕거리며 사라졌고, 이제 중앙 신전엔 아프로디테와 아테나만 남아 있었다.

아테나가 당황한 표정으로 대규에게 말했다.

“대규, 미안하다. 내가 아폴론 녀석을 대신해서 사과하지.”

그 말에 대규는 손사래를 치며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왜 사과를 하는 거야? 할 필요 없어.”

그러자 이번에는 아프로디테가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대규, 난 그대가 이 내기에서 이기길 바라고 있다. 정말 그대가 있으니 이 판테온의 다른 남신들이 얼마나 나약하고 찌질한 존재인지 적나라하게 보이는군. 그리고 난…….”

아프로디테는 다시 한 번 도발적인 눈빛을 하고는 이렇게 속삭였다.

“…그대처럼 강하고 냉철한 남자가 좋다.♥”

대규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애써 무시했다.

그런데 아테나가 약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대규,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지?”

대체 뭘 조심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폴론과 같이 싸우면서 외계인 부대를 박살 내고, 그 녀석보다 더욱 부대를 잘 통솔해 전투를 훌륭하게 벌이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아테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아테나?”

“이건 그냥 순전히 나의 추측이긴 하다…….”

“뭔데? 말해 봐.”

대규가 재촉하자 아테나는 말을 이었다.

“아폴론은 본래 나쁜 녀석은 아니다. 고지식하고 자존심이 좀 셀 뿐이지. 하지만 오늘처럼 자신의 자존심이 필요 이상으로 상처 입으면…….”

“그러면?”

“…그는 비열한 짓을 할지도 모른다.”

그 말을 들은 대규가 물었다.

“예를 들면?”

그러자 아테나는 입술을 달싹이며 입을 열었다.

“…적인 외계인 부대를 공격하는 것보다 아군인 그대의 부대를 공격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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