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5
245화 주샤콘 (4)
사흘 후, 대규는 일을 마치고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미국 진출 사업 말고 다른 사업들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중국으로 진출한 식당들은 연일 호황이었고, 최근 일본에 문을 연 식당들도 인기가 꽤 많았다.
한국에 있는 프랜차이즈들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대규가 이 정도로 성공하고 유명해지자 이곳저곳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대부분 방송에 출연해 달라, 강연을 해 달라 하는 것들이었다.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달라는 문의가 있었다.
하지만 대규는 그 모든 제의를 다 거절했다. 준섭을 시켜서 몽땅 거절하라고 일렀다.
그런 대규를 보며 준섭은 이렇게 물었다.
“사장님은 왜 그런 제안들을 다 거절하시는 겁니까?”
그 물음에 대규는 대답했다.
“나는 연예인이나 강연자가 아닙니다. 나는 요식업 종사자이자 요리사예요. 방송이나 강연에 나가 인지도를 높일 시간에 차라리 맛있는 음식을 개발하거나 체인점을 늘려 내 요리를 더 많은 사람이 먹게 하는 게 나을 겁니다.”
그리고 사업 성공을 위해 판테온에 가서 보상을 받아오는 게 더 낫다, 라고 속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오히려 방송이나 강연을 거절하는 대규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더 좋게 비치기 시작했다.
방송이나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자신의 사업에 충실한 사업가, 라는 이미지가 대규에게 잘 정착된 것 같았다.
이제 오늘은 영웅들과 새로운 훈련을 시작할 때였다.
오피스텔로 돌아온 대규는 영웅들과 훈련을 하기 위해 주둔지로 갔다.
주둔지에 도착하니 이미 323명의 영웅이 다 모여 있었다.
“그럼 다 모였으니 새로운 훈련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대규는 이동 결계를 쳐서 자신과 영웅들을 주둔지 옆 평원으로 이동시켰다.
오늘 영웅들을 훈련하기 위해 사용할 외계인 몬스터는 지난번 소환의 반지에 담아 온 구르게스들이다.
녀석들은 소용돌이 돌풍 몬스터니 그들을 주둔지에서 소환하면 주둔지의 천막이나 설비들이 다 날아갈 것이다.
대규는 평원에 도착한 뒤 소환의 반지에서 잡아 온 그루게스 10마리를 동시에 꺼냈다.
휘이이잉-
“으와앗!”
영웅들이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에 팔을 들어 얼굴을 막았다.
거대한 소용돌이 10개가 평원을 덮치고 있었다.
“대, 대규님… 이게 대체?”
영웅들이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묻자 대규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게 바로 여러분들이 다음 전투에서 상대할 몬스터입니다. 그리고…….”
그는 비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번 훈련에는 여러분뿐만 아니라 저도 참여합니다.”
대규는 다음 전투를 위해 연마해야 할 스킬이 있었다.
우선 자신이 불러낸 10마리의 구르게스를 바라봤다.
구르게스들의 소용돌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끝없이 위로 뻗어 있었다. 영웅들은 그 높이 뻗은 소용돌이들 앞에서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저게 뭐야…….”
“뭐 저런 몬스터가 다 있지?”
그들은 이제껏 인간형 혹은 짐승형 몬스터들만 봐왔기에 저런 소용돌이 형체의 몬스터를 보자 당황하고 있었다.
딱 봐도 소용돌이 돌풍의 모습은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맹렬하게 불어닥치는 돌풍 탓에 영웅들은 눈조차도 뜨기 힘들었다.
그때 대규가 영웅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녀석들을 쓰러뜨리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은 각각 팀을 나눠 한 소용돌이를 맡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저 소용돌이 안쪽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안으로 들어가면 무풍지대가 있습니다.”
그러자 지영이 이렇게 물었다.
“무풍지대라면, 태풍의 눈 같은 것 말입니까?”
“맞아요. 그리고 그 무풍지대 한가운데엔 정말로 ‘태풍의 눈’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눈동자가 하나 있지요. 그 눈동자를 파괴하면 녀석은 쓰러집니다.”
그러자 영웅 중 한 명이 용기를 내서 대규에게 물었다.
“하, 하지만 대규님… 저 소용돌이 안쪽으로 어떻게 들어간단 말입니까? 저희 실력으로 저 거센 돌풍의 표면을 뚫고 들어가는 것은 무리 같습니다만…….”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대규야 옵티뭄을 타고 하늘 위로 올라가 소용돌이 최상층부를 통해 소용돌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지영과 라이펑 역시 하늘을 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나머지 영웅들은 사정이 달랐다. 그들 중 하늘을 날 수 있는 스킬을 지닌 자들은 전체 중 20%도 채 되지 않았다.
그때 대규가 영웅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가 여러분과 이번 훈련을 같이해야 한다고 말한 겁니다. 나도 이번 훈련을 통해 연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단 존, 이리 나와 주세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존은 대규 앞으로 나왔다.
대규는 이후 나머지 영웅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아홉 개의 팀으로 나눠 서 주세요. 각 팀이 각각 한 마리의 구르게스를 맡는 겁니다.”
영웅들은 35명 남짓한 인원으로 팀을 이뤄 나눠 섰다.
대규는 이제 존을 향해 말했다.
“존, 나는 영웅들은 소용돌이 돌풍 꼭대기로 띄울 겁니다. 내가 지닌 스킬을 이용해서요. 하지만 내 스킬은 아직 불완전합니다.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어요.”
“네?”
“그래서 당신이 가진 염동력 스킬로 날 좀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대규가 쓰고자 하는 스킬은 제우스가 전의 샤우그너 판 전투에서 보상으로 내린 와이드 프로텍팅 스킬이었다.
그 스킬은 단순히 아군들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결계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동시에 결계를 하늘로 띄울 수 있다.
따라서 그 스킬을 이용하면 아군들을 하늘 위로 날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문제는…….’
대규는 9개의 팀으로 나눠진 영웅들을 바라보았다.
이동 결계처럼 한 개의 커다란 결계를 만들어 컨트롤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와이드 프로텍팅 방어 결계를 한꺼번에 9개나 만들어 컨트롤해야 했다.
그리고 이 스킬은 패시브 스킬인 이동 결계와 달리 마나 소모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더 문제였다.
대규가 스킬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단 40초 내외였다.
그 시간 안에 9개의 방어결계들을 성공적으로 구르게스 소용돌이 상층부로 올려야 했다.
‘내가 아무리 신이라지만 이건 훈련이 필요할 거야.’
게다가 스킬 컨트롤에 실패하거나, 만약 영웅들이 상층부로 올라가기도 전에 마나가 떨어져 스킬이 무효화되면 영웅들은 저 구르게스의 돌풍에 휩쓸릴 위험이 있다.
따라서 대규는 만일을 대비해 존의 염동력 스킬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존의 염동력은 역시 유지시간은 짧지만, 잠깐이라도 사람들을 공중에 뜨게 만들 수 있다.
그가 옆에서 도와준다면 자칫 실수한다 해도 안전하다.
“그럼 훈련을 시작합니다. 제가 여기 있는 존과 함께 여러분들을 저 돌풍의 상층부로 올려 드릴 겁니다. 여러분들은 상층부에 도착하면 폭풍의 한가운데 블랙홀처럼 뚫려 있는 구멍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폭풍 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에 영웅들의 표정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괘, 괜찮을까요……?”
한 영웅이 두려운 기색을 보이며 묻자 대규는 단박에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저 외계인들은 훈련용이기 때문에 그대들을 해치지 않을 겁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녀석들을 다시 반지 안으로 불러들이겠습니다.”
대규가 안심을 시켰지만, 영웅들은 여전히 구르게스의 거대한 소용돌이 돌풍을 보며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모두 단단히 굳어져 있었다.
‘그럴 만도 하지. 다들 살면서 저런 거대한 소용돌이 돌풍은 본 적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 훈련을 시작해야 했다.
대규는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와이드 프로텍팅 결계를 발동시켰다.
우우웅-
두 팔을 들자 대규의 손끝에서 희미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끝에서 나온 빛들은 이내 아홉 갈래로 갈라져 각 영웅 팀으로 향했다.
곧 각 팀의 영웅들을 둘러싼 9개의 방어 결계가 형성됐고, 결계들은 각각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오, 정말 떠오르고 있어.”
“우리가 하늘을 날고 있잖아!”
여기저기서 감탄한 영웅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흔들~
한 팀의 결계가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와앗!”
결계 안쪽에 있는 영웅들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제기랄, 역시 한 번에 여러 개의 결계를 컨트롤하는 건 어려운 일이군.’
대규의 이마에선 땀방울이 흐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초 단위로 흐를수록 마나가 순식간에 소모되는 게 느껴졌다.
대규는 의식을 모아 방어 결계를 하늘 위로 상승하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와이드 프로텍팅은 어쨌든 기본이 방어 결계라 그런지 구르게스의 돌풍이 불어도 그것을 잘 막아 냈다.
결계안의 영웅들은 전혀 돌풍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결계들은 여전히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구르게스의 상층부를 향해 올라가는 속도가 현처지 느렸다.
이대로라면 마나가 유지되는 40초 동안 모든 결계들을 상층부로 끌어 올리기 힘들 것 같았다.
심지어 어떤 결계는 오히려 밑으로 천천히 추락하고 있었다.
“크으윽…….”
그때 옆에서 작은 진동 소리가 들렸다.
우우웅-
대규가 옆을 바라보니 존이 두 팔을 들어 염동력 스킬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자 위태롭게 흔들리던 이동 결계들이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고맙습니다, 존!”
이제 대규의 마나량은 한계였다.
빨리 부족한 마나량을 보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엘릭서를 먹어서 마나를 풀로 채우자!’
엘릭서를 먹고 싶다고 생각하자 공략집이 저절로 엘릭서를 먹여 줬다.
마나가 풀로 차오르자 몸과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대규는 가득 차오른 마나를 이용해 풀 파워로 와이드 프로텍팅을 유지했다.
그러자 아까보다 더욱 안정적으로 결계들이 하늘 위로 상승했다. 좀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됐다!”
영웅들이 타고 있는 9개의 결계 모두 구르게스 소용돌이 최상층부에 도달했다. 곧 영웅들은 태풍 한가운데 블랙홀 안으로 빨려들어 갔다.
그제야 와이드 프로텍팅 스킬을 멈추고 대규는 한숨 돌렸다.
“헉헉…….”
거친 숨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존이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무래도 존은 대규를 돕기 위해 염동력을 한계 이상으로 사용한 것 같았다.
‘그래서 영웅들이 무사히 상층부로 들어갈 수 있었던 거겠지.’
대규는 바닥에 주저앉은 손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존, 고마워요.”
“아닙니다…….”
“존도 염동력을 전투까지 능숙하게 익혀 두세요. 그리고 훈련하는 동안 지금처럼 나를 도와줬으면 합니다.”
그러자 존은 영웅들이 들어간 9개의 구르게스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것보다 대규 님, 저도 다른 영웅들처럼 돌풍 안에 들어가서 전투 훈련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렇지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기, 한 마리의 구르게스가 남아 있으니까요.”
대규는 평원에서 돌풍을 휘몰아치고 있는 마지막 구르게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존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 하지만… 저 혼자 녀석을 상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존 혼자 상대하라고 하진 않았어요. 지영 대장군과 라이펑 장군과 셋이 저 구르게스를 해치워 주세요.”
그러자 존이 깜짝 놀라서 묻는다.
“제, 제가 감히 대장군님, 그리고 장군님과…….”
그러자 대규는 살짝 웃으며 말한다.
“그래요. 지영 대장군과 라이펑 장군은 다른 영웅들에 비해 능력이 훨씬 뛰어나니 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당신도 만만치 않은 실력자랍니다.”
대규는 라이펑과 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존을 잘 데려가서 함께 싸워 주세요. 나는 당신 셋이라면 충분할 거라 믿습니다. 게다가 지영, 라이펑 장군은 외계인 보스 몬스터들과도 훈련한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러자 존은 고개를 숙인 뒤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지영, 라이펑 장군님과 함께 훈련을 하다니… 저로선 영광입니다.”
그러자 지영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개를 드세요, 존.”
하지만 존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지영은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아버지뻘인 존이 고개를 숙이니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럼 여러분도 구르게스를 상대하러 가십시오.”
대규의 말에 라이펑과 지영은 각각 존의 오른편, 왼편에 섰다. 그리고 각각 존의 양팔을 붙잡았다.
존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뭐 하시는……?”
“하늘로 올라가야죠. 저희 둘 다 하늘을 날 수 있으니 저희에게 몸을 맡기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