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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43화 (243/294)

# 243

243화. 주샤콘 (2)

대규는 구르게스의 맨 위쪽을 바라봤다.

암흑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폭풍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하늘 높은 곳에서도 돌풍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저것도 결국 폭풍이다. 분명 끝없이 이어져 있지는 않을 거야.’

분명 끝이 존재할 것이다.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려면 저 구르게스 폭풍의 맨 위쪽으로 올라가 가운데로 쑥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만 하지 말고 우선 몸을 움직여 보자.

대규는 옵티뭄을 몰고 구르게스의 맨 위쪽으로 날아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규가 벼락검을 다시 허리춤에 집어넣어 불길이 사라졌고, 그로 인해 구르게스의 소용돌이, 폭풍의 위력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만만치 않았다.

‘그나저나 불길이 사라져서 다시 암흑뿐이군.’

도무지 육안으론 녀석의 폭풍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규에겐 공략집이 있었다.

눈을 감자 암흑 속에서 흐릿하게 하얀 빛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빛줄기는 곧 구르게스의 소용돌이 형상을 그렸다. 눈을 감아도 상대방의 형체를 볼 수 있는 투시 효과였다.

대규는 눈을 감은 채 옵티뭄을 몰고 소용돌이 폭풍의 위쪽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으으으…….”

“살려… 줘…….”

소용돌이의 형체 표면에 무언가가 돋아나 있었다.

그것들은 미라같이 바싹 마른 얼굴들이었는데 하나같이 대규를 향해 신음을 냈다.

온몸의 기력이 쪽쪽 빨린 표정이었지만 필사적으로 신음을 내며 대규에게 자신을 구해 달라며 절박한 부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돌풍이 불 때마다 그들의 얼굴은 급속도로 말라비틀어지며 곧 가루가 돼 사라져 버렸다.

‘이 구르게스 녀석은 아무래도 돌풍으로 집어삼킨 영웅들의 기력을 빨아먹고 성장하나 보군.’

대규 역시 한눈을 팔면 돌풍 안으로 빨려들어 갈지도 몰랐다.

다행히 신의 육체가 지니게 해 준 높은 근력과 옵티뭄의 강한 날갯짓으로 구르게스의 돌풍에 쉽사리 빨려들어 가진 않았다.

‘빨리 이 녀석의 꼭대기 부위로 올라가자.’

대규는 옵티뭄의 고삐를 쥔 손에 힘을 준 뒤 녀석을 몰아 빠르게 수직 상승했다.

어느새 구르게스의 소용돌이 폭풍 최상부에 도착했다.

폭풍의 최상부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주변의 것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돌풍의 모습은 그야말로 우주 공간에 있다는 블랙홀과 같았다.

녀석의 내부에 있는 약점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려면 저 블랙홀 같은 가운데 구멍으로 들어가야 했다.

“저곳으로 들어가자.”

대규가 옵티뭄에게 말하자 옵티뭄은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 원망하는 눈빛으로 대규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럴 만도 하지.’

옵티뭄은 항상 대규와 함께 별의별 일을 다 겪어 왔다. 듣도 보도 못한 끔찍한 외계인 몬스터와 싸우고 그들이 갇혀 있는 지하 감옥도 들어갔다.

심지어 초월자 등급 재료 무기를 얻기 위해서 드래곤과도 맞닥뜨린 적도 있었다.

아마 다른 신의 말들은 이 정도까지 고생하진 않을 것이다.

대규는 옵티뭄의 갈기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달래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다. 네가 주인을 잘못 만난 탓이야. 하지만 난 저 안으로 꼭 들어가야 해.”

휘이이잉-

구르게스의 상층부엔 아래쪽보다 더더욱 심한 돌풍이 불고 있었다.

‘괜찮을까?’

순간 소용돌이 표면에 붙어 있던 말라비틀어진 영웅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뭘 이런 걸 두려워하는 건가! 나는 신이다.’

그리고 곧 전쟁의 신 칭호를 받을 신이었다.

미래 전쟁의 신이 고작 이런 일을 두려워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대규는 옵티뭄을 몰고 블랙홀처럼 모든 걸 빨아들이는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향했다.

쉬이익-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대규와 옵티뭄의 몸은 구르게스 소용돌이 안쪽으로 빨려들어 갔다.

꼭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주변에서 몰아치는 돌풍 때문에 얼굴 피부가 벗겨질 것처럼 따끔했다. 물론 신의 육체라 피부가 벗겨지는 일 따윈 일어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얼마 후 주변에서 불어 댔던 돌풍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돌풍뿐 아니라 바람 한 점 없었다.

지도창을 확인해 보니 구르게스의 내부에 안전히 도달했다.

하지만 녀석의 바깥쪽에선 휘이이잉, 하는 엄청난 돌풍 소리가 계속 들리며 귓가를 때렸다.

‘이곳은 바깥의 돌풍과는 완전 다른 세상 같군. 그런데 약점이라는 태풍의 눈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대규는 한참을 돌아봤다.

그런데 저 아래쪽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그것은 거대한 눈동자였다.

‘태풍의 눈이라는 게 진짜 눈을 말하는 거였어.’

눈동자가 눈을 껌뻑거릴 때마다 엄청난 돌풍들이 눈동자 주변에서 형성돼 상승기류를 타고 거대한 소용돌이 돌풍을 만들어 냈다.

아무래도 저 태풍의 눈이 구르게스의 돌풍을 일으키는 주요 원천인 것 같았다.

물론 눈동자와 인접한 부분들은 형성된 돌풍의 영향을 전혀 안 받는 듯 고요했다.

‘저 눈동자를 해치우면 이 구르게스 녀석이 쓰러진단 말이지.’

대규는 벼락검을 들고 태풍의 눈을 향해 달려갔다.

화르륵-

뜨거운 불길이 다가오자 눈동자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아 버렸다.

휘이잉!

별안간 눈동자 주변에서 엄청난 돌풍이 형성되며 대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규는 돌풍을 있는 힘껏 막아 낸 뒤 벼락검의 악마의 화염을 발동시켰다.

돌풍은 그 어떤 불길도 사그라뜨릴 기세로 날아왔다.

물론 이쪽 화염도 만만치 않다.

“흐아압!”

대규는 기압을 우렁차게 내지른 뒤 눈을 감고 정신을 초집중하기 시작했다.

오른쪽 손과 벼락검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하며 플로우 상태에 돌입했다.

화르르르륵-!

순간 몇십 미터에 달하는 화염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대규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눈동자의 돌풍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저 정도 돌풍이면 웬만한 불길은 바로 꺼뜨릴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이쪽 화염도 웬만한 불길이 아니다.

이 벼락검의 화염과 저 돌풍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우리말 속담 중에 불난 데 부채질한다, 라는 속담이 있지.’

바로 저 돌풍은 초특급 부채질이 되는 것이다.

“열심히 불어라!”

대규는 자신을 향해 돌풍을 일으키는 태풍의 눈을 보며 외쳤다.

태풍의 눈은 대규의 속내도 모르고 열심히 돌풍을 생성해 냈다.

강력한 녀석의 돌풍과 하늘 높이 치솟은 악마의 화염이 맞부딪히는 순간.

화르르르륵-

악마의 화염은 돌풍을 맞아 더욱 크게 번지며 기세가 등등해졌다. 그리고 기세가 등등해진 화염은 이제 구르게스의 소용돌이 전체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

녀석은 당황해서 이상한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분명 있는 힘을 다해 공격했는데 그 공격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구르게스의 신음 소리는 평소에 자주 들었던 외계인들의 것과 비슷했지만, 소용돌이 돌풍의 형체를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왠지 바람이 새는 듯한 소리가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벼락검에서 나온 불길은 점점 구르게스를 잡아먹고 있었다.

“이 기세를 몰아 완전히 해치워 주마! 레툼 익투스!”

대규는 크게 외치며 불타는 벼락검을 태풍의 눈동자 한가운데 힘껏 꽂아 넣었다.

푸우욱-

사슬 검날 끝에서 이상한 것이 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곧 끔벅이던 눈동자는 초점을 잃었다.

곧 구르게스를 해치웠다는 메시지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휴우-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구르게스는 외계인이긴 하지만, 보스급 몬스터가 아니었다. 한마디로 애초에 대규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영웅들 훈련용으로 쓰려고 했으니.’

곧 대규 주변을 감싸고 있던 돌풍들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정말로 녀석이 죽었다는 뜻이었다.

소환의 반지를 확인해 보니 방금 해치운 구르게스가 잘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주변은 여전히 캄캄한 암흑으로 물들어 있었다.

벌판은 여전히 황량했다.

대규는 벌판 위에서 공략집을 가동시켰다.

이제 아홉 마리의 구르게스를 추가로 잡아 소환의 반지에 저장한 뒤 이곳을 떠나면 된다.

‘떠나기 전에 보스 몬스터 주샤콘이 나타나 녀석의 공략 정보도 확인하고 뜨면 좋을 텐데.’

그런 계획을 세우며 구르게스들을 차례차례 해치웠다.

녀석들의 약점을 알고 한 번 쓰러뜨려 보니 전투는 식은 죽 먹기였다.

“@#$%!”

바람 새는 괴성을 지르며 구르게스들은 소환의 반지에 차곡차곡 저장됐다.

대규는 곧 열 마리의 구르게스를 완전히 소환의 반지에 집어넣었다.

‘이 정도로 부하들이 당하면 보스 녀석이 나와 볼 때도 되지 않았나?’

하지만 예상과 달리 벌판에는 대규가 아직 쓰러뜨리지 않은 구르게스들뿐, 보스인 주샤콘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나와 보기 싫다는 건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녀석의 공략 정보는 전투 때 확인해야겠다.

‘그리고 이제 나도 현실로 돌아가서 좀 쉬어야겠다.’

대규는 벌판에서 자신의 주둔지로 돌아가 주둔지의 마구간에 옵티뭄을 잘 매어 뒀다.

인피니투스에 넣어 갈까 했는데, 어차피 내일도 이곳에 영웅들을 훈련시키러 다시 올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이곳에 매어 두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현실에서 옵티뭄이 필요할 일도 없을 테니 말이야.’

대규는 옵티뭄에게 싱싱한 여물을 주며 말했다.

“너도 오늘 수고가 많았다.”

“히이잉!”

옵티뭄은 대규의 말에 대답하듯 울음소리를 낸 뒤 열심히 여물을 먹기 시작했다.

옵티뭄의 갈기를 쓰다듬어 주고 몸에 생겨난 자잘한 부상과 상처들에 손을 대서 치료해 줬다.

확실히 제우스가 준 치료 스킬은 유용했다.

대규가 상처를 회복시켜 주자 옵티뭄은 순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 녀석도 단순히 탈것이 아니라 같이 전쟁터를 해쳐 온 전우지.’

하지만 다른 영웅들처럼 삐까번쩍한 보상을 줄 수가 없었다. 이런 싱싱한 여물만 줄 수 있을 뿐이었다.

“이거라도 마음껏 먹으렴.”

“히힝~”

옵티뭄은 힘차게 대답하며 열심히 여물을 먹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 대규는 얼마 후 포탈을 열고 현실로 돌아왔다.

현실로 돌아온 대규는 바로 침대에 눕는 대신 옥상으로 올라가 오늘도 빠짐없이 명상 훈련과 초집중 훈련, 그리고 플로우 검법 훈련을 했다.

큰 전투를 하고 돌아왔지만, 하루도 훈련을 빼먹긴 싫었다.

‘오히려 하루라도 훈련을 빼먹으면 이제 몸이 찌뿌둥하고 찜찜한 기분마저 든다니까. 이거 훈련 중독인가?’

목검으로 플로우 검법을 연습한 뒤 다시 오피스텔로 내려와 몸을 씻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사무실에 출근해 준섭과 미국 진출 사업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 부대의 영웅이자 미국 중화요리 체인점 ‘드래곤 익스프레스’의 대표 존에게 연락할 예정이었다.

이번 전투를 대비한 훈련을 하면서, 존과 함께 대규식품의 미국 진출 사업에 관해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었다.

‘내일이라도 당장 연락해서 이야기해야겠다.’

대규는 사실 이번 샤우그너 판 전투 이후로 존을 더더욱 눈여겨보고 있었다.

단순히 대규식품의 미국 진출 및 미래 사업 파트너라서가 아니라 그의 뛰어난 실력 때문이었다.

아직도 샤우그너 판의 발 구르기에서 염동력을 이용해 아군들을 구해 냈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적지 않은 아군이 분명 죽었을 것이다.

‘기왕 미국에 진출하는 거, 존의 드래곤 익스프레스도 성공하고 대규식품도 성공할 수 있는 윈윈(win-win)전략으로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대규식품의 규모도 더욱 키우고 싶었다.

현재 대규식품은 한국이나 아시아권에선 유명하지만, 미국 등 서구권에선 아직도 듣보잡 기업에 불과했다.

반면 존의 드래곤 익스프레스는 정반대였다.

미국과 서구권에선 몹시 유명했지만, 반면 아시아권에선 유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존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 부대의 영웅이었다.

부대의 영웅과 현실에서 힘을 합쳐 서로의 기업을 좋은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았다.

‘흐음,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 뭐 좋은 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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