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39화 (239/294)

# 239

239화. 승리와 보상 (1)

대규는 외계인의 아기를 가진 여자들을 향해 인피니투스를 열며 말했다.

“나는 이들을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데려가겠습니다. 그는 출산, 혹은 중절 수술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대규는 여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가방 안으로 차례차례 들어와 주세요.”

하지만 여자들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머뭇거릴 뿐이었다.

현실에서 이상한 곳으로 끌려와 온갖 고통을 당했던 그녀들은 대규와 영웅들 역시 낯설게만 느껴졌다.

‘대체 이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존재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때 지영이 그녀들 앞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그대들이 이곳에 와서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잘 압니다. 나도 그대들과 같은 여자이니까요.”

지영은 맨 앞에서 몸을 떨고 있는 여자의 어깨에 손을 올린 뒤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나와 여기 있는 대규 님이 그대들의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 우리를 믿어 주세요. 여러분을 무사히 현실로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지영은 임신한 여자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그러자 여자들은 지영의 품 안에서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하나둘 울기 시작하더니 이제 감옥에 갇혀 있던 여자들 모두가 통곡했다. 울음 바이러스가 번진 것 같았다.

어쨌든 지영이 여자들을 잘 달래 준 덕분에 여자들은 대규의 인피니투스 안으로 순순히 들어갔다.

그럼 이제 남은 여자들의 기억을 지우고 현실로 되돌려 보낼 때였다.

대규는 라이펑에게 말했다.

“라이펑 장군님, 그대의 스킬을 발휘해 주시길 바랍니다.”

라이펑은 고개를 끄덕인 뒤 남아있는 여자들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한 사람씩 차례로 제 앞에 와 주시길 바랍니다.”

여자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라이펑은 그 앞에 가서 섰다. 맨 앞에 서 있는 여자가 다가오자 그는 그녀의 관자놀이 부근에 자신의 검지를 댔다.

곧 그녀의 관자놀이에서 희미한 빛줄기가 튀어나왔고 그가 검지를 그녀의 관자놀이에서 떼자 나온 빛줄기는 검지 끝을 따라갔다.

라이펑은 희미한 빛줄기를 바라보며 대규에게 말했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기억입니다. 이 세계에 끌려온 뒤의 기억들이죠. 색이 탁한 걸 보니 고통스러운 기억인 것 같습니다.”

라이펑은 검지를 당겨 관자놀이 속에서 빛줄기를 모조리 잡아 꺼냈다. 빛줄기가 다 끌려 나온 뒤 그가 손가락을 탁, 튕기자 빛줄기 기억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사르륵-

그리고 기억이 지워진 여성은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어 버렸다.

라이펑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휴… 이래봬도 마나소모량이 꽤 많은 스킬이라서요. 그런데 여성 분들이 얼마나 남아 있죠?”

쓰러져 잠든 여자 뒤로 다른 여성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어림잡아도 50명은 넘는 것 같았다.

라이펑은 어두운 표정을 하며 말했다.

“엄청난 숫자군요.”

대규의 인피니투스 안으로 들어간 여자들도 얼추 30명은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여기 서 있는 여자들은 외계인의 아이를 임신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규는 라이펑에게 영약 엘릭서를 한 병 꺼내 주며 말했다.

“마나가 떨어지면 이걸 마셔서 회복하십시오.”

“가,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 정도 대가는 드려야죠. 그럼 저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가방 속에 든 여자들을 데려다 주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전에 맡겼던 아홉 명의 산모들도 다시 이곳으로 데려와야겠군요. 지금쯤이면 회복이 됐을 테니까요.”

그러자 지영이 말했다.

“그 아홉 명의 산모들도 기억을 지우고 현실로 되돌려 보내야 할 것 같네요.”

그러자 라이펑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규님이 주신 영약 엘릭서가 있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대규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라이펑 장군님, 수고해 주십시오. 이에 대한 보상은 주둔지로 돌아가 확실히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대규는 헤르메스의 장화를 이용해 판테온에 있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으로 향했다.

…….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에 도착해 그의 실험실에 들어가자 그가 대규를 반갑게 맞았다.

“오오, 대규 님 아닙니까! 전투에서 승리하셨나 보군요. 첫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맡긴 산모들은 휴식을 잘 취하고 있습니까?”

“네. 생명력 회복 포션 덕분에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대규는 아스클레피오스를 보며 대답했다.

“이제 그녀들을 현실 세계로 되돌려 보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아스클레피오스 님, 외람된 줄은 알지만… 한 번만 더 수고해 주실 수 있습니까?”

“뭡니까?”

대답대신 대규는 인피니투스 안에서 여자들을 꺼냈다.

그녀들은 총 32명이었다.

“이들은……?”

32명의 꾀죄죄한 몰골의 인간 여자를 본 아스클레피오스가 묻자 대규가 대답했다.

“지난번 아홉 명의 산모들처럼 산기가 다 차진 않았지만, 이들의 뱃속에도 외계인의 아기가 있습니다.”

“흐음…….”

“배 속의 아기를 없애기 위한 방법이 없을까요? 아니면 기다렸다가 출산을 해야 하는 겁니까?”

대규가 묻자 아스클레피오스는 여자들의 배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배가 부풀어 오르지 않은 걸 보니 임신 초기인 것 같군요. 이 정도 시기라면… 중절 수술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산모의 몸에 위험을 가할 정도로 아기가 자란 상태는 아니니까요.”

대규는 31명의 여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습니까? 중절수술을 받으시겠습니까? 안전에 관한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여기 계신 아스클레피오스 님은 판테온의 제일 가는 의술의 신이시니까요.”

여자들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중절 수술을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딱 한 명의 여자만 거절했다.

대규는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당신은 왜……?”

그러자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그래도… 이 아이는 외계인이지만 저의 아이입니다. 그렇게 곤란한 물건 처리하듯 죽일 수는 없어요.”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대규는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당신도 그 외계인 녀석들의 몰골을 보지 않으셨습니까? 당신의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는 식인을 하는 외계인입니다. 그래도 낳고 싶단 말입니까?”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양팔로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신께서는 이상하게 생각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그렇습니다.”

곧 그녀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구해 주신 것만으로도 황송한데 이런 요구를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아이를 낳고 싶습니다.”

‘저것이 어머니의 마음일까?’

그녀의 눈빛은 이제 비장하게 빛나고 있었다.

“흐음…….”

대규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곁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아스클레피오스도 딱히 무슨 말을 하진 못했다.

결국, 대규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알겠습니다. 어찌 됐든 산모의 의지와 의사가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요. 그럼 아스클레피오스 님, 이분은 출산을 할 때까지 이곳 신전에 머물러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그는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당연하지요!”

대규는 다시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낳는 건 당신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로 그 외계인을 데려가진 못할 겁니다. 그건 이 세계의 질서가 깨지는 일이니까요.”

그 말에 여자는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인간인 그녀로선 신인 대규의 말에 거역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그에 비해 몹시 흥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규는 그 모습이 좀 수상해 속마음을 엿들어 봤다.

‘오오! 이런 기회가! 이건 외계인을 임신한 인간 종에 대해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연구가 만일 성공한다면 외계인 종을 다른 종과 교배해서 생산할 수 있는지까지 알아볼 수 있는…….’

그의 속마음을 들은 대규는 그를 향해 한 소리 했다.

“대신 아스클레피오스 님, 그녀를 실험이나 연구에 이용하거나 하지 마시오.”

대규의 엄격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스클레피오스는 주눅이 들어 고개를 숙인 뒤 말했다.

“아, 알겠소.”

아스클레피오스 역시 디오니소스와 대규의 결투 이야기를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만약 저 젊은 신에게 대들었다가 심연의 결계에 갇히기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대규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당신은 출산할 때까지 이곳에서 편히 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스클레피오스 님, 그녀를 잘 부탁합니다. 그리고 지금 중절 수술을 할 때 제가 도울 게 없습니까?”

아스클레피오스는 여전히 주눅이 든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없습니다. 이 정도 수술은 몹시 간단합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회복된 아홉 명의 산모를 데려오도록 하시죠.”

곧 산모들이 실험실로 내려왔다. 그녀들은 생명력 회복 포션과 휴식 덕분인지 안색이 아주 좋아 보였다.

대규는 그녀들을 차례로 인피니투스 안에 담았다.

그녀들은 이제 라이펑이 있는 적진의 감옥으로 데려가 기억을 지운 뒤 현실로 되돌아갈 예정이었다.

대규가 적진의 감옥으로 다시 순간 이동해서 돌아가려는데 아스클레피오스가 말을 걸었다.

“대규 님…….”

“무슨 일이죠?”

“그런데 당신이 정말 2세대 신 중 제일 먼저 외계인 부대를 격파한 게 사실입니까?”

“그렇다고 합니다. 저도 방금 전에 알았지만 말입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침을 꿀꺽 삼킨 뒤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신들과 전쟁의 신 칭호를 놓고 내기를 하셨습니까?”

“네. 내가 아레스 신에게 먼저 제안했습니다. 물론 다른 신들도 그 제안에 다들 동의했고요.”

“그렇군요. 그대가 판테온 전쟁의 신이 된다면… 크흠, 아무것도 아닙니다.”

‘또 왜 저러는 거지?’

대규는 수상한 마음이 들어 공략집으로 그의 속마음을 들여다 봤다.

아스클레피오스의 떨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판테온의 흙으로 만든 육체를 지닌 저자가 전쟁의 신이 된다면… 판테온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뀔 것이다…….’

저번에 아테나가 그에게 했던 말과 똑같았다.

‘대체 무슨 판도가 바뀐다는 걸까?’

그의 속마음을 더 들어 보려 했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대규는 아스클레피오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더 할 말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그럼 저 여자들의 중절 수술을 잘 부탁합니다. 그리고…….”

대규는 자신의 외계인 아이를 지우지 않고 낳겠다고 한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몸조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말을 마친 대규는 다시 라이펑과 지영, 부대의 영웅들이 있는 샤우그너 판의 적진으로 순간 이동했다.

도착해 보니 라이펑은 이제 대부분 여자들의 기억을 지운 상태였다.

대규는 인피니투스 안에서 아홉 명의 여자들을 꺼낸 뒤 라이펑에게 말했다.

“여기 아홉 명도 수고해 주세요.”

“허, 허헉… 알겠습니다.”

라이펑은 엘릭서를 먹었지만 그래도 마나 소모량이 엄청나서 뻗기 직전인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여태까지 기억을 지우는 스킬을 50번 정도 시전했다.

엘릭서 한 병으론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잠깐 이리 오세요.”

대규는 라이펑을 불렀다. 그리고 자신이 지닌 회복 스킬 시나티오로 그를 회복시켜 줬다.

곧 그의 마나가 서서히 차올랐고 헉헉 내쉬던 숨소리도 조용해졌다.

“조금만 더 힘냅시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규는 뒤를 돌아 부대의 영웅들을 바라보았다.

323명의 영웅들은 모두들 지쳐 있는 것 같지만 잘 싸워 줬다.

정예 부대답게 한 명의 사상자도 없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인 영웅들이 몇 명 있었다. 특히 염동력을 이용해 영웅들을 구해 냈던 존이 가장 눈에 띄었다.

대규는 전투를 하면서도 그들을 다 눈여겨보고 있었다.

‘주둔지로 돌아가면 그들에게 보상을 내려야겠다.’

이제 그는 신이었다. 과거 아테나가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전투 후 공적을 세운 영웅들을 직접 뽑아 보상을 줘야만 했다.

‘그런데 보상은 어떻게 내려야 하는 거지? 보상으로 줄 아이템이나 장비는 어디에서 구해 오고?

0